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힘겹게 웃었다.“이 선생, 이 늙은이가 승낙할 수밖에 없겠소. 우리 혜영이를 속이지 않길 바라오.”“이 아이는 운명이 많이 고달프다오. 이미 조씨 가문의 기둥이 되었으니 이 늙은이는 혜영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오. 이 선생도 아이를 많이 돕길 바라오. 조 씨가 이 선생에게 어떻게 굴복할지는 당신과 혜영의 일이오! 조씨 가문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이 늙은이는 응원하겠소!”어르신은 결국 승낙했다. 그의 말대로 이도현은 너무나 강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어르신이 알기로 이도현의 한 말은 그가 충분히 할 수 있었다.“걱정 마십시오. 일이 다 끝난 후에도 조씨 가문은 여전할 겁니다.”이도현의 말로 어르신은 이도현이 조씨 가문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음을 깨달았다. 일 다 끝난 후에도 조씨 가문은 여전히 조씨 가문인 것이다.“이 선생의 말에 이 조덕인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겠소. 이 선생이 조씨 가문과 손녀딸을 구해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하나 줄 것이 있네.”어르신은 몸을 일으켜 침대의 귀퉁이에서 뭔가를 꺼냈다.그건 영문 모를 상자였다. 그 상자를 여니 한 종잇장이 나왔는데 노랗게 바래져 한 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이 지난 종이였다.“이건 내 큰아들이 상서에서 무덤을 파낼 때 목숨을 잃으며 가져온 종이요. 여기에는 많은 약재가 적혔소. 이걸 자네에게 드리겠소.”이도현은 종이를 가지고 유심히 쳐다보았다.이도현은 종이에 쓰인 대부분의 약재를 알고 있었다. 이 약재들은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약재가 아니었다.이건 처방 약이었다. 허나 이 처방 약이 어디에 쓰인 것인지는 이도현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이도현은 이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처방 약을 받았다. 이후에 꼭 알아내리라고 생각하며 어르신에게 물었다.“남궁 가문의 학살에 관해 얼마나 아세요?”어르신은 흠칫 놀랐다.“아는 것이 없소. 그건 왜?”“진사랑이 자살한 후에 18개 선학신침이 누구에게로 갔는지 궁금해서요.”“대부분은 고전 무술 왕족에게 갔고 지국에도 몇 개 갔소. 그리고 로마에
이도현이 갑자기 말했다.“어르신과 미스조를 봐서 더 이상 조씨 가문을 괴롭히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치고 이도현은 몸을 돌려 떠났다.이도현은 신세를 지기 싫었다. 어르신이 그에게 건네준 처방 약은 매우 진귀하여 그가 받으면 어르신의 신세를 지게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그러나 이도현이 어르신의 방문을 떠나려 할 때에 어르신의 다급한 말소리가 들려왔다.“이 선생! 잠깐만!”이도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왜요? 다른 용건이 있으신가요?”어르신은 이도현을 바라보며 침대에서 내려와 돌연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선생! 내가 조씨 가문을 대표하여 이 선생에게 굴복할게요.”이도현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아까 조혜영이 조씨 가문이 이도현에게 굴복하려 할 때 어르신의 표정은 원하지 않았다.그런 어르신이 지금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굴복하려 한다.어르신의 변화가 너무나 빨라 이도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조혜영은 사람을 안기 싫어해 위로를 구할 때 다른 여인들과 달리 팔짱이나 목이 아닌 허벅지를 안았다.이 어르신은 이도현에게 굴복하려 할 때 원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도현에게 무릎을 꿇으며 굴복하고 있다.패기를 보여주려 하는 것인가, 아님 싸게 보이려 하는 것인가.“이유를 말씀 해주실래요?”어르신은 몸을 바닥에 꿇으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모든 것은 조씨 가문을 위한 것이오. 이 선생을 따르면 미래가 밝아질거로 예상되오.”“또 다른 이유는, 이 선생에게 굴복당하는 것과 내가 먼저 굴복하는 건 다른 일이기 때문이지요.”“이 선생에게 굴복당하면 이 선생은 조씨 가문을 노비로 여기겠지! 다만 내가 먼저 굴복한다면 부하가 되겠지!”‘이렇게나 해석이 되다니!’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이도현은 단순히 조씨 가문의 힘을 빌리려 했을 뿐인데 어르신은 노비니 부하니 생각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어르신은 총명했다. 어르신이 한 대부분의 말을 이도현은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태도는 이도현으로 하여금 만족하게 했다.
몇분이 지난 후 이도현과 어르신은 함께 마당을 나갔다.이때 어르신은 아까보다 많이 괜찮아졌다.이 모든 건 이도현의 덕이었다.어르신이 굴복을 한 후 이도현은 조씨 가문을 홀대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단약을 세 알이나 받았다.세 알의 단약을 먹은 후 어르신은 더욱 활기를 찾았다.단약을 먹은 후 어르신은 허리와 다리 모두 아프지 않고 온몸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단약 한 알이 6알의 칼슘 보건 약품보다 나았다.한약이라 일반 양약과는 차원이 달랐다.그들이 마당에 도착했을 때 밖은 이미 난리가 났다. 조 씨 형제들은 밖에서 시끄러웠다.그들은 모두 조혜영을 둘러싸고 있었다.“조혜영! 둘째 삼촌인 나를 감히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조씨 가문은 모두 당신 때문에 망하게 됐어. 당신 같은 놈들이 감히 서 씨 도련님과 아가씨를 죽였어! 서 씨 사람들이 오면 당신을 보내줄 거야! 당신 때문에 조씨 가문을 망하게 둘 수 없어!”“비켜! 이 양심 없는 사람아, 비키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꺼져!”조혜영은 기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삼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 앞을 막았다. “이놈들아! 다들 닥쳐!”갑자기 마당 안에서 소리가 외침이 들려왔다.모든 사람은 놀랐다. 그 소리는 너무나 익숙했다.그 사람들은 조 어르신이 마당에서 나올 때 아연실색했다.“아버지...”“아버지...괜찮으세요?”조건희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고 몸은 덜덜 떨려왔다.조건안은 표정은 크게 변했다.다른 이들의 얼굴 표정도 매우 다채로웠다.그들의 표정 변화를 조 어르신은 눈에 박았다.조 어르신은 두 아들과 조카들을 바라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허허허! 내가 죽기를 바랐느냐?”“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가 괜찮으시니 얼마나 기쁜데요.”조건희의 얼굴빛은 자연스럽지 못했다.“여봐라... 의사를 불러라, 동족 장로도...”“동족 장로를?”“허허! 동족 장로를 불러서 뭐 하려고? 내 유언 증인을 하게 하려고?”조 어르신은 화가 났다
어르신은 한마디로 두 아들과 조카들을 가문에서 내쫓았다.“무슨...”“아버지...”“당숙...”조건희와 형제들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이게 무슨 상황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조혜영과 이도현조차도 멍했다.아들들을 정말 내쫓다니 정말 대단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족의 무자는 그들을 끌어갔다.고전 무술 왕족은 대부분 고전의 규칙을 보존했다. 가족 중에서 수장의 권력은 황제처럼 컸다.수장의 명령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었다.그들이 끌려가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살려달라는 애원이 들려왔다.아들들이 애원 소리가 들려와도 어르신은 눈 깜짝하지 않았다.이도현은 그런 어르신을 탄복했다.이들이 조혜영과 사이가 좋지 않고 이도현과도 맞서지 않아 계속 조씨 가문에 남겨두었을 때 앞으로 후환을 남길 수 있었다.이도현을 화나에 했을 때 그들은 단순히 죽이는 것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그들은 가문에서 내쫓으면 이 모든 일들을 방지할 수 있다. 이건 그들과 조씨 가문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다.만약 조씨 가문이 이도현에게 굴복하더라도 가문을 위하여 피를 내줄 수 있는 이들이 몇이라도 될까!어르신은 확실히 길게 볼 줄 알았다....이때, 한 사람이 미친것처럼 섬 위의 낡은 궁전으로 달려갔다.“거기서! 통령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어!”궁전 앞의 붉은색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를 막아섰다.“꺼져! 잘 보아라, 이건 나의 영패다!”구마왕은 헐떡거리며 자신의 신분을 보여주는 영패를 보여주었다.“꺼져라, 큰 일이 났으니 통령님을 봬야겠다!”구마왕은 다급히 궁전 안으로 달려가며 크게 소리쳤다.“통령님...통령님, 큰일입니다!”“죽었습니다! 모두 죽었습니다!”“귀매가 죽었습니다!”“매인도 죽었습니다!”“이번에 향진성으로 간 열몇 명 모두 죽었습니다. 하나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습니다!”“세 황급,열 몇 왕자!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통령님!”구마왕은 자극을 받고 정신병이 얻은 것처럼 통곡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
전에도 말했다시피 구마왕은 블러드 킬 최고의 자객으로서 사람 죽이는 방법이 남들과 달랐다. 그의 의술은 차원이 다르며 보통 자신의 전업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죽이곤 했다.그는 종종 흔적도 없이 암살할 수가 있고 당사자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하곤 한다.그는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는 돌팔이 의사 등 여러 가지 신분의 의사로 변장할 수도 있었다.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목표물에 접근하거나 혹 각종 수단으로 목표물이 자발적으로 돈을 써 자신을 찾게 만드는 등 마구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그는 또한 병을 봐준다는 가장하에 당사자가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신기한 재능도 있었다. 이 부분이 바로 마귀왕의 제일 무서운 점이었다.마귀왕 또한 이도현을 암살하는 수많은 자객 중 한 명이었고 조씨 가문이 이도현을 암살하러 갔던 그날! 그 또한 현장에 있었다. 다만 그는 당시 평범한 신분을 가진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었다.문지해가 여인의 배꼽을 숨겨둔 섬에 블러드 킬의 암살자들이 이도현을 죽이러 올 때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그는 교묘하게 은둔했고 또 이도현과도 충분한 거리를 유지했다. 덕분에 그의 신분은 이도현의 일행에게 들키지 않았다.그는 이때까지 이도현의 귀매같은 실력과 블러드 킬의 황급계 강자들이 이도현의 손짓 한 번에 목숨을 잃는 광경을 두 눈 직접 목격했다. 그뿐이겠는가! 그는 또한 블러드 킬의 고급 자객들이 도망치는 와중 이도현의 손에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조차 보았다.그때마다 그의 정신은 무너졌고 다행히 수풀 사이에 숨어 자기 약초를 이용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두 감추었기에 이도현의 학살을 피할 수 있었다.또한 이도현이 급급히 전화를 받고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그는 목숨을 간신히 챙길 수 있었고 블러드 킬의 총부에 와 보고를 할 수 있었다.이도현이 주는 그 공포를 다시 떠올리면 마귀왕은 아직도 멘붕 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 그날 밤 이도현이 자신한테 남겨준 후유증의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럴 수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 새끼가 이제 몇 살인데! 이렇게나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밝혀내거라! 무슨 일이 있든 이 사건에 대한 명백한 원인을 찾아내도록 하거라! 또한 이도현의 암살을 되도록 빨리 진행하도록 하며 어떤 대가를 바지든 이 짐승 새끼를 찾아 갈기갈기 찢도록 하거라!”블러드 킬의 사령관은 지금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필경 그도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무술인으로서 오랫동안 수련을 해왔기에 한 무술인의 수련과정이 얼마나 힘든 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스무 살짜리가 황급계 강자를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죽일 수 있다는 이 진리를 뒤엎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예!”성전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분노에 가득 찬 소리. 블러드 킬의 자객들이 명령을 받아들였다.이도현이 강하다고 믿지 않는 건 블러드 킬의 사령관뿐만 아니라 명령을 받드는 자객들도 마찬가지였다.바로 전에 마귀왕이 한 말은 그들에게 전혀 위협감을 주지 못했다. 되려 그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다.명색이 자자한 천하제일의 암살 조직이 현재 누구 덕분에 이 상태에 처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분명 그들의 명색에 먹물 칠을 하는 것이다.만약 이도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 것인지, 과연 누가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할 것인지….조씨 가문 섬!이도현은 조씨 가문의 숙소에 머물렀다.조 어르신 조덕인이 깨어나자 조씨 가문의 상황도 빠르게 안정을 취하게 되었다. 조덕인은 조 씨 가문에게 49 선학 신침의 행방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동시에 그는 이도현에게 필요한 귀한 약초를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이도현이 표묘신공을 수련하기 시작하고 첫 번째 층을 돌파한 후 그 뒤의 수련을 위해서는 약물과 담약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갖고 있는 천지의 영기로 표묘신공의 2계층을 돌파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이도현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여러 선배의 도움 무엇보
표묘신공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이도현은 밤새도록 수련했다. 만약 약물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공의 2계층을 돌파하기에 어려웠다!하지만 이도현은 하룻밤이라는 시간을 이용해 음양보천의 4계층까지 수련했다. 음양보천은 원래 은침으로 경혈을 찌르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도현에게는 일석이조의 수련 과정이었다.“오늘 밤의 노력은 다행히 헛되지 않았어. 아직도 네 개의 층이 남아있으니 며칠 동안 기다렸다가 이제 완벽하게 수련하면 그때 가서 무슨 수준에 도달할지 전혀 예상이 안 되네!”이도현은 땀을 닦으며 혼자 중얼거렸다.이도현은 지금이 속도가 아직 많이 느리다고 생각하였다. 처음 시작할 때 이도현은 하룻밤 사이에 음양보천을 수련할 계획이었다.누가 봐도 이도현의 이 생각은 터무니가 없었다!그 후 이도현은 샤워 준비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으며 다시 다음 계획을 생각하려 하였다.하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 속에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이도현은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는 바로 신영성존이였다. 이도현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신영성존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부님! 드디어 전화를 받으셨군요!”“밤새도록 전화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아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신영성존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신영성존의 말을 급하게 하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이도현은 어젯밤 방해를 받을까 봐 휴대전화를 방에 두고 통째 수련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벨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이도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신영성존은 급하게 말했다.“스승님! 어젯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스승님의 산장에 침입해 황 아가씨를 데려갔습니다!”“뭐?”이도현의 눈에서 순간 서늘함이 가득 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신영성존, 무슨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해봐! 너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거야?”신영성존은 당황해하며 답했다.“스승님! 저도 방법이 없었어요!”“그 사람들의 실력이 너무 강했어요. 내가 산장을
방에 돌아간 후 이도현은 신영성존을 불러내 그날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날의 캠 카메라를 돌려보며 입을 열었다.“가자! 비행기 준비되었지! 신용산으로 가자!”신영성존은 깜짝 놀라 물었다.“스승님! 정말 신용산에 가려고요! 거긴 금지구역이라고요.”“가자.”이도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잠시 후 헬리콥터가 이도현의 산에서 이륙했다.이도현의 비행기가 신용산의 방향 쪽으로 날아갈 때쯤, 황성의 어디에선가 한 사람이 급히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이도현이 헬리콥터를 타고 신룡산으로 오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 노인의 눈은 순간 번쩍이었다. 그러고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허허! 드디어 나온다고!”“이 짐승 같은 놈이 항상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해! 매번 외출할 때 마다 기차만 타지, 비행기는 죽어도 안 타거든!”“기차에서 그를 죽이려고 하면 너무 큰 소란을 일으키기에 우리한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비행기, 특히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오다니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질 거야! 우리는 쉬워진다고!”“이도현! 허! 이 짐승 같은 놈! 드디어 네 놈이 대가를 치르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헬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경계를 벗어나 곧바로 신용산을 향해 날아갔다.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신용산 경계에 도착했다.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본 신용산은 마치 거대한 용이 대지를 휘감고 다니는 듯 웅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염나라의 대지 청산의 위엄이 아니겠는가! 그것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하였다.이도현이 아래쪽 대지를 바라보고 있을 무렵, 순간 헬리콥터의 상방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경고음이 들렸다.헬기를 조종하던 조종사는 레이더를 힐끗 보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레이더에서 알려주는데! 우리 쪽으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답니다, 헬기가 이미 조준되어 있어요!”“뭐!”신영성존은 충격을 받았다.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