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산의 참상문둥산은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곳으로 특히 현 황실의 태자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조정에 태자 탄핵 상소가 빗발칠 게 틀림없다.문둥산은 북당에 있어 불길한 존재로, 5년전 문둥병이 창궐하던 때 조정의 한 관원이 문둥병 환자를 죽인 뒤에 시체를 태우자는 데서 시작했다.문둥병은 줄곧 존재했지만 경성처럼 밀집된 장소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 관원은 하여수(何如秀)라는 사람으로 문하성(門下省)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를 맡은 안왕의 식객이었다. 하여수는 과거 출신으로 적위명이 선발하여 6년전 문하성에 부임에 문둥병이 창궐하던 때에 ‘악질이 횡행하는 것은 북당의 위상을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비밀리에 황제 폐하에게 ‘나병 환자를 전부 죽여서 불태워 후환을 없애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비밀 상소였기에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지만 우문호만은 알고 있었는데, 당시 우문호가 마침 태상황 병상에서 시중을 들다가 명원제가 태상황과 상의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태상황이 당시 병중으로 환자에 대한 이해심이 커서 하여수의 제의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상소에 언급된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나병 환자들을 산꼭대기에 가뒀다. 당시 천명이 넘는 사람을 고작 10묘(300평) 정도의 산간 지역에 가두었는데 한쪽은 깎아지는 듯한 벼랑이고, 다른 한쪽은 밀림으로 밀림 안쪽은 말라리아가 퍼져서 들어갈 수 없는 관계로 다른 양쪽만 병사들이 둘러 싸고 지켰다.산간 지역에 물자를 공급하는 것은 전부 조정의 책임이었으나 세상에 버림받은 병자들이어서 조정은 생존과 매장만 책임질 뿐 생활 수준은 비참했다.개처럼 안에 갇히면 급식은 아주 열악하고 공급을 담당하는 관아는 일년동안 고기 한점도 주지 않았다.이게 문둥산의 진실이나, 조정이 내린 은자는 매일 일정한 고기를 공급하기 충분했으며 이렇게 내려진 은자가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우문호는 전에 문둥산에 와서 물어본 적이 없었고, 사실 경성의 어떤 관리도 이렇게 산속에 버려진 병자를
문둥병자우문호가 봐도 힘들었는데, 시체가 쌓인 걸 보는 게 처음이라 서가 아니었다. 전장에서 수백구는 물론이고 천 단위 만 단위의 시체를 봐왔다.하지만 전장에서 병사들이 기꺼이 생명을 희생한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함으로 그들은 생전에도 사후에도 존중 받아 마땅했다.하지만 이 병자들은 생전에도 참담한데 사후에는 더욱 참담해서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혐오스럽게 여겨지며 버려졌다.마치 구더기처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을 했다.원래 우문호가 문둥산 병자들을 치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경릉을 지지하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이 광경을 목도한 뒤로는 우문호 스스로가 원하게 되었다.우문호 일행은 다른 방향 울타리 쪽으로 가서 삼삼오오 문 앞 평지에 앉아 있는 병자들을 볼 수 있었다. 거리가 약간 멀었지만 전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남루한 의복에 얼굴은 표정이 없고 좀 더 가까이 가니 그들의 눈은 죽어 있었다.만아가 놀라며,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 있죠? 태자비 마마, 이 병은 감염에서 발병까지 몇 년 걸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요?”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나중에 보내진 아이들이야, 어머니가 발병한 후 2~3년이 지나서 아이들도 발병한 거지, 그래서 같이 보내진 거고.”이것들은 탕양이 조사하고 돌아와서 보고한 내용으로 당시에 들을 땐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었으나 지금 막상 대하고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자신도 아비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초왕부에서 비단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동안, 이 아이들은 고작 7~8살 정도 돼 보이는데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서 이생에 다시는 태평성세의 화려함을 볼 수 없는 것이다.원경릉은 탕양이 가지고 돌아온 데이터를 보고 지금 산에 있는 아이들이 13명, 제일 큰 아이가 14세, 제일 작은 아이가 6살인 것을 알았다. 여기 병자들도 모두 5년전 올려 보내진 게 아니라 요 몇 년 사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사람 같지 않고 지옥의 귀신 같았다.서일이 작은 목소리로, “저 사람 말이 32살이라고 합니다.”순간 정적이 감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바람만 귓가에 계속 스치며 썩은 냄새만 풍겨왔다.어느 만큼 시간이 지난 후 원경릉은 서일을 시켜 그 사람에게 전병을 더 주게 했는데 그들은 전부 마른 식량을 챙겨 산을 올라서 서일이 한 덩이를 주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원경릉이, “천천히 드세요, 목 막혀요.”병자가 웃는데 공포스럽다, “목 막혀 죽으면 좋죠, 적어도 배는 부를 테니까.”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는데 우문호의 얼굴에 한번도 없던 엄숙함과 격동이 있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병자가 전병을 먹는 것을 보기만 했다.다 먹은 후에 우문호가 비로소, “이름이 뭔가? 당신들은 여기서 음식 공급이 부족한가?”병자는 손가락에 남은 찌꺼기를 빨며 다시 무감각한 얼굴로 돌아가, “전 이하(李賀)입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데 다 옥수수 개떡으로, 마른 거, 쉰 거, 쌀겨 죽을 먹을 때가 더 많고, 어제는 추석이라 밀가루 만두를 먹었는데 일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에 줍니다.”병자는 원래 영양보충이 필요한데 이렇게 개 만도 못하게 먹고 어떻게 영양이 있을 수 있을까?어쩐지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더라.“이 안에는 몇 명이나 있나?” 우문호가 다시 물었다.이하가, “구체적으론 모르고 300명 정도겠죠. 어쨌든 요 몇년간 죽은 사람도 많고 어쩌다가 사람이 올려 보내지기도 하지만, 여기는 살아있는 사람의 무덤이니 올라오는 순간 죽는 날을 세는데, 몇 명인지 누가 신경이나 씁니까?”원경릉이, “가족들이 당신을 보러 올라오나요?”이하가 놀라며, “가족?”이하가 웃기 시작하는데 웃는 게 우는 것 같다. “올라오게 하면 안 되지요, 올라와서 뭐 하게요? 병에 감염된 후 여기 다시 보내지라고요?”만아가 듣더니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이 그립죠?”이하가 진정하고 무뚝뚝하게 고개를 흔들며, “안
주재상과의 대화경성으로 돌아오니 우선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보고하길 원용의가 돌아온 뒤 이사를 갔고 제왕도 순순히 이혼협의서를 써주어서 두 사람은 이혼한 셈이 되었다고 했다.제왕이 포기하다니 우문호에겐 의외였다. 일곱째가 동그란 얼굴 기지배에게 마음이 움직였다는 걸 일곱째 자신만 계속 모르는 것 같다.동그란 얼굴 기지배가 갔으니 일곱째는 분명 상처를 받고 누군가를 찾아 술 마시고 하소연할 게 뻔하다. 그리고 동생을 달래는 형의 책임을 다른데 전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우문호는 여러 번 생각해 보더니 서일에게 만약 제왕이 오면 자신이 없다고 하라고 했다. 술은 즐겁게 마셔야지 일곱째의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얘기를 듣는 건 고문이다.하지만 이번에 어찌 된 일인지 제왕이 오지 않는데 종일 코 빼기도 뵈지 않는 것이 모기에만 물려도 하늘이 무너진다고 소란을 떠는 제왕 성격이라 우문호는 구사를 시켜 가보도록 했다.구사도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게 벌써 해질 녘인데 집에 가서 새신부와 밥 먹으며 사랑을 속삭이면 좀 좋아? 아내를 잃은 데다 실연까지 한 남자를 굳이 건드려야 하느냐 말이지?그리도 그간의 정이 있어서 구사가 갔다. 하지만 제왕부 별채에 갔다가 돌아와서 우문호에게, “제왕 전하는 아직 살아 계시고, 웃으시고, 말씀도 하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던데.”우문호가 믿을 수 없어, “일곱째는 동그란 얼굴 기지배한테 마음이 있었는데 어떻게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지?”“어쨌든 아무일 없어 보였어.” 구사가 떠올리더니, “하지만 내가 갔을 때 눈을 비비고 있었던 거 같아,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확실하네!” 우문호가 단정하는게 그래야 일곱째의 성격에 맞는다.두 사람은 이윽고 안심했다.문둥산의 일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래서 우문호는 주재상과 상의하기 위해 주재상의 집으로 갔다.재상은 듣자마자 반대하며 질책하길, “태자비 마마는 미래의 국모시고, 황태손의 생모신데 어찌 문둥산에 가시는 모험을 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우문호는 재상의
우문호의 결심우문호가 가볍게 받아 치며, “신경 안 써요!”주재상이 기가 막혀서, “신경 안 쓴다고요? 전하께서 신경 안 쓰신다는 건 황조부께서 전하를 위해 계획하신 걸 저버리는 겁니다.”우문호가 주재상을 보고 웃으며, “황조부께서 저를 위해 세우신 계획이라면 그건 북당 강산과 종묘사직을 위한 것이니 백성을 근본으로 삼으실 게 분명합니다. 제가 백성을 위해 하는 일은 황조부의 기대와 약속이나 한 듯 딱 들어맞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주재상이 눈을 부라리며, “갈수록 능구렁이 담 넘어 가십니다.”“어쨌든 이치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재상이 궁리한 게 그거 아닙니까. 만약 제가 태자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북당의 복이 될 수 없습니다. 재상은 지난날 굉장히 박력 넘치게 일하더니 요즘 겁이 많아지신 게 늙으셨나 봅니다. 패기가 떨어졌다 싶으면 희상궁을 자주 찾아가서 얘기를 좀 나누세요, 자극이 돼서 어쩌면 젊었을 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웃으며 작별을 고했다.주재상이 유유자적 하게 떠나가는 걸음을 보고 비록 문둥산에 가는 건 동의하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문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말을 준비해라, 입궁할 것이야!” 주재상이 하명했다.태자가 아침 조정회의에서 이 안건을 제출할 거라고 했으니 반드시 할 게 틀림없다. 주재상은 그보다 먼저 폐하에게 넌지시 말을 던져 놔야 한다.하지만 주재상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게 황제는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명원제는 주재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화를 내더니, “간도 크구나, 감히 사사로이 문둥산을 가? 아직 덜 바쁜 모양이군, 자네가 경고하게, 이 일은 입도 뻥긋하지 말 것이며 특히 아침 조정회의에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서는 아니될 것이네.”주재상이, “폐하, 태자 전하는 말을 잘 듣는 분은 아니십니다.”이 말에 명원제는 수심에 잠겼다.그렇다, 우문호는 어릴 때부터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니었
문둥산 비리주재상이 출궁해 초왕부로 와서 먼저 희상궁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우문호에게 황제가 이 일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우문호에게 ‘함부로 설치지 말고, 급식을 조사해서 중간에서 떼먹은 자를 찾는 일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우문호는 일단 급식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로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병자의 급식비와 약값까지 떼먹었는지 알아내기로 했다.그런데 이게 웬 걸, 조사를 안 했으면 모를까, 해보니 어이없게도 문둥산 병자를 관리하는 것은 뜻밖에 우문호의 셋째 외삼촌 소답화였다.소답화는 자질이 평범한 사람으로 호부에 있을 때 원외랑(員外郎)이었는데 그나마도 겨우 청탁으로 들어온 것인데 몇 년을 일해도 일하는 수완이 늘지 않아 계급이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승진도 못했다.문둥산을 설립할 때 아무도 가서 관리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소답화가 자진해서 가서 일을 맡고자 하여 산 위에 집을 짓고 사람을 산꼭대기로 보내 파수하고 밥을 지었다. 매달 조정에서 보내주는 은자는 천 냥으로 급식과 산 위에서 필요한 각종 지출 용도로 별도로 약재를 사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수증으로 정산을 올리고 사람이 죽으면 장례비용은 인당 열 냥을 받았다.문둥산에 천여명이 있어 천냥으로 한달 비용을 충당하기 충분한 것이, 사 놓아야 하는 생활용품이 전부 전에 사 놓았기 때문에 지금 매달 나가는 천냥은 온전히 급식과 의복 비용이다.지금 남은 사람은 300명이며, 산위에서 옥수수 개떡이나 찐빵 같은 급식이 그것도 하루 한번만 주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대략 열 냥의 은자가 들며 그것도 굉장히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이 일은 처음부터 소답화가 관할하고 있어 전수조사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우문호는 사람들에게 은밀히 장부를 초왕부로 가지고 오게 해서 봤다.그날 밤, 우문호와 탕양, 서일 등은 자시(자정 12시)가 되어서야 정산을 마칠 수 있었다.정산을 마치고 우문호의 얼굴이 검어 지며 분노로 모든 장부를 바닥에 내던지며 일갈하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5년동안 문
비리의 핵심 인물소씨 집안에 지금 사람들에게 말발이 서는 건 그래도 소후(蘇侯) 나리다.소후는 현비의 부친으로 현 태후의 친동생이다.소후는 지금 군에 경차도위(輕車都尉)의 직임을 맡고 있으나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진정으로 조정에 공을 세운 적도 없이 지금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데 그저 그의 여동생이 현 태후이고 딸이 현비이기 때문이다.소후는 최근 2년동안 중용된 적이 없으며 이것도 현비가 상당히 조급해 하던 원인으로 우문호가 태자가 되면 소씨 집안 사람을 뽑아 올릴 심산이었다. 소씨 집안이 가족이 크고 자손이 많으니 만약 절반이 조정 관리로 임용되면 얼마나 큰 세력이겠는가?탕양이 작은 목소리로, “전하, 만약 소씨 집안을 건드리시면 현비 마마 쪽엔 송구할 뿐 아니라 태후 마마쪽에도 송구할까 두렵습니다.”우문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해도 할 건 해야지. 내일 자네는 소답화를 초왕부로 불러라, 내가 먼저 사적으로 물어보고 만약 죄를 인정하면 아바마마 면전에 데려가 돈을 토해내게 하면 그만이나 만약 자백하지 않으면 이부에 연락을 취해 그를 처리하고 다시 얘기하지.”“예!” 탕양은 이 일이 사적으론 할 말이 없음을 알았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서일에게 분부하길, “소후부에 가서 소룡을 오라고 해라.”서일이 놀라며, “이렇게 늦은 시간에요?”“그래, 소룡은 야행성이라 아직 자기엔 일러.”서일은 명을 받고 바로 갔다.하지만 반 시진 후에야 소형을 데리고 왔다. 역시 사촌형은 아직 자지 않고 있었으며 산뜻하게 비단옷을 차려 입고 약간 취기가 돈 채 문을 들어서며, “중요한 일이 아니면 사촌동생이라도 사적으로 할 말 없네.”우문호도 아무 말 없이, 장부와 탕양이 총결산한 공책을 던져주고, “직접 봐, 셋째 큰아버지가 얼만 좋은 일을 했는지.”소형이 장부를 넘겨보는데 특히 숫자에 민감해서 한 눈에 열 줄에서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정도다. 장부를 다 본 뒤 탕양의 총결산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
“전하,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궁중에서 현비 마마 앞으로 된 지출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지금 마마께 급여되는 은화로는 턱도 없는 금액의 지출입니다.” 탕양이 말했다. “본왕이 모친께 물어보니 외가에서 은화를 줬다고 하더라고.” 우문호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소로(蘇老)가 입을 떼었다.“아우야, 소씨 가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너도 잘 알겠잖아. 가문 내에서도 은화가 부족한 상황인데 고모에게 줄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이 얘기는 내일 소답화(蘇答和)에게 물어보고 얘기하는 게 좋겠어.” 우문호는 마음이 착잡했다.“내일 일은 내일이고, 지금 대충 윤곽은 잡아놔야지 되지 않겠어? 넌 만약에 고모가 이 일에 개입된 게 확실하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뭘 어떻게 하겠어? 자신의 몫이 아닌데 횡령한 은화를 당연히 뱉어내는 것이 맞지.” 우문호는 현비 생각에 머리가 아픈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현비가 그 많은 은화를 더 써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만약 이 은화 중의 20만 냥이 문둥산에 쓰였다고 해도 남은 80만 냥은 현비가 뱉어내야 했다.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부황이 이 사실을 알고 현비를 용서하겠느냐는 것이다.*이튿날 우문호는 소답화를 부중으로 초청했다. 소답화는 당연히 우문호가 문둥산의 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그러나 우문호는 소답화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외삼촌 행세를 하며 그가 현비의 뜻을 거스르고 불효를 저지른다고 꾸짖었다.우문호는 소답화의 말을 듣고 그가 현비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문호는 소답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장부를 보여주었다.장부를 건네받은 소답화는 담담하게 우문호를 보았다.“이 장부들 중에 일부는 내가 적은 것인데 태자는 이 장부가 무슨 문제라도 있다고 생각하는가?”“문둥산에 들어간 은화는 20만 냥인데, 여기에 적힌 것 5년간의 기록은 그것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