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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배건후는 흠칫 놀랐다.

항상 얌전하고 조신했던 여자가 이혼 얘기가 나온 이후로 마치 송곳니를 드러낸 독사처럼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짝거리던 커다란 눈동자로 환심을 사려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오로지 혐오와 증오만 남아 있었다.

배건후의 심장이 욱신거렸다.

도아린이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문이 철컥 잠겼다.

이내 고개를 돌려 배건후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죠?!”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금 경찰서에서 한 말은 기록에 남거든? 만약 번복이라도 한다면 네 친구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거야.”

이런 치사한 개자식 같으니라고!

도아린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뺨을 날리려는 순간 차 문이 다시 열렸다.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내일 육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할 거야.”

쿵!

도아린은 문을 세게 닫고 집으로 쏜살같이 뛰어 올라갔다.

결국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방금 무슨 연회라고 했지? 육씨 가문이라니? 설마 육민재가 돌아왔나?

그럴 리가! 내일은 나영옥의 팔순 잔치이지 않은가?

어쨌거나 지난 3년 동안 육민재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

우정윤은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도아린의 뒷모습을 보고 차에 다시 올라탔다.

“왜 대표님 덕분에 손보미 에이전트에서 그냥 넘어갔다고 해명하지 않으세요?”

“어차피 말해줘도 안 믿을 거야.”

배건후는 담배를 힘껏 빨아들이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위층에 불이 켜진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우정윤은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단지 고집에 불과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어찌 믿을지 말지 안다는 말인가?

사모님이 부잣집 여사님들 사이에서 괴롭힘당할까 봐 회의까지 미루고 도와주러 갔으면서 굳이 멍청하다는 둥, 영유아나 할 법한 낚시 놀이 장난감 같은 게임마저 진다는 둥 비웃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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