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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8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주 재상은 수술 후 이틀째가 되는 날에 드디어 눈에 감긴 붕대를 풀 수 있었다.

사실 어렴풋이 빛을 느끼고 있어서 붕대가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원경주가 와서 주 재상이 붕대를 푸는 것을 도와주고 태상황과 소요공이 우선 원경주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태상황이 원경주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이자, 원경주가 조금 당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태상황의 요구는 거절하기 힘들었다. 주진 말에 의하면 이 노인네가 고집을 부리면 눈에 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도와준 뒤 주 재상의 붕대를 풀어줬다.

“천천히 눈을 뜨세요. 서두르실 것 없습니다. 우선 실눈을 뜨고 빛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원경주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주 재상이 천천히 눈을 뜨자, 빛이 눈을 자극해 아파와서 얼른 다시 감았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마침내 눈을 크게 뜰 수 있게 되었다.

주 재상이 눈을 뜨자 앞에 두 얼굴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있었다.

주 재상이 감동 받은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

태상황이 머리를 긁적이며 무안한 듯 말했다. “과인 머리를 밀게 하는 건 탐탁지 않지만, 약간 짧게 자르는 거 정도는 괜찮지. 이렇게 너랑 보조를 맞추는 것도 괜찮지? 어쨌든 과인은 이제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지 않으니, 머리카락을 잘라도 효에 거스르지 않다네. 하하.”

소요공도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니까 아주 상쾌하네. 어쩐지 여기 남자들이 전부 머리를 짧게 잘랐더라니.”

주 재상이 산소호흡기를 치우고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 “이게 방금 큰조카에게 너희들이 부탁한 거야? 어쩐지 솨 솨솨 윙 윙윙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게 머리 깎는 소리였군.”

“너랑 같이하려고 그랬다네!” 소요공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원경주는 이 모습을 보며 천천히 물러 나왔다.

원경주는 원 교수 사무실로 가서 주 재상 상태를 얘기한 뒤 물었다. “저 세 사람과 얘기는 다 끝내신 거예요? 이곳이 어떤 곳이고, 대체 동생 일은 무엇인지요?”

원 교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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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84화

    양여혜는 처음에 약 사용량을 조금씩 줄여 12시간 이내에 천천히 깨어나도록 했다.원경릉의 뇌에 상처는 이미 아물어서 수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옅은 붉은 색의 흔적마저 남지 않을 정도였다. 더불어 전에 있었던 모든 상처까지 전부 사라졌다. 천연두 예방접종을 한 자국도 남김없이 사라져, 완벽하게 깨끗하게 갓 태어난 아기 피부처럼 투명하리만치 희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외모는 점점 원래의 외모와 닮아가는 것으로 볼 때 자체적인 유전자가 제대로 개조된 모양이었다.원경릉의 뇌세포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지만, 죽어간 뒤 신속하게 자가 치유로 부활함에 따라 역시 시간 간격을 두고 억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원경릉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양여혜도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원경릉이 처음 이 약을 개발했을 때 효과가 강력했다. 그리고 분량 조절을 못 한 채 주사하면서 지금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분량 조절을 못 한 원숭이 같은 경우가 많아 새로운 대뇌가 자라되 몇 년이 걸리는 정도는 빠른 축에 들지 않았다.원숭이의 대뇌에 양여혜는 같은 억제제를 사용했는데, 원경릉도 이와 형태가 적합한 상황이였다.용량을 천천히 줄여가며 했는데, 원래는 12시간이면 깨어날 거라 생각했으나 원경릉은 6시간이 채 되지 않아 깨어났다. 원경릉은 마치 꿈을 꾼 사람처럼 깨어났을 때 약간 당황했으나 자신이 수술을 마쳤다는 사실을 바로 의식할 수 있었다. “깼어요?” 양여혜가 침대맡에 서서 빙긋 웃으며 물었다.원경릉은 양여혜를 보고 무심결에 머리를 만져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머리 밀었네요.”“괜찮아요. 가발 쓰고 있으면 머리는 금방 자라니까요.” 양여혜가 위로해 주었다.“그래요.” 그러고는 원경릉은 양여혜에게 감동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고마워요.”“의사의 본분인걸요! 기억은 전부 생각나나요?”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수술할 때의 일 말고 나머지는 전부 기억해요.”“이건 제 예상 밖인데요. 부분적인 기억 결손이 있어서

  • 명의 왕비   제 2785화

    원경릉은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원경주게 전화해 주 재상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양여혜는 원래 모두에게 12시간이 지나야 깨어날 거니 준비하라고 했기 때문에, 원경주는 12시간에서 1시간 먼저 동생을 마중 가려 했는데 벌써 깨어날 줄 몰랐다. 동생 전화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원경주는 주 재상의 상황을 얘기한 뒤 바로 차를 몰고 동생을 데리러 갔다.주 재상의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말과 눈이 다시 보인다는 얘기에 원경릉은 마음이 가벼워서 오빠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양여혜는 원경릉에게 주의해야 할 일을 얘기해 주었고 뇌세포의 과도한 분열로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 다시 한번 몸은 죽고 뉴런은 죽지 않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얼마 뒤에 억제제 주사를 맞으러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원경릉은 잘 기억해 두었다. 뇌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상태에서 양여혜에게 말했다. “지금 정신이 좋은 것 외에 사고도 특히 명석한 상태로 이전에 북당에 있을 때는 제 전문 영역 일이 많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처음엔 약간 멍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심지어 몸 상태는 제가 북당에 가기 전보다 더 좋아졌어요.”그러자 양여혜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이전에 대뇌는 여기 있고 사람은 머나먼 시공간을 넘어 있다가 지금은 수신기 같은 것을 머리에 직접 장착한 거랑 같으니까요. 선명한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시간이 지나 완벽하게 적응된 뒤엔 신기한 일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원경릉은 양여혜의 비유가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꿈 같은 인생이다!원경주는 30분 정도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했다. 원경주는 주차장에 들어오기 전에 원경릉에게 기다리라고 하고는 데리러 갔다.원경릉은 양여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실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아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주차장까지도 위치도면을 전혀 보지 않았다. 머릿속에 경로가 깔끔하게 그려져 있어서 느끼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됐다.

  • 명의 왕비   제 2786화

    “주진이 안 갔어요?” 원경릉이 물었다.“주진이 감히 어딜 와! 태상황 폐하와 소요공께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지. 주 재상이 수술받으러 갔을 때 주진이 와서 시간을 끌어줬거든. 지금 태상황 폐하는 주진을 쳐다보시기는커녕 이름만 들어도 화를 내신다니까.”원경주와 원경릉은 웃음이 터졌다. “그렇구나. 뒤끝 있으시지.”“더 웃긴 건 아빠가 그분들께 여기 상황, 네 신분을 설명하신 건데, 결과적으로 양쪽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지금 그분들은 아빠와 그쪽에 있는 황 씨 부인이 불륜관계라고 단단히 오해하고 계셔.”원경릉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쩌다가 그런 큰 오해를 낳은거지? 제대로 얘기해 봐요. 오빠.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닌데… 제가 그분들을 데리고 나가야겠어요. 제가 그분들께 잘 설명할게요. 일단 서두르지 않기로 해요. 그분들이 의혹을 풀 시간이 그렇게 없는 건 아니니까, 사흘 밤낮을 설명해도 다 못하지만… 3개월은 돼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어요.”원경주는 이 말을 듣고 솔직히 기뻤다. 앞으로 3개월간 동생이 여기에 있다는 소식에 말이다. 지난번 돌아왔을 때 2~3일 만에 돌아가서 밥도 서둘러 먹었는데 이번엔 3개월을 있으니 만약 우문호도 있다면 결혼식도 할 수 있다.아쉽게도 지금 시공간 터널을 이용할 수 없어 우문호가 올 수 없어 이 좋은 기회를 버리게 생겼다.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3개월 후엔 시공간 터널이 열릴 테니 곧 눈앞의 일이 아닌가? 이 3개월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를 하면 된다. 결혼 준비를 하는데 다소 적은 시간 이긴 하지만 말이다. 집안에 큰 경사를 치를 생각을 하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이 가벼운 게 날아갈 듯 병원으로 향했다. 원 교수 부부는 병원 주차장까지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다. 딸이 무사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원 교수 부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가슴 속에 납덩이같은 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그들은 그동안 못했긴 이야기를 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 명의 왕비   제 2787화

    “너….!” 태상황이 놀라 눈이 동그래져서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마구 비벼댔다. 원경릉이 들어온 것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가 긴장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기쁨과 흥분의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어, 태자비 마마!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소요공도 원경릉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더니 다시 계속 티비로 눈을 돌렸다. 주 재상이 살짝 고개를 들더니 미소가 서서히 번졌다. “태자비 마마께서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주 재상은 수술을 마친 요 며칠 동안 진전이 빨라서 머리에 아직 붕대를 감고 있기는 했지만 정신은 상당히 또렷해졌다.병실 밖에 아무도 없는 관계로 원경릉은 법도대로 세 사람에게 예를 취하자, 예법을 본 세 사람은 일종의 격세지감 같은 것을 느꼈다.태상황이 원경릉을 끌어다 앉히고 뚫어지게 바라보며 티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원경릉을 위아래로 쭈욱 훑어보더니 물었다. “괜찮아?”“네, 괜찮아요.” 원경릉은 태상황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데 셋을 며칠 떼놓고 있었던 게 정말 미안했다.태상황이 눈빛을 빛냈다. “괜찮다니 됐어.”주 재상은 팔꿈치로 지탱하던 머리를 다시 들고 원경릉을 보며 부러운 듯, “태자비 마마는 어떤 의원에게 수술을 받으셨습니까? 어떻게 이렇게 금방 좋아지셨어요? 전 아직 며칠 더 있어야 걸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퇴원해서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해요.”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그건 제가 나이가 어려서 그래요. 어쩌면 체질적으로 제가 좀 좋을 수도 있고요. 재상께서는 퇴원하신 뒤에 몸을 잘 보살피시고 운동 잘 하셔야 돼요.”“그럼요, 이번에 큰 고비를 맞고도 안 죽었는데 당연히 몸을 소중히 관리해야죠! 마음에 담은 사람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으면 그게 바로 행운입니다.” 주 재상 답지 않게 감동적인 말을 했다.소요공은 티비를 보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주 재상을 째려봤다.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우리 다음 생에 못 만날 것처럼 말하냐! 이번 생에 누가 먼저 가도 다음 생에 전부 같이 만나

  • 명의 왕비   제 2788화

    “노인이요?” 원경릉이 백발이 성성한 소요공 머리를 보며 ‘지금 우리 아빠를 노인이라고 하는 건가?’“그래요, 그 흰옷 입은 노인 말이에요. 그날 우리한테 와서 뭐라고 막 얘기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난처하지 않게 해드렸어요. 어쨌든 태자비께서 설명해 주실 테니까.” 소요공이 주 재상에게 기대고 있었는데, 다리가 영 불편한지 이불을 마 차더니 좀 편해진 모양이었다. 아주 대감마님 포스를 보여주었다. 소요공이 이 말을 꺼내자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경릉을 쳐다봤다.그러자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일단 좀 기다리세요. 가서 휠체어를 가져올 수 있나 물어볼게요. 재상 데리고 햇볕 좀 쐬러 나가요.”“드디어 나갈 수 있겠어!” 소요공이 길게 기지개를 켜며 기쁜 듯이 외쳤다. “이렇게 계속 답답하게 있다간 병날 뻔했어요!”원경릉이 오빠를 찾아가 얘기하니, 원경주가 데리고 갈 수 있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는 간호사를 시켜 휠체어 2개를 가지고 왔다.몇 명이 소요공을 휠체어야 앉히는 걸 돕고, 다시 주 재상을 침대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혔다.태상황이 소요공을 밀고, 원경릉은 주 재상을 밀어 네 사람이 병실을 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나 이거 알아요. 그때 우리가 바로 이걸 타고 여기로 올라왔었죠!” 소요공이 신기해하며 말했다.원경릉이 엘리베이터를 눌러 다들 들어가시라고 한 뒤 설명했다. “이건 엘리베이터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람이 계단을 걸을 필요 없이 빠르게 20층에서 1층으로 오르내리게 하는 장치예요. 아주 편하죠.”“엘리베이터?” 세 사람은 이 신기한 문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아는 원경릉 앞에서는 아는 척할 필요 없으므로 원경릉이 의혹을 풀어주길 기다렸다.“엘리베이터와 어르신들이 병실에서 보시던 티비, 심지어 우리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 예를 들어 밥하고 물 끓이고 씻고 일하고 하는 일들은 전부 전기와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아직 우리 북당엔 이런 게 발명되지 않

  • 명의 왕비   제 2789화

    세 사람은 곧 자세를 바로 하고 일제히 원경릉을 바라보며 조용히 설명을 기다렸다.잠시 후 원경릉이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릴 때 의문이 들더라도 일단 제 말을 자르지 마시고말을 마친 후 물어봐 주세요. 괜찮으시죠?”“그래, 얼른 얘기해 봐!”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요공은 주 재상 머리를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꽉 싸맨 뒤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말했다. “말씀하세요. 이해 안 되는 건 일단 기억해뒀다가 물어볼게요.”“저는 사실 북당의 사람이 아닌, 이 시대 사람입니다. 그리고 의약품을 연구하는.....”원경릉의 첫 마디에 모두 놀라서 수많은 질문을 묻고 싶었으나 그저 의문을 삼킨 채 원경릉이 계속 얘기하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저도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은 동종업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대한 대증 요법의 약품을 개발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점점 대뇌 개발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대뇌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가 사용하는 건 아주 극소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만약 우리가 열쇠가 되는 약품만 개발할 수 있다면 숨겨진 잠재력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아질 거야. 마침, 저와 같은 연구 방향을 가진 생명과학 투자자가 절 찾아내 저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공해 주며 제가 오직 그쪽 연구에만 몰두하도록 해 주겠다고 했어요. 시쳇말로 대뇌를 여는 열쇠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 연구는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처음엔 원숭이 몸에 실험했죠. 실험이 아직 성공했다고 할 수 없고 약간 미흡한 게 보이니까 계속 개량해서.... 그때 전 흥분으로 일종의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였어요. 결국 영장류를 스킵하고…. 원숭이 몸에 실험하고 바로 저 자신에게 이 약품을 주사했어요. 이게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 거죠. 약의 강력한 기운을 감당할 수 없었던 제 신체는 코마 상

  • 명의 왕비   제 2790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들만 좋으시면 어디든지 모시고 갈 수 있죠.”태상황이 입을 열었다. “난 여기 군사 역량을 좀 보고 싶어. 참고로 할 만한 곳을 좀 봤으면 하는데.”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건 만족시켜 드리기 어렵겠는데요. 여기서 저는 그저 일반 백성에 불과해서요.”“권문세가는 귀족이 아닙니까?” 소요공이 경건하게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권문세가의 귀족 출신이 아닌 사람이 이렇게 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람의 몸을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의술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의술이 북당에 있었으면 받들어 모시고도 남았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여기엔 소위 권문세가 귀족이란 게 없어요. 관리의 자제라도 특권이 없고 보통 사람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시험을 봐요. 물론 돈이 있으면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갈 수도 있고 견문을 더 넓힐 수 있죠. 그리고 이 세계엔 노비가 없어요. 돈이 있는 사람은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킬 수 있지만 법률이 이 사람들을 보호해 이들도 고용주와 마찬가지로 평등한 권리를 가졌어요. 싫으면 바로 그만둘 수 있는 거죠. 노비문서가 존재하지 않아요.”삼대 거두는 서로 쳐다봤다는데, 모두 당황스럽고 복잡한 심경이었다. ‘관리의 자제도 일반 아이들과 같다고? 이게 진정한 의미의 공평일까?’“이.. 이렇게도 세상이 돌아가나?” 태상황이 중얼거렸다.원경릉은 사실 이들에게 하려는 말이 더 있었다. 이 세상이 표면적으로는 공평한 듯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일부 숨겨진 규칙이 있어 권력자나 부자는 일반인보다 많은 기회를 가지지만 적어도 가난한 사람과 평민도 경쟁의 기회는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3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얘기하며 저들에게 이 세계에 대한 견문을 넓혀주는 것이다.원경릉은 셋을 병실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삼대 거두는 꽤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원경릉의 신분이나 그녀가

  • 명의 왕비   제 2791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왕조가 바뀌는 대다수 원인은 하층계급의 백성이 살기 어려워 무장봉기 외에는 다른 살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나라처럼 모든 사람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기회를 가진다면 적어도 원망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이것이 어쩌면 그들이 이번에 현대에 온 진정한 의의일지도 모른다. “다섯째가 한 번 와야겠어.” 태상황이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를 데리고 처가에 가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뵙는 게 마땅했다.태상황도 흔쾌히 응했다. “과인이 여기에 의지가지 하나 없는 게 아니라 어찌 됐든 사돈이 여기 있으니, 절반은 이쪽 사람인 셈이지. 과인이 마음속으로 계속 께름칙했던 게 정후 이 인간이 과인과 사돈이란 사실이었는데, 지금 태자비 말을 들어보니 과인이 께름칙할 필요가 전혀 없어.”“맞아요!” 소요공과 주 재상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정후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밉상도 그런 밉상이 없다. 원경릉이 집으로 돌아간 뒤 한참 있다가 만두가 돌아와서 엄마를 보고 기뻐하며 초왕부에서 생긴 일을 시시콜콜 엄마에게 알렸다. 예를 들어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여동생이 이제 젖을 토하지 않는다든지, 여동생에게 작은 반려동물이 생겼는데 그 반려동물이 주인을 알아볼 수 있고, 다 자라면 봉황이 된다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했다. 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가만히 그 얘기를 들었는데 기쁘면서도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원경릉은 만두가 초왕부로 돌아가면 아빠에게 주 재상이 이제 괜찮고 태상황과 일행이 천천히 여기에 적응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다 아주 좋다. 돌아가기까지 3개월가량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3개월로 부족할 수 있지만 그분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만두를 안고 있는데 그 조그만 얼굴을 원경릉의 손에 대고 빨개진 눈으로, “전 엄마를 볼 수 있지만 아빠랑 다른 사람들은 못 봐요. 다들 엄마가 빨리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는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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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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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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