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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8화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노비 쪽으로 달려와서는 그녀의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부채질을 했다. 한참 뒤 노비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기왕비를 가리키며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회왕에게 그런 말을 한 거야? 힘도 없는 우리 가문이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회왕이 살아나면 네 앞길을 막을 것 같으냐? 그래서 내 아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빼앗는 것이야?”

노비는 지금까지 아무도 기왕비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냈다.

기왕이 태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황실 안에 있는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다들 쉬쉬하며 모른 체했다. 노비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기왕비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기왕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노비를 응시했다.

“노비 마마, 예부터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고 했습니다. 노비 마마께서 제 뜻을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며칠 동안 제가 걱정이 되어 회왕께 신경을 쓴 것이 되레 화를 불렀네요.”

기왕비는 고개를 숙여 노비에게 인사를 하고는 원경릉을 쳐다보았다.

“먼저 가보겠어요. 여섯째를 잘 돌봐주시지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그래 저게 진정한 기왕비의 모습이지.’원경릉은 또 한번 기왕비의 처세에 감탄했다.

기왕비가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이 노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노비는 창백한 얼굴로 원경릉을 보았다.

“초왕비 치료를 계속하세요. 만약 회왕이 약을 먹지 않는다면 입에 물을 부어서라도 먹이세요. 기왕비 말대로 여기 몇 사람이나 회왕이 살 거라고 믿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어미로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내 아들을 살리고 싶습니다.”

노비는 남에게 미움을 사는 성격이 아니기에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기왕이나 기왕비같은 권력있는 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노비는 기왕비가 일부러 회왕부에 들락날락하며 걱정하는 척 연기를 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남에게 폐를 끼치는게 아니기에 그냥 두었다.

하지만 오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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