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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도아린은 배건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동안 다짜고짜 꾸짖거나 누명을 씌웠을 때 아무리 억울해도 꾹 참고 변명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그녀를 모욕하는 여동생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물론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바라지도 않았고, 단지 안하무인에 막무가내인 배지유를 보고 무슨 생각 할까 알고 싶었을 뿐이다.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소매를 정리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지유가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가 봐.”

고작 이게 다인가?

무려 새언니도 안중에 두지 않고 어미 없는 자식이라고 욕하는 것도 모자라 남동생은 남편 돈을 빼먹는 존재라고 하는데 제정신이 아닌 탓이라고 얼버무리다니?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남의 약점만 쏙쏙 골라서 비꼬겠는가?

비아냥거림과 경멸이 가득한 여자의 표정을 보자 배건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엄마가 이미 때렸으니까...”

그러나 끝까지 말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주현정이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다.

방금 퇴원한 그녀는 다시 VIP 병동에 입원했다.

아무리 신분이 존귀한 사람이라도 의사 앞에서는 한낱 환자에 불과했다. 주치의가 노발대발하며 호통쳤다.

“환자분께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자꾸 자극합니까?”

배건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닫고 있었고, 천생 귀공자답게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의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도아린에게 또다시 환자를 흥분하게 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진료실을 나서자 배건후는 도아린을 막아섰다.

“엄마가 깨어나면 지유 얘기 잘 좀 해줘.”

도아린은 화가 나서 되레 웃음이 터졌다.

욕설을 퍼부은 사람을 용서할뿐더러 사정까지 하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지?

“과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맞아요?”

배건후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금지옥엽으로 자란 녀석이야. 부모님도 여태껏 혼내신 적이 없는데 오늘 너 때문에 엄마가 지유의 뺨을 때렸어.”

“그래서?”

배씨 가문의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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