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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워낙 잔꾀가 많아서 혹시 가는 길에 내 옷을 망가뜨릴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나한테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겠지, 설마 어시한테 배상시키겠어?”

손보미는 옷이 들어 있는 캐리어를 덥석 붙잡았다.

도아린이 니들 케이스를 열자마자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닫았다.

“개나 소나 아현 씨를 만나게 된다면 과연 신분을 숨길 필요가 있을까? 수선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만 가볼게.”

그러고 나서 몸을 돌려 떠났다.

하지만 손보미는 어디까지나 배짱부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일개 어시스턴트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이게 얼마짜리 드레스인지 알아? 네가 배씨 가문에 3년 동안 있다고 한들 소유하기 힘든 브랜드라고!”

손보미는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문나연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어떻게 도아린을 보내 물건을 가져가게 할 수 있지? 아현 씨도 사람 보는 눈이 참 없군.”

도아린의 뒤를 따르던 문나연이 입을 열었다.

“지금 아현 씨가 눈이 멀었다고 저주한 거야? 토씨 하나 안 빼먹고 전해줄게.”

결국 신발 커버를 벗고 나가려는 도아린을 보자 손보미는 이를 악물고 캐리어를 툭툭 쳤다.

“농담이었으니까 확인해 봐.”

그녀에게 옷을 무조건 수선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안 그래도 급이 낮다고 브랜드사에서 마지못해 대여해줬는데, 더욱이 다른 연예인이 출연 예정인 예능 프로그램 의상으로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서 배상만 한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연예계는 워낙 시기와 질투가 넘치는 곳이라 설령 드레스를 실수로 망가뜨렸다고 할지언정 기자들이 한술 더 떠서 누군가를 겨냥하기 위한 의도적인 계획이라고 보도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잘나가는 쩐주가 당사자의 뒤를 봐주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아직 배건후와 결혼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시점에서 상대방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연예계 생활이 마냥 순탄치 않을지도 모른다.

“글쎄, 우리가 농담할 정도로 친했더라?”

도아린이 돌아왔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캐리어가 열렸다.

손보미가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괜히 더 망가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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