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진아람과 소예원은 깜짝 놀랐다.홍경성이 다가와 활짝 웃으며 말했다.“같이 가요.”“말도 안 돼.”진아람은 얼굴을 찡그렸다.“당신은 무자 군단 총사령관인데, 그쪽이 떠나면 무자 군단은 어떡해요?”“거긴 뇌창이 있잖아요. 최윤정과 얼마 전에 태어난 아들도 있으니,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해요. 그럼 당연히 무자 군단의 책임을 짊어져야죠. 혈혈단신인 저는 어떻게든 실력을 강화해서 용국에 기여하고 싶을 뿐이에요.”홍성이 말했다.“정말 무자 군단을 그 멍청한 뇌창의 손에 맡겨도 괜찮을까요?” 소예원은 궁금했다.홍성은 어깨를 으쓱했다.“군사가 있잖아요. 그렇게 똑똑한 사람과, 진아경 강자도 다섯이나 있으니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사모님도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었던 거겠죠?”“만약 그래도 용국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차피 제가 용국에 남아 있어도 별 소용이 없겠지요.”소예원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그 말이 일리가 있긴 한데, 뇌창이 그 짐을 다 짊어질까요?”홍성이 비밀스럽게 웃었다.“몰래 쪽지만 남기고 빠져나왔어요.”진아람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현우 씨가 알면 혼낼까 봐 두렵지 않아요?”홍성은 혀를 내밀며 진아람의 팔에 매달렸다.“남제께서 저를 벌하실 때는 사모님이 도와주셔야 해요.”“경솔하긴…….”진아람이 힘없이 말하던 중 무언가 떠올라 소예원을 바라보았다.“너도 몰래 도망 온 건 아니지?”“나도 쪽지 남겼어요…….” 소예원은 어색하게 웃었다.진아람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다.“사모님, 가면서 얘기해요. 안 그러면 따라잡히잖아요.”“알았어…….”세 여자는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홍성은 중연시 외곽 어딘가에 있는 비밀 기지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빛 에너지 전투기 한 대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중연시, 소예원과 홍성이 쪽지만 남기고 몰래 사라졌다는 걸 발견한 사람들은 황당한 얼굴로 서소를 바라보았다.“이런 무단이탈 행위에 대해 엄중히
“그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서현우가 말했다.“허허, 좋아, 얼마든지 생각해 봐라. 비록 이 늙은이가 한 줌의 잔상만 남았지만 천 년을 더 살아도 문제 될 것이 없지 않겠느냐. 꼬마야, 너는 천 년을 살 수 있느냐?”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설령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냐? 지금 네 나이와 힘으로는 백만 년에 한 번 나올 천재라고 할 수 있지만, 수백 년을 낭비하고 다시 돌아와 나를 풀어줄 때는 널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몰라! 네가 낭비한 세월이 천재인 너를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설령 네가 주재경을 뚫고 지존경에 들어선다 해도 영원히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내가 봉인되기 전에는 제자가 열두 명이나 있었는데, 다들 하늘이 돌봐주는 행운아가 되었지. 네가 폐인이 된다면 나는 차라리 여기서 죽을지언정 널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때 가서 후회하기엔 늦었어!”서현우는 다시 한번 침묵했다.강압과 유혹, 이성과 감정 등 반이산은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하지만 서현우에겐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아 속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한참이 지나고 서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선배님께서는 저보다 더 나가고 싶으시죠?”“내가 급할 게 뭐가 있어? 오랜 세월 갇혀 지내다 보니 이젠 익숙해진 지 오래야.”서현우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 안 왔으면 선배님도 익숙한 대로 계셨을 텐데, 내가 왔고, 게다가 수라 혈통이니까 희망을 보신 거겠죠. 아무리 강한 존재라도 희망이 안 보이면 운명에 굴복하지만, 일단 희망을 품게 되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감당할 수 없죠.”“만약 제가 목숨을 걸더라도 선배님을 내보내지 않겠다면, 수라 혈통을 가진 두 번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선배님의 마지막은 결국 봉인된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반이산은 말이 없었다.그의 말이 맞았다.매일같이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거지는 오랜 시간
서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아직도 한 가닥의 미련이 남았군요. 나가서 세상 구경하는 게 소원이고 나머지는 다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아직도 사부님으로 모시는 데 집착하십니까?”반이산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스승으로 모시지 않아도 괜찮아. 내 평생 배운 것을 다 가르쳐 줄 테니 유산이라고 생각해.”“그럼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선배님.”서현우는 경례를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반가운 생각 대신 더욱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상대가 무조건적으로 베풀면 베풀수록 그의 살기는 더욱 강렬할 것이다.어쨌든 그는 서현우에게 무엇을 가르치든, 덫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서현우를 끝장낼 수 있었다.그렇다면 서현우가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나는 이번 생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 12가지 신급 공법을 하나씩 가르쳐 줄 테니, 잘 기억해. 나의 주 기술은 태고천절지다.”서현우는 잡념을 떨쳐 버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반이산이 가르쳐 준 것을 모두 외웠다.……성국, 동쪽.한때 웅장한 도시였던 도시는 이제 폐허로 뒤덮여 있었다.수백 마일에 달하는 균열이 도시의 폐허를 둘로 갈라놓았다.폐허 어딘가에 가냘픈 형상이 앉아 있었다.그의 몸에는 희미한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서현우의 여동생, 서나영이었다.서나영은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눈을 감은 채 쉬고 있었다.서나영의 주변에는 수천 명의 무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하지만 이 무자들은 모두 서나영을 등지고 있었고, 포위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나영은 눈을 떴다.서나영의 눈동자에는 살의가 가득 담긴 격렬한 기운이 번쩍였다.그녀는 붉은 베일을 쓰고 있었고, 예쁜 얼굴은 반쯤 핏빛 가면에 가려져 있었다.더 이상 밝고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강렬한 살기와, 동굴에 갇힌 듯한 서늘함과 독기만이 가득했다.“양원.”서나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순간, 한 중년 남성이 서둘러 달려와 서나영의
살인은 수라를 더 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수라의 부상 회복에도 박차를 가한다.서나영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지만, 어차피 이들도 먼저 공격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다.무자비한 살육이 끝나고, 절반 가까이 죽은 무자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하지만 서나영은 혈악의 힘으로 허공을 봉쇄했다.그들은 결계를 깨지 못했다.양원 역시 배짱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곤경에 처하자 단호하게 항복을 선택했다.그가 앞장서자 남은 무자들도 자연히 헛되이 죽기보다는 살고 싶어 했다.서나영은 자신의 피로 이들을 장악했고, 이들의 실력을 눈에 띄게 키웠다.어렵지 않게 배신할 수 없는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리게 되었다.“한 달 안에 어떤 방법을 쓰든 대오를 만 명으로 늘려.”“알겠습니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주인의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출발해.”“네!”원래는 잠시 숨을 곳을 찾으려 했던 서나영은 이제 수천 명의 부하와 양원 같은 진아경 강자까지 생겼다.하여 그녀는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 성국의 중심부로 향했다.물론 실제로 성국 중부 지역에 발을 들여놓지는 않을 것이다.그곳은 강대 세력들의 전쟁터였다.아직은 힘이 부족해 축적의 과정이 필요했다.양원이 그랬던 것처럼.남은 세력과 종파를 정복하면서 중부 지역으로 접근했다.일부는 강제로 항복했지만 대다수는 자진 항복을 선택했다.생존 조건이 좋지 않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빌붙을 수 있는 거물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마다하지 않았다.불과 한 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원은 만 명을 훌쩍 넘겨, 서나영이 의도했던 목표치의 3배가 넘었다.전체 3만여 명의 무자 중 대부분이 무존경 이하였고, 무존경은 8천여 명에 불과했다.무존경 이상은 그보다 훨씬 적은 30명도 되지 않았다.서나영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잠시 전진을 멈추고, 함께 언덕 위에 종파 저택을 지으라고 명령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수라 문파를 창설한다! 나는 수라이고, 너희들은 수라 교
상천랑이라는 이름에 서나영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이 남몰래 동요했다.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나는 상천랑이라는 사람을 모른다. 무자라면 그냥 보내.”“네.”양원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양원은 서나영이 생명에 대해 냉담하고 차가우며, 무자비한 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누구든 항복하지 않으면 죽는다.서나영이 누군가를 그냥 보내라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가지 추측을 염두에 두며 양원은 정중히 물러났다.수라문 문밖에서 상천랑은 손발이 묶인 채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상천랑은 자신을 괴롭히던 인영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다.그때 양원이 다가왔다.“문주님은 상천랑 당신을 모른답니다.” 양원은 무심하게 말했다.“풀어서 보내줘.”“네.”두 수라가 다가가 상천랑의 손과 발에 묶인 결박을 풀어주었다.“말도 안 돼!”상천랑은 즉시 일어나서 소리쳤다.“나영아! 나영아! 나 상천랑이야! 얼른 날 만나러 나와! 내가 너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나와! 나한테 숨김없이 다 말해줘! 난…….”“어딜 감히!”양원이 화를 내며 휙 손을 움직이자 상천랑은 뒤로 날아가 바닥에 풀썩 엎어졌다.“꺼져! 또다시 무모한 짓을 하면 그땐 반드시 죽인다!”그러나 상천랑은 그를 무시한 채 바닥에서 일어나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서나영, 너 나와! 하루도 빠짐없이 널 찾고 있었어! 왜 나를 만나주지 않는 거야! 무슨 일이든 내가…….”쾅-주먹이 상천랑의 가슴을 움푹 팰 정도로 내리쳤다.상천랑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큰 나무 몇 그루를 넘어뜨리면서 멈췄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나 소리쳤다.“나한테 무슨 짓을 하든 괜찮으니까 만나기만 해 줘! 좀 나와줘, 나영아!”양원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상대방의 실력은 아마 생사경 수준일 텐데, 다른 생사경 무자였다면 이 정도 일격을 당하고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상천랑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타격에 대한 저항력이 너무 강했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또 보름이 지났다.때때로 수라문 안에서 통곡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러다 사흘 만에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답답한 분위기였다.이곳 15000킬로미터 안의 무자들은 모두 붙잡혀 항복하거나 죽었다.항복한 자는 서나영의 피를 삼켜 수라 신도가 되고, 성공한 자는 살고 실패한 자는 죽었다.8천 명이었던 수라 신도는 만 명으로 확장되었다.천명 씩 한 개 군단으로, 총 10개 군단이 매일 훈련받고 있었다.서나영은 이들을 무자비한 살인 기계로 훈련시켰다.산문 밖에서 상천랑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었다.보름 동안 상천랑은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매를 맞았다.번번이 버려지고, 다치고, 회복하고, 그러다 멍하니 다가가면, 또다시 맞아서 쓰러지고 던져지길 반복했다.끝없는 되풀이였다.차갑고 잔인한 수라 신도들은 이미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상천랑은 걸어 다니는 시체 같았다.“그만해.”상천랑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섰고, 수라 신도들이 아무 말 없이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서나영이 나타났다.“존경하는 문주님께 인사드립니다.”수라 신도들은 무릎을 꿇었다.눈이 텅 비어 무감각해진 상천랑은, 붉은색 긴 원피스를 입은 인영을 바라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나영아…….”상천랑은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의 마음과 눈동자에는 가녀린 모습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나영아, 드디어 날 보러 왔구나.”서나영은 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감춘 채, 극도로 차가운 두 눈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무심하게 손짓하자, 무릎을 꿇고 있던 수라 신도들은 곧바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서나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상천랑, 서나영은 이미 죽었어. 나는 수라문의 문주야.”“나영아…….”“이 몸은 서나영이 아니야!”서나영의 눈이 격렬한 광채로 번쩍였다. “너와 서나영 사이는 끝났어, 더 이상 귀찮게 굴면 죽여버린다!”“
상천랑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서나영은 백옥 같은 손을 뻗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순간, 핏빛 장막 속에서 상천랑은 사방에서 온몸을 누르는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투두둑-그의 몸속 뼈들이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개골을 포함한 온몸의 뼈와, 몸에 박혀 뼈를 대신하던 특수 금속 기계에 균열이 생겼다.“윽…….”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에 상천랑은 비참한 비명을 내뱉었다.“천천히 즐겨.”서나영은 차갑게 말하며 돌아섰다.“하하하하하…….”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성국의 동남쪽, 검은 숲.큰 나무들은 모두 유령이나 그림자처럼 비뚤어져 있었다.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끊이지 않았다.홍성과 진아람, 소예원은 흉수 떼에 둘러싸여 있었다.300여 마리의 흉수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5급이었고 6급 흉수 단 두 마리가 밖에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원래라면 진아람은 8급 흉수 백수 천랑의 기운을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흉수 떼를 겁에 질려 도망가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진아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세 사람 모두 성장하기 위해 전투가 필요했다.훅-피가 튀었다.흉수 한 마리가 동공에 빛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이윽고 부엉이 같은 또 다른 흉수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홍성은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생물 갑옷을 할퀴고, 몸에서 살점 하나를 떼어냈다.순식간에 피가 흘러나와 생물 갑옷을 붉게 물들이다 금세 흡수되었다.올빼미 흉수는 단맛을 맛보고는 흥분한 듯 크게 짖으며 다시 날아올랐다.허공에서 갑자기 발톱 자국이 나타나 짐승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홍성! 괜찮아?”진아람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괜찮아요…….”홍성은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속에는 씁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한때 홍성은 세 사람 중 가장 강했다.그리고 자신에게 다른 두 사람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늘 믿어왔다.하지만 지금 진아람과 소예원이 보여주는 힘이 그녀를
홍성의 손에는 금이 간 깨진 나무판이 들려 있었다.온전하게 새겨진 ‘벽’ 글자와, 반쯤 드러난 ‘류’가 보였다.“어디 봐요.”소예원은 손을 뻗어 목판을 가져가더니 한숨을 쉬었다.“이건 신원패인데, 재질을 보니 패의 주인 신분이 평범하지 않네요. 벽류성의 최정상 인물 같아요.”진아람이 물었다.“죽은 거야?”소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죽었겠죠, 신분패에 기운이 남아있지 않아요.”홍성이 말했다.“그럼 벽류성은 이미 사라졌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벽류성의 중요한 인물 신분패가 여기 망가진 채 떨어져 있겠어.”“성국은 곳곳에 위험투성이예요. 도시가 망하고 사람이 죽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재해가 닥치면 곳곳이 폐허가 되는데, 벽류성이 사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죠.”홍성이 물었다.“우린 계속 벽류성으로 가는 겁니까?”소예원은 진아람을 바라보았다.세 사람 중 소예원과 진아람은 성국에 가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소예원은 당연히 진아람에게 선택권을 넘겼다.진아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차피 아무 단서도 없으니까 일단 정해진 길을 따라가죠. 여기서 성국 중심까지 멀었고, 우리 속도대로라면 전속력으로 달려도 한두 달은 걸릴 것 같은데, 경로를 다시 돌리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고기 다 구워졌어요. 먹고 좀 쉬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요.”“그래요.”세 여인은 구운 고기를 먹은 후 각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시간이 지나자 황야는 고요해졌다.가끔 산들바람이 불고 모닥불이 지직거리며 타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다.곧 하늘이 밝아졌다.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은 지났다.진아람이 가장 먼저 눈을 뜨고 일어났다.이윽고 홍성과 소예원도 동시에 눈을 떴다.“출발하죠. 벽류성에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만약 벽류성이 아직 있으면 소식 좀 알아보고, 없으면 정해진 길을 따라 계속 가요. 언제든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자고요.”“좋아요.”세 사람은 가볍게 씻고 출발했다.30분 후,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