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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1화

기라가 우문호의 말을 듣고 한걸음 다가와 몸을 숙이고 “왕야. 소인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손을 뻗어 볼을 꼬집었다.

“왕야!”기라(綺羅)가 놀라서 멍해졌다.

“가보거라.”우문호가 손을 휘휘 저었다.

보기엔 다 똑같은 얼굴인데 왜 원경릉의 볼은 꼬집었을 때 느낌이 다른 걸까?

기라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왕야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소인이 잠향을 피워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라.”우문호는 자꾸 떠오르는 원경릉의 모습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기라가 피운 잠향에 그는 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잠이 몰려왔다.

몽롱한 기운이 감도는데 원경릉이 살금살금 들어와 침상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 잠이 안 와. 나랑 같이 좀 걷자!”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

우문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보고 마음이 쓰였다.

고요한 밤, 귓가엔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이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원엔 길모퉁이마다 걸려 있는 양각 풍등(羊角風燈)의 불빛이 사방에 흩뿌려져있었다.

두 사람은 호숫가 버드나무 아래에 앉아 밤바람에 겹겹이 일렁이는 호수 표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그녀를 감싸 안았다.

“왜 아까 도망갔느냐?” 우문호는 작게 읊조리며 “너는 본왕을 보고 한 번도 마음이 동요된 적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당연히 있지. 널 좋아해.”

“그런데 왜 도망갔어?”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스치더니 이윽고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원경릉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의 앞에 서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비녀를 뽑고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밤바람에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 위로 흩날렸다.

그녀가 손으로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저고리의 깃을 내리자 희고 수려한 어깨가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움푹 파진 쇄골이 드러났다.

우문호의 숨이 빠르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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