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51화

작가: 유애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은 두 사람

“난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꿈같아.” 원경릉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며, 사실 하나도 진짜 같지 않다고.

“그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우문호가 중얼거렸다.

꿈만 같다 뿐이겠는가? 거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우문호의 손이 원경릉의 배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너 전에 아바마마한테 그랬었지, 일년 안에 손자를 낳아서 안겨드리겠다고.”

그건 대충 지어낸 말이었다.

“자식은 하늘이 주시는 거라, 가지고 싶다고 가지는 게 아니야.” 원경릉은 이렇게 말하며 사후 피임약을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 상자에 있어야 할 텐데.

“그래, 가지고 싶다고 가지는 건 아니지.” 우문호가 말했다. 자식을 원하는 걸까? 물론 원한다.

다름 아닌 이 꿈이 계속 되길 위해서 말이다.

결국 두 사람은 일어나기 싫어서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기상궁과 녹주가 이리로 와서 시중을 들고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특히 녹주는 호기심이 가득해서 침대를 흘깃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엉망진창이지 생각했다.

그러다 바로 기상궁에서 머리를 한대 쥐어 박히고, “어서 가서 아침상 안들이고 뭐해?”

녹주는 ‘에’하더니 바로 나갔다.

아침을 먹으며 원경릉이 우문호를 흘끔 보고: “서일 있잖아……”

“기라!” 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탕양에게 서일 다시 돌아 오랬다고 전해라.”

“예!” 기라가 감동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서일이 비록 좀 모자란 녀석이지만 서일이 있을 때가 역시 유쾌하고 활기찼다.

우문호는 손에 들고 있던 계화꽃떡을 원경릉에 입에 밀어 넣으며, “먹어.”

“배불러.” 원경릉은 아침을 별로 먹지 않는데다 어젯밤 수면까지 부족해서 식욕이 전혀 없다.

“좀더 먹어, 너무 말랐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볼을 꾹 누르더니, “이 얼굴로 사람 만날 수 있겠어.”

원경릉이 우문호를 째려보며, “남 얘기할 형편이 아닐 텐데?”

전에는 고양이가 할퀸 상태였지만 지금은 엉망진창이다.

우문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만약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52화

    회왕의 호전오늘은 우문호와 구사가 같이 원경릉을 회왕부까지 데려다 주었다.두사람이 찰싹 붙어 있는 모습에 구사가 눈을 흘겼다.“보아하니 오늘 밤엔 내가 모시러 오지 않아도 되겠네?” 구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맞아, 오늘은 내가 데리러 올 거야. 넌 네 일 봐라.” 우문호가 말했다.구사는 한가했지만 오늘 얼굴로는 사람을 만나긴 글렀으니 조용히 숨어 지내는 수밖에.두 사람이 같이 마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문호는 시시콜콜 잔소리를 한다. “오늘 꼭 좀 쉬어. 회왕부에는 사랑채가 많으니까 하나 내 달라고 해서 적어도 한 시진 이상 두 시진정도는 자야 돼, 알았지?”“알았어. 걸으면서 내내 잔소리 잔소리.” 원경릉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우문호를 쳐다봤다.“좋아, 잔소리 그만 할게, 대신 잊지마.” 우문호는 씩 웃었다. 사실 좀 잔소리긴 했다.회왕은 초왕 부부가 같이 오는 것을 보는 게 실로 오랜만이었다. 며칠동안 같이 집에 있는 것도 본 적이 없다.마지막으로 본 게 둘이 싸우는 모습으로 그 뒤로 원경릉이 한동안 돌부처 같이 꼭 할말 아니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오늘 고분고분 원경릉에게 마스크를 가져왔는지 묻자, 원경릉이 건네 주며, “며칠 지나면 할 필요 없어요, 보름 전후로 전염성이 떨어져서 거의 문제가 안 되거든요.”우문호가 기뻐하며, “그러니까 여섯째 병이 나았다는 뜻이야?”“여전히 계속 치료해야 해요. 적어도 6개월은 약을 끊어서는 안돼요.” 원경릉은 예전처럼 청진기를 꺼내 회왕을 진찰했다.“6개월 후에 죽는다고 해도 남는 장사네요.” 회왕이 알아서 옷을 걷어 올렸다. 하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다음 행동이 나온다.“말도 안되는 소리.” 우문호가 혼을 냈다.노비가 웃으며 들어와, “맞아, 입을 틀어막던가 해야지, 종일 헛소리나 지껄이는구나.”우문호가 얼른 일어나, “노비마마를 뵙습니다.”노비는 웃음 띤 얼굴로 흐뭇해 하며 우문호에게, “넌 이렇게 바쁜데 동생을 보러 와줬구나, 정말 고맙다.”“가

  • 명의 왕비   제 253화

    차도가 생긴 회왕, 기왕비가 회왕에게 한 말처음 원경릉이 여섯째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봤을 때, 그게 무슨 독약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지금에서야 그것이 생명을 구하는 양약임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물론 노비도 은혜로 사리분별이 흐려지진 않아, 원경릉과 초왕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다.“기왕비가 요즘 통 안 오는구나.” 노비가 문득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도 들지 않고: “전 하나도 안 그립네요.”“듣자 하니 아프다 던데.” 노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파요?” 원경릉이, “무슨 병이에요?”노비는 고개를 흔들며, “그건 모르겠구나. 원래 어제 황후에게 문안인사를 가기로 했는데 기왕비는 못 갔다며, 진비 말로는 아파서 입궁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어제는 15일로 법도에 따라 왕비들은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한다.원경릉은 회왕의 병을 치료하고 있어 황제 폐하께서 면해 주셨다.기왕비에 대해 언급하자 모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데 특히 노비는 욕이 나왔다.회왕이 얼굴을 찌푸리며, “어마마마, 됐습니다. 그만 하세요. 벽에도 귀가 있다지 않습니까.”회왕은 참는 게 습관이 된 사람으로, 최대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했다.“됐다고?” 노비는 콧방귀를 뀌며 회왕에게: “아직 에미에게 사실대로 말을 안 하는데, 기왕비가 도대체 네 앞에서는 뭐라고 했니?”“다 지난 일이니 다시 언급하지 마세요. 저도 이제 정신이 멀쩡합니다.” 회왕은 약이 서서히 자신의 몸에 들어오자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오래 병석에 있으면 확실이 정신이 멍해지기 쉽다.다행히 다섯쨰 형수는 회왕이 멍하다고 포기하지 않았다.원경릉은 바늘을 빼고 회왕에게: “사실 저도 알고 싶어요, 기왕비가 도대체 뭐라던가요?”원경릉은 기왕비의 말하는 수법을 알고 싶었다. 기왕비 이 여자는 파악이 쉽지 않다.어쩔 때는 경박하게 느껴지고, 어쩔 때는 후안무치 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또 어쩔 때는 친절하고, 어쩔 때는 염치도 없다.원경릉까지 이렇게 얘기하니 회왕은 어쩔

  • 명의 왕비   제 254화

    회왕의 식중독원경릉이 나가서 노비와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다.“지금 눈으로 보기에 왕야의 병세가 호전되었기에 특히 드시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절대로 누군가 수작을 부리게 해서는 안됩니다.”“누군가 회왕에게 손을 쓸 것 같은가?” 노비가 물었다.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단언하기 어려우나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오늘 기왕비가 어제부터 아프다는 얘기를 노비에게 듣고 마음속으로 왠지 불안감이 싹텄다.기왕부부가 황위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사람은 다 안다.그들은 지금 우문호가 경조부 부윤의 위치에 있는 관계로 원경릉이 이번에도 회왕을 낫게 해서 공을 세울 까봐 지켜보고 있다.그래서 기왕부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회왕과 맞서고 회왕이 독에 당해서 죽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원경릉의 약에 독이 들었다고 지목해서 원경릉이란 주치의를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노비는 지금 원경릉을 매우 신뢰하고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으므로, 사람을 시켜 반드시 회왕의 식사를 각별히 예의주시하도록 했다.하지만 오후에 회왕은 아무 이유 없이 복통, 구토와 두통을 일으켰다. 이는 식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이다.다행히 약상자가 협력해서 생리식염수로 위 세척 후 회왕은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이번에 고생하며 회왕은 정말 죽다가 살아난 거나 다름 없었다.노비는 격노해서 사람을 시켜 철저하게 조사했다.하지만 회왕의 음식은 모두 노비 신변의 사람의 손을 거치고 이들은 노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회왕부 가신이 말하길: “음식재료에 독을 탔을 가능성이 있고, 재료는 매일 일정하게 밖에서 사오기 때문에 만약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노비는 오늘 들여온 음식재료를 검사하니 음식 재료는 문제가 없고 대신 살코기 한 덩이가 맛이 변해 있었다.요즘 날씨가 춥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는 아니라, 이렇게 빨리 맛이 변할 리가 없다.역시 누군가 수작을 부렸다.그러나

  • 명의 왕비   제 255화

    회왕의 찬합과 함께 귀가하는 밤길사실 기왕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황제일 텐데 왜 황제는 나서서 저지하지 않을까?만약 황제가 관여할 경우, 기왕이 이렇게 방자하게 굴지는 못할 것이 틀림없다.설마 황제의 의중이 정말 기왕에게 쏠린 것일까?그렇다면 다른 친왕들은 어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자기도 모르게 걱정에 쌓였다.황제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구나.원경릉이: “둘째 아주버님, 아바마마께서는 마음에 정해두신 바가 있으시겠지요?손왕은 어쩌다가 뜻밖의 견해를 내놓았는데 들어도 무방하다.손왕은 고개를 저으며, “모르지, 아바마마의 심중을 누가 헤아릴 수가 있겠어? 하지만 나에 대해서라면 아바마마께 혼나지만 않아도 천지신명에게 감사할 일이지.”하긴 그렇다. 황실 집안에서 뚱뚱한 먹보 역의 손왕은 분명 한심한 존재다.손왕은 장조림 한 덩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그게 딱 마지막 남은 거다. 원경릉은 조금만 먹었고, 나머지는 전부 손왕이 싹 비웠다.“드세요, 전 다 먹었어요.” 원경릉은 손왕이 더 먹고 싶어하는 걸 알고 말했다.손왕은 눈을 부릅뜨더니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만 먹을래, 살 빼야지.”“정말 그만 드세요?” 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손왕은 다시 한번 쳐다보고 여전히 느릿느릿 고개를 흔들며, “정말 안 먹어, 나도 한번 한다면 해.”손왕은 즉시 사람을 시켜 내가게 했는데, 다시 보면 못 참고 먹을 것 같기 때문이다.손왕은 자신의 식욕을 제어하고자 했다. 사람이 자신의 식욕을 제어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다.밥을 먹고 원경릉은 마당에서 잠시 노닥거려도 여전히 우문호가 마중을 오지 않았다.구사도 오지 않았는데 구사는 오늘 오지 않는다고 아침에 얘기했다.거의 해시(밤 9시~11시)까지 기다리자 서일이 당도했다. 서일은 원경릉을 보고 자신이 왕야를 곁에서 다시 모실 수 있도록 사정해 준 것에 천만번 감사하며 큰 절이라도 올릴 자세다.원경릉은 서일의 말을 끊고, “왕야는?”“왕야께서는 바로 오시기 힘

  • 명의 왕비   제 256화

    마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손왕이 손을 뻗어 장막을 걷어 올리고 나오려고하자 서일이 이를 막아섰다.“나오지 마십시오. 문제가 생겼습니다!”손왕이 내밀었던 머리를 안으로 집어넣자마자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와 서일의 귓바퀴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서일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이 화살은 그의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다.“자객이 있다!”서일이 급하게 머슴에게 마차를 몰라고 지시하고는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실을 막았다. 원경릉은 자객이라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회왕을 죽이려면 독약을 쓰는 방법 말고, 회왕을 치료하는 나를 죽이는 방법도 있겠구나…….’하루 종일 따라다니던 찜찜한 기분이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원경릉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적들이 회왕의 목숨뿐 아니라 그녀의 목숨도 노리고 있었다. 자객은 얼굴을 노출하지 않은 채 화살을 쏘아댔다. 서일은 화살의 개수와 속도를 보고 세 명 정도의 자객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달리는 말이 화살에만 맞지 않는다면 적들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낀 말들이 울부짖더니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고 이내 마차가 뒤집혔다.희상궁은 온 힘을 다해 원경릉을 끌어안았다. 몸이 무거운 손왕은 뒤집힌 마차에서 발버둥을 쳤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원경릉이 손왕을 부축하려고 하자 화살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와 원경릉의 다리에 박혔다.주변은 캄캄했고, 마차 안에 등도 이미 꺼져버렸다. 이대로 조용히만 있으면 적들은 이들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원경릉은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도중 화살이 또 한 발 날아와 그녀의 어깨에 꽂히자 원경릉은 끝내 소리를 질렀다. 희상궁은 두 발의 화살을 맞은 원경릉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서일은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돌진하며 “희상궁님 어서 왕비님을 데리고 가세요!” 라고 소리쳤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이 붙은 화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손왕이 화살을 두 발이나 맞은 원경릉을 부축하려

  • 명의 왕비   제 257화

    “전 괜찮아요……. 가서 손왕 전하의 상태를 살펴봐주세요.” 원경릉이 말했다.그녀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우문호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울먹였다. 그녀는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며 괜찮다고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머릿속에는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난생처음 겪는 느낌에 너무 무서웠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아 마차에 싣고는 미친 듯이 달렸다. 그녀는 화살에 맞은 곳이 아파서 혼절할 것만 같았다. 이런 원경릉을 보고 있자니 우문호는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땀에 흠뻑 젖은 머슴이 관아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초왕비가 암살을 당했다고 말한 순간, 우문호는 눈앞이 핑 도는 기분이었다. 그가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말을 타고 나가려고 하자 심복이 그에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라며 마차 안에 그를 태웠다. 머슴이 말한 장소에 도착하자 피 칠갑이 된 원경릉이 보였다. 그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회왕부에서 떠날 때, 그녀가 그를 보며 지었던 미소가 떠올랐다.“잠들면 안 돼. 집으로 가자……” 그는 울먹이며 그녀를 안아들어 마차에 실었다. 손왕의 상태도 매우 위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문호는 그까지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왕부에는 본래 어의가 있었지만 요 며칠 사이에 모든 어의들이 궁으로 돌아간 상태이기에 서일은 밤새 달려 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궁문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고, 늦은 시간이라 궁문 수장이 통보하려 하지 않자 달리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구사를 찾아갔다.서일의 말을 들은 구사가 깜짝 놀라 급히 말을 타고 당직을 서지 않는 어의부로 갔다. 어의부에 도착한 구사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오늘 당직을 서지 않은 어의들이 모두 구토와 설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의원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것 같다

  • 명의 왕비   제 258화

    그녀의 머릿속에는 의식이 또렷했다.‘손왕의 상태는 어떠려나? 그리고 내일 회왕에게 약을 투여해야 하는데, 주사는 아니더라도 약은 꼭 먹어야 할 텐데……’그녀는 회왕부에서 나오면서 여분의 약을 남겨두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남겨두었다고 해도 그녀가 살아있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회왕은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그럼 회왕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은 어깨와 다리에 화살을 맞았을 뿐인데 왜 온몸이 아픈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입 밖으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이 없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우문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떨렸기 때문이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왕야 따듯한 물 가져왔습니다.” 기상궁이 손을 덜덜 떨며 물을 건넸다. “이리 줘. 본왕이 하겠다!” 우문호가 말했다. 원경릉의 얼굴에는 손왕의 피가 잔뜩 튀어있었다. 희상궁이 말하길 손왕이 원경릉을 구하지 않았다면 화살이 그대로 그녀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라고 했다.기상궁은 수건을 가져와 우문호에게 건넸다. 그는 수건을 물에 적신 후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는 이미 응고된 상태였다. 그는 그녀가 아플까 세게 닦아내지 못하고 살살 문질렀다. 원경릉이 비록 의식을 잃었지만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고통스러워했다.‘이렇게 마르고 약한 그녀가 어떻게 두 발의 화살을 맞고도 견딜 수 있을까?’“구사와 서일은?”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탕양은 구사와 서일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으니 곧 자객들의 신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본왕은 진실을 원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배후도!” 우문호의 눈이 반짝였다.“예!” 탕양은 대답을 하고는 왕비의 상태를 힐끗 보며 저러다 죽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왕비와 왕야가 서로 마음을 분명히 한지 겨우 하루

  • 명의 왕비   제 259화

    우문호는 원경릉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그녀를 보니 그의 마음이 아려왔다. 명원제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능력 있는 며느리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은근 마음이 쓰였다.“구사는? 짐이 아침저녁으로 이리로 오라고 하지 않았나?”명원제는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에 우문호는 “부황, 소자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소자가 그녀를 보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그럴 수가 있느냐! 이는 엄연한 직무태만이다!” 명원제가 노하였다.명원제가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우문호는 원경릉이 깰까 걱정이 되었다. 그는 속으로 부황이 이곳에 있어도 도움이 안 되니 빨리 갔으면 했다. 원경릉은 소용돌이 밖에서 천둥이 번쩍번쩍 치는 듯한 느낌에 고막이 아팠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리는 큰 소리가 덕분에 검은 소용돌이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게 되었다. 소용돌이 위에 떠있던 생각들도 천천히 정리되어 제자리를 찾는듯한 느낌이었다. “왕비가 움직이셨어요!”기상궁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화를 내던 명원제도 잠시 멈추었다. 우문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꼭 쥐어져있던 그녀의 두 손이 방금 전보다 느슨해져있었다. 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우문호가 보였다.“일어났어? 많이 아프지?”원경릉은 눈알을 굴릴 힘도 없어서 그저 그를 바라만 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둘째 아주버님…….”이라고 말했다.“둘째 형님은 괜찮다.” 우문호는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감이 왔기에 재빨리 대답했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회왕…… 약……”이라고 말했다.“그는 괜찮을 거다. 너는 어때? 아직도 아프지?”우문호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파……” 원경릉은 온몸이 두드려맞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약 상자에서 진통제를 꺼내 직접 주사하고 싶었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이전에 곤장을 맞았을 때에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에 눈물이 쉴 새 없이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 명의 왕비   제3210화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209화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 명의 왕비   제3208화

    한편, 안왕과 위왕은 이미 명월전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부하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려왔기에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몸 전체가 먼지투성이였다.하지만 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바로 궁에 들어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혼 연회가 예정보다 앞당겨 열리게 되었다고 했다.그들은 의아해하며 금나라가 막무가내라고 투덜거렸다. 처음에는 혼례라더니, 이제는 정혼식이라 하고, 심지어 약속했던 날도 지키지 않고 앞당겼으니 말이다.혼사라는 중대사가 이렇게 어린아이 장난처럼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신부가 북당 사람이니, 그들은 신부의 친정과도 마찬가지였기에 금나라의 일정을 따르며, 금나라의 계획을 지지하는 것이 맞았다. 다른 나라 사절들이 함께 있었기에, 그들은 무관의 신분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친구를 사귀고 주변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다섯째가 특별히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나라의 사신을 만나면 국사를 논하지 않더라도, 상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라고 말했었다. 장사는 대화로 시작되는 일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결국 성사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비록 처음에 다섯째의 이런 태도가 약간 뻔뻔하다고 느꼈었지만, 지난 10여년간 나라 경제가 눈에 띄게 번영했다는 사실을 차마 부인할 수는 없었다.다섯째의 말처럼 경제를 앞서게 만들어 백성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한 덕분에, 돈이 끊임없이 북당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그들이 다른 나라 신하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황제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안왕과 위왕은 금나라의 황제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 젊은 황제는 올해 열여덟도 되지 않는 어린 나이라 들었다. 어린 나이에 유명한 진국왕을 몰락시켰으니, 얼마나 대단한 결단력과 꾀를 가졌을까?내시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밝은 황금빛 용포를 입은 젊은 황제가 시위에게 둘러싸여 등장했다.혼례복이 아닌 용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혼례를 올리는 것은 아닌 듯했다

  • 명의 왕비   제3207화

    세 사람은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그 중, 택란은 베일을 쓴 채 궁에서 준비한 마차에 올랐다.때마침 불이 하나둘씩 밝혀질 시간이라, 거리는 무척 떠들썩했다. 금나라 수도의 번화함은 약도성이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통행금지가 없어, 백성들이 밤늦게까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택란은 마차의 가림막을 살짝 들어 올려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장사에 열중하는 상인들, 주루나 주막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이런 활기 넘치는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그러고는 순간 어린 황제를 본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3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3년 사이에 자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니 말이다. 키도 훤칠해졌고 이제 얼굴도 아이 같은 모습이 아닌 한층 성숙하고 침착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약도성이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일들이 많았기에 당연히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다.한편, 금나라 황궁에서는 이미 정혼 연회의 준비를 마쳤으나, 중요한 두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안왕과 위왕이었다.북당의 두 친왕이 도착해야만 연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한편, 경천 황제는 내내 택란을 만나고 싶어 했다.지난 3년 동안, 그는 그녀와 재회할 순간만을 간절히 기다렸다.3년간 간절히 바랐던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들떴지만, 첫 만남은 너무도 중요했다.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정의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생생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그는 사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조정을 되찾아 그녀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물론 지금 그녀는 아직 어리기에, 혼담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 명의 왕비   제3206화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생각이 훨씬 개방적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행복이라 여겼기에 의식 자체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그래도 아버지의 아쉬움을 덜어주기 위해 현대에서 한 번, 즉위 후에 또 한 번 의식을 치렀다.주 아가씨는 객사로 돌아오자마자, 객사 일꾼에게 소식을 물었다.그러자 일꾼은 황제가 곧 혼례를 올린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했다.“혼례요? 정혼 아니었습니까?”“정혼? 정혼이라니? 그럼 이미 혼사를 올릴 나이가 되었는데, 어찌 바로 혼례를 하지 않다는 것이냐?”“그건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정혼한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미래의 황후가 북당 사람이 맞느냐?”일꾼이 말했다.“예. 북당 출신의 아가씨라고 합니다. 게다가 황제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들었습니다.“택란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경천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가 정말 은인의 언니라는 말을 믿다니 말이다.설사 그렇다고 해도 굳이 그녀와 혼례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혼사를 어찌 장난처럼 다룰 수 있단 말인가?택란은 경천 황제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저 정치적인 판단에서만큼은 어리석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택란은 원래 이틀 정도만 량주를 둘러본 뒤 바로 궁으로 들어가 알현할 생각이었지만, 아직 혼례 날짜가 다가오지 않았으니 며칠 더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궁으로 들어가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가 생명의 은인인 것을 알아차리면, 정혼식을 진행할지 말지 애매해질 것이기에, 택란은 며칠 동안 객사에 머물며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펴보는 한편, 참고할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그렇게 살펴보던 중, 주 아가씨가 정보를 알아보러 나갔다가 안왕과 위왕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칠 동안 다른 나라 사절들은 계속 장관에 묵고 있었는데, 택란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삼촌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 무렵 장관으로 갔다.그런데 도착하고 나서야 그들이 이미 황

  • 명의 왕비   제3205화

    량주는 금나라의 수도가 된 이후 지난 2년간 크게 발전했다. 또한,금나라와 북당이 우호적인 교류를 시작하면서, 북당 변방 도성의 백성들도 장사를 위해 많이 찾아왔다.이전에 택란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금나라에 왔었다. 하지만 그때의 량주는 지금처럼 북당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택란은 객사에 머문 뒤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폈다.여기도 어쨌든 금나라의 수도 아닌가!진국왕은 물러나기 전까지 나라를 잘 다스렸고, 특히 발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망이 지나친 탓에 늘 약도성을 되찾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그리고 동시에 북막을 두려워하기도 했다.경천이 즉위한 후, 광산 자원 개발 외에도, 그는 농경지와 산지를 개간하려고 노력했다. 금나라의 서북부에는 농사에 적합한 땅이 있었지만,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그는 북당의 다른 도성을 본받아 사람들을 개간지로 보내고 그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었다.나라가 상승세일 때, 그 분위기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백성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택란은 경천이 황제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기에, 그가 이끄는 금나라는 분명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발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에,그가 광산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다.택란은 이내 자신감을 얻었다. 궁에 들어가 알현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량주 백성들이 북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과거, 약도성과 량주의 관계는 다소 안 좋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나라가 약도성에 사람을 침투시켜 많은 폭동을 일으켰기에, 약도성 백성들도 그들을 매우 싫어했다.그렇기에 지난 2년간의 교류를 통해, 택란은 그들의 원한이 천천히 사라지기만을 바란 것이었다.이제 북당 쪽은 문제가 없으니, 량주 백성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택란은 물건을 사면서 점포 주인과 상인들에게 북당 약도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그 중, 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