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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배건후가 손목에 실로 딴 붉은 팔찌를 하고 있었는데 팔찌 가운데 금색 오팔이 몇 개 있었다.

도아린은 온몸이 굳어버리면서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호흡마저 불안정해졌다. 배건후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오늘 커프스단추 찾다가 찾았어.”

도아린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눌렀고 배건후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화장실 다녀올게요.”

배건후는 그녀의 다급한 발걸음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육민재의 시선이 배건후의 손목에 닿았다. 아직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 빨간 팔찌는 무슨 의미라도 있어?”

“없어.”

배건후는 담뱃재를 털면서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오늘 저녁에 손님들이 많이 왔구나. 가서 손님들 맞이해.”

그러고는 도아린을 따라갔다.

도아린이 손보미가 아까 있었던 자리에 갔을 때 손보미는 그곳에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빨간 팔찌가 눈에 맴돌았다. 3년 동안 보이지 않아서 배건후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때 그 빨간 팔찌가 아니었더라면 사람을 잘못 봤을 리도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도아린은 정자에 들어가 앉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녀가 있는 줄 모르고 뒷담화했다.

“도아린 봤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왔는지, 참. 내가 다 민망하더라고. 근데 걔는 민재 도련님이랑 배 대표님 앞에서 아주 예쁜 척하더라?”

“낯가죽이 두꺼운데 뭔 짓인들 못 하겠어. 배 대표님 조건이 얼마나 좋아. 그때 당하고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났어.”

“그러게 말이야. 근데 손보미가 귀국했으니까 상황이 달라졌어.”

대화 소리가 갑자기 끊기더니 다급하게 지나가는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도아린은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히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한 남자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립스틱이 상대의 옷깃에 묻고 말았다.

...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손보미는 마치 예쁜 꽃처럼 여리여리했다.

“오빠한테 전화해볼까요?”

배지유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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