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7화

Author: 제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할머니는 사회의 최하층에 머무르며 갖은 풍상고초를 겪었고 그 결과 사람들의 매정함에 습관이 되어있었다.

수많은 멸시와 박대를 받았고 거기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동반했다.

할머니는 이미 오랫동안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 우리 오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솔이도 크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 거예요.”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솔이 착하네.”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바닥을 집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에게 돈을 주며 길옆 편의점에 가 생수 한 병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셔 조금 전 자신이 토해냈던 토설 물을 깨끗이 치운 뒤에야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할머니 한 분을 살린 건 서현우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일에 불과했기에 크게 마음에 담지 않았다.

서현우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 돌아왔을 땐 간호사가 이미 서나영의 몸을 깨끗이 닦아준 뒤였다.

서나영의 얼굴엔 여전히 군데군데 멍든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었다.

서현우가 늘 그랬던던 것처럼 침대 옆에 걸터앉아 서나영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이천용이었다.

서현우가 전화를 받자 이천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님...”

“난 이제 총사령관이 아니야.”

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

이천용은 잠시 침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항복한 적국과의 담판이 순조롭지 않아요. 낭연을 피운 일이 어떻게 그들의 귀에 들어갔는지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어요.”

서현우의 이마가 찌푸려졌고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알았어.”

단 세 글자만 대답한 뒤 서현우는 전화를 끊었다. 이어 그는 단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통화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전화가 통했다. 핸드폰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사령관님?”

서현우가 입꼬리를 슥 올리며 말했다.

“첼스, 난 이제 총사령관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28화

    “그 일은 이제 끝났어.”중앙에 자리 잡고 앉아있던 남자가 말했다.“용국은 서현우의 공로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라엔 지엄한 국법이 있어. 낭연을 피운 건 서현우가 자체적으로 남강 총사령관의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걸 의미해. 이제 더이상 거론할 필요 없어. 감찰사는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서 쉬어.”이천용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남경에 있는 남경 무생군 십이장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서현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성과는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평소 침착함을 잃지 않던 남강 책사도 울음을 터뜨렸다. 서현우가 없었다면 그는 이미 전장에서 가루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남강은 조용히 가라앉았고 더는 환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그 이유는 남강 군사들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비록 용국은 승리했지만 그들은 가장 존경하는 총사령관님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사자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공을 세운 군사들에게 훈장을 내리러 남강의 모든 장군들을 소집시켰다.홍성이 돌연 자리에서 한 발자국 나서며 입을 열었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십이장이 일제히 일어나 소리쳤다.사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때 누군가 돌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남강의 병사 몇 명이었다.그들은 퉁퉁 부은 얼굴로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백 미터나 되는 천을 펼쳤다.그 위엔 군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피로 적혀있었다.“보고드립니다! 남강 무생군 12단, 전략지휘부, 보급부, 척후군단... 도합 122만 3963명의 병사들이 피로 간청드립니다. 저희들은 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총사령관님께서 남강에 돌아오게 해주십시오!”사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군사들의 기대감과 비통함이 가득 담긴 두 눈이 그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가무잡잡한 남강의 사내들이다. 그들은 무식하거나 또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객기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29화

    “제가... 더 도와줄 건 없을까요?”이천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서현우는 용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적국을 때려잡아 항복시키는 것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지켰다.이러한 호국 공신은 그에 걸맞은 상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자리에서까지 물러나게 되었다.“네가 날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건 바로...”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와 연락을 끊는 거야. 아니면 네 금용 감찰사의 위치도 위험해 질 거야. 그건 날 절벽 끝으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어. 나 서현우는 이미 용국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어. 남은 여생은 중연시에서 평안하게 머물 수 있게 해줘. 내 가족의 곁을 지키면서 말이야. 이건 내 여동생과의 약속이기도 해.”그 말을 한순간 서현우의 머릿속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침대 커버를 가슴에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던 그 아이 말이다.서현우의 가슴이 저릿해 왔다.“몸조심해요.”무거운 몇 글자를 내뱉은 후 이천용은 전화를 끊었다. 서현우의 말이 정확하다는 걸 그는 똑똑히 알 수 있었기에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병실 안, 서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십몇 초짜리 영상을 다시 한번 재생시켰다.남강 군사들이 천지가 떠나갈 듯 목놓아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치열했던 6년 총사령관으로서의 시간이 이 순간 종지부를 찍었다.서현우는 선봉에 서서 누비던 피와 불이 어우러져 기승을 부리던 전장이, 결연한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군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안녕, 전우여. 안녕, 남강이여.서나영은 여전히 기약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병실은 침 하나 떨어지면 그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서현우는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돌연 들려온 초인종 소리가 그를 현실로 복귀시켰다.간호사가 서나영의 약병을 바꿔주러 온 것이었다.서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에서 나설 때 텅 비어있는 옆방 병실에 시선을 돌렸다. 얼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0화

    구양이 알아낸 정보를 모두 읊어낸 뒤에야 서현우는 손의 힘을 풀었다. 의자에 달려있던 철제 손잡이는 이미 변형되어 찌그러졌고 명확한 손자국이 남아있었다.“어르신, 주지현 이 여자 정말 지독합니다! 명령 한 마디만 내려주시면 당장 그 모자의 목을 잘라 바치겠습니다!"“아니야. 내가 직접 할 거야.”서현우의 목소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주지현!이 여자가 바로 서씨 집안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은 진정한 범인이다!이천용은 그쪽으로 조사하지 않았나? 아니면 조사해냈음에도 감히 말하지 않은 건가?그의 몸속에서 살기가 미친 듯이 피어올랐다.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뼈를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충격에 바닥으로 넘어져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현우가 살기를 거두어들였다.그는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분노는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대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단 말인가!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사림이다!구양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어르신! 제가 사람을 보낼 테니 쓰세요. 천책 연맹의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서현우는 본래 필요 없다고 하려 했으나 다시 고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들에게 직접 날 찾아오라고 해.”“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어르신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을게요.”구양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서현우는 이제 남강의 총사령관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국 9대 군신을 죽인 무시무시한 전투력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천책 연맹이 모든 대가를 지급해서라도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기에 충분했다.많은 사람들은 서현우와 연을 맺거나 그의 도움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 연결 방식조차 찾기 힘들어한다!구양은 서현우와 연락할 수 있고, 서현우를 도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건 천책 연맹에겐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했다.주지현을 떠올리자 만족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1장

    서태훈은 마음속의 고통을 철저히 숨겼다.그는 이미 모든 굴욕을 습관처럼 받아들였다."용 보스, 몇 년 전에 내게서 빌린 돈을 돌려줄 수 있나요?"서태훈의 눈에는 애원하는 빛이 보였다.예전의 용귀는 서 씨 가문 밑에서 일했고 서태훈은 그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태훈은 흔쾌히 그에게 돈 까지 빌려주었다.심지어 빌려준 돈은 모두 합산하면 거의 몇 억에 달했다.그러나 농부와 뱀의 이야기에서 처럼.서태훈이 쫓겨나자 용귀의 태도는 금시 바뀌었고 예전에 서태훈 앞에서 비천한 만큼 날뛰었다.만약 이전의 서 씨 가문이라면 1억은 그다지 큰 돈이 아니었고, 서태훈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복수를 원하고, 주지현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며, 다시 재기해야 한다. 한 푼이라도 소중히 여겨여 할 마당에, 하물며 몇 억이라는 거금을?그래서 서태훈이 여기로 온 거였다.분명히 모욕을 당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와야 했다."오오, 맞아요, 생각났어요!"용귀는 문득 깨달았다."맞아요, 내가 몇 년 전에 서 씨네 집에서 돈을 좀 빌렸는데, 얼마나 되죠?""1억 정도. 이자는 필요 없구요. 원금만 갚아주시면 되어요." 서태훈은 말했다."1억? 이렇게 적은 돈이었어요?"용귀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에요! 내가 10억 넘게 빌린 걸로 알고 있는데 잘못 기억하신 거죠? 에이, 서가주님, 왜 그러세요?"라고 말했다.용귀는 얼굴에 불만의 기색을 띄고, 말을 이었다."서가주님, 10억은 당신에게 아주 적은 돈이죠. 당신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것도 이 정도보다 많아요. 천하의 서가주님께서 왜 이러십니까? 10억이 뭔데요? 그렇죠?"서태훈은 이를 악물며."용 보스, 1억만 빌렸으니 1억만 갚으시면 돼요."라고 답했다."차용증은요?" 용귀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그 말을 듣고 서태훈은 고개를 숙였다.차용증?당시의 서가주는 그것이 필요했을까?1억, 확실히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적은 돈이다. 그 당시의 서태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2장

    "하하하!"용귀는 웃긴 농담을 들은 듯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병신.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6년 전 낭패를 보고 도망쳐놓고 이제 와서 군복을 입었다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너 설마 아직도 내가 네 앞에서 비굴하게 비위나 맞추며 사는 똘마니 용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이에 서현우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의 넌 얼마나 잘났는데?"“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한동안 그 명망이 높던 서씨 가문.지금은 어떻게 됐는데?하지만 나를 봐!”용귀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내가 명령만 내리면 병신이 된 너랑 아무런 쓸모없는 니아비는 절대 이 중연시에서 살아남지 못할거야.”"무서워 죽겠네."서현우는 말로는 무섭다고 하지만 표정엔 전혀 놀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그럼 유상혁과 비교하면?”"유..."득의양양해서 말을 이어가려던 용귀는 하마터면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는 의아해하며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삼중문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많은 소문들이 돌았었다.그들이 건들지 말았어야 할 인물을 건드려서 그렇게 된 거라고.설마 그 일이 서현우랑 연관이 있는 건가?아니야.그럴 리가 없어.용귀는 고개를 저으며 황당한 가능성을 털어버렸다.말도 안돼.중연시에서 신분과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다 예전의 서씨 가문 큰 도련님이 쓸모없는 병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게다가 서태훈조차도 그를 무시하고 밖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내버려 두는데.그런 병신이 6년은 커녕 60년이라는 시간을 줘도 아무것도 못해낼 것이 뻔한데 뭘 해내겠어?용귀는 서현우의 어깨에 시선을 옮겼다.군 복무 중인 친척이 예전에 자신의 계급을 자랑하며 말한 적이 있는데 군복을 입으려면 무조건이 견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용귀가 갑자기 웃음을 드러냈다.견장이 없어!견장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하찮은 병사에 지나지 않는다.남강 싸움터에 널리고 널린 게 바로 그런 병사들의 시체다.그들은 이름조차도 못 남기는 법이지.용귀는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3장

    슉!서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앞으로 쏘아나가는 순간 품속으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흔들었다.몽둥이었다.보지 않아도 이 사람들이 무조건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강자들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각자 격투 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한 모든 기술마다 아이들의 놀음이 아니라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술들이이었으니까.남강 국경에 두면 모두 대장직을 맡을 수 있는 일급 고수들이었다."아..."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서태훈은 자신을 잡고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쓰러진 두 남자를 보며 충격에 빠졌다.두 사람은 모두 다리를 싸안고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질렀다.용귀를 포함 한 다른 사람들도 다.12초!이 많은 사람들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데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용귀의 아픔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은 왠지 험상궂었다.서태훈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일 담조차도 없었다.온몸에 소름이 끼쳐 등골이 으쓱한 게 많이 놀란 것 같았다."시끄럽네."다리가 부러진 채 땅에 드러누운 십여 명의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방 안은 유난히 시끄러웠다.서현우가 비명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다시 움직였다.그러고는 한 방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기절시켰다.빨간 치마 여인은 앵두 같은 입술에 매혹적인 윤기를 띠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때요?맘에 드세요?""그냥 그래."서현우는 덤덤하게 대답을 하고는 기절한 용귀쪽으로 다가갔다.서현우의 대답에 여인은 눈썹을 찡그렸지만 곧 공손한 자세를 되찾았다.구양 장로께서 무조건 이 남자의 분부에 따라야 한다고 직접 명을 내렸으니까.설사 몸을 깨끗이 씻고 순순히 그의 침대에 누워야 되는 상황이 와도 반항해서는 안 된다고.장로의 이런 태도에서 여인은 이 남자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를 알수가 있었다.그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정도로.한편 서현우는 여인이 무슨 생각을 하건 상대할 마음도 없는 듯그냥 말없이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4장

    이때 빨간 치마 여인이 다가와 작고 아담한 휴대폰을 용귀에게 건네주었다.용귀는 의아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이에 여인은 서현우 쪽을 한번 힐끗하고는 말을 이었다."영훈 도련님이야.도련님께서 바꾸래."용귀의 이마에 순간 식은 땀이 흘렀다.이 여자.직접 주영훈과 통화할 자격이 있다니!핸드폰을 건너 받은 용귀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영...영훈 도련님...”핸드폰 건너편으로부터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용귀야.감히 내 친구를 건드려?간땡이가 부었나?""아닙니다.영훈 도련님..."용귀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듯했다.주영훈이 물었다."빚이 얼마지?"용귀는 표정 하나 없는 서현우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2십...2백만이요.""갚아.갚을 수 없으면 목숨을 내놔.알았어?""예.예.예.걱정 마세요 도련님.꼭 갚을게요!""핸드폰 내 친구한테 돌려줘."용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빨간 치마 여인에게 돌려주었다.용귀의 눈앞엔 바로 붉은 치마 여인의 희고 매끄러운 두 다리였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분명 흥분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힐끔거릴 엄두도 못 내고 그냥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여인은 빙그레 웃으며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그러고는 1분도 안 돼서 돌아와서는 서현우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현우 도련님.용귀가 빚 진 2백만 외 주영훈이 개인 명의로 이자 2백을 더 지불해 드리겠답니다."서현우는 의아한 눈길로 여인을 보며 물었다."주영훈과는 친구?"이에 여인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아니요.저랑 친구할 자격이 없는 놈이에요."여인의 말에 용귀는 충격에 빠졌다!주씨 가문의 제일 후계자.주씨 가문 미래의 가주가 이 여인과 친구할 자격이 없다니!그리고 더 이상한 건 이 여인이 지금 자신이 주영훈한테 대하는 것 처럼 서 씨 가문 쓸모없는 도련님한테 공손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이다!서현우...용귀는 순간 눈앞이 흐리멍덩해지는 것 같았다.쓸모없는 놈.병신.쓰레기.찌질이...예전에 서현우한테 씌워진 부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35장

    도륜 협회?서현우도 도륜 협회를 잘 알고 있다.도륜 협회는 여러 상인들이 모여 구성된 실력이 아주 강하고 방대한 상업 조직으로 적지 않은 지역의 경제 명맥을 장악하고 있다.남강 국경에서 전쟁이 10년간 지속되는 동안 도륜 협회에서 많은 자원을 제공했었다.그리고 그 곳엔 권세가 막강한 인물들이 아주 많았다.서남의 갑부 임원희가 바로 그중의 한 명이다.하지만 서현우가 제일 의외였던 건 킬러 세력 천책연맹도 이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것도 그럴 것이 이익이 있으면 갈등도 있는 법이니."내 신분을 알아?"서현우가 물었다.이에 최윤정은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도련님께서 제가 알기를 원한다면 전 알고 있는 거고 모르길 원한다면 모르는 겁니다.”최윤정도 사회에 있을 만큼 있은 사람인 듯했다.능구렁이 같은 대답이었지만 듣기엔 그렇게 거북한 감은 들지 않았다. 특히 미녀가 한 말이라 그런지 한 여인을 정복한 것만 같은 쾌감을 주는 것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그러나 서현우는 여전히 개의치 않아했다.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서 씨네 병신 도련님으로서의 과거든 남강 총사령관으로서의 과거든.이후 서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윤정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차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어디론가로 향했다.그러던 중 서현우가 갑자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멈춰!"끼익...천천히 달리던 고급차가 서현우의 말에 바로 멈추었다.후방의 세 번째 차도 2초 후에 멈췄다.앞에서 달리고 있던 첫 번째 차의 운전기사는 3초 후 백미러로부터 후방 차들이 따라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바로 멈추었다."현우 도련님?"최윤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서현우는 얼굴에 그늘이 진 채 차 문을 열고 내렸다.최윤정도 순간 얼굴색이 변해서는 자신의 말이 서현우의 심기를 건드린 줄 알고 급히 우산을 들고 따라 내려 서현우를 쫓아갔다.같은 시각.첫 번째 차의 검은 양복 두 명과 세 번째 차의 검은 양복 네 명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Latest chapter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6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5화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4화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3화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2화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1화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0화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09화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08화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