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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하지만 검사 결과는 주현정이 어제의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분이 몹시 상한 일이 있었기에 환자가 선택적 기억 상실증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차라리 이대로 잊고 지내면 다행이었다. 적어도 다시 떠올려 속상해서 건강까지 해치는 상황은 없을 테니까.

의사의 말에 배건후는 도아린에게 그냥 넘어가라고 더욱 당당하게 강요했다.

“엄마가 널 얼마나 잘 챙겨주셨는데 기어코 지유랑 싸워서 병세를 악화하게 할 거야?”

도아린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골조차 보기 싫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는 다름 아닌 문나연이었다.

“통화 괜찮아? 중요한 할 얘기가 있는데...”

그녀가 행여나 말실수라도 할까 봐 도아린은 서둘러 끼어들었다.

“지금 찾으러 갈 테니까 만나서 얘기해.”

이내 전화를 끊고 뒤돌아서 떠나려고 했다.

찬바람을 쌩하니 일으키며 멀어져가는 고집스러운 여자의 뒷모습을 보자 배건후는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순간 배지유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빠, 엄마 괜찮아요? 얼른 경호원 치워줘요. 엄마 보러 가야 하니까.”

“집에서 반성해.”

비록 병원은 금연이지만 배건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담배에 불을 붙였다.

“술집에서 술을 처먹고 외박까지 해? 간덩이가 부었어?”

도아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늦게까지 놀다 온 것에 화가 난 듯한 오빠의 말투를 듣자 배지유는 금세 어깨가 으쓱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고분고분했다.

“어제 친구 생일이라서 좀 늦었어요. 나가기 전에 엄마한테 얘기했는데... 그나저나 엄마는 괜찮아요?”

배건후가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엄마 앞에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은 언급하지 마.”

대신 해결해줬다는 뜻인가? 역시 그녀를 가장 아끼는 건 오빠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배지유는 전화를 끊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침대에 마구 뒹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니나 다를까 오빠는 도아린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뺨 맞게 한 것만큼은 반드시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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