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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그동안 해외에 있었지만 국내의 사업을 계속 지휘하고 있었다. 육씨 가문의 상속자가 되기 위해서.

그는 긴 복도를 지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보미와 배지유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 손보미에게 축하를 보내자 그녀는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지만 쑥스러워하는 표정은 곧 좋은 일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오빠는 왜 아직도 안 오죠?”

배지유는 도아린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손보미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배건후가 도아린과 함께 공개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게 극히 드문데 오늘 이런 성대한 자리에 데리고 왔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일까?

“도아린 씨가 다 준비하길 기다리나 보죠.”

손보미가 배지유의 말에 대꾸했다. 그러자 배지유가 이를 꽉 깨물었다.

“걔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요. 이름만 들어도 역겨우니까. 우리 오빠는 그런 여우 같은 여자를 왜 좋아하나 몰라요.”

도아린이 준비를 마치고 나와 보니 배건후의 은색 마이바흐가 밖에 세워져 있었다. 오늘 운전기사 조수현이 없어서 배건후가 운전하기로 했다.

그녀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잔잔한 파도가 모래사장에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가는 것처럼 치맛자락이 흩날렸다. 가뜩이나 피부가 하얀데 실버 드레스까지 입으니 마치 늦은 밤에 도망쳐 나온 인어공주 같았다.

배건후의 시선이 도아린의 섹시한 어깨에 닿은 순간 그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배건후와 행사에 참석할 때 이렇게 예쁘게 꾸민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생각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담배를 확 부러뜨렸다.

도아린은 그녀가 손보미의 드레스를 빼앗아서 배건후가 화를 낸다고 착각했고 배건후는 도아린이 다른 남자 때문에 예쁘게 꾸민 것이라고 착각했다.

가는 길 내내 분위기가 무겁기 그지없었고 누구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유리창에 비친 배건후를 쳐다보았다. 어두운 정장에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블루다이아몬드 넥타이핀이 옷소매와 아주 잘 어울렸다. 차갑고 귀티 나는 왕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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