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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도아린은 연회장을 나가서 메시지를 보냈다.

손보미의 차례가 됐을 때 나영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집사에게 그냥 카트에 담으라고 했다. 손보미는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돈을 들여 준비한 게 물거품이 되니까.

그런데 나영옥은 그녀의 선물만 카트에 담은 게 아니었다. 넣었던 걸 다시 꺼내서 열어본다면 다른 사람들이 손보미를 싫어할 게 뻔했다.

손보미가 망설이던 그때 배지유가 선물을 꺼냈다.

“할머니, 제가 준비한 건 비취 팔찌예요. 하는 일이 뜻대로 되길 바랍니다.”

나영옥이 그녀가 준비한 선물을 보지 않을까 봐 미리 꺼냈다.

그런데 그때 배건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배지유가 준비한 선물이 바로 도아린의 비취 팔찌였던 것이었다.

나영옥이 힐끗 쳐다보다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받아서 카트에 넣어.”

배지유는 배건후의 옆에 앉아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빠, 도아린 단속 좀 해요. 이러다 우리 가문 망신당하겠어요.”

옆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에 배지유는 음료수를 먹다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렸다.

“오빠, 왜 그렇게 봐요? 보미 언니가 오자고 해서 온 거예요. 이따가 집에 들어가서 안 나오면 되잖아요.”

“아린이 팔찌를 선물로 가져와?”

배건후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빛도 매우 날카로웠다. 그러자 배지유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망했다. 아까 열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빠가 옆에 있는 거 깜빡했어.’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배지유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오빠가 내 카드 정지해서 선물 살 돈이 없었어요.”

배지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팔찌는 오빠가 사준 거잖아요. 할머니께 드린 건 우리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예요.”

배건후의 시선이 배지유의 목에 머물렀다. 그가 도아린에게 준 루비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집 비밀번호를 바꿨기에 배지유는 더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아린이 직접 목걸이를 줬을 가능성밖에 없었다.

도아린은 이런 주얼리 같은 걸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고 배지유에게 마음대로 주었다.

순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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