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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속삭임
망각의 속삭임
작가: 드림

제1화

병원을 나오고 보니 손에는 의사 선생님이 준 검사 보고서가 쥐어지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가족 유전병이고,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한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휴대폰에는 최신 소식이 푸시 알림으로 떠 있었다.

[톱스타와 신인 여배우 심야에 손을 잡았다?”

심심해서 댓글을 봤는데 댓글 중엔 지지하는 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반대하는 글들이었다.

차가 도착한 후 난 손에 든 보고서를 접어 넣었다. 여기 일만 처리되면 나는 곧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떠날 것이다.

지상철에게 메시지를 보내 어디에 있냐고, 집에 잠시 들를 수 있냐고 물었더니 30분이 지나서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예상대로 모두 통화 중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주물렀다.

운전기사는 상철 도련님이 아마 바쁠 거라며 조금만 기다리면 전화가 올 거라고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

“얼마나 바빴으면 대표인 나보다 더 바쁠까요? 반나절 동안 전화 한 통 받지 않고...”

나는 운전기사에게 앞으로는 상철을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상철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이제는 상철의 태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상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사람한테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축하 연회에 있다고 답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은 매우 시끄러웠고,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상철은 전화를 끊었다.

나는 상철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거실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상철은 다음 날 아침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나를 안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밀어냈다.

“샤워하고 와. 술 냄새에 향수 냄새까지 섞여서 정말 역겨워.”

상철은 냄새를 맡고 곧바로 샤워하러 갔다. 샤워를 마치고는 수건 하나만 두르고 나와서 머리의 물기도 닦지 않은 채 나에게 수건을 던지며 물었다.

“나 좀 닦아 줄래?”

나는 상철이 지금 나한테 약한 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상철은 매번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나를 이렇게 달래곤 했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인기를 얻으면, 그제서야 상황을 해명한다.

나는 늘 상철의 이런 수작에 넘어가 진심으로 그에게 화를 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거절했다.

상철이 내 옆에 앉아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 그만 싸우자, 응? 내 커리어가 이제 막 시작되는데 어떤 술자리들은 나도 피할 수 없어.”

나는 그를 밀어내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내가 막 말을 꺼내려 하자 상철은 하품을 하면서 피곤하다며 잠 좀 자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상철이 위층으로 올라간 뒤 나는 혼자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 봐, 이 배은망덕한 놈이 내가 키운 거라니.”

테이블 위에는 상철의 핸드폰이다. 들고 올라가지 않는 모양이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여러 개 도착했지만 나는 열어볼 수 없었다. 상철이가 새로운 잠금 화면 비밀번호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는 잠시 쉬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세탁실에 들어갔다가 상철의 더러운 옷에서 키 카드를 발견했다.

그 위에는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 키 카드를 들고 화가 나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위층으로 달려가 잠을 자고 있는 상철을 깨웠다.

상철은 잠에 취해 나를 끌어안고 다시 자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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