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국공의 결심주국공이 꿇어앉은 장남을 보니 마음이 아련한 것이 목소리를 깔고 “네 엄마는 마음이 아프겠지.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한 큰 일이나 큰 결정에 네 엄마는 항상 지지해왔다. 지금 비록 딸이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딸아이의 짓이 무슨 생각에서 출발했느냐? 넌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주후덕이 “출발점이요? 안왕 전하께서 태자가 되지 못한 것때문에 태자비에게 화풀이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 일로 혼쭐났으니 됐고, 태자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누이동생과 연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주국공이 냉소를 지으며, “내가 미련했어, 이렇게 오랜 시간 미련을 떤 건 너희들 잘못도 없진 않다. 너희들 중 누구도 시대의 병폐를 지적하고 정세를 분석하는 사람이 없어. 너희들은 다 별볼일 없으니 그저 적위명이 앞으로 국공부에 영예를 가져다 줄 거라고 희망을 걸고 있지만 적위명과 주회가 반대하고 있는 건 지금의 태자야. 걔들이 지금 역신이 되려고 한단 말이다. 알겠느냐? 오늘 연을 끊지 않으면 앞으로 걔들이 일을 크게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 국공부 전체, 주씨 가문 일족이 연루되는 게야. 너는 형제의 정을 지키겠다고, 네 목을 네 누이동생에게 갖다 바치기를 원하느냐?”주후덕이 놀라서 바닥에 허물어지며, “그…..그 정도까지는?”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아? 걔들이 지금 태자비를 도발할 정도로 얼마나 방자하게 날뛰고 있는데? 걔들이 태자가 황제가 되는 걸 기꺼이 지켜볼 거 같아?분명 그럴 리 없지.그럴 리 없으면 어떻게 할까? 길은 오직 하나, 그건 바로 역모다.주후덕은 생각하면 할 수록 간이 떨리고 아버지의 말이 일리가 있으므로 바로 기어서 물러나와 가문의 수장을 찾아갔다.주국공과 적위명 부인 주회가 연을 끊었다는 소식이 퍼졌고, 주씨 집안에서도 감출 생각이 없는지 심지어 마구 소문을 냈다.주국공이 직접 초왕부에 가서 원경릉에게 국공부인의 병을 치료해 주십사 요청을 드렸다.다음날 아침 일찍 주국공이 조정에 가서 태자가 제출한 대주
홍엽공자 등장원경릉이 배를 움켜쥐고 예를 취하며, “누구신가 했는데 홍엽공자셨군요, 감사합니다. 전 괜찮습니다.”홍엽공자가 눈을 크게 뜨더니, “부인께서는 절 아시나요?”“한 번 뵀습니다만 공자께서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겁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어? 그럼 어디서 뵀는지 알 수 없나요?” 홍엽공자가 의심이 많은 얼굴빛으로 눈꼬리를 살짝 치뜨더니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띠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혹적인 자태다.“궁에서요, 태자 책봉식 때 한 번.”홍엽공자가 예를 표하며, “뉘신지?”원경릉이 홍엽공자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고 게다가 선비족이라 지금 북당과 대주가 연맹을 맺는 중차대한 시기에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기 마땅치 않아 홍엽공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웃으며 “친구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홍엽공자도 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보낼 뿐이다.원경릉이 들어온 뒤 진근영에게 밖에서 홍엽공자와 부딪힌 얘기를 했다.진근영이 상당히 민감하게 “태자비 마마, 그 사람과 왕래하시면 안됩니다. 앞으로 만나면 최대한 피하세요. 홍엽은 계략이 치밀한 자로 마마를 못 알아봤을 리가 없습니다. 그날 저녁에 마마께서 태자 전하 옆에 앉아 계셨는데 태자전하를 봤다면 마마를 분명 봤을 테니까요.”“기억하지 못하는 거겠죠.” 원경릉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진근영이 “홍엽은 기억력이 특히 좋고 아주 똑똑해요.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을 잊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방금 누군가 마마와 부딪히고 홍엽이 나타났다고 했는데 그 부딪힌 사람도 홍엽이 미리 손써 둔 사람일 수 있어요. 마마와 접촉하기 위해서요.”원경릉이 진근영의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홍엽공자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으나 앞으론 아마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란 생각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우문호와 정정 대장군이 오자 진근영이 이 얘기를 했고 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홍엽공자는 아직 안 갔어? 책봉식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 여기 있는 거지?”“홍엽이
기왕비는 제갈공명원경릉은 진근영과도 따스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문이에게 더 큰 희망을 실어 보냈고, 문이도 원경릉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고개를 끄덕였다.원경릉은 안심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 문이가 편지를 잘 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문이가 간 뒤 어떤 정보도 얻을 길이 없으니 말이다.원경릉의 마음 속엔 여전히 가족이 마음에 쓰였다.두 사람은 대주 부부를 환송하고 초왕부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약간 의기소침했으나 눈에 확 띄지는 않은 것이 이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얼른 가서 처리해야 했다.기왕비가 와서 약을 타가며 원경릉에게 몇 마디 했다.“태자 전하께서 이번에 대주와 연맹을 성사시키셨으니 큰 공을 세우셨어요. 지금 조정에서는 태자 전하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더욱 태자 전하를 중용하실 거구요.”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그래요.”기왕비가 원경릉의 걱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자기 생각만 하고 “주국공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사실 태자비의 공로가 아니라 원노부인의 공로였지요, 누구 공인지 알고 있었어요?”원경릉이 고개를 들고 다소 의아하다는 듯, “몰랐어요. 기왕비는 누구 공로라고 생각하세요?”기왕비가 웃으며, “하하, 대주씨의 공로지요.”원경릉이 이해하지 못하고, “대주씨요?”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약 대주씨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면 주국공이 안왕의 검은 야심을 보고 태도를 표명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겁니다. 주국공이 비록 고집이 세지만 멍청하진 않아요, 지금 주씨 집안은 하늘을 떠받치는 큰 나무 같으나 사실 주국공이란 줄기가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잎이 제대로 뻗지 못해 만약 주국공이 죽으면 주씨 집안은 사람들에게 유린당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행여 대주씨와 적위명의 모반에 연루되는 날엔 주씨 집안은 유린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텐데 주국공이 그래도 소요공과 다투고 있겠어요? 주국공은 소요공과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목숨 따위 아깝지 않지만, 온 집안 사람의 목숨이 역모라는 죄명을
충격의 연속기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 부처 안 믿어요.”원경릉이 놀라서, “불자가 아니라고요? 하지만 기왕부에 불당이 있잖아요?”기왕비가 뻔뻔하게, “그건 불자라고 하면 여러 흉계를 감출 수 있어서 만들어 둔거예요, 또 많은 사람들이 부처를 믿는다고 하면 마음의 담을 좀 허물기도 하고 제일 중요한 건, 태후 마마께서 불자시거든요.”원경릉이 즐겁게, “기왕비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능력자라니 까요.”기왕비가 뾰로통하게, “뭐가 능력자예요? 그거 욕이네요, 여자는 다 자신이 능력자이길 원하지 않아요. 이전의 주명취처럼 남자의 날개 그늘 아래서 평안한 삶을 원하지. 아니 누가 계략을 세우면서 살고 싶겠어요? 사사건건 미친년처럼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고 싶겠어요? 당신들도 전엔 저 싫어했잖아요?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양다리에, 겉으론 좋은 말을 하면서 속으론 흉계를 꾸민다고,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잖아요.”“그런 거 아니었어요? 잘못 생각한 거예요?” 원경릉이 웃으며 반문했다.기왕비가 생각해보더니, “어휴, 사실 그렇기는 그렇네. 하지만 뭐 달리 방법이 있어요? 나 혼자면 됐다고 쳐도 군주도 있잖아요?”원경릉은 요즘 진심으로 기왕비에게 감탄하는 게 기왕비는 생각이 민첩하고 마음이 명확하고 무슨 일이든 정확히 들여다봐서 원경릉처럼 연구만 해온 사람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싸주지 않으면 애진작에 몇 번이나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하지만 주명취를 생각하니 원경릉은 저절로 주명양이 생각나서, “주명양은 아직 안 돌아왔어요?”“돌아왔어요!” 기왕비가 별일 아닌 듯 얘기했다.“돌아왔어요? 주명양이 돌아오길 원했다고요? 기왕 전하는 아직 석방 안되지 않았나요?” 원경릉이 의아해 했다.기왕비가 손가락을 뻗어 인조 손톱으로 작은 소용돌이 모양을 그리는데 멀리서 보면 장미꽃 같지만 색감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해골같이 보이는데 살살 위쪽으로 소용돌이 그림을 넓혀가며 담담하게, “대충 주재상 쪽에서 얻은 소식으론 기왕이 풀려날 것 같아요.”원경릉은 기왕이 풀
현대로 돌아갈 수 있어?주지는 원경릉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것을 보고 손수건을 건네며, “걱정 마세요, 문이가 가지고 돌아간 선배 편지가 어머님을 구하는 명약이 될 테니까요.”원경릉이 손수건을 받아 쥐고 눈물을 닦으며, “정말? 확신해?”“출가한 사람은 거짓말 안 한다니까요!” 큰 스님이 보증하셨다.원경릉이 슬픔에서 헤어나와, “그럼 난 어떻게 알 수 있는데?”주지가, “’부처의 가르침은 한이 없다’는 말을 믿으세요.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좋은 자리에 있을 겁니다.”‘부처의 가르침은 한이 없다’는 말이 주지의 입에서 나오니 어찌나 어색하던지.원경릉이 오열하며, “얼마나 돌아가고 싶은데.”주지는 말없이 울고 있는 원경릉을 바라볼 뿐이다.원경릉이 거진 울음을 그치자 주지가, “아직도 그 소리를, 전부 순서대로 알아서 될 겁니다.”“누가 알아서 하는데? 이 어둠 속에서 알아서 하는 사람이 누군데?” 원경릉이 물었다.주지가 깊이 낙담하며,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선배가 어둠 속에서 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순서대로 알아서 하냐고 하셨죠? 만약 이걸 깊이 깨달을 수 있다면 성불 한 겁니다.”원경릉은 슬픈 가운데, 주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며, “정말 부처를 믿어?”주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부처의 가르침은 한이 없어요!”“내 몸은 언제까지 냉동돼 있는 거야? 너가 말한 그때 내 몸이 벌써 해동된 건 아니고?” 원경릉이 물었다,주지가 느릿느릿 고개를 저으며, “그때까지 가지 못해서 냉동 회사에 폭발이 일어나 안에 있던 게 몽땅 불에 탔어요.”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럼 나 연기처럼 사라진 거잖아? 불에 탈 필요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해서 분말이 됐겠네.”주지가 엄숙하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폭발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폭발해서 가루가 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상식 아닙니까. 폭발해서 가루가 되려면 필요 조건이……”원경릉은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누르며
절친 기왕비와 현대로 돌아간 문이돌아가는 길에 기왕비가, “부처님 앞에서 소원을 빌었어요.”원경릉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요? 군주를 위해서?”“군주는 저라는 엄마가 보호하고 있으니 잠깐 동안은 부처님을 수고스럽게 하지 않을 겁니다.”“어? 그럼 누구를 위해서?”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가 몇 초간 침묵하더니, “기왕을 위해서요, 풀려난 뒤 분수에 만족하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해 군주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현모양처군요.” 원경릉이 말했다.기황비가 웃으며, “그럼요, 현모양처의 첫번째 조건이 기왕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매일 비위를 맞춰주며 웃음으로 대하는 거지요.”“너무해!” 원경릉이 진심으로 탄식했다.기왕비가 원경릉에게, “너무한 지는 두고 봐야죠. 어쨌든 부모가 너 죽고 나 죽자 치고 받는 환경에서 군주를 살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기왕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만약 진짜 너무하다고 느끼면 태자비를 찾아가서 하소연 할 건데, 날 내치는 건 아니겠죠? 좌우간 저도 이렇게 많이 태자비를 돕고 있으니까.”“내칠 걸요, 내칠 거예요. 난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기왕비의 모든 부정적 정서를 나한테 주면 안되요. 그럼 제가 기왕 전하한테 전부 복수하고 어쩌면 참지 못하고 없애 버릴 지도 몰라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기왕비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만약 태자비가 기왕을 귀신도 모르게 없애 버릴 수 있으면 평생 감사하며 살게요.”원경릉이 일부러 깜짝 놀라는 척을 하고, “맙소사, 남편을 죽일 마음을 품다니, 이 여자는 속내가 얼마나 악독한 거야!”원경릉은 기왕비가 자신과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을 보며, 둘은 처음으로 이렇게 친밀함을 느꼈다.하지만 의외로 털끝만치도 닭살 돋는 말 없이, 마치 예전부터 단짝이었던 것처럼, 자매였던 것처럼.한편 문이가 대주로 돌아간 뒤 그녀를 불러온 시대에 속한 임무를 모두 완수하고 진근영 부부와 이별한 뒤 다른 몇몇의 파트너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문이가 시공을 한번 넘
원경릉 엄마의 자실을 말리는 문이문이는 우연히 다른 사람의 인생 절망의 순간을 마주한 건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원교수란 말에 온몸이 굳어지며 아주머니의 손목을 휘어잡고, “아주머니, 그러니까 위에서 자살하겠다는 사람이 원경릉 엄마라고요?”아주머니는 마치 오랫동안 원경릉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는 듯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그렇다니까.”문이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며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나!문이의 자기 따귀를 힘껏 때리고, 어쩌자고 이제서야 왔어? 일찍 왔어야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태자비한테 뭐라고 할 거냐고?문이는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비집고 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그런 생각하지 마시고 내려오세요, 말씀 드릴 중요한 일이 있어요. 어서 내려오세요.”건물이 이십 몇 층이라 땅에서 문이의 목청이 터져라 외친 말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문이는 마음이 급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위에 있는 사람의 주의를 끌 방법이 없었다.문이는 누군가 로비 안쪽에서 내려오고 또 누군가 올라가는 걸 보고 위쪽에 누가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른 입구로 달려갔다. 여경이 문이의 손목을 끌고, “아가씨, 올라가실 수 없어요.”문이가 급하게, “저 올라가야 돼요, 전 저분을 내려오라고 설득할 수 있어요.”여경이 문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저분과 어떤 관계죠?”문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제가 저분과 아는 관계가 아니라, 저분 따님을 알아요, 믿어주세요. 제가 정말 저분을 설득할 수 있어요.”여경이 엄숙하게, “저분의 가족이 아니면 죄송하지만 올라가시게 할 수 없습니다. 어서 가세요, 소방대원이 구조하는데 방해하지 마시고. 다들 위로 올라갔어요.”문이가 몹시 초조해서, “아뇨, 절 가게 해주세요, 이러다 늦어요, 정말 사람이 죽는다고요, 아니면 원교수님께 내려와서 절 만나달라고 하세요,. 제가 그분께 말씀드리고 물건 전해드릴 게요. 여기 물건 있어요. 저분을 내려오게 할 수 있는.”“무슨 물건이요?” 여경이 물었다.“저
원경릉의 편지 현대에 전해지다원경릉 엄마는 홱 고개를 돌려 문이를 보고 문이 손에 편지를 보더니 슬픔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난간에서 놓고 몸을 움직였다.이 움직임으로 모든 사람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으며 소방대원은 뛸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덮칠 뻔 했다. 하지만 원경릉 엄마는 앉은 자세를 고쳤을 뿐 뛰어내리지는 않았다.그러나 원교수는 놀라서 기절했다.여경도 화들짝 놀라 문이를 끌고, “내려가요, 여기서 소리지르지 말고.”문이도 놀라서 울며 몸부림을 치는데, “어머니, 절 믿어주세요, 원경릉이 저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줬어요, 원경릉은 안 죽었어요, 정말 안 죽었다고요, 왜 절 믿지 않으세요? 만약 뛰어내리시면 전 죽을 죄를 짓는 거예요. 원래 한달전에 와서 편지를 드렸 어야 하는데 여동생이 수술을 받아서 계속 병원에서 간병했어요, 내려와서 보시는 게 뭐가 무서우셔요, 보시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잖아요, 그녀 필적을 아시잖아요.”문이는 계속 편지를 흔들었으나 여겅이 그녀를 내려가도록 끌어내자 어쩔 수 없이 젊은 남자에게 소리치며, “원경릉 오빠시죠? 이 편지 보세요, 그리고 제 백팩에 그녀 초상화 있어요, 그녀의 지금 모습이요, 그녀가 가족에게 보내는 선물도 제 백팩에 다 있어요.”문이는 이 말을 하며 가방을 떨어뜨리더니 더이상 여경을 버티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로 끌려 내려갔다.원경릉 오빠는 바닥에 꿇어앉아 있다가 문이의 말을 듣고 바닥에 편지와 가방을 보더니 편지를 집어 들었다. 편지를 읽고 경악하며, “맙소사, 경아 필적이야, 엄마, 경아 필적이라고, 경아야.”오빠는 미친듯이 읽어 내려가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니 다 읽고 나서 가방을 열자 안에 작은 비단 주머니 몇개와 그림이 있어 천천히 펼쳤다.한사코 터트리지 않던 눈물이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주르륵 흘러내렸다.원경릉 엄마가 마침내 감화되어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정말이니?”원경릉 오빠가 울면서, “엄마, 정말이야, 봐!”오빠가 엄마에게 초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