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가자고 권하고 싶어도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 데이터로 증명할 길이 없고, 가자고 하지 않으면 살 수 있는 약간의 희망조차 사라진다. 그때 소요공이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 “주대유 말은 신경쓰지 말아요. 주대유가 안 가면 제가 묶어서 가면 되니깐요. 태자비 마마, 우리에게 말한 이 계획에 몇 명이나 데리고 갈지, 어떤 능력을 가진 자가 필요하고 길은 얼마나 멀며 얼마나 거기 있어야 할지 모든 것이 준비되면 바로 출발합시다.”원경릉이 소요공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가는 건 많이 갈 필요 없어요. 제가 원래 결정한 것으론 저와 주재상 두 사람만 가고 다른 사람은 전부 데려가지 않는 겁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어떻게 두 분이서만 가십니까?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했잖아요? 무공하실 수 있으세요? 자신도 보호하지 못하시면서 주대유까지 보호하실 걸 어떻게 기대하겠어요.” 소요공이 바로 반대했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전 반드시 가야해요.”태상황은 원경릉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읽고 의문을 가졌다. “왜 넌 가야하지?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건 너도 길을 모른다는 거잖아. 네가 지도를 그려주면 우리가 가면 그만이야. 넌 갈 필요 없지. 아직 한달도 안된 아이를 떼놓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야?!”일이 이렇게 된 이상 원경릉도 숨길 필요없다는 생각에 우문호에게 눈치를 주고는 말했다. “제가 꼭 가야 하는 이유는 제가 길을 알아서가 아니라, 만약 가지 않으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에요.”태상황의 안색이 변하며 원경릉을 홱 돌아보더니 경악과 걱정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어떻게…..?”원경릉은 태상황이 걱정하는 걸 알고 눈물이 터져서, “저.... 저도 전에 머리를 다친 적이 있어서 재상이랑 같은 상황이에요. 머리에 피가 고이고 없어지지 않아서 약을 먹어도 소용없고 그곳에 가서 저 사람들의 치료
그러자 태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싸울 필요 없어. 과인은 이미 마음을 정했네. 이번 출타는 우리 셋이 같이 가는 것으로 하고 아무도 안 빠뜨릴 거야. 정말 위험을 만나면 우리 셋이 같이 죽으면 돼.”“안 됩니다!” 주재상이 급히 반대하며, “그럴 가치가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둘다 따라 오지 마세요.”“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니야? 너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태자비 마마를 모시러 가는 거야.” 소요공이 말했다.한편, 원경릉은 눈만 멀뚱멀뚱 뜨며 싸우는 것을 가만히 구경했다. ‘뭐? 지금 저들을 우르르 다 데려가야만 하는 건가? 왜 정작 모두를 데려가야하는 내 뜻은 안 물어보는 거지?’잠시 후, 원경릉이 태상황에게 말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갈 필요는 없어요. 저랑 재상이......”태상황이 원경릉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조용히 해,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이 말에 우문호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어라... 그럼 원 선생이 지금 저 셋을 데리고 가야 하는 거야? 그럼 원 선생 책임이 너무 막중할텐데.’주재상은 두 사람의 뜻을 차마 꺾지 못해 말 없이 한숨만 쉬었다. “자네들이 간다고 하면 희야도 분명 따라 나설 텐데? 어떻게 희야를 나랑 같이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나? 아이고, 내 말 좀 들어. 안 가면 안 되나?”“안 돼. 희야가 가는 게 싫으면 우리가 이번에 가는 여정이 위험하다고 알리지 않으면 되잖아. 그냥 태자비를 데리고 병 치료하러 간다고. 우리는 호위하러 따라가는 거고. 초왕부에 와서 애들 보라고 해.” 소요공이 말했다.“다 안 먹힌다니까......” 태상황이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다. “됐어, 더 언급할 필요 없으니까 이렇게 정해진 것으로 해.”“하지만......”“시끄러워!” 태상황이 또 주재상을 째려보고는 원경릉에게 물었다. “언제 출발하지?”원경릉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원래는 오늘 밤 출발하려 했습니다.”“그럼 원래대로 오늘 밤에 출발해. 다른 건 됐고, 오늘밤 유시(
초왕부로 돌아오니 집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오늘 일찍 탕양이 사람을 시켜 왕야들 집에 서신을 보내 태자비 마마가 곧 멀리 출타하실 예정이라 오늘 점심 연회에 모두를 초대한다고 알렸다. 이 소식은 바람 같이 퍼져 모두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지만 일을 제치고 왔다. 심지어 정화군주까지 아이들을 떼어놓고 서둘러 달려왔다.여러 왕야들과 왕비, 냉대인, 홍엽, 이리 나리 부부, 소홍진과 박원, 구사 부부, 전진장군과 사촌 소형까지 왔다.탕양이 정후부에도 사람을 보내 정후부 노마도 오셨다.노마는 걱정이 되어 원경릉과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 어디를 간다는 것이지?”원경릉은 할머니 곁으로 와서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출타하면 돌아올 때까지 한 달이 될 지, 일 년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지는 않으니 걱정 마세요. 전 그냥 주재상을 모시고 치료하러 가는 것으로 치료 마치면 돌아올 겁니다.”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물었다. “어디서 치료한다는 거야? 동서가 재상을 치료할 수는 없어?”“재상의 상처가 심해서 다시 실명한 상태로 할 수 있는 방도는 벌써 다 취했어요. 이제 사부님이 나서시는 수밖에 없습니다.”“사부님이라고?” 노마는 의아해 했다. 사실 자신의 손녀가 의술을 아는 일도 이전부터 계속 기이하게 여겨왔으나 오래 살다보니 별별 일이 다 있는 지라 기연을 얻어 하늘에서 은사로 받았다 생각하고 더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원경릉 얘기를 듣고 나니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사부님께서 연로하셨고, 지금 외딴 곳에 계셔서 저 아니면 아무나 쉽게 만나주지 않으세요. 그래서 제가 반드시 재상을 데리고 가야 해요. 그리고 꼭 사부님께서 재상을 낫게 하시도록 할 겁니다.” 원경릉은 이렇게 말하는 자신에게 감탄해 마지 않았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하다니!원경릉이 일어나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모두의 눈빛을 뒤로 하고 웃으며 말헀다.
“미친 거 아니에요?” 원경릉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홍엽이 대꾸했다. “내가 이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요? 저는 꼭 갈 겁니다.”원경릉이 역정을 냈다. “어디 쓸모가 있다고 가는 데요? 그냥 혼란만 주는 거잖아요? 솔직히 이번에 가는 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는데 그냥 우리랑 같이 죽을 거예요? 괜히 설치지 말아 줄래요? 원숭이에게 관심 많은 거 알아요. 그러니 만약 제가 돌아올 수 있다면 원숭이에게 잔류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거 도와드릴게요. 원숭이를 살릴 수 있으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거고요.”홍엽이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니? 이번에 가는 게 위험한 겁니까?”원경릉은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안에서 기쁜 얼굴을 가장해 왔지만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충동이 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위험하지 않으면 왜 다들 가자고 안 하겠어요? 지금 사람들과 잘 이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완전히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니까.”원경릉의 다소 센 말에 홍엽이 당황했다. “위험한데 왜 꼭 가야 하죠?”그러자 원경릉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햇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만약 제가 안 가면 저도 살 수 없어요. 전 원숭이랑 같은 상태예요. 원숭이도 죽을 거고, 저도 죽을 거예요.”“당신....당신은 죽으면 안 돼요.” “저야 말로 죽기 싫어서 이렇게 시도를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당신을 데리고 갈 수 없어요. 당신은 목적성이 강하니까 정말 가고 싶으면 태자를 찾으세요. 그럼 방법이 있을 거예요.”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알았어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죠.”원경릉은 결국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우문호가 나와서 두 사람이 복도 끝에서 대화하는 것을 보고는 얼른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원경릉이 눈가를 닦으며 답했다. “아무 것도
초왕부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떠돌고 있었으나 가식적인 웃음 뿐이었다. 다들 ‘주재상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가는 거면 왜 원경릉 본인이 직접 가야만 하는거지?’, ‘사부님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 거면 원경릉은 주재상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 되는데 왜 굳이 계속 기다리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경릉의 변명은 누가 들어도 억지스러웠다. 심지어 한 달도 되지 않는 아기를 떼놓고 가다니. 이 정도면 확실히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하지만 원경릉이 계속 웃고 있으니 모두 장단을 맞춰 같이 웃는 수밖에 없었다. 동서들은 마지막에 접객실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매사에 덤벙거리며 세심함이라고는 없는 손 왕비조차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흘러내리자 얼른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얼른 돌아와야 해. 난 동서가 이렇게 오래 없는 게 아무래도 낯설어.”이 말에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던 마음의 줄이 끊어지듯 이별의 슬픔으로 휘감겼다.원경릉은 괴로웠다.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얼굴에 미소도 점점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눈물이 떨어지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마치 자기최면이라도 걸 듯이 말했다. “전 반드시 최대한 빨리 돌아올 거예요. 반드시!”“기다리고 있을게.” 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우리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동서들도 너도나도 말했다.원경릉이 동서들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그리고 원경릉이 차례로 한 마디씩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데, 손 왕비에게는, “앞으로 둘째 아주버님을 게속 원망만 하지 마세요. 평범도 좋고 말다툼을 해도 좋고, 결국 아주버님은 형님 곁으로 돌아오시잖아요. 형님이야 말로 알찬 거죠.” 요 부인에게는, “혼례식에는 참석하지 못 할 것 같지만 훼천을 믿어 봐, 늘 요 부인을 지키고 아껴줄 게 분명하니까.” 원용의에게는, “줄곧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하는 거 알아, 일곱째 아주버님 휴가 때 가. 미루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최대한 해야지. 청춘을 배신하지 말고!”사식이에게는, “힘껏 서일
출발 전에 원경릉은 할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며 할머니를 위로하고 나서야 드디어 계란이를 보러갔다. 계란이를 안으며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볼을 만졌다. 젖을 듬뿍 먹은 아이는 순하고 천진난만했다. 천사처럼 눈을 깜박이며 엄마를 바라보는게 세상에 호기심이 충만한 모습이었다.이렇게 달콤한 아가가 불 속성일리는 없을 것이다. ‘아쉬워, 아쉬워, 너무 너무 아쉽다…’우문호가 조용히 들어와 눈동자에 어린 슬픔을 억누르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마차 준비 다 됐어.”원경릉은 계란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미련이 가득한 얼굴 아이를 내려놓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마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고 초왕부 문 앞으로 보는데 돌계단, 대문, 문에 박힌 구리 못, 문 앞에 두 마리 사자상, 그리고 돌계단 옆 바닥에 낀 이끼까지. 익숙한 장면들이 보이자 원경릉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쉬운 마음이 어디 사람한테만 있을까? 초왕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 벽돌 하나도 다 미련과 아쉬움의 대상으로 원경릉의 마음속에 초왕부는 예전부터 고향이었다.사람들이 북적이는 큰 길, 나부끼는 상점, ‘집복당이요’, ‘덕복루요’라며 장안 거리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 싱글벙글한 사람들의 얼굴, 긴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원경릉은 문득 다바오가 떠올랐다. 다바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는데 어쩌면 앞으로 다바오를 못 본다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안고 조금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껴안으며 슬픈 분위기는 이로 말할 수 없었다.밖에서는 서일이 말을 몰았는데, 출타의 진실을 알고 문을 나서면서부터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많은 일이 지나갔다. 매 순간 태자비 마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서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이랴!”라고 소리치며 사무치는 슬픔을 감췄다.성을 나갈
소요공이 얼른 말했다. “에이, 아니야. 축하연 모닥불에서 막 술에 취해서 얘기했잖아, 무슨 시공간에서 만든 전차말이야, 사부님이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 안 나?”태상황이 놀라서 소요공을 보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축하연 때 태상황은 대취했었다.하지만 재상은 다 기억하고 있어서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들었다. “난기억나. 거기 아가씨는 팔 다리를 내놓은 옷을 입는다고 했지.”“아!” 태상황은 이 말을 들으니 확실히 형수님이 술에 취했을 때 이 얘기를 아무렇게나 했던 것이기억났다. 하지만 태상황은 웃음을 지었다. “그건 형수님이 멋대로 지어내신 말이야. 술에 취하시기만 하면 창작능력이 막 폭발하시잖아.”“아냐, 난 사부님을 믿어. 사부님이 말씀하신 건 분명 진짜야. 그 시공간 나라는 우리와 거리가 아주 먼데, 거길 가려면 아주 멀고 먼 길을 가야한다고 하셨어.” 소요공이 아이처럼 신이 난 듯 말하고는 원경릉 쪽으로 홱 돌아보고 물었다. “맞지?”원경릉은 원래 굉장히 진중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는데, 어르신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모두 다른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이미 어렴풋이 가진 듯 했다. 하지만 저들에게 시공간이란 그저 어떤 나라 이름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즉, 그들에게 시공간이란, 어떤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이름이 ‘시공간국’이라는 의미와 같았다. “그렇다고 치죠!” 원경릉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했다.“어쩐지 그 나라를 가기가 이렇게나 어려웠다니. 북당과 무역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게 경호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군.” 소요공이 탄식했다.주재상과 태상황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한참 생각하다가 한 마디 물었다. “그럼 그 나라 황제는 누구야? 성은 뭐지?”원경릉이 웃었다. “그 나라엔 황제가 없어요.”그러자 주재상이 화들짝 놀랐다. “황제가 없어? 황제가 없으면 누가 천하를 다스리지? 그건 법과 질서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관리하는 사람은 있
원경릉은 얼른 우문호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올렸으나 우문호는 사실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계란이를 기화에게 제자로 팔아 버린 일을 아직 제대로 따지기 전이기 때문이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좀 도와주지.”“에?” 원경릉은 좀 의외라고 생각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가 어디로 가는지는 어떻게 아신거죠..?”“누군가가 명령을 내리며 너희가 가는 걸 도와주라고 하더군.” 안풍친왕비가 답했다.“누가요?” 원경릉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자 만두가 바로 옆에서 대신 답했다. “주진이 그랬어요. 큰 증조할머니의 아빠가 라진이시라고.”안풍친왕비가 웃으며 만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똑똑하군!”원경릉은 정말 누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그 자리에 신뢰감이 상승했다. 그 중 우문호가 가장 기뻐하며 얼른 가서 예를 취했다. “큰 할아버지, 큰 할머니, 그럼 전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최선을 다할 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보증할 수가 없네.”소요공이 곁에 있다가 안풍친왕비에게 물었다. “사부님, 저희가 이번에 가는 곳이 전에 말씀하셨던 시공국이 아닌지요?”“그렇게 옛날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게야?” 안풍친왕비가 다소 놀라워하며 말했다.“기억하죠. 사부님이 하신 한 마디, 한 마디 다 기억하고 말고요!” 소요공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풍친왕비가 소요공을 흘끔 보고는 한 마디 했다. “때론 너무 똑똑히 기억하는 것도 좋지 않아. 적당히 어슴푸레한 게 복이야.”소요공이 웃었다. “그렇긴 하네요.”다들 모이자 다시 앞으로 나갔다. 도장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상당히 저물어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중이라 해와 달이 동시에 하늘에 걸친 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모두 무심하게 하늘을 감상하고 도장의 도사와 인사를 나눈 뒤 경호로 갔다.해질녘 경호는 경치가 각별했는데 푸른 호수는 마치 짙고 푸른 옥 같고, 소용돌이는 옥에 있는 문양 같았다. 소용돌이 하나씩 원을 그리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