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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도무지 밥 먹을 기분이 아닌 김영실은 일이 있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게다가 연장미가 데려온 사람인지라 그녀도 뒤따라 집을 나섰다.

배건후는 도아린과 함께 돌아가려고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순순히 보내 줄 주현정이 아니었다.

“아린아, 이모님이 요리 준비했으니까 먹고 가. 살이 빠진 것 좀 봐.”

“어머님도 많이 드세요.”

주현정이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챌까 봐 도아린은 배건후의 접시에 반찬을 덜어주었다.

주현정은 아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저놈은 몸매 관리해야 하니까 야채만 먹으면 돼.”

말을 마치고 나서 일부러 팔을 찰싹 때렸다.

그때 여자의 손톱에 긁혀 상처가 났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건후는 눈을 내리깔았고, 풍성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친아들 아닌가요?”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줬으면 의무를 다했지, 뭐. 앞으로 아린과 함께 있을 때만 엄마라고 불러.”

식사를 마치고 주현정은 약을 먹고 쉬러 가기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아린에게 말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괜히 마음만 약해졌다가는 점점 더 기고만장할지도 몰라.”

그동안 배건후의 행세는 그녀도 지켜봐 와서 잘 알고 있다.

아들이 바람 피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유독 손보미한테만 약했다. 게다가 워낙 잔꾀가 많은 여자라서 도아린이 손해 볼까 봐 걱정이었다.

시어머니의 배려에 그녀는 감동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뒷정리를 마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유민정을 불러 세웠다.

“혹시 한약재 찌꺼기인가요?”

“네.”

“왜 예전 거랑 냄새가 다르죠?”

유민정이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에 사모님이 주신 처방전인데 여사님께서 드셔보더니 몸이 훨씬 개운하다고 하셨어요.”

“아, 약재가 바뀐 게 있긴 했죠. 알겠어요, 일 보세요.”

도아린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약 덕분인지 양약 덕분인지 몰라도 이번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현정은 예전보다 안색이 많이 밝아졌다.

도아린이 방에 돌아오자 배건후는 샤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디 필로우를 침대 한가운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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