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2화

작가: 서인하
전화를 받자마자 송해인이 화가 나서 따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강빈, 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서강빈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송 대표,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는 척이야? 정빈 마스크팩, 어떻게 해명할 거야?”

송해인은 차가운 말투로 따져 물었다.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정빈 마스크팩? 무슨 문제라도 있어?”

“서강빈! 지금 네가 하는 짓이 부끄럽지도 않아?”

송해인이 화를 냈다.

서강빈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을 하고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았다.

“부끄럽다고?”

서강빈은 미간을 더 찌푸리고 마음속에서는 스멀스멀 화가 났다.

영문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송해인은 차갑게 말했다.

“네가 전에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지 않고 네 힘으로 나한테 증명해 보인다며! 지금 뭐야? 지금 너는 그 권씨 가문의 딸을 등에 업고 몰래 마스크팩에 손을 쓰고 있잖아!”

“아니면 너 혼자 힘으로는 무슨 자격으로 랭킹 4위에 오를 수 있겠어?”

이 말을 듣고 서강빈은 그제야 영문을 알고 자조적으로 웃으며 되물었다.

“송 대표, 네 말뜻은 정빈 마스크팩이 랭킹 4위에 오른 게 내가 권효정 씨를 등에 업은 결과라는 거야?”

“그게 아니면 뭐야?”

송해인이 차갑게 말했다.

서강빈은 웃었다.

“그래서 네 눈에 나는 뭐를 하든 간에 다 다른 사람의 덕을 본다는 거지?”

서강빈이 물었다.

송해인은 잠깐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나는 너랑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네가 아무리 권효정 씨의 덕을 본다고 해도 나 송해인은 절대로 지지 않아!”

“그래, 그럼 나도 똑똑히 알려줄게. 정빈 마스크팩이 랭킹 4위까지 오른 데 대해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은 적 없어! 네가 믿지 않는다면 직접 조사해봐!”

서강빈은 차가운 말투로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의 맞은편에서 송해인은 흠칫하더니 소리쳤다.

“서강빈! 서강빈!”

“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서강빈   제473화

    서강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빨리도 왔네.”“혼자 죽을래, 아니면 우리가 죽여줄까?”검은 도포의 노인은 음침하게 차가운 미소를 띠고 물었다.그의 눈에는 자신들이 서강빈과 같은 젊은 녀석을 상대하는 게 능력을 썩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원래는 어떤 대단한 고수인가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녀석일 줄은 몰랐다.크게 전투를 한번 치를 준비하고 있던 흑백무상은 이에 무척 실망했다.서강빈은 평온하게 웃었다.이 웃음을 본 흑백무상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녀석이 지금 비웃는 건가?“보아하니 너는 우리가 죽여주기를 선택했구나.”흑무상은 사악하게 웃으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이때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권효정이 깨어나서 눈을 비볐다. 그녀는 가게 안에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보고 당황해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바로 이때, 흑무상은 다짜고짜 손을 들어 서강빈을 향해 공격하려고 했다.그의 공격은 검은색의 안개를 몰고 왔는데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이에 놀란 권효정은 비명을 지르며 피하는 것조차 잊었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바로 이 검은색의 안개가 시체의 기라는 것을 알아챘다.다음 순간, 서강빈은 손을 들어 권효정의 팔을 끌어서는 자신의 등 뒤로 보내고 동시에 손을 들어 흑무상의 공격에 대응했다.펑 하는 소리가 터졌다.흑무상은 뒷걸음질을 몇 번 치더니 온몸이 비틀거리고 가슴팍에서도 기복이 일렀다.이 순간, 흑무상은 깜짝 놀라 경악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이 자식, 너 어디 문파야?”흑무상은 무척 놀랐다.자신의 주먹을 맞받을 수 있고 자신을 뒷걸음질하게 만드는 사람은 서강빈이 처음이었다.“문파는 없어. 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손바닥이 이미 검게 변하고 은은한 검은 안개가 자신의 손바닥 한가운데 있는 경맥을 따라 팔 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흑무상은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건방진 녀석, 내 주먹이 그렇게 쉽게 맞받아칠 수

  • 명의 서강빈   제474화

    더 무서운 것은 검은 도포 노인의 시체독이 반사되어 노인의 팔을 타고 그의 가슴 쪽으로 침투되어갔다.그의 몸에 있는 시체독이 너무 많은 탓에 몇 걸음을 못가 검은 도포 노인은 바닥에 쓰러져서 앓는 소리를 냈고 온몸의 피부가 검게 변하면서 부패하기 시작했다.한편, 흰 도포 노부인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 도망가려고 했다.그녀는 오늘 밤 고수를 만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도망가려고?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잖아!”서강빈은 흰 도포 노부인이 도망가려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은침을 발사했다.흰 도포 노부인은 거의 반사적으로 손에 있던 상장을 휘둘러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렀다.대부분을 막아냈지만 그래도 몇 개가 노부인의 얼굴에 꽂혔고 그중 하나는 눈에 찍혀서 피가 흘러나왔다.하지만 흰 도포 노부인은 멈추지 않고 뒤돌아 계속 도망갔는데 몇 번의 인기척 소리가 들리고 원숭이처럼 뛰어서 담을 넘어 길가에 널린 가게의 지붕으로 올라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상대방이 도망가는 것을 본 서강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방금 그 몇 개의 침은 이미 노부인 체내의 진기를 봉인했기에 서강빈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녀는 평생 다시 무술을 쓰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매일 지옥과도 같은 고문을 견뎌야 할 것이다.만약 스스로 얼굴에 있는 은침을 뽑는다면 노부인은 기가 다 빨려서 사망할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부인은 죽기 싫다면 스스로 서강빈을 찾아와 은침을 뽑아달라고 애원할 것이다.서강빈은 전투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은 도포 노인을 보았는데 이미 시체독이 오장육부에 완전히 침투한듯했다.“살... 살려줘...”검은 도포 노인은 떨리는 손을 내밀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 그는 숨이 끊겼다.“홀로 자초한 일이야.”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이때 권효정이 걸어오더니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를 보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넋이 나간 채로 물었다.“강

  • 명의 서강빈   제475화

    송태호가 대답했다.“알아! 우리 누나는 어때?”전화 저편에서는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세요. 죽을 일은 없습니다. 도련님이 성공적으로 회사를 손에 넣고 100억을 얻게 되면 도련님의 누나는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좋아! 그래도 경고하는데 우리 누나 건드리지 마!”송태호는 차갑게 말했다.전화 저편의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일 처리를 하는 데는 믿을 만해요.”말하고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송태호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누나,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나는 내가 멍청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거야! 나도 충분히 능력이 있는 놈이야!”송태호는 작게 말했는데 눈빛에는 한줄기 한기가 서려 있었다....한편, 서강빈 쪽에서는 한정산이 계속 가게에 남아 있었고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그는 다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서 거장, 백무상이 정말 올까?”“그 사람이 만약 죽기 싫다면 올 것입니다.”서강빈은 덤덤하게 말했다.말이 끝나자마자 만물상점 앞에는 쭈뼛쭈뼛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비틀거리면서 일그러진 웃음을 띤 채 들어왔다.한정산은 깜짝 놀라 손짓을 하자 경호원들이 바로 뛰쳐나가서 싸우려고 했다.그 노부인이었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홀 안에 있는 서강빈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쳤다.“선생님 제발 넓은 아량을 베풀어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 제 얼굴에 있는 은침을 뽑아주세요.”아까 노부인은 방안에서 상처를 치료하면서 혼자서 은침을 뽑으려 했었다.하지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와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서강빈을 찾으러 돌아왔다.이때 한정산도 눈앞에 있는 노부인의 신분을 알아챘다.무귀문의 백무상이다!정말 서 거장한테 애원하러 다시 왔다.서강빈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서 태연하게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노부인을 훑더니 웃으며 말

  • 명의 서강빈   제476화

    하지만 그녀는 문을 닫지 않았다.마치 일부러 서강빈에게 남겨준 듯했다.서강빈은 권효정의 그런 속셈을 모를 리가 없기에 무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튿날, 서강빈은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휴대폰을 확인하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세요?”서강빈은 전화를 받아 정중하게 물었다.“서강빈, 해인이 거기 있는 거 맞지?”전화 저편에서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무척 다급했다.“누구신지?”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렸는데 소리가 귀에 익었다.“나 도정윤이야. 해인이 지금 너한테 있냐고 묻잖아!”도정윤이 차갑게 말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하다는 듯 대답했다.“도정윤 씨, 지금 나와 송해인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송해인이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너랑 같이 있는 게 아니야?”도정윤이 의아하게 묻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강빈은 안색이 변하여 미간을 찌푸리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미친 여자 아니야?”휴대폰을 놓고 서강빈은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는 아침 운동을 했다.그가 운동을 마쳤을 때야 권효정이 일어났다. 그녀는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 있었고 살짝 비쳐서 검은색 속옷이 보였고 풍만한 자태도 보였다.어제저녁에는 너무 어두워서 서강빈이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권효정의 이 몸매는 정말 대단했다.하지만 한번 눈길을 주고 나서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할 일을 계속했다.권효정은 이 기회를 타 잔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뒤에서 서강빈을 안고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자기야, 굿모닝.”서강빈은 흠칫 놀랐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살결의 감촉이 그의 욕구를 자극했다.이 여자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정상적인 남자한테 얼마나 큰 유혹인지 모르는 건가?“뭐 하는 거예요!”서강빈은 권효정을 밀어냈다.“메롱...”권효정은 장난스레 서강빈을 향해 혀를 둘렀고 뒤돌아 화장실로 가서 씻기 시작했다.십여 분 후, 권효정이 나왔을 때는 이미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영락없는 부잣집 딸, 능력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하지만

  • 명의 서강빈   제477화

    “송해인 씨요?”황규성은 조금 의아했지만 바로 승낙했다.“알겠어요. 바로 전체 사람들을 동원해서 송해인 씨의 행방을 찾아볼게요.”“네.”서강빈은 대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는데 안색은 어둡고 착잡해 보였다.송해인이 사라진 지 12시간이라고?다 성인인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서강빈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바로 이때, 만물상점 문 앞에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가 섰다.무척 패기가 넘쳤다.차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혹시 서강빈, 서 거장님입니까?”검은 정장의 남자는 아주 정중하게 물었다.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검은 정장의 남자는 살짝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저희 공씨 어르신께서 점심을 함께하려고 요청하셨습니다. 서 거장님께서 시간이 되시는지요?”“공씨 어르신? 공명진 씨 말씀입니까?”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검은 정장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서강빈은 웃으며 물었다.“왜 그러시죠? 혹시 어르신께서 또 무슨 문제에 봉착했나요?”검은 정장의 사내는 뒤통수를 만지면서 말했다.“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 같은 하인은 잘 모릅니다. 서 거장님, 저와 함께 가시죠.”“그래요. 마침 오늘 일이 없었어요.”서강빈은 승낙하고 나서 문을 닫고는 차에 올랐다.식사하는 장소는 무척 조용한 작은 마당이었다.서강빈은 검은 정장의 경호원을 따라 독립적으로 있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강빈은 공명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공 가주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저한테 전화를 주시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공명진은 서강빈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일어서서 공손하게 말했다.“서 거장, 농이 지나치십니다. 음식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얼른 앉으세요.”서강빈도 내외하지 않고 덤덤하게 자리에 앉았다.이때서야 그는 룸 안에 중년 남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검은색 개량 한복을

  • 명의 서강빈   제478화

    이는 서강빈이 그에 관한 생각을 바꾸게 하였다.이 사람, 보통이 아니다. 속셈이 깊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다.“됐어요. 성회 이 비서님이라고 하셨죠, 할 얘기 있으면 직접 하세요. 저는 좀 있다가 또 일정이 있고 바쁜 몸입니다.”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장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기색을 띠었는데 미묘한 표정을 잘 절제하는 편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서강빈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서강빈 씨, 원수는 푸는 게 맺기보다 쉽다고 했습니다. 저는 서강빈 씨가 성회 군사구역에 얘기를 해줘서 저희 큰 형님과 셋째 동생을 풀어주셨으면 합니다.”이장원이 입을 열었다.요 며칠 사이 그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앞뒤로 계속 달아 다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찾고 인맥을 연락했다.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뻔했다.성회 군사구역 쪽에서는 비룡 장군이 직접 내린 명령이므로 아무도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만약 서강빈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비룡 장군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장원도 깜짝 놀랐었다.그는 서강빈과 같은 이런 아무 배경이 없는 작은 인물이 비룡 장군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게 분명했다.구체적인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지금 형님과 셋째 동생을 구하려면 서강빈의 용서를 구하는 게 필요했다.“안 풀어줄 겁니다.”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이장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서강빈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 상의할 여지조차 없을 줄은 몰랐다.이렇게 거만하다고?성회의 비서인 자신이 직접 와서 그와 대화를 하려는데도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서강빈 씨, 일을 처리할 때 그렇게까지 단호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우리는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이장원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불만과 분노를 극도로 억제하고 있었다.서강빈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이 비서님, 당신은 그날의 상황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갔으면 제

  • 명의 서강빈   제479화

    “뭐라고요? 납치라고요?”서강빈은 낯빛이 크게 변해서 미간을 찌푸렸고 한기가 룸 안 전체를 가득 채웠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서강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황규성이 다급하게 말했다.“서 선생, 구체적인 상황은 나도 아직 조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부하에게서 소식이 왔는데 어느 도박장의 무리가 송해인 씨를 납치하였다고 해요.”“도박장이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더 아리송해졌다.송해인이 언제부터 도박장의 사람들과 관련이 있게 되었는가?”“사람은 어디 있어요?”서강빈이 다급하게 묻자 황규성이 대답했다.“아직 찾고 있어요. 제가 이미 사람들을 보내서 찾으라고 했지만, 송주가 워낙 커서 지금 바로 찾는 건 무리가 있어요.”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더없이 차갑게 변하여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었다.비록 자신과 송해인은 이미 이혼한 사이지만 송해인이 납치되었는데 그녀가 위험에 처한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에 당장 송해인의 행방을 찾아주세요!”서강빈은 이렇게 명령했고 황규성은 다급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서 선생.”전화를 끊자 공명진은 일어서서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서 거장, 무슨 일입니까?”“송해인이 납치당했어요.”서강빈이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한없이 차가웠고 미간에는 불이 일 것 같았다.공명진은 이 말을 듣더니 안색이 변하여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뭐라고요? 송해인 씨가 납치당했다고요? 제가 도울 게 있습니까? 저도 송주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아마 소식을 좀 알수도 있을 겁니다.”“괜찮습니다, 공 가주님. 이미 규성 어르신께 부탁했습니다.”서강빈이 대답했다.“아, 공 가주님, 가주님의 경호원한테 저를 데려다주라고 해주세요.”“좋아요. 철아, 서 거장을 모셔다드려.”공명진이 얼른 말했다.“네.”경호원이 대답했다.이윽고 서강빈은 다급하게 떠나서 송해인이 사는 작은 별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신호 위반을 했는지 모른다. 운전하는 경호원은 이미 페

  • 명의 서강빈   제480화

    그의 모습을 보니 양미란을 눈치를 채고 주먹으로 송태호를 계속 때리면서 꾸짖었다.“이 모자란 자식! 네 친누나야! 당장 어디 있는지 엄마한테 말해!”“엄마!”송태호는 급하게 소리치고는 양미란의 어깨를 누르고 눈을 크게 뜨고는 차근차근 타일렀다.“내 말 좀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 제가 잠시 누나를 숨겨둔 것뿐이에요. 아주 안전해요, 진짜 안전해요.”“저는 그저 회사를 가지고 싶었고 단지 저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엄마, 저 도와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네?”“제가 회사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반드시 비오 그룹을 이끌어서 더 큰 휘황함을 이룰 거예요. 반드시 송씨 가문을 송주에서 으뜸가는 명문가로 만들 거예요!”양미란은 송태호를 밀쳐내고 울부짖었다.“천호야, 너 미쳤어? 해인이는 네 친누나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안돼, 지금 당장 가서 할머니한테 말할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도 무사하게 해줄게. 내가 할머니한테 너를 봐달라고 빌 거야.”양미란이 가려는 것을 보고 송태호는 급해져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에 양미란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아들, 이게 뭐 하는 거야? 얼른 일어나!”양미란은 얼른 송태호를 일으키려 했지만, 송태호는 일어나지 않고 울면서 말했다.“엄마, 제발 부탁해요.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아니면 저는 죽어요.”“아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엄마를 놀라게 하지 마.”양미란도 조급해져서 가슴이 철렁했다.송태호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엄마, 제가 도박 빚이 있어요. 100억, 100억이에요! 제가 회사를 손에 넣지 못해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저는 죽어요!”“뭐? 100억이나 도박 빚이 있다고?”양미란은 이 말에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뻔해서 의자에 털썩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엄마, 엄마... 괜찮아요?”송태호는 얼른 일어서서 양미란을 부축했다.양미란은 아직도 철이 들지 않고 속을 썩이는 송태호를 빤히 쳐다보면서 뺨을 내리치고는 욕을 퍼부었다.“

최신 챕터

  • 명의 서강빈   제843화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