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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사람들이 내가 나영옥 할머니와 관계가 좋은 걸 믿고 민재 씨한테 결혼을 강요하고 빚을 갚아달라고 강요한 줄 알아요. 해명해도 되고 부인해도 되고 심지어 모른 척해도 돼요. 근데 내가 매번 힘들게 빌린 돈을 가로막진 말았어야 했어요.”

도아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해 겨울, 도아린은 돈을 빌리려고 뭐든지 다 했었다. 상대가 겨우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서 이튿날에 찾아갔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절대 빌려주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육민재가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육민재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안경을 닦고는 다시 꼈다.

“너도 배후 조종자가 나라고 생각하는구나.”

도아린은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육민재의 두 눈에 취기가 조금 사라진 듯했다. 안경 유리알에 빛이 반사되어 눈빛을 가렸다. 도아린이 자리를 떠나려던 그때 육민재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육민재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도아린도 캐묻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두 사람이 아무도 말이 없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어색해졌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도아린이 한마디를 던지고 자리를 비웠다.

...

손보미가 배지유를 살짝 잡아당겼다.

“건후 씨한테 약 타 먹이지 마.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사실은 약을 먹였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배지유는 오빠가 근처에 없는 걸 확인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내가 일어나자마자 오빠가 앞에 있던 차를 바꿔버렸어요.”

경계심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족까지 경계할 줄은 몰랐다.

‘이게 다 도아린 때문이야!’

손보미는 몰래 이를 꽉 깨물었다. 이 결과가 그녀의 예상대로이긴 했다.

“이게 다 도아린 그년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래요.”

배지유가 음료수를 들고 물었다.

“언니, 음료수 마실래요?”

“너 마셔. 난 다이어트 중이라.”

배지유는 약을 만지던 손가락을 잊은 채 잔을 만졌다. 그녀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인파 속에서 육하경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육하경의 외할머니한테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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