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도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서야 사람들은 다시 굳어버린 조건희의 시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살아있었고 무사 중에서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살아 계셨을 때는 따르는 사람도 많고 어디서나 알아주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저렇게 버림받은 것처럼 누구 하나 다가가 살펴보고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의 몸에 어느새 파리가 몰려 피까지 먹는 걸 보고 이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죽었어? 조건희가 죽었다고? 주먹 한방에 맞아 죽었다고? 진짜 대박!”“이도현 정말 무섭다. 정말 대단한데. 정말 20대 맞아? 말이 돼? 그게 진짜라면 우린 지금까지 뭐 한 거니? ”“도련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게 대체 어느 단계까지 간 거지? 이런 분을 모시게 되다니 참 영광이다.” 신영성조도 얼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혼잣말을 했다.“사부님! 저 사람이 내 사부님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의술뿐만 아니라 이런 무술 실력까지 있다니 너무 놀라운 일이야. 역시 사부님은 뭔가 다르다니까.” 장지민은 자기 수염을 계속 쓰다듬으며 놀라움을 감추기 못했다. 오늘 이도현의 모습은 일반 사람들한테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었다.그들 외 오늘 이도현의 강한 실력 때문에 놀란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야노 요시코도 놀랍고 흥분되어 이도현을 더 우러러보게 되었고 지금 당장 그의 품에 안겨 이 몸 하나 바쳐서 몸종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이렇게 강한 남자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대단한 남자야. 너무 매력 있어. 나는 언제 저런 남자를 가질 수 있을까? 옆에서 몸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야노 요시코 외 한소희도 부들부들 떨며 숨소리까지 이도현을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혀 진정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한테 말했다.“할아버지...... 이게 정말인가요?”이도현이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갖고 있는지 너무 놀라워했다. 그의 지금 나이에 어떻게 그런 실력
“내가 과대평가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정말 생각보다 더 강한 실력을 가졌구나.” 조혜영도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조혜영은 무술 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집안 자체가 무도 가문이어서 이도현이 이렇게 강한 실력을 갖게 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직 시합대에 있는 조건희의 시체를 보고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놀라운 나머지 한편으로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경매 현장에서 그 누구랑 상의 없이 이도현과 인연을 맺은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도현과 맺은 그 인연으로 나중에는 본인과 본인 잡안에 큰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여기 있었던 일들을 하나 빠짐없이 집에 말씀드리고 찍은 영상도 같이 보내세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도현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한솥밥까지 먹어야 한다고 전하세요.”그들과는 달리 전에 베팅한 사람들은 표정이 굳었고 얼굴은 완전 하애졌다. 어떤 사람은 지금 확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조건희가 이도현을 이겨 자기네들도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콩물 하나 떨어져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렇게 되니 손해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빈털터리가 되었다.많이 건 사람들은 몇 십억 몇 백억까지 낸 사람도 있으니 지금은 본전도 못 찾고 한 방에 다 날린 거나 마찬가지다.“이건 꿈일 거야. 내 돈 어떻게! 몇 천억을 때려 넣었는데 어떻게! 이러다 나 죽게 생겼어.”“제기랄 이도현! 왜 이겨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우리 집안 3대까지 내려온 가업이 한방에 없어지다니 말도 안 돼!”“제기랄 이도현! 이 개자식!”몇몇 베팅한 재벌들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판에서 최후 승자는 신영성조, 장지민 그리고 한소희 세명뿐이었다. 몇 천억을 한방에 가지다니 누워서 떡 먹기다.지국 야노시 가문이든 로마 사람이든 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며 지금 상태로는 마치 구더기를
지금 한지음은 놀라운 나머지 이도현을 향하는 마음에는 좋아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존경스러운 감정도 섞였다. 그녀는 무사도 보고 종사급 무사도 봤지만 이도현의 수법은 신기하다 못해 환상 속에서만 나올 듯했다. 신이 아닌 이상 이런 수법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조건희를 한방에 죽이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이도현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졌고 눈에는 하트가 흘러나올 듯했다.그러자 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신은 무슨? 나 그냥 보통 사람이야. 그냥 사부님한테서 배운 평범한 사람이야.”“근데 아까 보여준 그 수법이 인간계에서 쓸 수 있는 수법이에요? 정말 영화에서 나온 거랑 똑같았어요.” 한지음은 아직도 믿지 않는 듯 말했다.“그만 생각해.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우리 쇼핑하면서 데이트나 할까? 산에서 내려온 다음 제대로 돌아다녀 본적도 없고 쇼핑도 안 해봤어. 그래서 여기저기 모르는데 많으니까 네가 가이드 해줘.” 이도현은 다른 얘기로 돌렸다.“정말요? 너무 좋죠. 저도 드디어 남자랑 데이트하게 되네요. 도현 오빠 그거 알아요? 저 올해 나이 25살인데 아직 남자랑 데이트 한 적도 없고 같이 쇼핑 한 적도 없어요. 예전에 어떤 여자가 남자친구랑 쇼핑하고 데이트하는 거 보면 정말 부러웠거든요. 지금 나도 내 남자 있으니까 할거 다해봐야죠.” 한지음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이도현은 웃음을 지었고 한지음은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웠다. 한지음이 자기를 본인 남자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되니 이도현은 쑥스러워했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녀의 말에 아니라고 하지 않았고 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한지음이 아파서 이도현이 치료해 줬을 때 그녀의 가슴까지 다 보고 손까지 올려 만졌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고 만지기까지 했는데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한지음은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이도현과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행복해했다.두 사람은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주안단을 성공시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민아였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캐미용 제품 가게를 하는 사장님과 주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이도현과 한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로얄 명원으로써 그녀는 자연스레 한지음을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비록 많이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부잣집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서로 아는 사이다.두 사람의 다정한 몸짓에 오민아는 어리둥절했고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내며 말했다.“이… 이 선생이 왜 여기에 있죠. 한 아가씨 하고는….”습관적으로 오민아는 나쁜 놈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갈 뻔했다. 다행히 제때에 멈췄고 그렇지 않으면 오해가 생겼을 것이다.그 시각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유를 모를 짜증과 분노로 가득했다. 또한 짙은 상실감을 느꼈다.마치 자신의 물건을 빼앗긴 것 같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대답을 기다렸다.이도현이 말을 잇기도 전에 한지음은 그의 팔짱을 끼며 먼저 대답했다.“오 아가씨, 여기서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가 소개할게요. 이쪽은 제 남자친구 이도현이에요. 둘이 혹시 아세요?”“남자친구…”오민아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찔린 듯 너무 아파 숨쉬기 어려웠다.코는 더욱 시큰시큰해졌고 그녀의 통제력이 좋지 않았더라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그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한 아가씨, 정말 축하드려요. 이 선생은 정말 좋은 배우자예요!”“감사해요! 오 아가씨 말이 맞아요. 도현 오빠는 세성에서 가장 좋은 남자예요! 제가 그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제 일생에서 가장 큰 복이에요!”한지음은 반대하지 않고 말했다.하지만 오민아의 눈빛 변화에 그녀는 무엇인가 깨달았다.“한 아가씨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아요!”오민아는 말을 하면서 시선을 이도현 쪽으로 돌렸다.그리고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오늘 저녁에 완성에 파티가 있는데 참가할래?”“왜냐하면
”사실 별거 아니야. 그때 네가 날 병원에 데려다줬을 때 내가 너한테 신세를 지면 꼭 갚겠다고 했잖아. 지금 그 신세를 갚으려고 그래. 그럼 서로 빚을 지지 않는 것으로 되잖아!”“서로 빚을 안 진다고???”이 말은 오민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이도현에게 주먹 한방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마음속의 고통은 그녀를 또 한차례 슬프게 했다. 그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곧 흘러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연락하자!”“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안녕!”말을 마친 오민아는 입을 틀어막고 군중 속으로 빨리 뛰어들어가 인츰 이도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멈추면 울기라도 할까 두려웠다.하지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음속의 억울함이 그녀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다.“오민아!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넌 원래 이도현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왜 울어.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희망이고 비천하게 왜 이 정도로 억울해하고 그래! 그저 네 파티에 참가하지 않는 것뿐이잖아.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안 오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왜 울어! 싸구려! 싸구려!”오민아는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달려가 호되게 야단치며 억울함을 모두 털어놓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혔다.한편 이도현과 한지음은 오민아의 등장에 흔들리지 않고 식당에 들어가 이도현이 한평생 보지도 못 한 가장 비싼 음식을 주문했다.밥을 다 먹고 그들은 영화를 보러 갔다. 한지음은 연애 모드를 켰고 어린 커플들이 하는 모든 일들을 지금 다 해보려고 했다.보통 남녀가 연애를 하는 단계는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본 다음 호텔에 가는 것이다.그리고 한 여자를 자신의 여인으로 혹은 또 다른 여인으로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다.하지만 이도현은 어떤 사람인가. 정직한 남자가 아니던가.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호텔에 가는 것은
이도현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보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의 속도를 보아서는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닌 무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쪽 사람에 대해 이도현은 잘 알지 못했다.“지음아! 너 혼자 운전해서 돌아가. 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한지음은 당황했고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조심하세요. 집에서 기다릴게요!”그녀는 이도현한테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았고 오민아의 파티에 참가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녀는 이도현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도현처럼 우수한 남자 곁에는 나 같은 여자가 한 명만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비록 염국에서 실시한 것은 일부다처제이지만 부잣집 아가씨로서 돈 많은 남자라면 여자도 여려 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비록 겉으로는 합법적인 아내가 한 명뿐이지만 주위에는 대여섯 명이 있을 수도 있다.다른 건 몰라도 그의 아버지는 겉으로는 그녀의 어머니 한 여자뿐이지만 그녀가 알기로는 그의 아버지 곁에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제일 어린 여자는 그녀의 학년보다 어리고 대여섯 살 어린 사람인데 막 졸업한 대학생인데 그때 그녀가 만났을 때 이미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그때 그녀는 모른척했고 아무것도 못 본 척 지나갔다. 어쨌든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신분의 남자는 모두 이렇고 그녀는 이미 습관이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종래로 이도현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애초부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다른 여자는 몰라도 이도현의 두 명의 선배는 언젠가는 이도현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그들 사이의 친밀한 행동은 말할 것도 없었고 여자의 직감으로 신연주와 연진이는 언젠간 이도현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왜 그런지 묻지 말라. 여자의 직감은 이런 일들에는 엄청 정확하다.“알았어! 일 처리 빨리 마치고 돌아갈게!”이도현은 해명하지 않고 대답했다.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려 막 떠나려 할 때 한지음이 갑자기 그를 불렀다.“오
한지음의 얼굴은 빨개졌고 엄청 예뻤다. 그는 예쁜 큰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저 갈래요.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릴게요.”이도현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 또한 조금 전에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며 “돌아가! 나 금방 다녀올게.”라고 말했다.“네!”한지음은 대답을 했고 차를 몰고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가는 한지음은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한 손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오늘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도현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의식을 풀고는 그의 몸속 광침들이 파동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갔다.체내의 36개의 광침의 파동 속에 그는 인츰 사람들 속에서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고 그 경로를 따라 완성의 한 산까지 갔다.산에는 많은 건물이 있었는데 모두 지국이 투자하여 건설했으며 모든 건물들은 지국의 스타일이었고 배치가 아주 정교했다.바로 이 산위의 건물에 대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들이 있었는데 아주 떠들썩했다. 무슨 말이든 다 있었지만 모두들 마지막 인식은 똑같았다. 바로 지국은 이 건설을 이용해 풍수대젼을 수련하여 염국의 기운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다.또한 지국의 이러한 행위를 위해 염국은 완성에 대항하는 건물을 많이 지었다.아무튼 불가사의한 말들이 많아서 구체적으로 어떤지 잘 아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몇몇 큰 대부들만 진정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이도현의 도리를 보아 그는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다만 이런 일에 그는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물론 이도현은 지금 이것을 상관할 시간이 없다! 그는 방금 그와 한지음을 미행한 사람을 찾으러 가야 한다.아까 만약 이도현 혼자였다면 미행해도 상관하지 않았다.하지만 한지음이 있는 한 그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그녀를 겨냥하는 모든 음모를 뿌리부터 제거해야 한다.이도현이 자기 여자의 안전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리고 이
체내의 선학신침이 그에게 주는 느낌은 마치 이산에 그를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이도현은 마음이 무거워졌고 이런 느낌은 산을 내려온 후 처음이었다.“도대체 뭐지? 왜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지!”이도현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산으로 올라갔다.곧 산꼭대기에 도착할 무렵 어디론가 숨어 들어가려고 할 때 갑자기 그의 뒤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리라 들렸다.“나… 나쁜 놈! 네가 왜 여기에 있어?”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의외로움이 담겨 있었다.이도현이 머리를 돌리자 힐을 신은 오민아가 짧은 바지를 입고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드러낸 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타이트했고 가슴이 깊게 파인 옷으로 그녀의 몸매를 화끈하고 섹시하게 돋보이게 했다. 또한 약간의 청순함도 가지고 있었다!이도현은 이상하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사실 그의 잠재의식 속에 그는 이렇게 더러운 곳에 왜 왔는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오민아는 웃으며 말했다.“낮에 내가 말했잖아. 파티를 열었는데 너를 초대한다고!”“내가 파티를 연 곳은 바로 산에 있는 큰 호텔 중 하나야. 하지만 오늘 밤 호텔 전체에 최고 권력자들이 많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나도 덕을 본 셈이지!”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안심했다. 하지만 오민아가 이곳에서 파티를 여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완성에 그렇게 많은 곳을 두고 왜 하필 지국에 와서 파티를 열었을까. 지국의 사람 중 돈으로 염국에 오락시설을 산 사람 중에 좋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당연히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쨌든 이 일은 그와 그다지 관계가 없었다.그는 오민아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고 오민아도 장사꾼이니 당연히 자신한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이다.아까 오민아도 이 산에는 최고 권력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것은 발전할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