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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2화

우문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사나운 얼굴로 “너…… 본왕의 이부자리를 빨아 오거라.”

서일은 한쪽 눈을 손으로 감싸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남은 한쪽 눈에도 주먹이 날아왔다.

우문호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잔에 담긴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날이 밝지도 않은 어두컴컴한 시간, 서일은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며 이부자리를 끌어안고 밖으로 나갔다.

기라(綺羅)가 침상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우문호를 바라보니, 그는 화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기라는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왕야께서 오늘 왜 이러시지?’

기라는 벌벌 떨며 침상 위에 새 이부자리를 펴놓고 서둘러 나갔다.

우문호는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였다.

서일은 우물가에 쭈그리고 앉아 방망이로 연신 이불을 내리치며 울었다. 그 모습을 본 탕양이 멀리서 초롱(燈籠)을 들고 왔다.

“서일.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왕야가 쓰라는 건 다 쓰고 이불을 빨고 있는가?”

서일은 억울한 눈빛으로 탕양을 보았다. “탕어른께서는 어찌 주무시지 않고, 이 시간에 돌아다니십니까?”

“잤다. 밖이 시끄러워서 나와 본 것이야.” 탕양은 서일의 옆에 앉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매번 왕야의 미움을 사는 거야?”라고 서일에게 물었다.

서일은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네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왕야가 널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들일 수도 있어.”탕양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서일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잡고 있던 이불을 놓아버렸다.

“탕어른! 그게 정말입니까? 왕야께서 설마 저를 내보내 버리려고?”

“네가 이렇게 왕야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 너도 알다시피 왕야를 모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 너 하나쯤 대체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탕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서일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생각에 잠겼다.

‘내가 비록 얻어 맞고, 욕을 먹어도 절대 이 자리를 남에게 내어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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