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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77화

작가: 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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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긴장한 듯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예, 우리 곁에서 자랐죠.”

“그러니까 태자비는 정후부와 자네 곁에서 동시에 자랐다? 그런가?” 태상황이 원 교수에게 말했다.

원 교수가 땀을 닦으며 답했다. “에…. 예, 하지만 역시 아닌 것 같습니다.”

원 교수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딸이 얘기 안 했더라니, 이건 단박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알고 보면 간단한 일이지만, 모를 땐 상식에 어긋난다며 오해하기 쉽고, 자신도 쉽게 상대를 오해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둘은 사실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정후부에서 자란 것은 원경릉이고 제 곁에서 자란 아이는….”

“자란 아이는.. 뭐?” 두 사람이 원 교수를 보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그러자 원 교수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역시 원경릉입니다. 하지만 정후부의 원경릉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원경릉이 두 명이란 소리군. 그러면 어떤 원경릉이 태자비인가?”

원 교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둘다 입니다.”

“그러니까 태자비가 둘이다?”

원 교수가 당황해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요공과 태상황이 원 교수를 한동안 보더니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아셨다고요?”

“응!” 태상황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원 교수를 바라봤다. 태상황은 주디의 아들이 머리가 좋지 않다는 걸 자연스럽게 눈치챈 것이다.

원 교수는 약간 마음이 급해졌다. “정말 아시겠습니까?”

‘설명을 제대로 못 했는데 어떻게 바로 안다는 거지?’

태상황이 원 교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해했다는 듯 답했다. “이해했네. 우리가 자네와 주디 관계를 얘기해 보도록 하지. 자네는 주디의 아들이야? 주디는 대흥국 사람이 아니고. 주디는 여기 사람이지. 나중에 고향을 등지고 대흥으로 갔어. 이렇게 된 거 맞지?”

원 교수는 어리둥절했으나 듣고보니 영 틀린 말도 아니라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된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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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약간 웃긴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건 아마 자네가 아직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하하.”주 재상이 놀라서 천천히 손을 들어 눈을 만져보니 역시나 붕대가 감겨 있었다. 부끄러운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하하하.”마취에서 깨자, 주 재상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태상황과 소요공은 곁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원경주의 능력이 돋보였다. 원경주가 오면 항상 주 재상의 통증이 경감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을 주거나 진통 주사를 놔서 주 재상의 상태가 호전되게 했다. 그런 원경주의 모습에 태상황과 소요공은 원경주에 대한 의심이 없어지고 상당히 신뢰하기 시작했다.원경주는 두 사람에게 주 재상의 상태를 얘기해 주었다. “시신경을 누르고 있던 핏덩어리를 포함해 핏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해서 시력을 회복하실 겁니다. 내일 눈을 가린 붕대를 풀거니 두 분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태상황은 원경주의 이 말을 듣고 재상의 상황에 대해 안심했으나 원경릉의 상황이 걱정됐다. “태자비는 어디로 갔지? 몰래 수술받고 있는 거 아냐? 수술은 어떻게 됐어?”그러자 태상황은 느낌이 딱 왔다. 원경릉은 수술하러 갈 때 자신을 속일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원경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사실 본인도 걱정이 되는 게 수술이 12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미 15시간째가 지났기에 걱정되어 주진에게 전화를 해 봤지만, 아직 안 나왔다고 했다.“상황이 어때?” 셋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원경주는 그저 그들을 위로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수술이 안 끝나서. 동생 수술은 비교적 복잡한 거라 아마 이렇게 빨리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세 분 다 안심하셔도 되는 게 동생을 수술하는 사람은 신의라고 불리는 엄청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세 분께서 이번에 오신 것도 전부 그 사람이 도와주신 덕택이거든요.”“태자비도 개두술을 하나?” 주 재상이 물었다.“네, 동생도 합니다.”“그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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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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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도 꾸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좀처럼 있기 힘든 고요함 속에서 그저 고요하게 누워만 있었다.만두는 이쪽에서 반나절을 있다가 돌아갔다. 돌아가니 우문호가 자신들을 데리고 초왕부로 돌아가고 있었다.우문호는 여전히 만두를 지키고 있었다. 만두가 깨자 원 선생이 수술을 마쳤고 순조로웠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엄마랑 얘기해 봤어?” 우문호가 얼른 물었다.“아직 안 깨어나셨어요. 며칠이 지나야 깨어나신대요. 큰 수술이었잖아요.” 만두가 말했다.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또 걱정이 앞서서 흥분했다. “얼마나 더 있어야 깨어난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그럴 리 없어요! 전혀!” 만두가 얼른 아빠를 안심시켰다. “주진이 그러는데 엄마 상태가 좋데요.”우문호는 그 쪽에도 총명한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막상 원 선생에 관해서는 좀처럼 안심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털고 일어나 할 일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원 선생이 진짜 돌아왔을 때 집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만두의 손을 잡고 나갔다. “우리 여동생 보러 가자.”계란이는 오늘 요 부인이 만들어준 붉은색 긴 옷을 입었는데 아주 예뻤다. 백옥같이 뽀얀 얼굴에 검은 포도알 같은 눈동자가 콕 콕 박혀있었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포대기에 침을 흘리며 혀를 날름날름 내밀며 귀여움을 보여주었다. 우문호는 그때 딸의 미간에서 옅은 붉은색 불꽃무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노느라 흥분해서 혈기가 위로 올랐는지 옅은 불꽃 인장이 보이게 된 것이다.우문호가 계란이를 안고 살살 두드려주자, 불꽃 인장이 사라졌다.그러자 만두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계란이가 삶은 계란이 됐어요.”만두가 손을 뻗어 여동생의 볼을 꾹 누르며 다가와서 말했다. “동생, 얼른 자라자. 오빠가 어흥이 줄께.”“뭐?”“호랑이요, 동생한테 호랑이 주려고요.”“네 건 눈 늑대 아니었어?”“쌍둥이 거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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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어쨌든 선물로 주신 거니 못생겼다고 싫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도에 걸어놓고 키우는거 어때? 벌레도 잡아서 먹여주고.”서일이 답했다. “섬전위가 그러는데 얘 벌레는 안 먹고 잔디에도 안 앉는데요. 풀어주면 오동나무를 찾아서 서식한대요! 마당에 마침 오동나무가 있으니 거기에 풀어줄까요?”우문호는 새끼 봉황 날개를 보니 아직 못 날겠다. “그래, 풀어줘!”서일이 새장을 들고 나가 ‘훠이~’하고 날리자, 아이들이 달려와 재잘재잘거리며 새에 대한 품평회를 시작했다.“이게 봉황이란 거야? 완전히 못생겼는데!” 만두가 솔직하게 말했다.“닭이 더 이쁘겠어, 근데 저 발톱은 진짜 이쁘다.” 찰떡이가 발톱을 뚫어지게 보는데 발톱 전체가 노란색으로 꼬리와 색이 같고 조그만 발에 예쁜 비늘이 있어 날려 보내주자, 땅을 아주 단단히 잡았다.“”걸을 수 있을까? 걸어봐!” 경단이가 새끼 봉황을 밀었지만, 새끼 봉황은 걷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눈앞에 5개의 사람을 쳐다봤다.“걷지도 못하고 여동생이 안 좋아할 게 분명해. 환타야 네 호랑이 여동생한테 줘.” 만두가 명령하자 환타가 대담하게 답했다. “그래, 우리 동생한테 주지 뭐!”칠성이가 말했다. “나도 줄래, 나도 우리 호랑이 여동생한테 줄래.”찰떡이도 말했다. “동생이 눈 늑대 좋아하면 나도 줄 거야.”만두도 잠시 생각해 보더니 따라 말했다. “그럼 나도 줄래.”그러고는 아무 말 없는 경단이에게 물었다. “넌 줄 거야, 안 줄 거야? 우린 다 줘서 여동생이 고르라고 할 거야. 고르면 바꿀 수 없어.”경단이도 희한하게 대범한 말투로 말했다. “은자도 줄 수 있는데! 눈 늑대는 말해, 뭐해.”이처럼 여동생은 5명에게 보물 같은 존재로 달님 같고 별님 같았다. 백옥같은 자신의 동생이 바라는 건데 뭔들 못 주겠나!우문호는 계란이를 안고 복도에서 흐뭇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봤다. 모두 동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자 뿌듯함이 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여 자기 이마를 딸 이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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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갔어요!” 녹주가 마당문을 들어서며 얼굴이 새하얘졌다. “우리가 오늘 부엌에 준비해 둔 고기를 전부 싸서, 예쁜 대접 몇 개까지 가져갔어요. 새끼 봉황이 자기들에게 왔을 때 날아올라서 그릇을 몇 개 깨 먹었다면서 우리더러 배상하라고 했어요. 부엌에서 나갈 때 솥단지도 하나 가져가면서 그릇만 가져가면 깨지기 쉬우니까 솥에 넣어 가면 안정적이라고.”우문호는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라고? 큰할아버지께서 그들을 그렇게 홀대하신다니.. 식기까지 가지고 다니면서.탕양도 들어와서 말을 보탰다. “그게 대숩니까? 본관에 왔을 때는 말이죠. 다리가 부러져서 마당에 놔둔 의자 2개가 있었는데, 나중에 고쳐야지 한 걸 바로 멜대에 달아 어깨에 메고 갔어요.”“안풍친왕 전하께서 그렇게 가난하신가?” 서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듣기로는 저들도 봉지와 생업이 있고, 소요공과 이리 나리처럼 부유한 제자가 있으니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시는 건 아니죠?”“그건 몰라. 희상궁에게 물어봐야지.” 탕양이 말하자 녹주가 바로 희상궁에게 물어보러 갔다.삼대 거두가 원경릉과 현대로 간 뒤로 희상궁은 초왕부로 돌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지냈는데, 삼대거두와 원경릉을 걱정하긴 해도 치료하러 간 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태자비의 사부라고 생각하니 위기의식이 들지 않았다.안풍친왕 부하 얘기를 들은 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적성루가 전에는 가난했죠. 하지만 분봉을 받은 뒤로 전답이 있고 왕비 마마도 장사를 하신 데다 나중에 방비부인께 유산도 받아서 살기 좋아졌어요. 안타까운 건 휘종제께서 보위에 오르신 뒤 안풍친왕 전하 부부께서는 경성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시겠다며 수중에 은자와 재산을 전부 나눠주셨거든요. 아직도 기억하길 당시 왕비마마께서 아주 흥분하셔서 마침내 여기를 떠날 수 있다고, 또 이제 돌아올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적성루 물건을 산산조각으로 다 때려 부수며 아주 통쾌하기가 그지없었죠. 그런데 떠난 지 1년 만에 왠지 다시 돌아오셔서 저희와 오래 있지 않으시고 적성루 물건을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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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 명의 왕비   제3126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 명의 왕비   제3125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 명의 왕비   제3124화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 명의 왕비   제3123화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

  • 명의 왕비   제3122화

    한 마을 주민이 눈물을 닦으며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원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오. 조정은 우리를 모조리 죽이길 바라오. 우리가 죽어야 조정은, 이 약도성을 완전히 삼킬 수 있소.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소.”택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여기에 왔잖냐! 빨리 계속 파시게!”주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물었다.“웬 꼬마가, 넌 누구냐?”택란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어둠 속이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다들 의아해했다.“약도성의 성주, 우문택란이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산사태가 난 지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작은 몸집이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작아 보였다.황실의 공주라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공주가 이런 곳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저택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어야 할 존재다.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접근한 곳의 흙을 한 겹씩 옮겨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구조 요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 급히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약도성의 지진은 강북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낡은 집도 무너졌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약도성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위왕과 안왕은 신속히 구조 병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택란이 약도성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 여태껏 택란이 스승과 함께 떠났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네 오빠들은 바로 병사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향했다. 지진 발생 12 시진 후 약도성에는 8천 명 이상의 병사가 합류했다.약도성의 백성은 조정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정이 약도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과거에도 가뭄, 메뚜기 떼, 산사태 등의 재난이 일어났지만, 북막조정은 몇 포대의 쌀만 보내며 형식적인 구조를 했을 뿐이다.약도성

  • 명의 왕비   제3121화

    지진이 발생하기 전, 호명과 주 아가씨는 약도성 중심부에서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새벽녘은 사람들이 가장 피곤할 시간이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성들은 분노했다. 그중 한 집안은 도축업을 하는 홀아비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벽 무렵에야 돼지를 잡고 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데다 아이까지 깨우니,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옆집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 저들을 쫓아내면 다시 잘 수 있다고 부추겼다.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상황이라 아들을 방으로 데려다 놓고, 즉시 칼을 들고 나가 주 아가씨와 맞섰다.그가 칼을 휘두르며 집안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지진이 발생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먼지가 자욱했고,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옆집 역시 무너졌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집 처마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깔려 있었다.“아들! 아들아!”홀아비는 그제야 안으로 데려다 놓았던 아들을 떠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겨우 세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그는 미친 듯이 벽돌과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서둘러 도왔다.지진은 단 몇 초 만에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무너진 집에 깔린 백성들이 매우 많았다. 약도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조정과 맞서던 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홀아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들 함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 아가씨의 손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흙벽을 밀어내고 벽돌을 옮겼다.반 시진 후, 주 아가씨가 마침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다리를 크게 다쳐 엉엉 울고 있었다. 홀아

  • 명의 왕비   제3120화

    “그럼... 호명, 가십시다!”주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택란의 말을 믿었다.호명도 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지진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들을 귀찮게 한 정도로 끝날 테지만, 정말 지진이 발생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게다가 약도성의 백성들은 조정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더 미움을 사도 중요하지 않다.일행은 즉시 돌아가 병사들을 소집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백성에게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백성은 역시나 원치 않았다.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주가 단호하게 명령한 일이었기에, 백성들은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그러나 문제는 강제로 밖으로 끌어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떠난 후 많은 백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게다가 일부 폭도들은 이를 계기로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며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다.부분 병사가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마을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조정을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고 여인도 적은 곳이라, 이곳 남자들은 혼사도 치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었고, 금나라의 선동이 더해져 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이 몇몇 마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병사들이 징과 북을 울리며 백성을 깨우자, 폭도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0여 명의 병사들이 이들에게 압도당해 심하게 얻어맞았다.결국 병사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약도성에서 대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 만 명 정도였다. 대부분 병사가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조정이 백성을 괴롭힌다고 욕하며 약도성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에 주 아가씨가 분노를 참지 못해 말했다.“성주께 말씀드려서 집을 전부 불태워버리자고 해야겠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호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119화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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