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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러다가 배건후에게 들킬까 봐 살짝 도발만 하고 휙 가버렸다.

...

다행히 상대가 도아린의 어깨를 잡은 덕에 넘어지진 않았다. 도아린이 재빨리 거리를 넓히고 고개를 든 순간 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

“여긴 왜 왔어요?”

배건후의 시선이 그녀의 입가에 묻은 립스틱으로 향했고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누구 찾아?”

“길을 잃었어요.”

도아린이 마음을 가라앉히긴 했지만 조금 켕기는 게 있긴 했다. 배건후는 그녀를 정자 쪽으로 밀어붙이더니 손을 내밀어 빨간 팔찌를 보여주었다.

“이거 보니까 괴로워?”

알고 보니 그의 계획이었다.

도아린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배건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왜 이렇게 긴장해? 이 팔찌 때문에? 아니면 팔찌 뒤에 숨은 일 때문에? 아니면... 그 사람 때문에?”

도아린은 등골이 다 오싹했다. 배건후는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치욕을 잊지 않았다.

“도아린.”

배건후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도아린은 마치 밧줄로 목을 조른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뒤로 한걸음 물러나자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

배건후는 다시 바짝 다가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도아린, 그때 그 일 계획이었어? 아니면...”

“사람 잘못 보지 않았더라면 절대 건후 씨 방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도아린이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을 그는 여러 번이나 물었다. 진실이 그렇게 중요할까?

배건후는 갑자기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품 안으로 잡아당겼다.

“내 얼굴 봤을 때 죽이고 싶었지? 만약 민재였더라면 엄청 다정했을 텐데. 널 병원까지 가게 하지도 않았고.”

“배건후 씨, 그 입 다물어요!”

‘입 다물라고?’

배건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3년을 버티니까 민재가 돌아왔네? 아까 내가 잡지 않았더라면 민재 품에 안겼겠어.”

그는 도아린의 드레스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일부러 걔랑 커플룩으로 맞춰 입기까지 하고. 근데 아쉬워서 어쩌나. 그때 민재가 널 버렸는데 지금 한 번 다녀온 널 쳐다보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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