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검도와 강유란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이 왔다. 그들이 바라던 일이었다. 한지음을 잡은 목적도 결국은 이도현을 오게 하기 위해서였다.단약 처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도현이 반드시 필요했다. 한지음을 붙잡아 두어 이도현을 오게 하였다. 이도현을 자신들의 굴에 끌어들여야 단약 처방을 얻기 쉬웠다.이도현은 홀로 들어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한지음만 바라보았다. 한지음의 안전하다는 것과 치욕을 받지 않았음을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었다.그때, 이도현의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한지음의 앞에 서 있었다.“지음아, 괜찮아?”한지음은 눈물이 그렁그렁해 다급히 그를 올려보았다.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은침으로 너를 통제했어?”이도현은 얼굴이 어두워져 한지음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그는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찔렀다.툭! 툭! 툭!이도현의 손길과 함께 몇십 개의 은침이 한지음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한지음이 의식을 회복하고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이도현의 품에 안겨 왔다.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도현 오빠! 드시어 오셨네요!”한지음은 눈물에 말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며칠간의 설움과 공포를 한 번에 털어놓았고 이도현을 꼭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흐느껴 우는 한지음을 바라보는 이도현의 마음은 찢어졌다.이 여인을 처음 비행기에서 볼 때만 해도 기세가 세 보이는 여자였다.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자아이 같은 면을 발견했다. 성숙한 치장을 빼면 한지음은 이도현보다 두 살이 어렸다.특히 그녀의 병을 볼 때 이도현에게 몸을 보인 후 한지음의 생각은 어린 소녀처럼 그에게 다 읽혔다.자신의 집에서 납치를 당해 몹쓸 짓을 당하면 남자라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오빠는 오지 말았어야 해요. 위험해 질거예요.”두려움이 사그라들자 한지음은 이도현을 걱정
“너무 하는 거 아니야?”“미쳤구만!”구씨와 강씨 가문의 청년들은 이도현과 한지음의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둘의 모습에 구검도와 강유란도 화가 났다.“네가 이도현인가?”“나다!”구검도의 말에 이도현은 냉소를 보냈다.“좋아, 너를 찾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는구나!”“네 놈은 모를 테지만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유란도 덧붙였다.“그래, 네 놈을 기다렸는데 이렇게나 빨리 찾아왔으니 좋구나. 내 딸 약혼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마!”“단약 처방을 내 놓으면 네 놈과 저 여인이 무사히 신용산을 나가게 해주마.”“내 여인을 붙잠은 목적이 겨우 단약 처방이었어?”강유란의 말에 이도현은 냉소를 보냈다.“그래! 너의 단약 처방을 원한다. 네가 오씨 가문에 준 처방을 준다면 무사히 풀어주마!”“처방은 있지만 너희들이 가져갈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네!”“네 놈의 말을 들으니 순순히 줄 것 같지는 않구나!”구검도의 표정은 점차 차가워졌다.“젊은 사람이 고집이 있는 건 좋으나 목숨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지!”“쳇!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 처방을 원하면 직접 와! 그 능력이 없으면 꺼져!”“여봐라! 이 남녀를 손봐라!”“네!”홀에서 네 명의 황급 로자들이 날아올랐다.눈 깜빡할 사이에 네 사람은 이도현의 눈앞에 나타나 그를 에워쌌다.“죽오!”로자들은 외침과 함께 손의 검을 빼 들어 이도현과 한지음을 겨누었다.그 검의 속도는 공기도 베어낼 듯 너무나 빨랐다.이도현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한지음을 품에 넣은 채로 한 손으로 음양부채를 폈다.붉은색의 기류가 일더니 로자들에게 향하더니 그들의 검을 산산이 조각냈다.강한 힘에 로자들은 에워싸여 말라 비틀려져 검은 시체로 변했다. 이도현은 한지음을 안고 뒤로 돌았다.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던 나머지 세명의 로자들도 기류에 휩싸여 말라 죽었다.“이...”“말이 되는가?”홀의 모든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눈앞의 상황을 보았다.네 명의 황급 로자들이 이렇듯 쉽게 죽임을 당하다니.다들 넋이 빠졌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도현은 너무나 강했고 너무 오만했다. 감히 고전 무술 왕족인 구씨와 강씨 가문에서 네 명의 황급 강자들을 죽이다니.“네 이놈, 너무 거만하구나! 향진성에서 내 동생 구길림을 죽인 대가를 오늘 처방으로 바꾸려 했는데, 안 되겠네! 너를 오늘 박살을 내 버릴 거야. 우리를 만만하게 보다니!”구검도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오늘! 구씨와 강씨 가문의 중요한 날에 네 놈이 재를 뿌리다니, 네 놈을 죽이지 않으면 네 놈이 계속 우리를 만만하게 볼 거야!”“우리 강씨도 마찬가지야. 강씨와 구씨 함께 왕족의 존엄을 지키자고요!”구씨와 강씨 가문의 태도로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양씨의 사람들과 몇 되지 않는 손님들은 머릿속으로 이도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구씨와 강씨에게 밑보였으나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두 가문의 말을 이도현은 비웃었다.“그래? 그럼 두고보지, 당신들이 나를 죽일지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죽일지!”이도현의 말에 두 가문의 수장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 자리에 있던 청년들도 두고 볼 수 없었다.자신의 가문에서 이런 말을 내뱉은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하하하!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알고나 있는 거냐? 우리 구씨와 강씨를 상대로 이런 말을 하다니,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미인의 손을 붙잡고 붉은 옷을 입은 구경명은 박장대소했다.아까까지 이도현과 한지음의 다정함을 부러워하던 그는 이도현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우리 구씨와 강씨를 죽이고 싶다면 나이가 비슷한 나부터 먼저 넘어...”“기억해! 나는 구...”구경명이 아직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이도현은 검붉은 은침을 날려 구경명의 미간을 뚫었다.“너...”구경명은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나와 싸울 힘도 없으면서 덤비기는!”이도현에게 구경명 같은 인간은 식은 죽 먹기였다.“경명...”강우연은 아연실색하여 땅에 넘어진 구경명을 향해 달려갔다.아무리 울부짖어도 구경명은 움직임이 없었다. 죽은 것이다!보
구검도와 강유란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도현이 구경명을 죽일 거라 생각도 못했다.구씨의 도련님으로 구씨를 이끌어 갈 수장이고 차세대 청년이었다.그들이 우러러보는 구경명이 이렇듯 허망하게 죽었다.구검도는 이제야 반응이 와 분노어린 울부짖음을 외쳤다.“이도현, 이 놈! 넌 오늘 죽을 줄 알아!”이도현은 냉소적으로 말하는 구검도를 바라보았다.“아까도 말했지, 죽는 게 나는 아닐 거라고!”“구씨의 그 놈들을 다 불러, 남궁 가문의 학살에 참여한 사람들 다 가만 두지 않겠어!”“나오라고 해, 아니면 너희들을 죽을 테니까!”구검도는 음산하게 말했다.“좋아, 그때 남궁우현을 죽이지 않고 네 놈을 내놓아 구씨에 와서 이렇듯 건방을 떠는 구나!”“내가 너를 얕본 모양이구나. 오늘 나 구도검, 허태산의 맥이 끊기게 해주지!”“저 놈을 죽여라!”구검도의 목소리가 울리자 곳곳에서 무사들이 달려 나왔다.이들은 구씨 가문의 엘리트로 모두 왕급 이상이었다.많은 이들은 황급 레벨이었다.심지어 어떤 이는 황급 탑 티어였다.이들이 나오자 강한 기운이 온 홀을 집어삼켰다.홀의 사람들은 이런 압박을 견딜수 없어 마당으로 나가 혹여라도 다칠까 멀리 숨었다.홀에는 적막이 흘렀고 구씨와 강씨의 수장과 구경명의 시체를 안아 든 강유연과 이도현, 한지음 뿐이었다.“네 이놈! 자신 있으면 나가서 싸워! 우리 강씨 가옥을 해치지 말고!”강유란은 정말로 자기 가문 가옥이 허물어질 가봐 두려웠다.“어디 가도 똑같아!”이도현은 한지음을 안고 홀을 나가버렸다.이도현의 움직임에 그를 포위한 무사들도 함께 뒤를 따랐다.왕족들도 매우 강대했다.이렇게 강한 무사들은 아무나 내놓아도 일반 가정에서는 귀한 존재고 세속 가정에서는 위엄이 높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왕족에서 그들은 평범한 구성원일 뿐이었다.고전 무술 왕족이 염국에서의 지위가 높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왕조가 바뀌어도 그들에게 영향을 줄수 없었다.이도현도 고전 무술 왕족을 그렇듯 두려워하는
수많은 강자를 눈앞에서 마주하자, 이도현은 처음으로 압박감을 느꼈다!황급이든 왕급이든 그들 중 몇 명은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으나 이 사람들이 함께 공격을 진행한다면 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고 체력 소모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자신의 내력이 버틸 수 있는 한 강자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고 감히 보장할 수 없었다.게다가 구씨 가문과 강 씨 가문에게는 다른 강한 자들이 많았으며 아직 내놓지 않은 비장의 무기들도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고전 무술 왕족! 그들이 숨겨둔 괴물이 한두 마리뿐이 아니었다!하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 이도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이도현! 당신이 가지고 있는 담방을 넘겨주고 방금 사용한 부채를 그 자리에 내놓고 가면 너의 시신만은 완전하게 보관해 주지.”강유란이 싸늘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금방 이도현이 싸우고 있을 때 그의 손에 쥐어있던 부채를 보았다. 유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그녀는 자연스레 그것이 구하기 힘든 진귀한 보물이라 확신했다!“허! 부채를 원해, 어이, 늙다리! 너 따위가 가질 자격이 있다고! 너 자신을 봐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너 자신도 모르잖아!”“당시 남궁 가문의 학살에 너희 가문도 참가했더라고. 오늘이 바로 너희들이 응보를 받는 날이다. 달갑게 받도록 하거라.”“뭐? 늙다리?”“젠장!”“늙다리!”“미치고 팔짝 뛰겠네. 네가 감히 그런 말을 한다니! 하늘이 노할 발언이네!"이도현의 늙다리라는 파격적인 발언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찬바람을 들이마셨다.강씨 가문의 수장을 늙다리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의 패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감히 수장을 늙다리라고 부르는지 모두 기가 막힌 상태였다.이 발언은 정말이지, 자신을 죽음으로 밀고 가는, 살길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늙다리라고 칭한 분은 강씨 가문의 수장! 고전 무술 왕족 중에서도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는 분이었다. 이도현 그 자식이 감히 그런 분한테 입을 열자마자 늙
이도현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답했다!“바보야, 무슨 소리야, 우린 죽을 리 없어, 내가 무사히 데려다줄게!”“지음아! 이리 와! 내 등에 올라타, 오늘 너를 등에 업은 채 고전 무술 왕족들을 모조리 다 죽어버릴 거야!”이도현은 몸을 쪼그리고 앉아서 한지음을 등에 업은 뒤 자기 몸에서 천 조각을 찢어 두 사람을 같이 묶었다.순간! 모두의 시선 아래 이도현은 움직이기 시작했다.휭!검은 그림자가 순간 번뜩이며 이도현은 한지음을 업은 채 원자리에서 사라졌고 자발적으로 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고수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에서 비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그 후 하나둘씩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사방으로 피가 튕기며 부러진 팔다리들이 날아다녔다.이도현은 공격과 동시 뒤에 있는 한지음을 보호해야 했으며 적들의 습격 또한 주의를 돌려야 했으니, 고도의 집중력으로 멀티플레이를 진행하고 있어야 했다.그러나 그런데도 이도현은 남다른 몸놀림, 그리고 음양 부채와 막강한 실력까지 더해 무자비한 살육을 이어가고 있었다.분노에 휩싸인 이도현은 모든 힘을 동원해 공격했다.불과 몇 분 만에 현장에는 서른네 구의 시체가 더 쌓여있었다.이 시체 중에는 왕급과 황급계 세력들도 있었다.황급계에서도 최고의 수준이었던 두 명의 강자도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현장에 있던 구 씨와 강씨 가문은 이 광경을 보고 가슴속으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가문의 힘의 토대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들이 현재 이런 꼴로 학살을 당하고 있으니, 그들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하였다.마침내 구씨 가문의 장로 중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수장님! 빨리 움직이세요! 이대로는 안 됩니다!”“왕급과 황급계들은 우리 고대 가문의 미래인데, 이렇게 학살당한다면 저희 구씨 가문의 지위가! 바닥으로 추락하여 하류 가문으로 전락할 것이 뻔해요.”“맞아요! 수장님, 이도현은 저 사람 무서운 존재예요. 이대로는 정말 안 될 것 같아요.”“그
구씨 가문의 수장 구검도는 결심한 듯 드디어 입을 열었다.“모두 비켜라, 내가 나설 테니!”포효와 함께 그는 이도현을 향해 날아갔다.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에서 내보낸 고수들은 구검도가 나서자 모두 생명의 은인을 본 것처럼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그들은 자신이 더 이상 싸움에 휩쓸리지 않기를 위해 누군가 나서기를 애타게 기다렸다.젠장! 이것은 정녕 싸움이 아니었다. 이건 분명 사형선고였다.그들은 평생을 자랑스럽게 살아왔다. 각자 자신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손짓 한 번에 이도현을 때려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고 이도현은 그들한테 뜻깊은 수업을 해주고 있었다.이도현의 손짓 한 번에 수십 명은 죽어 나갔고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그는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그들은 보통 황급계의 강자로 불릴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는 천상의 인물들이었지만, 이도현 앞에서는 모두 한 마리의 개미로 변해 처참히 짓밟히는 신세가 되었다.그들은 겁에 질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목숨을 잃더라도 이도현을 죽이라는 수장의 명령하에 그들은 후퇴할 퇴로도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없었다!후퇴하면 죽는 사람은 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포함될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모두 구씨 가문에 속해 있었지만 구씨 가문이라는 대가족 안에는 많은 작은 가족들이 존재하였고 또한 많은 틀과 규칙들도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수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가족까지 연루될 수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면 가문에 의해 살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또한 가족들도 최하층으로 속하는 하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상황이 이러한지라 그들은 아무리 두려워도 할 수 없이 앞장서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죽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만약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들은 최소한의 연금을 받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자녀들 또한 수련에 관해 더 많은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은침을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순간 체내 속에서 폭발음이 들려왔고 그의 몸은 삽시간에 폭발로 인해 피 구멍으로 뒤덮어졌다.동시에 단전도 폭발했다. 단전의 폭발과 함께 그가 여생 모아둔 공력은 모두 파괴되었고 공력을 잃은 그는 버틸 것 하나 없는 신세가 되어 몸은 기가 빠진 고무풍선처럼 순간 허공에서 떨어지고 말았다.죽은 개처럼 땅에 떨어진 그는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몸에 생긴 피 구멍은 끊임없이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죽은 것이 분명했다.“이….”모든 사람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장면이 사실일 거라 모두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수장이 죽었어!”“아니야! 내가 꿈을 꾸는 게 틀림없어, 수장의 힘은 무적인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 불가능해,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이도현, 정말 믿기지 않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충격의 도가니가 지나간 뒤 인제야 정신을 차린 구씨 가문은 울며 포효했다.“수장님….”구씨 가문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달려와 구검도의 시신을 둘러앉은 채 통곡하였다.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순간 먼 산에서 화가 잔뜩 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감히.”목소리와 함께 한 노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도현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네가! 감히 우리 구씨 가문의 수장을 죽여!!!”노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노인의 한마디에 현장의 온도는 수십도 내려간 것처럼 순간 얼음장처럼 한기가 서늘했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끝이 보이지 않은 살기가 담겨있었다.노인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서서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러고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았다.노인의 시선이 가는 곳마다 모두 두려움에 떤 채 고개를 숙이고 감히 그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강력한 존재다! 도대체 어떤 계급이길래 바라만 보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의 한방에 시체도 남지 않게 되었다.그때 그가 맞서 싸워야 했던 상대는 원력을 다루는 강자였고 그의 내공보다 더 높은 내공을 소유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제대로 상대해도 그는 손쉽게 죽을 것이 뻔했다.그가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꼴이었다.그 상황에서 그는 절대 이도현을 이길 수 없었다.도망쳐 돌아온 후 아무리 사람들에게 해명하려 해도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미 그들에게 찌질하게 도망친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렸던지라 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문이 돌면서 그가 했던 말도 신빙성이 있게 되었고 이도현이 막강한 실력을 소유한 강자라는 것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공작사 스님들마저도 굴복할 정도이지 않은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호법 장로가 속으로 억울함을 풀게 되어 기뻐하고 있을 때 자미각의 각주가 말을 꺼냈다.“정말로 놀랍군! 믿을 수가 없어!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소문에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곤륜옥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더군. 곤륜옥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전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군.”“그 외에는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도대체 어떤 천재가 세속계라는 자원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겨우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렇듯 끔찍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세속계를 떠나 우리 고무계에서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해냈군.”“정말 놀라워! 곤륜옥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했다니! 그렇게나 신비로운 것이었던가. 전설에 따르면 곤륜옥은 어느 수련자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는 아닌가 보군!”각주는 말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자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곤륜옥이라. 이것은 고무계의 무사들이 오랫동안 추구하던 것이었다.이때 다른 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
공작사 스님이 불효를 저지른 손자를 어떻게 훈계할지에 관해 이도현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설령 공작제국이 망해버린다고 해도 그는 동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공작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지고 말았다.이도현은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열 명 처단했다. 귀수선비와 마도, 주육 스님이 이도현을 둘러싸며 공격을 펼쳤지만, 이도현이 전부 죽여버렸다.열 명의 고수들은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도현은 공작사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머리를 따버렸고 스님들의 존엄마저 꺾어버렸다.그러고 난 뒤 이도현은 공작제국으로 쳐들어가 청용문 밖에서 공작사 스님들과 대치했고 공작사 스님이 항복하면서 공작사의 보물 중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넘기고 말았다.심지어 공작상제는 이도현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이도현의 용서를 구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공작제국을 떠났다고 소문이 돌았다.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고무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귀령문이 이도현에게 멸문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를 처단해 버렸고 공작사 스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했다.이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무계의 노련한 고수들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고 해도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강자를 처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수들이 처단당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모두 놀라긴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작사 스님들을 굴복시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공작사는 고무계에서 천 년간 이어져 온 종파로 그 실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공작제국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다. 실력이 없었다면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종파가 이도현에게 굴복했을 뿐 아니라 공작사가 지켜오던 보물도 넘겨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같았다. 다
스님은 하마터면 자신의 큰손자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해낸 그는 이도현의 뻔뻔한 말에 다시 혈압이 올라가면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커헉!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또 토해내게 되었다.“세상에, 스님. 왜 자꾸 피를 토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안 좋아요. 나이도 많으신데 몸 생각도 하셔야죠!”'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시주님, 원하시는 물건을 드렸고 요구도 들어주었으니 이젠 서로 원한이 없는 거 맞지요.”스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스님도 참, 저희한테 어떤 원한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부 오해잖아요, 오해!”이도현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그들을 약 올리며 그들이 인내심을 잃고 자신을 향해 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스님들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주님께선 이만 가주시지요!”피를 토한 스님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로 말했다.“네, 네. 스님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저희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충고하나 해드리죠. 자식을 교육하든 손자를 교육할 때든 절대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고 죽여야 할 때는 죽여야 하는 거죠. 이미 망한 자식 농사 다시 하면 그만이잖습니까. 스님들도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되지요. 굳이 이미 망한 자식한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들 힘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거든요!”“이도현 시주님, 제발 이만... 가주시지요...”스님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안색이 파리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도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저런, 지금 화를 내시는 거예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스님께서 아직 화를 낼 기운이 있으신 거 보니 자식을 열 정도 더 낳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요, 누님들?”이도현은 선배들 옆으로 다가가
“됐네요. 이건 어차피 스님들 집안일이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건 없죠. 집마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외부인이 간섭해 뭐라 말하긴 어렵죠! 스님, 방금 가버린 작은 스님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안 돌아왔네요. 핸드폰은 있으세요? 얼른 전화해서 재촉해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이도현은 어느새 잔소리꾼으로 변해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그가 내뱉은 말 전부 공작사 스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스님들을 더 자극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화병으로 몇 명이 죽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칠색동백꽃을 가지러 간 스님이 돌아왔다.그는 두 손으로 옥상자를 꼬옥 들고 있었고 피를 토한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꽃을 가져왔습니다! 주지 스님이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잘한 선택이셨다고 합니다! 이 꽃 하나로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이 꽃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래, 역시 주지 스님이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효자식 놈은...”스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손자에 대해 말하려던 순간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똑했던 아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왜 황위를 저런 멍청한 손자한테 넘겨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얼른 물건을 시주님께 드리세요.”스님이 말했다.“네!”우혜 스님은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옥상자를 두 손으로 이도현에게 건넸다.이도현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받은 후 열어보았다.옥상자 안에는 칠색동백꽃이 한 송이 있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칠색동백꽃의 꽃잎이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금방 딴 것처럼 신선했다.일곱 개의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피어 있었고 꽃잎마다 신비한 힘이 흘러나왔다.옥상자를 열었을 때 은은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
스님은 차가운 얼굴로 공작상제의 연극을 지켜보았다.“이도현 님, 넓은 아량으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시지요. 앞으로 이도현 님이 저희 공작제국에 온다면 아주 귀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도현 님이 계시는 곳이 공작제국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있든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 거기로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가 이도현 님을 환영하겠습니다!”“그러니까 이도현 님은 저희 공작제국에서 아주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 고귀한 정도는 저를 능가하고 공작제국의 황실도 능가하지요! 이번에 돌아가면 전 반드시 이도현 님을 위해 금과 옥으로 장생 위패를 만들어 저희 황실 위패가 있는 곳에 저랑 동등한 자리에 올려두겠습니다...”“너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했느냐?”공작상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이 말을 잘라버렸다.‘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지금 이도현을 조상으로 모시겠다는 건가? 아니, 지금 우리보다 더 높은 존재로 취급하겠다는 건가?!'조상의 분노에 공작상제는 무시하고 이도현을 향해 계속 말했다.“이도현 님, 이제야 제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는지요?”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을 보곤 말했다.“그래! 아주 마음에 드는군! 내가 이 차를 마셔주지!”“똑똑한 사람이군. 내게 성의를 보여줬으니 앞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찾아와도 돼. 내가 한번은 도와줄 테니까. 착한 아이로군. 얼른 일어나.”이도현의 입에서 나온 착한 아이라는 말에 공작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었다.착한 아이라는 호칭으로 이도현은 공작제국의 황가 조상님의 위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정말이지 일부러 사람 짜증 나게 하려고 한 것이다.공작사 스님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작상제 뒤에 있는 왕후들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너무도 끔찍했다.이렇게 뜬금없이 그들에겐 조상이 한 명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누가 평온할 수 있겠는가.이도
이도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공작상제의 안색이 시러펗게 변했다. 굽힌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참고 있는 분노 때문이었다.이도현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어버렸다.그는 이미 충분히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음에도 이도현은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그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 말인즉슨 이도현은 그를 황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왜? 아직도 그깟 자존심 못 내려놓겠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봐?”이도현이 추궁했다.공작상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린 뒤 스님을 보았다.그러나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지요. 하물며 우리 같은 스님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황제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얼른 하시지요!”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그 말을 들은 공작상제는 죽일 듯이 스님을 빤히 보았다. 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언뜻 원망도 보였다.지금 이 순간 그는 스님에게, 그리고 이 공작사에 아주 큰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공작사는 예로부터 공작제국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이든 제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공작사가 나서주며 해결해 주었다.그동안 공작사는 항상 황실의 존엄과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하지만 이번에 공작사가 적의 편을 서버렸고 그를 여러 번 실망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망신을 당하게 내버려 두었다.그는 공작사가 변했다고 느꼈다. 변질된 공작사는 더 이상 공작제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다.공작상제는 스님을 한참 동안 빤히 보았다. 그는 스님이 마음을 바꾸면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결국 그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그는 시선을 거두었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심호흡한 뒤 공작상제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내
스님은 쟁반 하나를 두고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왕후와 대신을 노려보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상제에게 찻잔을 건넸다.“폐... 폐하... 차...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지금 이 순간 왕후는 속으로 죽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공작상제의 눈빛이 너무도 섬뜩했기 때문이다.공작상제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보았다. 정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때리고 싶었다.감히 정말로 그의 앞에 찻잔을 대령하다니. 너무도 적극적이지 않은가.‘사람답게 살 수 없는 거야?!'공작상제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왕후를 보았다. 찻잔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폐하, 찻잔을 받으시지요.”왕후는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공작상제는 여전히 손을 뻗어 찻잔을 받지 않았다.스님은 그런 공작상제의 모습을 보더니 잔뜩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귀가 안 들리시는 겁니까? 얼른 찻잔을 받으시지요!”“네, 알겠습니다!”공작상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 가득 쌓인 불만과 억울함을 표출해 보려고 했다.이내 그는 왕후의 손에서 찻잔을 받은 후 이도현 앞으로 다가갔다.“이도현 님, 차를 마시지요!”이도현은 찻잔을 받지 않고 공작상제를 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구경꾼처럼 지켜보고 있었다.솔직히 말하면 너무도 가소로웠다.한참 후 그는 탐탁지 않은 듯한 어투로 말했다.“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다른 사람이 당신한테 사과할 때 이런 태도로 하던가? 몸을 낮추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거잖아. 당장 꿇어!”“너... 이도현! 적당히 하지? 내가 이미 머리까지 숙여줬잖아. 대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거지? 선 넘지 마!”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 두 눈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공작제국의 황제였다.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찻잔을 공손하게 바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논란이 될 정도였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