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알게 된 원경릉원경릉이 손왕을 째려보며, “방금 마음 속으로 감동했는데.”“감동할 필요 없어, 난 돈이 없거든.” 손왕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매달 용돈이 고작 은자 한 냥이라고.”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손왕이 천천히 멀어져갔다.원경릉은 심란해 졌다. 왜 항간에 그런 소문이 돌지? 아무래도 탕양이나 서일을 찾아서 물어봐야겠다.구사가 원경릉을 초왕부에 데려다 주자 그녀는 기상궁에게 서일을 찾아오라고 했다.기상궁이: “서일은 이미 초왕부에 없습니다.”“초왕부에 없다고? 왕야께서 출장을 보내셨나?”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니요, 서일이 왕야의 심기를 건드려서 왕야께서 역정을 내셔서 쫓겨났지요.” 기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의외라며, “서일이 어쨌는데?”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게 서일 이 사람이 또 꽤 성실하다. 비록 일처리가 미덥지 못하지만 말이다.기상궁이 불편한 기색으로: “서일은 입이 가볍고 일처리가 야무지지 못해 어디서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왕야의 방에 기생 둘을 데려다 놓는 바람에 왕야께서 역정을 내시고 두 여자와 서일을 같이 내쫓으셨지요. 다음날 서일이 초왕부로 돌아오니 왕야께서 한사코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하셨습니다.”원경릉이 경악하며, “뭐라고?”“불쌍하긴 좀 불쌍하지만 왕야를 모신 게 몇 년인데 아직도 왕야의 성품을 모르다니, 확실히 남겨둬서는 안돼지요. 왕야는 잠자리 시중조차 마다하시는 분인데 기방의 여인이 웬 말입니까?”원경릉은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러니까 우문호가……. 그날 두 여자를 직접 내쫓았다고?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그럼 원경릉이 우문호를 잘못 탓한 거네?머리속에서 화원과 마차 장면이 무한 반복 재생되면서 며칠간 억눌렀던 그리움이 미친듯이 터져버렸다.원경릉은 비로소 자신이 정말로 아주 아주 우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알았다.원경릉은 바람같이 나갔다.“왕비마마 어디 가세요?” 기상궁이 뒤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어디 좀 가게, 나 밥 안
구사의 사랑과 우문호의 사랑우문호는 지금 마음이 아프다.우문호는 평소처럼: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나타나도 그녀는 오직 널 괴롭힐 뿐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아.”“괴로워도 반드시 기쁜 일이 있을 거야.”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잔을 비우며 구사와 이미 공통의 언어가 없음을 발견했다. 그들의 우정은 이것으로 끝이다.하지만 마지막으로 구사를 가리키며 충고했다: “그렇게 되지 않는게 최고야, 안 그럼 너 후회할 거다.”구사는 우문호를 잡아 끌며, “앉아서 나랑 더 마시자, 너 아무것도 몰라. 네가 주명취에 대한 게 진짜 사랑이었어? 아니, 넌 주명취가 그립고 안타까워서 어쩌지 못한 적이 없어. 하루만 안 봐도 하늘이 온통 회색처럼 느껴지는 거 말이야. 넌 그저 주명취가 초왕비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거지. 됐다. 넌 그녀한테 당했으니 당연히 그녀한테 감정도 없겠지.”우문호는 구사를 밀치며, “너 정신 좀 차려봐.”말을 마치고 구사를 내버려둔 채 나간다.“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구사가 갑자기 우문호에게 무작정 소리쳤다.우문호가 돌아섰다. 이거 신선한 일이 아닌가, “누구야?”구사가 손가락을 하나 세우더니, “원경……”신발 한 짝이 정면으로 날아와 구사의 얼굴에 바로 떨어지고, 우문호는 분노한 사자처럼 달려들었다.구사는 영문도 모른 채 괜스레 한방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리가? 약간의 술기운을 빌어 우문호와 뒤엉켜 치고 받았다.두 사람 모두 무공을 연마했지만 시정잡배처럼 주먹다짐을 하고 결국 숨이 턱에 차도록 치고 받더니 땅바닥에 앉아 서로 한 맺힌 듯 노려본다.“너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 감히 내 왕비를 몰래 연모해?” 우문호는 모래를 거머쥐고 뿌렸다.구사는 화가 뻗쳐서, “너 미쳤어? 내가 언제 네 아내를 연모한다고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건 원경병이라고, 네 처제.”이런, 오해였네? 우문호는 난감했다. 원경병이 어떻게 생겼더라? 기억이 안 나지만 초왕부에 온 적이 있는 건 확실하고 말투가 좀 날카로웠다.우문호는 다시 절친한 친구 말투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 두사람기라가 쫓아와서, “왕비마마께서 술시에 소월각에 오셔서 줄곧 돌계단에 앉아 두 시진이 넘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직도 안 돌아가시고 계세요.”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며, “왕비에게 무슨 중요한 일이 생겼느냐?”“여쭤봤지만 말씀을 안하세요. 왕야께서 오시는 걸 기다리신다고만.” 기라가 쫓아오며 말했다.우문호는 날듯이 소월각으로 들어가니 과연 원경릉이 돌계단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이고, 머리를 옆에 있는 기둥에 기댄 채 벌써 잠이 들었다.밤이슬이 찬데 무릎을 끌어 안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게 추워 보인다.발자국 소리를 들었을까, 원경릉이 살포시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펴더니 기둥에 기대 천천히 일어서며 약간 불안한 자세로, “돌아왔어?”“왜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 우문호는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던 원경릉을 떠올리고 초조함과 애절한 마음을 꾹 누르고 물었다.“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원경릉의 모습이 애처롭다.우문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들어가서 얘기하자.”우문호는 원경릉을 쓱 보더니 옆으로 걸어갔다.원경릉은 우문호를 졸졸 따라 들어가면서 연달아 두번이나 재채기를 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원경릉이 갑자기 뒤에서 우문호를 꽉 껴안았다.우문호는 당황해서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원경릉은 콧소리를 섞어: “추워, 좀 안아도 돼?”우문호가 고개를 든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니 눈빛이 맑고 애처롭다.우문호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 안았다. 그녀의 얼굴을 가슴팍에 묻자 마치 눈처럼 차갑다. “얼굴이 왜 이렇게 됐어?” 원경릉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물었다.“구사랑 싸웠어.” 우문호가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전히 원경릉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밤늦게 여길 달려와 두 시진이나 기다리지를 않나, 며칠전엔 우문호를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고 그토록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말이다.원경릉은 ‘어’하더니 왜냐고 묻지 않고 우문호를 풀어주며: “상처 치료해 줄게. 피나.”우문
원경릉과 우문호의 밤원경릉은 딴 데를 쳐다보며, “신경 쓰였단 말이야, 다른 여자랑 같이 있었는 줄 알고.”우문호의 눈에 불꽃이 튀며, “왜 신경이 쓰여? 나한테 이혼해 달라고 하지 않았어?”원경릉이 한동안 생각하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차마 나오지 않아, 풀이 죽은 채로 일어나서, “됐어, 나 갈께. 왕야 잘 자.”원경릉이 나가려고 할 때 우문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가지마!” 우문호는 일어나 그녀를 가슴에 안고 입술을 부딪히며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그것, 깊은 입맞춤을 했다.기라는 황급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 아무도 왕야와 왕비를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이 입맞춤에 며칠간 가슴을 짓누르던 그리움이 모두 터져 나왔다.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안겨 침대로 갔다.원경릉은 그제서야 화들짝 고개를 들어 우문호의 그윽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과 마주쳤다.“괜찮겠어?”원경릉은 순간 숨이 멎는듯 해서 눈을 피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이 고요하다.악상자에 긴급 피임약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원경릉은 두 손을 우문호의 가슴에 올리고 문득 이 문제를 생각했다.“졸려?” 우문호는 원경릉의 귓가에 속삭였다.“아니!” 원경릉 대답하며 왠지 그를 볼 수가 없다.원경릉은 그렇게 떼를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럴 땐 너무 늠름해서는 안된다.우문호의 입술이 아래로 내려가며, “나도 안 졸려.”며칠 간 원경릉은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밤도 잠자긴 글러버린 것 같다.우문호의 몸에 있던 술냄새가 모두 사라지고 하늘이 서서히 뿌옇게 밝아오며 빛줄기가 쏟아져 들어온다.날이 밝아 왔다.“오늘은 여섯째한테 가지 말고 좀 자도록 해.” 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말했다.“안 갈 수 없는 걸. 오늘 주사 놔야 해.” 원경릉은 눈도 잘 떠지지 않는다.“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주사 놓고 나면 좀 자.”“안 데려다 줘도 돼, 계속 자. 구사가 데려다 줄 거야.”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우문호의 눈을 봤다. 어젯밤을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은 두 사람“난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꿈같아.” 원경릉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며, 사실 하나도 진짜 같지 않다고.“그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우문호가 중얼거렸다.꿈만 같다 뿐이겠는가? 거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우문호의 손이 원경릉의 배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너 전에 아바마마한테 그랬었지, 일년 안에 손자를 낳아서 안겨드리겠다고.”그건 대충 지어낸 말이었다.“자식은 하늘이 주시는 거라, 가지고 싶다고 가지는 게 아니야.” 원경릉은 이렇게 말하며 사후 피임약을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 상자에 있어야 할 텐데.“그래, 가지고 싶다고 가지는 건 아니지.” 우문호가 말했다. 자식을 원하는 걸까? 물론 원한다.다름 아닌 이 꿈이 계속 되길 위해서 말이다.결국 두 사람은 일어나기 싫어서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기상궁과 녹주가 이리로 와서 시중을 들고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특히 녹주는 호기심이 가득해서 침대를 흘깃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엉망진창이지 생각했다.그러다 바로 기상궁에서 머리를 한대 쥐어 박히고, “어서 가서 아침상 안들이고 뭐해?”녹주는 ‘에’하더니 바로 나갔다.아침을 먹으며 원경릉이 우문호를 흘끔 보고: “서일 있잖아……”“기라!” 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탕양에게 서일 다시 돌아 오랬다고 전해라.” “예!” 기라가 감동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서일이 비록 좀 모자란 녀석이지만 서일이 있을 때가 역시 유쾌하고 활기찼다.우문호는 손에 들고 있던 계화꽃떡을 원경릉에 입에 밀어 넣으며, “먹어.”“배불러.” 원경릉은 아침을 별로 먹지 않는데다 어젯밤 수면까지 부족해서 식욕이 전혀 없다.“좀더 먹어, 너무 말랐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볼을 꾹 누르더니, “이 얼굴로 사람 만날 수 있겠어.” 원경릉이 우문호를 째려보며, “남 얘기할 형편이 아닐 텐데?”전에는 고양이가 할퀸 상태였지만 지금은 엉망진창이다.우문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만약
회왕의 호전오늘은 우문호와 구사가 같이 원경릉을 회왕부까지 데려다 주었다.두사람이 찰싹 붙어 있는 모습에 구사가 눈을 흘겼다.“보아하니 오늘 밤엔 내가 모시러 오지 않아도 되겠네?” 구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맞아, 오늘은 내가 데리러 올 거야. 넌 네 일 봐라.” 우문호가 말했다.구사는 한가했지만 오늘 얼굴로는 사람을 만나긴 글렀으니 조용히 숨어 지내는 수밖에.두 사람이 같이 마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문호는 시시콜콜 잔소리를 한다. “오늘 꼭 좀 쉬어. 회왕부에는 사랑채가 많으니까 하나 내 달라고 해서 적어도 한 시진 이상 두 시진정도는 자야 돼, 알았지?”“알았어. 걸으면서 내내 잔소리 잔소리.” 원경릉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우문호를 쳐다봤다.“좋아, 잔소리 그만 할게, 대신 잊지마.” 우문호는 씩 웃었다. 사실 좀 잔소리긴 했다.회왕은 초왕 부부가 같이 오는 것을 보는 게 실로 오랜만이었다. 며칠동안 같이 집에 있는 것도 본 적이 없다.마지막으로 본 게 둘이 싸우는 모습으로 그 뒤로 원경릉이 한동안 돌부처 같이 꼭 할말 아니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오늘 고분고분 원경릉에게 마스크를 가져왔는지 묻자, 원경릉이 건네 주며, “며칠 지나면 할 필요 없어요, 보름 전후로 전염성이 떨어져서 거의 문제가 안 되거든요.”우문호가 기뻐하며, “그러니까 여섯째 병이 나았다는 뜻이야?”“여전히 계속 치료해야 해요. 적어도 6개월은 약을 끊어서는 안돼요.” 원경릉은 예전처럼 청진기를 꺼내 회왕을 진찰했다.“6개월 후에 죽는다고 해도 남는 장사네요.” 회왕이 알아서 옷을 걷어 올렸다. 하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다음 행동이 나온다.“말도 안되는 소리.” 우문호가 혼을 냈다.노비가 웃으며 들어와, “맞아, 입을 틀어막던가 해야지, 종일 헛소리나 지껄이는구나.”우문호가 얼른 일어나, “노비마마를 뵙습니다.”노비는 웃음 띤 얼굴로 흐뭇해 하며 우문호에게, “넌 이렇게 바쁜데 동생을 보러 와줬구나, 정말 고맙다.”“가
차도가 생긴 회왕, 기왕비가 회왕에게 한 말처음 원경릉이 여섯째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봤을 때, 그게 무슨 독약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지금에서야 그것이 생명을 구하는 양약임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물론 노비도 은혜로 사리분별이 흐려지진 않아, 원경릉과 초왕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다.“기왕비가 요즘 통 안 오는구나.” 노비가 문득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도 들지 않고: “전 하나도 안 그립네요.”“듣자 하니 아프다 던데.” 노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파요?” 원경릉이, “무슨 병이에요?”노비는 고개를 흔들며, “그건 모르겠구나. 원래 어제 황후에게 문안인사를 가기로 했는데 기왕비는 못 갔다며, 진비 말로는 아파서 입궁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어제는 15일로 법도에 따라 왕비들은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한다.원경릉은 회왕의 병을 치료하고 있어 황제 폐하께서 면해 주셨다.기왕비에 대해 언급하자 모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데 특히 노비는 욕이 나왔다.회왕이 얼굴을 찌푸리며, “어마마마, 됐습니다. 그만 하세요. 벽에도 귀가 있다지 않습니까.”회왕은 참는 게 습관이 된 사람으로, 최대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했다.“됐다고?” 노비는 콧방귀를 뀌며 회왕에게: “아직 에미에게 사실대로 말을 안 하는데, 기왕비가 도대체 네 앞에서는 뭐라고 했니?”“다 지난 일이니 다시 언급하지 마세요. 저도 이제 정신이 멀쩡합니다.” 회왕은 약이 서서히 자신의 몸에 들어오자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오래 병석에 있으면 확실이 정신이 멍해지기 쉽다.다행히 다섯쨰 형수는 회왕이 멍하다고 포기하지 않았다.원경릉은 바늘을 빼고 회왕에게: “사실 저도 알고 싶어요, 기왕비가 도대체 뭐라던가요?”원경릉은 기왕비의 말하는 수법을 알고 싶었다. 기왕비 이 여자는 파악이 쉽지 않다.어쩔 때는 경박하게 느껴지고, 어쩔 때는 후안무치 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또 어쩔 때는 친절하고, 어쩔 때는 염치도 없다.원경릉까지 이렇게 얘기하니 회왕은 어쩔
회왕의 식중독원경릉이 나가서 노비와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다.“지금 눈으로 보기에 왕야의 병세가 호전되었기에 특히 드시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절대로 누군가 수작을 부리게 해서는 안됩니다.”“누군가 회왕에게 손을 쓸 것 같은가?” 노비가 물었다.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단언하기 어려우나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오늘 기왕비가 어제부터 아프다는 얘기를 노비에게 듣고 마음속으로 왠지 불안감이 싹텄다.기왕부부가 황위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사람은 다 안다.그들은 지금 우문호가 경조부 부윤의 위치에 있는 관계로 원경릉이 이번에도 회왕을 낫게 해서 공을 세울 까봐 지켜보고 있다.그래서 기왕부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회왕과 맞서고 회왕이 독에 당해서 죽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원경릉의 약에 독이 들었다고 지목해서 원경릉이란 주치의를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노비는 지금 원경릉을 매우 신뢰하고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으므로, 사람을 시켜 반드시 회왕의 식사를 각별히 예의주시하도록 했다.하지만 오후에 회왕은 아무 이유 없이 복통, 구토와 두통을 일으켰다. 이는 식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이다.다행히 약상자가 협력해서 생리식염수로 위 세척 후 회왕은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이번에 고생하며 회왕은 정말 죽다가 살아난 거나 다름 없었다.노비는 격노해서 사람을 시켜 철저하게 조사했다.하지만 회왕의 음식은 모두 노비 신변의 사람의 손을 거치고 이들은 노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회왕부 가신이 말하길: “음식재료에 독을 탔을 가능성이 있고, 재료는 매일 일정하게 밖에서 사오기 때문에 만약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노비는 오늘 들여온 음식재료를 검사하니 음식 재료는 문제가 없고 대신 살코기 한 덩이가 맛이 변해 있었다.요즘 날씨가 춥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는 아니라, 이렇게 빨리 맛이 변할 리가 없다.역시 누군가 수작을 부렸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