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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작가: 서인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3 19:24:37
“강빈 형, 조심해요!”

문가에 서 있던 하도운은 이웃들과 함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송해인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은 채로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는 3년 전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나서던 서강빈을 떠올렸다.

이세영은 차에서 내리며 경멸에 차서 냉소를 흘렸다.

“보잘것없는 가게면서, 저럴 필요가 있을까요?”

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면서 차갑게 따져 물었다.

“이 일, 이 비서랑 진기준 씨가 한 짓이야?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송 대표님, 마음 아파서 그러세요? 잊지 마세요. 대표님은 서강빈 씨랑 이미 이혼했어요. 오늘 저녁 파티에서 서강빈 씨 때문에 대표님뿐만 아니라 비오 그룹까지 큰일 날 뻔했어요. 우린 이 보잘것없는 가게를 태운 것뿐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두고 보세요. 이 가게가 없으면 서강빈 씨는 분명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할 거예요.”

이세영은 승리를 거머쥔 사람처럼 차갑게 웃었다.

송해인은 코웃음 치더니 걸음을 옮겨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세영은 다급히 그녀를 붙잡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 뭐 하세요?”

“나 들어가 볼래.”

송해인의 대답을 들은 이세영이 말했다.

“대표님, 미치셨어요? 별 볼 일 없는 가게일 뿐이잖아요. 시간 좀 보세요. 15분 뒤에 대표님이랑 온후 회사 황 대표님이랑 화상 미팅이 있어요.”

송해인은 당황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불타버린 가게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서강빈에게 돈 좀 줘. 난 쟤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차 안으로 들어갔고 운전해서 떠났다.

전부 불타버려 겨우 틀만 남은 가게는 엉망진창이었다. 가게 안은 사방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바닥은 물바다였다.

가게 안에 서 있던 서강빈은 순간 망연해졌다.

전부 없어졌다.

불에 타서 모든 것이 재가 되었다.

벽에 걸려 있던 그와 송해인의 결혼사진은 새까맣게 탄 액자만 남았다.

서강빈은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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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수님은 커리어가 중요한 여자예요. 난 형수님을 세 번 정도 뵀었는데 멀리서 볼 때도 뭔가 무서웠어요. 그리고 형수님 지위와 신분을 생각해 봐요. 형수님은 지금 송주의 유명한 여 대표잖아요. 그것도 몸값이 무려 2,000억에 달하는 사람이죠. 제가 너무 직설적인 걸 수도 있는데, 형수님에게 형은 짐일 거예요. 차라리 이혼해서 잘 됐죠. 앞으로 형은 여기 있어요. 제가 형 먹여 살릴게요.”말을 마친 뒤 하도운은 서강빈에게 술을 한 잔 따라줬다.서강빈은 웃으면서 술잔을 들며 감개했다.“도운아, 권력과 지위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하도운은 웃으며 말했다.“저야 모르죠. 대단한 사람들이나 그런 걸 추구하지, 전 그냥 적당히 돈 있고 행복하면 돼요.”서강빈은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참, 강빈 형, 앞으로 뭐 할 생각이에요? 가게 보수할 거예요? 아니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어요?”하도운의 질문에 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은 모르겠어. 그냥 잠깐 쉬고 싶네.”하도운은 웃으면서 말했다.“강빈 형, 형 의약 회사나 병원 같은 거 열 생각은 없어요? 형 정도 의술에 병원을 차리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의약 회사나 병원?”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그게 가능할까?”“당연하죠. 형이 의약 회사나 병원을 차린다면 전 무조건 형을 응원할 거예요. 그리고 형은 전처에게 능력을 증명해 보여서 전처가 후회하게 할 생각 없으세요?”하도운이 히죽 웃으면서 그를 유혹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정말 의약 회사나 병원을 차린다면, 그건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닐 거야. 송해인이 날 우러러보게 하기 위해서도 아닐 거야.”“그러면 뭘 고민하는 거예요? 그냥 차려요. 돈이 모자라서 그래요? 돈은 저도 있어요!”하도운은 말하면서 침실 안으로 들어가 틴 케이스를 하나 들고 나와 그 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그는 취기 오른 얼굴로 말했다.“이건 제가 모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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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54화

    이세영은 송해인에게 태블릿을 건넸다.안색이 어두워진 송해인은 재빨리 태블릿을 받아 들고 쓱 훑어봤다. 그녀가 미간을 구기고 물었다.“왜 부정적인 여론이 이렇게 많은 거야?”“전부 서강빈 그 사람 때문이에요. 그가 한의학 포럼에서 금오단 치료에 함께 쓰이는 침구술에 관한 글을 썼는데, 그 때문에 포럼에서 우리 회사가 홍보한 금오단의 효과를 의심하고 있어요. 30분도 안 돼서 그 글은 여러 플랫폼에 공유됐어요. 더 괘씸한 건 아래에 서강빈이 예전에 펜션에서 우남기 어르신을 구한 모습을 몰래 찍은 영상도 있다는 거예요. 지금 네티즌들은 그 영상 아래 댓글창에서 금오단을 비하하면서 우리 회사가 가짜 약을 파는 양심 없는 기업이라고 맹비난해요.”이세영은 화를 내며 설명했다. 그녀의 말투에서 서강빈을 향한 분노가 여실히 느껴졌다.송해인은 여러 플랫폼에서 비오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지자 곧바로 말했다.“당장 회사 홍보팀에 연락해서 최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라고 해.”“이미 통보했어요.”이세영이 대답했다.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확 구겨졌다. 그녀는 한없이 차가운 얼굴로 ‘팍’ 소리 나게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 안 하면 제가 괴로울 것 같아서요.”이세영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송해인은 기분이 몹시 나쁜 상태였기에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해.”“대표님, 서강빈 씨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요. 침구술을 대표님에게 알려주지 않고 인터넷에 올렸잖아요. 여론을 이용해 대표님을 압박한 거죠. 그러면 대표님이 난처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 비오 그룹도 무너뜨릴 수 있고요.”송해인은 침묵하며 미간을 팍 구겼다.‘그런가?’“서강빈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짓을 할 리는...”송해인이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이세영은 발을 구르며 말했다.“대표님, 속지 마세요. 그게 아니라면 서강빈 씨가 왜 하필 인터넷에 글을 올렸겠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영상도 그래요. 아마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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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요? 감사합니다, 진 대표님. 그리고 미리 축하드릴게요. 이제 곧 송 대표님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비서로 일하는 건 이세영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출세였다. 그녀는 송주 상업계에서 잘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위로 올라가는 걸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전화를 끊은 뒤 이세영은 의미심장하게 대표 사무실을 본 뒤 화장실에서 나왔다.전화 건너편.진기준은 소파에 앉아 양쪽에 미녀들을 끌어안고 한 손에는 시가를, 다른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었다.그의 앞에는 인상이 험악하고 피부가 거무칙칙한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그에게서 등골이 섬뜩할 정도의 살기와 한기가 느껴졌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현금 4억 원 정도가 널려 있었다.진기준은 시가를 피우며 차갑게 웃었다.“아귀, 일 잘 처리했네. 하지만 내가 오늘 밤 원했던 건 손 두 개였어. 그런데 가게만 불태우는 건 좀 모자란 것 같은데?”남자는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 절 못 믿으십니까? 오늘 밤에 바로 원하는 바를 이루어 드리죠. 시간을 보니 제 사람은 움직이기 시작했을 겁니다.”진기준은 그 말을 듣더니 음흉하게 웃었다.“잘 됐어. 그러면 짠할까? 우리의 성공을 미리 축하하자고.”남자는 음산한 눈빛으로 잔을 들었다....같은 시각.하도운의 가게 밖, 어두운 밤하늘 아래 갑자기 복면을 쓴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소리 없이 가게의 자물쇠를 파괴했다.그 순간, 가게 안 소파에서 자고 있던 서강빈은 잠에서 깼다.두 눈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이내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세 사람은 살금살금 움직이며 몸을 웅크린 채로 허리춤에서 도끼 세 개를 꺼냈다. 그들은 발뒤꿈치를 든 채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어둠 속에서 그들의 미약한 호흡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몸을 숨긴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의 호흡 소리를 들어 보니 일반인은 아니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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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그 말을 듣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아뇨. 저희는 의리 없습니다. 없어요...”“잘됐네.”서강빈은 웃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말해봐, 누가 시킨 일이지?”“아귀... 아, 아귀, 아귀 형님입니다!”그중 한 명이 다급히 더듬거리면서 외쳤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서강빈에게 밟혀 무릎이 작살날 것만 같았다.“맞아요, 맞습니다. 아귀 형님, 아귀 형님이 저희를 보냈습니다.”다른 한 명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서둘러 외쳐댔다.“저희에게 당신의 두 손을 자르면 4,000만 원을 준다고 했습니다.”“겨우 4,000만 원으로 내 두 손을 샀다고?”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내가 너희 둘이 말한 아귀란 사람과 척을 지지는 않았을 텐데.”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쭈물 말했다.“저희도 모릅니다. 저희는 그저 돈 받고 일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건 아귀 형님에게 물으셔야 합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서강빈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저희는 모릅니다. 아귀 형님은 원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거든요. 보통 전화로 저희에게 연락하십니다.”한 명이 말했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뻗으며 차갑게 말했다.“휴대전화.”그 사람은 허둥지둥 휴대전화를 꺼내 공손하게 서강빈에게 건넸다.서강빈은 통화 기록을 쓱 본 뒤 곧장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은 끝났어?”서강빈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상대편도 뭔가를 눈치챈 건지 침묵했다.같은 시각, 룸 안에 있던 아귀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한참을 침묵하다가 떠보듯 물었다.“서강빈?”“그래.”서강빈이 덤덤히 대답했다.“내 사람을 어떻게 한 거야?”아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은 힐끗 본 뒤 대답했다.“뭐 어쩌지는 않았어. 한 명은 기절했고 다른 두 명은 무릎 꿇고 있어.”“이 자식. 경고하는데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린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아귀가 사납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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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57화

    “이 자식, 빨리 왔네. 내 사람은?”아귀가 어두운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서강빈은 두 손을 호주머니 안에 넣고 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걸어갔다. 서강빈은 룸 안의 부하들을 쭉 둘러보며 그들의 위치와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들을 파악한 뒤, 아귀의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묶어뒀는데.”“팍.”아귀는 화가 난 듯 테이블을 힘껏 내리치며 소리쳤다.“이 자식,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네가 누구든 오늘 밤엔 절대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7, 8명의 부하들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살기등등하게 서강빈을 에워쌌다. 그들은 허리춤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는 비수를 꺼냈다.서강빈은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반문했다.“아귀라고 했지? 우리 사이에 원한 같은 건 없을 텐데. 내 추측이 맞다면 당신 뒤에 다른 사람이 있지? 기회를 한 번 줄게. 얘기해, 누군지. 그러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떠날게.”“하하하!”아귀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그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내게 기회를 준다고?”“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팰리스야, 내 구역이라고. 널 죽이고 아무 데나 묻어도 아무도 몰라.”서강빈은 들고 있던 잔을 흔들거리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은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겠다는 거지?”“탕.”아귀는 테이블 위 술병을 들어 올린 뒤 그것을 바닥에 힘껏 내던지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놈, 내 구역에 와서 큰소리를 쳐? 내가 송주에서 그동안 헛짓거리나 한 줄 알아?”“저놈을 족쳐! 저놈이 무릎 꿇고 나랑 얘기하게 만들어.”아귀가 화를 냈다.그와 이렇게 건방진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죽으려고!’그 순간 7, 8명의 부하들이 비수를 들고 흉악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서강빈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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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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