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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담배가 아직 3분의 1이 남았는데도 배건후는 재떨이에 비벼껐다. 끓어오른 분노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손보미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화제를 돌렸다.

“건후 씨, 만약 아린 씨가 여전히 민재 씨와 함께하겠다고 하면 두 사람 축복해줄 거야?”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는 데는 참으로 선수였다.

‘여전히’라는 단어로 도아린이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육민재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표현했다.

3년 전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젠 버텨냈고 육민재도 귀국했다. 모든 게 도아린의 뜻대로 되었으니 이젠 함께할 때도 됐다.

그 한마디는 배건후의 분노를 제대로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밀었는지 여부의 대답도 손쉽게 피해버렸다.

배건후는 손보미의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자기 휴대전화에 전송한 후 돌려주었다.

“만약이라는 건 없어.”

“...”

손보미의 표정이 확 굳어졌고 들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혼하는 거 아니었어? 왜 만약이 없다고 하는 거야? 도아린이 후회해서 이혼을 번복한 거야, 아니면 건후 씨가 이혼을 거절한 거야?’

손보미의 머릿속에 무서운 생각이 떠오르면서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자신이 생각하는 게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그녀가 나긋하게 말했다.

“나영옥 어르신이 아린 씨를 엄청 좋아하더라고. 마치 아린 씨가 손주며느리인 것처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셨어.”

손보미는 배건후가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했다. 배건후가 점점 더 싸늘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 일이 그냥 이렇게 넘어가나 싶던 그때 배건후가 갑자기 말했다.

“아린이한테 사과해.”

손보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라고?”

휴대전화를 어찌나 꽉 쥐었는지 뼈마디가 다 하얗게 됐다.

‘내가 왜 도아린한테 사과해야 해? 피해자는 난데!’

배건후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네가 먼저 사과하면 도아린더러 사과하라고 할게.”

손보미더러 사과하라고 한 건 사람들이 도아린을 의심하게 만들어서였고 도아린더러 사과하라고 한 건 손보미를 때려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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