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 뭐 하는 거야? 아유, 내가 왜 너를 골라서 이 고생이야.” 퇴원 후 상철은 바로 백영의 집으로 향했다. 매니저는 상철이가 무슨 짓을 저지를까 걱정되어 따라갔다. 백영도 상철을 오랜만에 보았다. 마지막 입원 이후로는 정말로 만난 적이 없었다. 상철이 전혀 대화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영은 지금 매장 상태라 다시 뜨기 위해서 발판을 찾아야 했다. 그 발판이 될 사람은 상철이가 가장 적합했다. 상철이가 오니 백영은 가장 예쁜 옷차림에 화장까지 했다. “상철아, 드디어 왔구나.” 상철은 백영을 무시하고 그녀의 핸드폰을 요구했다. 백영과 나의 채팅 기록을 살펴보는 상철은 볼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분노로 몸까지 떨었다. 상철은 구역질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천천히 위로 채팅 기록을 올렸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고 나서야 점차 진지해졌다. 상철은 백영의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사진 하나하나를 보여주었다. “내 사진은 언제 찍었어? 내가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어?” 상철이가 찍은 사진이 아니기에 그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백영이 사진을 보낸 날, 나는 전문인을 찾아 조사했고, 그 전문인은 사진이 합성된 것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계속 속고 있었을 거고 이대로 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백영은 상철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같이 잤다고 주장했다. “그때 시상식 후에 너가 술에 취해 방을 잘못 들어갔던 거야.” 상철은 스스로의 입술을 세게 때리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누나가 얼마나 슬펐을까? 그럴 수밖에 없지. 내가 너를 위해 그런 말까지 했는데.” “너는 죽어야 해, 나도 죽어야 해.” 상철은 주방으로 달려가 칼을 꺼내 백영을 찔렀지만 백영은 재빨리 피했다. 핸드폰 위치 추적을 통해 급히 도착한 매니저는 그 장면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따라온 두 명의 경호
상철은 욕실에서 세 시간을 넘게 씻고 나왔다. 그러나 소파에 앉자마자 다시 일어났다. “난 더러워, 누나 소파까지 더럽혀서는 안 돼.” 그후 내가 이사 간 것을 떠올린 듯 이사 간 이유가 그 집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자기 몸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너무 지독하다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온 상철의 몸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온몸은 마치 뜨거운 물에 데인 듯 붉었다. 상철은 수면제를 꺼내 몇 알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어서 백영과 함께 찍은 드라마가 곧 방영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은 그들을 드라마 홍보에 초대했다. 하지만 상철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에게 매일은 지옥이었다. 백영은 죽을까 봐 두려워서 상철과 함께하는 걸 거절했다. 한동안 수면제를 계속 복용하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철은 밤에 와인 저장고에서 술을 마실 때 불을 지폈다. 나는 상철의 모습을 보고 그를 돕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에게는 죽음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내 영혼도 곧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한 번 보고, 해가 뜬 후 이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면 끝나는 것이다. 나는 마치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집에서 상철을 구해낸 후 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예상외로 성과를 내면서 1년도 안 된 사이에 남자 탑 스타가 되었다. 근데 나한테 너무 달라붙는 게 문제이다. 하여 일만 생기면 바로 나한테 바쁘냐고 물어보면서 바쁘지 않으면 함께 가자고 했다. “다른 탑 스타들은 연애를 들키는 걸 두려워하는데 너는 왜 이래?” 상철은 계속 날 따라만 다녔다. 내가 떠날까 봐 두려운지 밤중에 화장실 갈 때도 놀라서 같이 깬다. “나를 떠나면 안 돼.” 나는 상철이가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상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하루 전, 상철은 바로 온라인에 글을 올리며 자신의 연애를 공개했다.
병원을 나오고 보니 손에는 의사 선생님이 준 검사 보고서가 쥐어지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가족 유전병이고,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한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휴대폰에는 최신 소식이 푸시 알림으로 떠 있었다. [톱스타와 신인 여배우 심야에 손을 잡았다?” 심심해서 댓글을 봤는데 댓글 중엔 지지하는 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반대하는 글들이었다. 차가 도착한 후 난 손에 든 보고서를 접어 넣었다. 여기 일만 처리되면 나는 곧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떠날 것이다. 지상철에게 메시지를 보내 어디에 있냐고, 집에 잠시 들를 수 있냐고 물었더니 30분이 지나서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예상대로 모두 통화 중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주물렀다. 운전기사는 상철 도련님이 아마 바쁠 거라며 조금만 기다리면 전화가 올 거라고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 “얼마나 바빴으면 대표인 나보다 더 바쁠까요? 반나절 동안 전화 한 통 받지 않고...” 나는 운전기사에게 앞으로는 상철을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상철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이제는 상철의 태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상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사람한테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축하 연회에 있다고 답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은 매우 시끄러웠고,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상철은 전화를 끊었다. 나는 상철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거실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상철은 다음 날 아침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나를 안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밀어냈다. “샤워하고 와. 술 냄새에 향수 냄새까지 섞여서 정말 역겨워.” 상철은 냄새를 맡고 곧바로 샤워하러 갔다. 샤워를 마치고는 수건 하나만 두르고 나와서 머리의 물기도 닦지 않은 채 나에게 수건을 던지며 물었다. “나 좀 닦아 줄래?” 나는 상철이 지금 나한
나는 강제로 상철을 깨워서 그 키 카드에 대해 물었다. 이때 상철은 이미 약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키 카드는 무슨...”나는 카드를 상철에게 보여줬다.상철은 그 카드가 게임할 때 어떤 여배우가 갖고 있던 거라며 별로 신경 안 쓰고 쓰레기통에 바로 던져버렸다.그리고 강제로 나를 끌어안고 같이 자려고 했다.나는 이불을 들고 방을 나왔다....상철이가 자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나는 회사에 갔다가 막 돌아온 참이었다.나는 상철에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고 물었다. 상철은 자리에 앉으며 나보고 말하라고 하였다.“우리 이제 공개해. 이렇게 숨어서 연애하는 거 너무 힘들어.”상철은 마치 꼬리를 밟힌 것처럼 버럭 화를 냈다.“안 돼. 지금 내 커리어가 한창 올라가는 시기인데 연애를 공개하다니 말도 안 돼. 팬들이 알면 그동안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 거야.”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의 연애는 공개할 수 없으면서 다른 여자들과는 스캔들이 날 수 있다는 게.“그건 다 연기잖아. 너랑은 달라.”상철은 나를 달래며 앞으로 2년만 더 기다리면 꼭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2년이라니... 근데 난 이제 더는 못 기다릴지도 몰라.”상철은 마치 우스운 얘기라도 들은 듯, 왜 기다릴 수 없냐며 이미 1년을 기다렸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고 했다.상철은 맹세까지 했다.나는 하고 싶었던 말을 전부 삼켰다.상철은 집에 2~3일 정도 머물다가 곧바로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누나, 현장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상철이 떠나는 걸 지켜보며 나는 비서에게 지금 그와 스캔들이 난 여자가 누구인지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정보를 알고 싶었다.비서 쪽에서 아직 조사 중이었는데 그 여자 쪽에서 먼저 나한테 친구 신청을 보냈다.[나 상철의 여자친구야.]나는 그 친구 신청을 보고 과감히 수락했다. 대체 어떤 년인지 보고 싶었으니까.친구 신청을 수락하자마자 그녀는 나에게 상철과 손을 잡은 사진, 상철이 자는 사진 등 여러 장의 사진을 보냈다.심
이번엔 상철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몇 마디만 나누고 곧바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막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너야? 네가 감독한테 말해서 내 여주인공 자리를 뺏은 거야?” ‘생각보다 감독이 일을 빨리 처리했네.’ 백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 주변의 다른 배우들도 모두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내밀어 나를 바라봤다. “백영이 쟤 이번엔 진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말 한마디에 여주인공 자리를 날려버리다니.” 상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정말이야?” 나는 더 이상 그들과 장난질할 마음도 없어서 내가 한 일이라고 바로 인정했다. 백영은 소리치며 왜 그랬냐고 따졌다.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느냐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주변 스태프들에게 눈짓을 했고, 모두 방에서 나갔다. 이제 우리 셋만 남았다. 나는 백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나를 도발한 대가야.” 상철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나한테 물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이거 사실이야? 내가 언제 너를 내 여자친구라고 말했는데?” 상철은 백영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누나, 이제 화 좀 풀렸어?” “나 때린 거 봤지. 근데 쟤 또 촬영해야 하니까 이번만 그냥 넘어가 줘, 응?”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돌아온 뒤 보니 드라마 제작팀은 이미 새로운 여주인공을 찾았다. 그런데도 백영은 여전히 촬영장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상철은 며칠 동안 촬영을 하다가 새로운 여주인공이 익숙하지 않다며 다시 백영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밤, 상철은 촬영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 백영이 걔를 다시 여주인공으로 돌려놔 줘. 누나도 내 드라마가 대박 났으면 좋잖아.” 나는 상철에게 물었다. “너 정말 백영을 좋아하니?” “당연히 아니지. 나는 누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상철은 당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나에게 사과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줘, 누나. 1년만 지나고 꼭 공개할게.”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저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이때 누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나가 놀자고 했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다녀와.”하지만 상철은 나한테 이번 모임에 가족도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내 핸드폰에는 아직 백영의 연락처가 삭제되지 않았다. 하여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난 백영이 보낸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진실 게임 아니면 벌칙 게임?”상철은 진실 게임을 선택했고, 누군가 상철에게 나와의 관계를 물었다.“그냥 이웃집 누나야.”몇몇 사람들이 상철를 놀리며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술을 권했다.상철은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내 발판 수준이 되니까 만난 거지, 아니면 누가 저런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사람을 상대하겠어.”“교활한 녀석. 근데 그 누나도 너보다 몇 살 많지 않잖아.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진짜 버릴 수 있겠어?”“뭐가 아쉽다고. 너희 중에 누구든 마음에 들면 가져가.”나는 백영이 보낸 영상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영은 나한테 만나자고 하며 장소를 보내왔다.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우리 둘만 있었다. 백영은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내가 보낸 영상 봤지? 이제 너도 상철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러니 제발 상철이를 놔줘. 서로 좋게 끝내야 지.”“상철이가 좋아하는 건 나고, 사랑하는 것도 나야.”백영은 목을 덮은 셔츠를 내리고 거기 키스 자국을 보여주었다.“이거 봐. 이건 다 상철이가 남긴 거야.”“네가 정말 계속 이렇게 날 도발할 거야? 어떤 결과가 따를지 생각은 해봤어?”하지만 백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지난번에 그냥 넘겼기 때문에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나는 백영 앞에서 그녀의 대표한테 전화를 걸고
신제품 발표회는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발표회는 거의 모든 매체가 참석했다. 나는 오프닝을 맡았고, 신제품 소개는 새로운 후계자가 맡았다. 발표회가 끝난 뒤에는 만찬이 있었는데 예전의 만찬은 항상 혼자였지만 올해는 젊은 소년을 데리고 갔다. 그 소년은 서연의 동생인데 부모님의 반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하여 소년은 혼자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서연은 그가 혼자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여 나한테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소년의 등장으로 모든 언론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날 밤 그는 모든 주목을 받았다. 담이 큰 한 기자는 소년이 내 남자친구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였다. “남자친구는 아니고 친구 동생이에요. 좀 봐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하지만 언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 날 보도된 기사에는 미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소년을 경매회에 데리고 갔고, 많은 고미술품을 사주었다. 심지어 소년을 위해 특별히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만들어주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해외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그날 밤 나는 예전 집에 가서 멀리서 보려고 했다. 그때 상철을 만났다. 그는 친구들에게 부축받고 있었고, 술에 취한 것 같았다. 그들이 나를 보자 눈이 반짝였다. “누나가 좀 상철이를 돌봐 주세요. 술에 취해 자기 집도 몰라요. 자꾸 이 집이 자기 집이라고 우기고 있어요.” 나는 상철이를 받지 않았다. “얘 말이 맞아요. 예전에 정말 우리 집이었는데 그 집을 팔아버렸거든요.” 그들은 멍하니 나를 보고만 있었다. 손에는 난동을 부리는 상철이고 꽤 힘들게 그를 잡고 있었다. “그럼 지금 어디에 살고 계세요? 이 사람을 집에 보내야 할 거 아니에요.” 나는 그들을 쳐다보았다.‘이해하기 그렇게 힘든 건가?’ “나는 이제 얘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얘가 어디로 가든 나랑 상관없어요.” 나는 그들을 피해 차에 올라타 떠났다.
남은 마지막 힘까지 다하고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어딘가에서 의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영혼은 몸체에서 빠져나갔다. 이 세상을 잊지 못해서, 그들을 잊지 못해서, 우리가 살던 그 집으로 돌아갔다. 내 앞에서는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재생되고 있었다. 서연이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모습이 보였다. 상철은 핸드폰을 들고 내가 이번에 무슨 수작을 부릴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 뭘로 나를 붙잡으려고 하는 거야.” 상철은 내 번호를 삭제하고 다시 촬영하러 갔다. 서연은 내 집으로 와서 상철과의 계약서를 들고 촬영 현장으로 갔다. “지상철이 어디 있어요?” 상철의 매니저가 다가와 서연을 데리고 갔다. 마침 상철이가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연은 그를 방해할 생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촬영을 끝낸 후에야 상철이를 불렀다. 상철은 서연을 보고 또 무슨 수단으로 나를 붙잡으려는 거냐고 물었다. 서연은 상철에게 계약서를 던져주었다. “이건 민지가 나에게 맡긴 거야. 이제 계약 해지하고 했어.” 내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 상철은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그는 펜을 집어 들고 재빠르게 서명했다. “해지하면 되지 뭐. 백영 때문에 이러는 거야? 지난번에 누나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었을 때도 나 누구인지 묻지 않았는데.” 서연은 참지 못하고 상철의 뺨을 날렸다. “그 말 진심이야? 민지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민지 아니면 너 지금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찍은 드라마 대부분 민지가 투자한 거야.” 나는 상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상철이도 당연히 모를 것이다. “정말 네가 대단한 줄 알아? 네 힘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해줄게. 민지 죽었어. 네가 백영과 같이 있을 때 민지는 병세가 악화되어서 너와 함께 있기를 바랐지만 너는 전화를 끊고 연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