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릿광대를 보는 것처럼 거들떠보지 않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높여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어떤 이는 선지자가 되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두를 대신해서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들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서현우의 발걸음은 몹시 차분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으며, 도리어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표정을 굳게 지으며 걸었다.그는 이미 이 불경 소리가 결코 사람들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권면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금강경, 본래 서명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다. 금용국사의 노주지는 일찍이 금강경의 신비는 우리를 온 마음으로 이해하게 한다고 말했다.이해하고 깊어지면, 사람의 삶은 갑작스레 명확해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버릴 수 있게 된다.그래서 방금 그 독경 소리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첫째, 이 독경 소리를 들은 사람이 더 이상 집념을 가지지 말고 내려놓고 버릴 줄 알게 하여 자신의 마음을 탁 트이고 참신한 자세로 자신의 인생을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아경의 강자들은 모두 이미 자신의 집념을 깨닫고 집념을 영혼 속에 깊이 새겨 넣은 존재들이다.집념을 내려놓고, 집념을 버리는 것은 ‘진아’에 대한 일종의 불신과 부정이다.진아경의 강자를 기다리는 것은 가볍게는 온몸의 힘을 잃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심하게는 몸과 도가 사라지는 것이다.이것은 농담이 아닐까?누가 내려놓으려고 하겠는가?그래서 많은 진아경의 강자들이 온갖 추태를 부리는 장면이 생겼다.그들은 내려놓을 수도 없고, 내려놓을 필요도 없다.두 번째 목적은 모든 사람에게 반야곡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더 이상 들어가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내려놓을 줄 알고, 버릴 줄 알고, 목숨을 잃지 않도록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리는 것이다.만약 취신전의 혼현수를 위해서가 다면, 음양 물고기를 위해
쏴!서현우가 내디딘 발걸음은 마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눈앞은 온통 숲이다.울창하고 오래된 큰 나무가 널리 분포되어 있고 무수한 줄기가 드리워져 있으며 용과 같은 나무뿌리와 뒤엉켜져서 장관이다.하늘까지 거의 가려버릴 기세였으니 말이다.이름 모를 많은 화초가 무성하게 자라 드문드문 반짝이고 있다.그것은 소중한 약초이며 생장 연수는 적어도 수천 년에 달한다.서현우는 약초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성국에서 찾아볼 수도 없고 고서적에만 기록되어 있는 사라진 약초도 많았다.의사에게 있어서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신념을 펼쳐 보니 화초와 나무 외에는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하여 서현우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즉시 약초를 따기 시작했다.그렇게 두 시간 넘게 바쁘게 움직이고 나니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소중한 약초는 모두 그의 손에 들어왔다.가장 일반적인 약재라도 최소 천년의 생장을 거쳐 모두 희세의 보물이 되었다.서현우는 기뻐해 마지 못했다.그에게는 쓸모없는 약초라고 하더라도 일단 성국으로 가져가면 모두 유용지물이 된다.공가운과 최명 두 명의 7급 의존에게 약초를 드리면 진귀한 7급 단약을 제련할 수 있으니 말이다.흐뭇한 마음을 안고 서현우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이 삼림이 얼마나 넓은지 걸으면서 약초를 딴지 4시간이 넘도록 나가지 못했다.게다가 저장 반지는 이미 가득 차 공간이 없었다.서현우는 가치가 낮은 약초를 교체하기 시작했다.비록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가슴이 아팠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반야곡에 귀한 약재가 이렇게 많은 줄 누가 알았겠는가.수십, 수백 개의 사물 반지를 가지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낮이 꼬박 지나가고 어둠이 찾아왔다.서현우는 마침내 곳곳에 보물이 있는 삼림에서 벗어났다.그러자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지금 서현우의 눈앞에는 폭포가 있다.폭포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세차게 떨어지고 있고 원천은 보이지도 않는다.거대한 물줄기의 아래에는 둥글고 매끄러운 큰 돌이
날이 밝을 때까지 저장 반지에 있는 성무석은 이미 작은 산처럼 쌓였다.성무석 하나하나 모두 부드러운 광택을 띠고 있다.서현우는 하늘을 우러러 미친 듯이 웃고 싶었다.무수한 성무석의 힘을 빌려 영역을 연마하여 주재경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반야곡은 정말 명당이야!’‘역시 지존경 강자가 떨어진 곳이야.’곳곳에 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곳의 부유함을 형용하기에 부족하다.서현우는 설렘을 참으며 근처에 은밀한 곳을 찾아 방어진을 친 뒤 지체 없이 성무석을 손에 쥐고 흡수에 나섰다.순수한 에너지는 그렇게 서현우의 몸으로 모조리 들어갔다.그 느낌은 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경쾌해지는 것과 같다.서현우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즐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혼돈의 규칙의 힘도 서현우의 몸으로 들어갔다.비록 눈을 감았지만, 눈앞은 이미 더 이상 캄캄하지 않았다.색상이 다른 선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여러 가지 색상의 선이 종횡으로 교차하여 영원히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보였다.서현우는 신념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붉은 선을 건드렸는데, 온몸이 가볍게 떨리며 타는 느낌이 들었다.이것은 바로 불의 규칙이다.검은 선은 물, 녹색 선은 나무, 금색 선은 금, 갈색 산은 흙, 청색 선은 바람, 보라색 선은 천둥…….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규칙의 힘을 구성하는 것이 그의 눈앞에서 낱낱이 드러났다.서현우는 선마다 건드리고 시도했는데, 신념은 마치 각종 고문을 당한 것처럼 위축되었다.쏴-서현우의 눈앞에 그려졌던 각종 선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어둠으로 돌아왔다.그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눈에 핏발이 서려 몹시 피곤해 보였다.신념으로 규칙의 힘을 감응하는 것은 손실이 매우 큰 일이다.잠시 쉬고는 용어 한 마리를 굽기 시작했고 비늘도 버리기 아까웠다.이는 신병이나 신갑을 정제하는 진귀한 재료이기 때문이다.용어의 고기를 입에 넣었는데, 부드럽고 녹아내리는 듯이 세상의 모든 산해진미를 초월하는 것 같았다.10여 근의 용어를 모
99개 검푸른 계단의 끝에는 닫아 놓은 사문이 있다.서현우는 한 걸음씩 올라갈 생각이 없어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바로 문 앞으로 섰다.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어 사문을 밀고 눈보라 속에 우뚝 솟은 절에 발을 들여놓았다.절에 들어서는 순간 휘몰아치던 매서운 바람이 사라졌다.정원에도 흩날리며 떨어지는 눈송이가 없었다.넓은 정원에 하늘을 찌를 듯한 보리수 한 그루가 있다.보리수 옆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는데 우물에는 물결이 없다.보리수 나뭇잎이 너울너울 떨어지자, 우물에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선운은 이대로 자욱하다.서현우는 신념을 펼쳐 살폈지만, 살아있는 생물을 발견하지 못했다.앞으로 천천히 걷다가 서현우는 보리수 뒤쪽에 돌 탁자 하나, 돌걸상 두 개가 있는 것을 보았다.돌상 위에 바둑판이 놓여 있고 흑 백자가 무수히 놓여 있다.한 번 흘겨보았는데, 아직 채 끝나지 않은 판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누가 바둑을 놓았는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판국은 결코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것은 누가 먼저 바둑을 놓아야 하는 것이다.흰 바둑을 놓으면 검은 바둑이 지고 반대로 검은 바둑이 놓으면 흰 바둑이 진다.서현우는 한참 동안 침묵하며 이 판국을 건드리지 않았다.옛 정취가 흐르는 정문을 지나자 거대한 불상이 시야로 들어왔다.불상은 일곱 잎이 있는 연대에 앉아 한 손은 무릎 위에, 다른 한 손은 난초 모양을 하고 있다.서현우는 서서히 위로 시선을 옮기자 깜짝 놀라며 이 불상은 얼굴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게다가 아주 매끄럽다는 느낌도 들었다.한 걸음 더 나아가자, 거울처럼 매끄러운 부처의 얼굴에 서현우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두 눈에는 피처럼 붉은빛이 나타나고 얼굴에는 무수한 혈선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도안으로 그려져 있다.이로 하여 이 불상은 이상한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서현우는 이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자 서현우의 모습이 불상의 얼굴에서 사라졌다.이상한 기운도 사라졌지만,
“아미타불.”서현우가 미친 듯이 웃고 있을 때 장엄하고 웅장한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서현우는 순식간에 반응하며 손에 혈도를 응집하여 혈살의 힘을 폭발하더니 수라 지옥이 나타나 오래된 사찰을 대체해 버렸다.그러고 나서 그제야 맞은편에 흰색 일반 승복을 입은 스님이 보였다.스님은 아주 젊은 모습으로 대략 18살이나 19살쯤 되어 보였고 준수하게 생긴 것이 미소년이 따로 없다.그는 맨발로 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목에는 불주가 걸려 있고 머리에는 향을 피운 여섯 개의 흉터인 계파가 있다.온몸에 은은한 금빛이 감돌고 있는데, 마치 신불과도 같다.“당신은…….”서현우는 눈빛이 움츠러들었다.“불교 지존경 강자!”스님은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미타불, 시주는 왜 아직도 잘못을 고집하고 깨닫지 못하고 계시는 겁니까?”그의 일거수일투족 글자마다 짙은 선의가 내포되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접근하고 싶고 신임하고 싶게끔 한다.하지만 서현우의 눈빛은 오히려 해졌다.“실례지만 정신적 의지가 부족하십니까?”연심부는 죽은 지 7천 년 된 지존경 강자가 남아 있는 정신적 의지를 가질 수 있어 지존경 강자가 철저히 처치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이 스님이 귀적하고 나서 정신적 의지가 남아 있다는 것도 말이 된다.스님이 입을 열었다.“희노애구애악욕은 인간의 7가지 감정입니다. 그러나 모든 고통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시주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문에 입문하신다면, 육근이 청정해지실 겁니다.”“주재경 후기의 실력에 수라 혈맥까지 더하면 의지가 결핍한 당신을 대항할 수 있을 지 한번 보고 싶습니다.”서현우는 거리낌 없이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를 털어놓았고 피로 물든 바다와 산처럼 쌓은 시체를 떠올랐다.그리고 손을 흔들며 단칼에 내리쳤다.수라참!이 칼날은 허공을 완전히 찢어 버렸다.칼날이 지나간 곳에는 칠흑의 흔적이 남아 모든 것을 삼키는 무서운 힘이 남아 있었다.그러나 이 스님이 손가락 하나만 살짝
진아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서현우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화면이 분분히 떠올랐다.그러자 머리가 깨질 듯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어…….”서현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꼭 끌어안고 고통스러운 고함을 질렀다.“엄마, 저 아저씨 왜 저래요?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서현우의 귀에 들어왔다.그는 발버둥 치며 고개를 들었는데, 그제야 진아름 옆에 여섯 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서현우가 자기를 보자 남자아이는 무서워서 몇 걸음 뒤로 움츠러들었다.그는 진아름 뒤로 숨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서현우를 훑어보았다.“저기요……, 괜찮아요?”진아름도 한걸음 물러서서 오른손을 뒤로 조심스럽게 남자아이를 감쌌다.“우…….”서현우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한 마디도 뱉지 못했다.온 힘을 다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흐느끼며 울기만 했다.“엄마, 저 아저씨 너무 불쌍해요. 제 돈 다 줄게요.”남자아이는 손에 동전 몇 개가 더 있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가 동전을 모두 깨진 그릇에 던지고 나서 황급히 진아름 뒤로 물러났다.“우리 아들, 마음씨도 참 좋아.”진아름은 어린 소년의 머리를 만지며 그의 손을 잡고 멀어졌다.“흑흑…….”서현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미친 듯이 쫓아가고 싶었다.하지만 두 다리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두 손도 나른 해져서 기어가는 것을 지탱하기에 힘이 턱 없이 부족했다.“아아아아아…….”서현우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주먹으로 땅을 세차게 내리치자, 피부가 찢어져 선혈이 흘러나왔다.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서현우를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며 싫어서 빙빙 둘러 지나갔다.마침내 서현우는 모든 힘을 다 써서 죽은 개처럼 엎드렸다.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인파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선량한 사람은 만두를 사서 가여운 서현우 앞으로 던지기도 했다.하지만 서현우는 캄캄한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동자가 흩어졌다.그렇게 시간은 조
중년 남자는 서현우를 안고 7층으로 올라갔다.우해미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자 중년 남자는 서현우를 집으로 안고 들어가 낡은 소파에 놓았다.방안은 아주 깨끗하고 연분홍색의 커튼이 하늘거리고 있다.베란다에는 예쁘게 키운 화초들도 가지런히 놓여 있다.“아저씨, 수고하셨어요.”우해미는 중년 남자에게 2만 원을 건네고 물었다.“아저씨, 물 좀 드실래요?”“네, 좀 만 주세요.”중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저기 훑어보더니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아가씨 혼자 사시나 봐요?”정수기 옆으로 몸을 돌려 물을 받던 우해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네.”순간 서현우는 중년 남자의 눈빛이 변했음을 알아차렸다.탐욕이 짙고 악의가 똑똑히 그려져 있는 눈빛이다.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방문을 살짝 닫고 그대로 잠가버렸다.찰칵거리는 소리가 물 받는 소리에 가려졌다.“우우우…….”서현우는 크게 소리를 치며 두 손으로 소파를 힘껏 끌어당겨 일어나려 했지만, 균형을 잃고 소파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테이블에 이마가 부딪혀 눈앞이 캄캄해졌다.우해미는 얼른 물을 끄고 달려와 서현우의 상황을 살폈다.“괜찮아요?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 현우 씨…… 아!”갑자기 중년 남자가 뒤에서 우해미를 껴안았다.우해미가 비명을 지르자, 그는 주머니에서 지저분한 장갑을 꺼내 우해미의 입에 꾸겨 넣었다.그리고 우해미의 두 손을 뒤로 묶어버렸다.“우우우!”서현우는 발버둥 치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하지만 우해미가 발버둥 치는 소리보다 크지 않았다.중년 남자의 눈은 이미 약간 빨개져서 마치 악마에 빙의된 것처럼 보인다.그의 힘에 우해미는 전혀 벗어날 수 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위해미를 방으로 끌어들였다.키득거리는 소리가 나자 우해미의 고통스러운 소리와 널빤지 침대가 흔들리는 삐걱삐걱 소리가 이어졌다.서현우는 힘없이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이마가 깨져 선혈이 흐를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그 어떠한 쓸모도 없다.“죽여! 죽여! 죽여!”마음속에
서현우가 차에 앉아 있었고, 창밖에는 비가 내렸다.도로 양쪽의 풍경이 꿈결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서현우는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았다.수척한 얼굴, 입가에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었다.눈빛과 안색이 서현우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말해주고 있었다.옆에는 정장을 입은 한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크고 동그란 눈으로 서현우를 호기심 가득 바라보고 있었다.진아람의 아들이었다.서현우는 받아들이기가 꺼려졌다.어렴풋이 자신이 진아람의 남편이고, 아들이 아니라 귀엽고 이해심 많은 딸이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다만 딸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한 시간 가까이 달리다 차가 멈췄다.서현우는 기억 속에서 아주 익숙한 저택을 보았다.진씨 가문 저택.왼쪽에 작고 하얀 건물이 있었다.서현우에게도 익숙한 건물이었다.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려 하니 머릿속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다.몸까지 떨리게 하는 고통이 영혼 깊숙이 파고들었다.경호원이 우산을 들고 다가오자, 진아람은 차 문을 열고 우산을 펼친 다음 아들을 데리고 하얀색 건물로 향했다.경호원은 우산을 서현우의 머리에 씌워주며, 그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끌고 진아람의 뒤를 따라갔다.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경호원들은 자리를 떴다.얇은 파자마를 입은 한 남자가 계단을 내려왔다.아이는 곧바로 아빠라고 부르며 남자에게 달려갔다.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어린 소년을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아이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 장면 또한 서현우에게 익숙하게 느껴졌다.자신의 딸에게도 똑같이 해줬던 것 같았다.그런데…….서현우는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지며 안색이 창백해졌다.“괜찮아?”진아람이 물었다.남자는 아이를 내려놓고 다가와 서현우를 살피며 다소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여보, 이 자식은 왜 데려왔어?”“많이 불쌍하잖아.”진아람이 말했다.남자는 불만이 가득했다.“애초에 이놈이 한 바보 같은 짓 때문에 당신 평판이 나빠질 뻔했는데, 아직도 이놈을 동정해?”“그래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