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손왕이 손을 뻗어 장막을 걷어 올리고 나오려고하자 서일이 이를 막아섰다.“나오지 마십시오. 문제가 생겼습니다!”손왕이 내밀었던 머리를 안으로 집어넣자마자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와 서일의 귓바퀴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서일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이 화살은 그의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다.“자객이 있다!”서일이 급하게 머슴에게 마차를 몰라고 지시하고는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실을 막았다. 원경릉은 자객이라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회왕을 죽이려면 독약을 쓰는 방법 말고, 회왕을 치료하는 나를 죽이는 방법도 있겠구나…….’하루 종일 따라다니던 찜찜한 기분이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원경릉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적들이 회왕의 목숨뿐 아니라 그녀의 목숨도 노리고 있었다. 자객은 얼굴을 노출하지 않은 채 화살을 쏘아댔다. 서일은 화살의 개수와 속도를 보고 세 명 정도의 자객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달리는 말이 화살에만 맞지 않는다면 적들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낀 말들이 울부짖더니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고 이내 마차가 뒤집혔다.희상궁은 온 힘을 다해 원경릉을 끌어안았다. 몸이 무거운 손왕은 뒤집힌 마차에서 발버둥을 쳤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원경릉이 손왕을 부축하려고 하자 화살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와 원경릉의 다리에 박혔다.주변은 캄캄했고, 마차 안에 등도 이미 꺼져버렸다. 이대로 조용히만 있으면 적들은 이들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원경릉은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도중 화살이 또 한 발 날아와 그녀의 어깨에 꽂히자 원경릉은 끝내 소리를 질렀다. 희상궁은 두 발의 화살을 맞은 원경릉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서일은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돌진하며 “희상궁님 어서 왕비님을 데리고 가세요!” 라고 소리쳤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이 붙은 화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손왕이 화살을 두 발이나 맞은 원경릉을 부축하려
“전 괜찮아요……. 가서 손왕 전하의 상태를 살펴봐주세요.” 원경릉이 말했다.그녀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우문호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울먹였다. 그녀는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며 괜찮다고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머릿속에는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난생처음 겪는 느낌에 너무 무서웠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아 마차에 싣고는 미친 듯이 달렸다. 그녀는 화살에 맞은 곳이 아파서 혼절할 것만 같았다. 이런 원경릉을 보고 있자니 우문호는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땀에 흠뻑 젖은 머슴이 관아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초왕비가 암살을 당했다고 말한 순간, 우문호는 눈앞이 핑 도는 기분이었다. 그가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말을 타고 나가려고 하자 심복이 그에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라며 마차 안에 그를 태웠다. 머슴이 말한 장소에 도착하자 피 칠갑이 된 원경릉이 보였다. 그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회왕부에서 떠날 때, 그녀가 그를 보며 지었던 미소가 떠올랐다.“잠들면 안 돼. 집으로 가자……” 그는 울먹이며 그녀를 안아들어 마차에 실었다. 손왕의 상태도 매우 위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문호는 그까지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왕부에는 본래 어의가 있었지만 요 며칠 사이에 모든 어의들이 궁으로 돌아간 상태이기에 서일은 밤새 달려 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궁문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고, 늦은 시간이라 궁문 수장이 통보하려 하지 않자 달리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구사를 찾아갔다.서일의 말을 들은 구사가 깜짝 놀라 급히 말을 타고 당직을 서지 않는 어의부로 갔다. 어의부에 도착한 구사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오늘 당직을 서지 않은 어의들이 모두 구토와 설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의원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것 같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의식이 또렷했다.‘손왕의 상태는 어떠려나? 그리고 내일 회왕에게 약을 투여해야 하는데, 주사는 아니더라도 약은 꼭 먹어야 할 텐데……’그녀는 회왕부에서 나오면서 여분의 약을 남겨두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남겨두었다고 해도 그녀가 살아있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회왕은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그럼 회왕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은 어깨와 다리에 화살을 맞았을 뿐인데 왜 온몸이 아픈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입 밖으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이 없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우문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떨렸기 때문이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왕야 따듯한 물 가져왔습니다.” 기상궁이 손을 덜덜 떨며 물을 건넸다. “이리 줘. 본왕이 하겠다!” 우문호가 말했다. 원경릉의 얼굴에는 손왕의 피가 잔뜩 튀어있었다. 희상궁이 말하길 손왕이 원경릉을 구하지 않았다면 화살이 그대로 그녀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라고 했다.기상궁은 수건을 가져와 우문호에게 건넸다. 그는 수건을 물에 적신 후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는 이미 응고된 상태였다. 그는 그녀가 아플까 세게 닦아내지 못하고 살살 문질렀다. 원경릉이 비록 의식을 잃었지만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고통스러워했다.‘이렇게 마르고 약한 그녀가 어떻게 두 발의 화살을 맞고도 견딜 수 있을까?’“구사와 서일은?”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탕양은 구사와 서일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으니 곧 자객들의 신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본왕은 진실을 원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배후도!” 우문호의 눈이 반짝였다.“예!” 탕양은 대답을 하고는 왕비의 상태를 힐끗 보며 저러다 죽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왕비와 왕야가 서로 마음을 분명히 한지 겨우 하루
우문호는 원경릉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그녀를 보니 그의 마음이 아려왔다. 명원제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능력 있는 며느리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은근 마음이 쓰였다.“구사는? 짐이 아침저녁으로 이리로 오라고 하지 않았나?”명원제는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에 우문호는 “부황, 소자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소자가 그녀를 보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그럴 수가 있느냐! 이는 엄연한 직무태만이다!” 명원제가 노하였다.명원제가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우문호는 원경릉이 깰까 걱정이 되었다. 그는 속으로 부황이 이곳에 있어도 도움이 안 되니 빨리 갔으면 했다. 원경릉은 소용돌이 밖에서 천둥이 번쩍번쩍 치는 듯한 느낌에 고막이 아팠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리는 큰 소리가 덕분에 검은 소용돌이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게 되었다. 소용돌이 위에 떠있던 생각들도 천천히 정리되어 제자리를 찾는듯한 느낌이었다. “왕비가 움직이셨어요!”기상궁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화를 내던 명원제도 잠시 멈추었다. 우문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꼭 쥐어져있던 그녀의 두 손이 방금 전보다 느슨해져있었다. 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우문호가 보였다.“일어났어? 많이 아프지?”원경릉은 눈알을 굴릴 힘도 없어서 그저 그를 바라만 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둘째 아주버님…….”이라고 말했다.“둘째 형님은 괜찮다.” 우문호는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감이 왔기에 재빨리 대답했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회왕…… 약……”이라고 말했다.“그는 괜찮을 거다. 너는 어때? 아직도 아프지?”우문호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파……” 원경릉은 온몸이 두드려맞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약 상자에서 진통제를 꺼내 직접 주사하고 싶었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이전에 곤장을 맞았을 때에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에 눈물이 쉴 새 없이
우문호는 반쯤 침상에 꿇어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가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출 뿐 다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딱히 말하지 않아도 그의 초조함이 원경릉에게 전해졌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숨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참았지만 아픔을 참을 수 없어 입을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이렇게 족히 한 시진(時辰)을 버틴 그녀는 끝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너무 아파……”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이를 덜덜 떨었다.어깨에 화살이 박힐 때 그 충격으로 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그녀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금이 간 곳이 아려왔다. 우문호는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려 어의에게 소리쳤다.“어서 빨리 방법을 생각하라!”“왕야께 자금단이 있으십니까? 자금단은 통증을 좀 멈출 수 있습니다.” 어의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자 무릎을 꿇고 말했다.“본왕이 자금단이 어디 있겠느냐?” 우문호는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제왕의 자금단과 예친왕의 자금단 모두 이전에 그가 아플 때 먹었기에 그의 수중엔 남은 자금단이 없었다.그의 머릿속에 다른 형제들이 떠올랐지만 아무도 자금단을 내어줄 것 같지 않았다.“본왕 여섯째에게 부탁을 해야겠다!”우문호는 회왕을 찾으러 가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그러자 침상에 누워있던 원경릉이 온 힘을 다해 그의 손가락 하나를 움켜잡고는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이 모습을 본 탕양이 다급하게 “소인이 가서 구해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자금단은 지금 왕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이다. 회왕은 분명 원경릉에게 자금단을 내어줄 테지만, 만약 회왕부에 노비(魯妃)가 있다면 과연 회왕이 원경릉에게 자금단을 주는 것을 허락을 할까?탕양은 회왕을 찾아가기 전에 명원제를 찾아가 이 상황을 논의해 보려고 했지만, 명원제는 손왕의 상태를 살피고 이미 입궁한 상태였다. 명원제를 찾아갔다가
탕양은 노비가 거절할 줄 예상했기에 곧바로 회왕에게 호소했다.“아뇨. 왕야가 아니라 왕비님입니다. 어젯밤 회왕부에서 초왕부로 돌아가는 길에 왕비님과 손왕이 암살을 당할 뻔했습니다. 두 분 모두 중상을 입은 상태로, 손왕은 자금단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미 복용을 했고, 왕비님은 자금단을 먹지 못해 현재 위중한 상태입니다. 회왕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면 초왕께서 절대로 잊지 않으실 것입니다.”탕양의 말을 듣고 노비와 회왕은 크게 놀랐다. 노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탕양에게“누가 그랬는지 밝혀졌느냐?”라고 물었다.탕양은 고개를 저으며 “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적들이 왕비가 회왕을 치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왕비를 암살하려고 한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말했다.탕양은 회왕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나 고민했지만, 지금 상황이 급하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노비가 놀라서 얼굴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모비, 자금단을 어서 빨리 가져오세요. 저기 서랍 속 통에 담아두었습니다.” 회왕이 다급하게 말했다.노비는 머리를 짚고 혼란스러워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어 서랍 문을 열고 금색 상자를 꺼냈다. 그녀는 상자를 들고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지. 초왕비를 암살하려다가 실패했으니 다음엔 우리 회왕에게도 손을 댈 수 있지 않느냐. 본궁은 이 자금단을 절대 초왕비에게 줄 수 없습니다.”회왕은 그런 노비를 보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모비! 초왕비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게다가 초왕비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제 치료는 누가 합니까?”노비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원경릉이 암살을 당할 뻔했다는 소식에 몹시 놀란 듯 몸을 떨었다.“하지만 지금 회왕의 상태를 보세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궁 안에 어의를 불러서 치료하면 금방 나을 겁니다.”노비는 자금단을 손에 꼭 쥐고 말했다.사실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노비를 욕할 수 없다. 어미로서 이 세상에 자식의 목숨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는가?“전하,
우문호는 탕양이 가져온 자금단을 빻아서 원경릉에게 먹였다. 원경릉은 자금단을 먹고 나서 떨림이 멈추고 고통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꼈지만 피로감은 여전했다. 그녀는 쏟아지는 졸음에 눈꺼풀이 감겼다. 그녀는 잠시나마 고통을 잊고 깊게 잠이 들었지만,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꿈을 꾸는 바람에 놀라 깨어났다.우문호는 줄곧 그녀의 곁을 지켰다. 원경릉을 보고 있으니 문득 그녀의 몸에서 화살을 뽑을 당시가 떠올랐다. 선혈이 여기저기로 흩날리고, 화살이 뽑힌 자리에는 살점이 들려있어 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 장면을 생각하니 그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왜 안 자느냐? 아직도 아픈 것이야?”원경릉이 눈을 뜨자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 괜찮아. 걱정 마. 이제 할 일 있으면 가서 일봐.” 원경릉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우문호는 그녀가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바쁜일 없다. 내가 널 지킬거야.”원경릉은 힘겹게 눈을 굴려 밖을 내다보았다. “지금 몇 시야?”우문호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서 고개를 젓더니 탕양을 보았다.“오시(午時)가 되었습니다.” 탕양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몸을 일으키며 “회왕부로 가야겠어.”라고 말했다.“아니 오늘은 가지 마.”우문호가 그런 그녀를 막아서며 “회복 다 하면 가거라. 해봤자 회왕이 늘 먹던 약만 전해주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다.“안돼. 이틀간 주사를 놔야 해. 이후에는 약만 먹으면 되니 오늘은 꼭 가야 해.”“네 꼴을 봐라. 이 상태로 어떻게 가겠느냐? 고작 이틀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느냐.”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화살을 맞았던 어깨를 한번 만져보았다. 통증이 경미한 것을 보니 확실히 자금단이 자금탕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자금단 약 기운이 돌아서 안 아플 때 가야 해. 오늘 내일이 관건이라 주사를 놓지 않으면 회왕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상태를 보고 도저히 그
“어의가 이미 다 처리했다.” 우문호가 말했다.“알아. 하지만 한번 더 소독을 해야 해. 가제를 덧대고 붕대로 감는게 좋겠어.”원경릉이 소독액을 우문호에게 건네며 말했다.우문호는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수긍하는 척했다.“나는 가끔 너를 알다가도 모르겠어. 너는 원경릉이 아니야.”우문호가 말했다.그녀는 우문호가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그럼 나를 초왕의 여인인 초왕비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우문호는 그녀의 말에 설레는 듯 그녀의 코 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는 문을 닫고 그녀가 상처를 소독하게끔 웃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그녀가 상처 부위에 요오드 용액으로 소독을 시작하자 저릿한 통증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렸다. 소독액이 다 마르자 그는 조심스럽게 상처부위를 가제로 싸맸다. 종아리로 날아온 화살은 다행히도 뼈를 빗겼다. 상처가 감염만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실 손왕의 부상 정도와 비교하자면 원경릉은 양호한 편이었다. 만약 손왕이 살집이 없었다면 화살은 폐를 관통했을 것이다.“뚱뚱한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둘째 형님이 겁이 많은 사람이라. 말은 안 해도 이번에 엄청 놀랐을 거야.”우문호는 원경릉을 지켜준 손왕이 고마웠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원경릉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원경릉은 손왕이 자신 대신 화살을 맞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손왕이 살아서 다행이지 만약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녀는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았을 것이다. 손왕은 쓰러지는 순간에도 돼지 허벅지 고기를 먹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원경릉은 손왕의 치료가 끝나면 그에게 맞는 다이어트 식단을 만들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노비는 원경릉이 아픈 몸을 이끌고 회왕에게 주사를 놓으러 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문호의 부축을 받으며 원경릉이 회왕부의 문턱을 넘는 것을 보자, 노비는 방금 전 탕양에게 보인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노비는 기운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