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가문 전체가 흔들렸다.이씨 가문의 장군님이 돌아오셨다!크나큰 경사인 것이다.이덕용은 다급하게 뒤뜰에서 걸어 나왔는데 거실까지 걸어 나왔을 때 몸집이 크고 용맹한 중년 남성이 뒷짐을 지고 용맹한 분위기를 뿜으면서 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천이야, 드디어 돌아왔구나...”이덕용은 감격하여 눈물이 날 듯했다.이수천, 이덕용의 큰아들이고 이씨 가문의 유일한 장군이다.서부 전장에서 지위가 높고 3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이변이 없다면 하 반년에는 별을 하나 더 달수 있다.그때가 되면 성회 이씨 가문은 성회에서 첫 번째로 가는 큰 가문이 될 것이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을 일이다.이수천은 뒤돌아서 다급하게 이덕용을 부축하여 회장님 의사로 모시고는 전투복을 휙 뒤로 보내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들 이수천, 아버지께 인사 올립니다.”“좋아 좋아, 얼른 일어나거라.”이덕용은 감격하여 말했다.이수천은 신속하게 일어서서 곁에 앉아서 굳은 얼굴로 물었다.“아버님, 이렇게 다급하게 저를 전장에서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네 동생이 누군가에게 맞았어.”이덕용이 말하는 말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뭐라고요? 셋째 동생이 맞았다고요? 누가 그렇게 겁 없이 감히 내 동생을 때려요?”이수천은 이 말을 듣고 바로 화를 내며 앉아 있던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그 순간, 이수천의 몸에서는 전쟁터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살기가 해일처럼 솟구쳐 올랐고 주위로 뿜어져 나왔다.그 아우라가 무섭고 두려웠다.주위에 있던 하인들은 모두 그 아우라에 놀라서 덜덜 떨고 있었다.“흥,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어린놈이야.”“자기가 무술 실력이 꽤 있다고 안하무인이어서 감히 우리 이씨 가문의 사람을 때렸어!”이덕용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눈빛에서 분노가 이글거려 사람을 두렵게 했다.“무사?”이수천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이덕용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무사야. 실력이 나쁘지 않아. 네 동생이 찾은 무 대가의 고수도 그놈한테 패배했어
그녀는 달려와서 바로 이수천의 품 안에 안겨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큰 오빠, 이번에 꼭 그놈을 잡아서 향연을 위해 복수해줘야 해요. 제가 그놈을 제대로 괴롭혀줄 거예요!”이수천은 품 안에 있는 이향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큰 오빠가 약속할게. 너를 위해 꼭 그놈을 잡아 와서 네가 분풀이를 하게 할게.”이향연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수천이 물었다.“다친 데는 어때?”“거의 다 나았어요. 백현문의 박원재 선생님이 치료 단약을 한 알 주신 덕분에 제 상처는 빨리 나을 수 있었어요.”이향연의 대답에 이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박원재가 문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도사의 풍채를 지닌 자태로 이수천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이 장군님을 뵙겠습니다.”이수천도 똑같이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박 선생님 별말씀을요. 선생님은 저희 이씨 가문의 큰 은인입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의 셋째 동생의 상처는 이렇게 빨리 아물지 않았을 것입니다.”“참, 이 장군님께서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저희 백현문과 이씨 가문의 관계를 놓고 본다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박원재는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박원재가 물었다.“장군님 이번에 돌아오신 이유가 셋째 아가씨한테 상처를 입힌 그놈 때문입니까?”“맞습니다.”“감히 제 셋째 동생을 다치게 하다니, 그 상대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아니면 모든 사람에게 우리 성회 이씨 가문이 아무나 함부로 괴롭힐 수 있는 가문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 아닙니까!”이수천이 차갑게 말했다. 박원재는 하얀 눈썹을 찌푸리며 귀띔했다.“장군님, 얘기 드려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 얘기를 제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요.”“선생님, 편하게 얘기하세요.”박원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제가 보기에 셋째 아가씨를 때린 사람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장군님께서 셋째 아가씨를 위해 복수를 하신다면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하하하!”이수천은 고개가 뒤로 넘어가도
이수천은 이삼십 명이 되는 정예전사들을 데리고 비오 그룹 회사의 아래로 도착했다.군용지프들이 문 앞에 나타나자 회사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군용 차량이 왜 회사 문 앞에 서 있는 거지?회사 내부 직원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수천은 차 문을 열고 나와서 전투복을 흔들면서 명령을 내렸다.“비오 그룹을 폐쇄해!”“네!”이삼십 명의 전사들은 명령을 듣고 용맹한 호랑이처럼 바로 비오 그룹 내부로 가서 신속하게 회사를 폐쇄했다.모든 출입구에 완전 무장하고 실탄 총을 가진 전사들이 막아섰다.들어올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었다.순식간에 비오 그룹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은 몇 명의 전사들에 의해 전부 회의실 내에 갇혔다.이때 회의실 내에서 이수천은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비오 그룹의 고위층 인사들을 등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통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빌딩들을 보고 있었다.이 순간, 그 몇십 명의 회사 고위층 인사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전투복을 입고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뒷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군대의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은 모두 두려움에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떨려왔다.겁이 많은 일부 사람들은 아예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쌌다.“장군님, 회사 내에 있는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을 모두 데리고 왔습니다.”전사 한 명이 신속하게 앞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고 이수천에게 말했다.“하지만 이들의 대표는 회사에 없습니다.“응?”이수천은 낯빛이 어두워져 눈빛은 아주 무섭고 날카롭게 변하였다.마치 전장에 있는 사자처럼 말이다.그는 뒤돌아 무릎 꿇고 있는 회사 고위층 인사들을 보면서 뒷짐을 지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몰, 몰라요...”회사의 고위층 인사들은 겁에 질려 대답했다.“나는 이씨 가문의 사람이야.”이수천이 차갑게 대답했다.“이...이 장군님, 우리 회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우리 회사를 잠시 폐쇄하는 것인지요?”배짱이 있는 회사 임원이 물었다.이수천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
이세영은 두려움 때문에 말조차 더듬었다. “너에게 묻겠다, 송해인 어디에 있어?”이수천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세영은 듣자마자 겁에 질려 얼굴이 새파래져서 대답했다. “저 저, 저는 모릅니다...” “음?”이수천이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이세영은 급히 말을 바꾸며 대답했다. “알아요, 알아요, 송 대표님은 서강빈을 찾아 대표님의 사촌 동생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러 갔을 거예요. 시간을 보니 곧 회사로 돌아올 시간이네요...”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걸어 들어왔다. 바로 송해인이었다.건물 아래에 있을 때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는 그 전사들을 보았다. 자신이 이 회사의 대표라고 말하고 나서야 송해인은 들어갈 수 있었다. “제가 송해인입니다!” 송해인은 들어와서 무릎 꿇고 있는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을 한번 보고는 이수천을 보면서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이 장군께서 갑자기 우리 회사에 오신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송해인은 웃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이번이 처음으로 군인, 그것도 장군과 접촉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송해인이야?”이수천은 송해인을 훑어보고는 거만하게 물었다. “맞아요.” 송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유지했다. “잡아!” 이수천이 차갑게 말했다. 전사 한 명이 바로 다가와 휙 하고 발차기로 송해인의 무릎을 찼다. 송해인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전사는 바로 송해인의 팔을 뒤로 꺾었다. “이 장군님,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송해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수천은 걸음을 옮겨 송해인 앞으로 다가와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송해인은 고개를 흔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몰라요.”“내 이름은 이수천이다.” “내 셋째 여동생이 이향연이고.” “내 외조카는 한동훈이야.” 이수천이 무심하게 말했다. 송해인은 갑자기 온몸이 떨렸다.그
이수천의 한 마디 명령에, 두 명의 전사가 빠르게 다가와 송해인을 회의실에서 끌어냈다. 이윽고 이수천 일행은 송해인을 지프 차에 태워 비오 그룹을 떠났다.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은 문 앞에서 떨고 있었다. 그 수십 대의 군용 지프가 오랫동안 떠난 후에야 그들은 이마의 땀을 닦고 말을 할 수 있었다. “망했다, 망했어, 송 대표님 이제 큰일 났어...” “성회 이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비오 그룹은 어쩌지?”“빨리 긴급회의 소집해!”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은 급히 회의실로 돌아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세영이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강빈은 만물상점 안에서 여러 조각의 옥을 가지고 놀며 평안석 몇 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이세영이 전화 온 것을 보고 서강빈은 귀찮아서 받기 싫어했다. 하지만, 휴대폰이 계속 울리자 결국 서강빈은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이세영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강빈! 뭐 하고 있어? 전화 몇 번이나 했는데, 이제야 받아?”“이 비서님, 나는 24시간 내내 전화만 기다려야 해?” 서강빈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세영은 서강빈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외쳤다. “대표님이 위험에 처했어!”“음, 송해인이 위험에 처한 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지?”서강빈은 무심하게 말하며, 손에 든 옥을 계속 조각했다. 이세영은 듣자마자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 “서강빈, 당신이 사람이야? 대표님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할 말 있으면 해, 나 바빠.” 서강빈이 냉담하게 말했다. 이세영은 화가 나서 서강빈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고 외쳤다. “이씨 가문! 성회 이씨 가문!”“음?”성회 이씨 가문이라는 말을 듣자, 서강빈의 얼굴색이 변해서 손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성회 이씨 가문이 왜? 문제가 해결됐잖아.”“당신이 해결한 게 뭐야!” 이세영이 소리쳤다. “방금 누가 회사에 왔는지 알아?”
“됐어, 너랑 헛소리하고 싶지 않아, 할 일이 있어서 찾은 거야.”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권비룡은 기분이 상했는지 소리쳤다. “이봐, 서강빈,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를 권 장군이라고 불러야지! 게다가 전화해서 부탁할 거면 좀 좋은 말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 이게 당신이 부탁하는 태도야?” 이때, 전투부 대건물 내부. 넓고 밝은 사무실 안에 약 25~26세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리를 꼬고 몸에는 짙은 녹색 전투복을 입고 있으며 어깨에는 용머리 문장을 달고 있어 매우 오만해 보였다. 특히 그의 눈매와 눈썹은 무척이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옆에는 두 명의 부 장군이 서 있었고 어깨에는 세 개의 금성을 달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서 있었지만, 그들이 권비룡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깊은 존경과 부러움이 가득했다.이 자리에 거만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이 남자는 용국 전투부 새로 임명된 다섯 대장 중 하나이다.그는 ‘비룡 장군’으로 불린다.이제 겨우 스물여섯 살에 이미 백만 대군을 휘두르며 백전불패의 기록을 자랑하고 용국에 큰 공을 세우며 무수한 공적을 쌓았다.그는 용국 전투부에서 당연한 군신이고 용국 전체를 봐도 시대를 풍미하는 인물이다.게다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동경하는 왕자님으로 여겨진다. 서강빈은 미간을 좁히며 차갑게 말했다. “권비룡, 너 맞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거야?”“서강빈, 당신 무슨 태도야! 나 지금 백만 대군을 지휘하는 수장이야! 백전불패에 공적도 많아. 나랑 말할 때 존중해서 해.”“내가 당신 전화를 받고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큰 예우를 베푼 것이야!” 권비룡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옆에 있던 두 명의 부장들은 권비룡이 이렇게 화를 내고 욕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랐고 궁금해했다. 그들은 권비룡을 다섯, 여섯 해 동안 따라다녔지만, 수장이 이렇게 성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적군이 수십만 대군이고 우리 군은 몇천
서강빈은 전화를 끊은 후, 즉시 차를 몰고 성회 이씨 가문으로 향했다. 한편, 송씨 가문의 저택에서는 소란이 빚어지고 있었다. “뭐라고? 해인이 잡혔다고?”양미란은 소식을 듣고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모레면 자신의 딸과 진기준의 결혼식 날인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이세영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울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대표님을 구해주세요, 대표님을 데려간 사람은 이씨 가문의 장군 이수천이에요.”“뭐라고? 성회 이씨 가문의 장군 이수천?!”송명옥은 이 말을 듣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윽고 마치 세상의 끝이 온 듯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끝났어, 우리 송씨 가문 끝났어... 이씨 가문의 그 장군이 나섰다면, 우리 송씨 가문이 살길이 있겠어?”양미란도 놀라서 얼굴이 새파래져 욕을 했다. “저 지독한 서강빈 때문이야! 서강빈이 심기를 건드리고 이 씨 아가씨를 때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겠어?!”“내 불쌍한 딸이 그 녀석과 함께 있어서 계속 피해를 보고 이제 이혼하고 진씨 가문에 시집가려고 하는데도 여전히 그에게 휘말리고 있어.”양미란이 울음을 터뜨렸다. 송태호도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 “엄마, 이제 어떡해요? 누나가 잡혔는데, 우리도 잡힐까요?”이 말이 나오자 송씨 가문 사람들 모두 겁에 질렸다. “맞아요. 할머니, 우리 지금 어떻게 해야 하죠? 이씨 가문이 이 일로 우리 송씨 가문에 화를 내면 우리 송씨 가문은 정말 끝장날 거예요.”송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며 걱정을 표현했다.송명옥의 표정이 바뀌면서 매우 진지한 얼굴로 아래에서 떠드는 송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찍고는 소리쳤다. “됐다! 일단 조급해하지 마라.” “할머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조급해하지 않나요?” 송태호가 급하게 말하자 송명옥이 차갑게 대답했다. “조급해봤자 뭐하나?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이향연은 이날을 오래도록 기다렸었다. 그 기다림은 마치 한세월을 보낸 듯했다.송해인 때문에 겪은 고통과 고난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송해인과 서강빈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송해인은 얼굴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고집스럽게 입안의 피를 뱉어내며 이향연을 바라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향연 씨, 저를 죽이고 싶으면 죽이세요. 마음대로 하세요.”송해인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향연은 매우 불쾌했다. 그녀는 비웃으며 팔짱을 끼고 송해인 주위를 두 바퀴 돌고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송해인, 당신이 곱게 죽도록 내버려 둘 거로 생각해?” 그러면서 이향연은 송해인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어머, 얼굴에 상처가 빨리 나았네. 무슨 약을 썼어?” 이향연은 송해인의 얼굴 상처가 거의 다 나았고 심지어 흉터조차 남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분노했다. 자신의 몸과 얼굴에 남은 끔찍한 상처를 생각하니 더욱 원망스러웠다. “알려줄 생각 없어요!” 송해인은 고집스럽게 말했다.짝!이향연은 송해인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차갑게 말했다. “말 안 하면 너 죽는 모습이 아주 참혹할 거야.” “너는 송주에서 유명한 미녀라던데 그렇다면 열 명이 되는 건장한 남자들이 너를 잘 모시도록 하지! 그리고 너의 방탕한 모습을 촬영해서 송주 전역에 퍼트릴 거야!”“송주 사람들 전체가 이 높은 자리에 있는 미녀 대표 송해인이 사적으로 얼마나 음란하고 비참한지 보게 할 거야!” “이봐, 열 명의 남자를 데려와서 이 방탕한 여자를 끌고 가서 잘 모시도록 해! 그리고 전 과정을 촬영하는 거 잊지 말고!” “네, 아가씨.”하인 하나가 대답했다. 그 순간 이런 말을 들은 송해인은 공포로 굳어버렸고 온몸이 떨리며 눈빛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 이향연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당신 무슨 짓을 하려고 해? 이렇게 할 수 없어! 이건 법을 어기는 거야!” “이씨 가문에 와서 뭐가 안 된다고! 이씨 가문에서는 내가 법이야!”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