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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배건후는 기다린 다리를 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익숙한 맛이었다.

이내 차를 음미하면서 도아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한편, TV에서는 후반전 경기에 참석하는 말을 소개하고 있었다.

도아린은 절대로 외모에 혹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상기했고, 화면을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목에 흰색 점이 있는 검은색 말을 선택했다.

그리고 종이에 선택하려는 찰나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보는 눈은 여전히 형편없군.”

도아린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고, 다시금 TV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2번 말도 생김새는 나쁘지 않았다. 갈색 털은 윤기가 흘렀고, 비록 덩치가 큰 편은 아니지만 외모가 출중했다.

하지만 비주얼만 보고 돈을 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미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는가?

화면이 바뀌면서 다음 경주마로 소개가 넘어가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망설임은 패배의 지름길이야.”

“아린아, 골랐어? 이제 곧 시작해.”

김영실이 재촉했다.

도아린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과감하게 2번 말을 찍었다.

출발음이 울리자 경주마들이 쏜살같이 뛰어나갔고, 도아린이 선택한 2번 말이 제일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배건후를 노려보았다.

결정적인 선택을 내리기 전에 괜스레 방해하고 말이야!

아주 그냥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나 보네? 개자식 같으니라고!

“이번에도 나야!?”

김영실은 흥분한 나머지 춤이라도 출 기세였고, 연장미에게 자신이 선택한 번호를 보여주었다.

연장미가 찜한 말은 2등으로 달렸고, 그녀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바퀴를 달릴 때 2번 말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아린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TV를 쳐다보았고, 마음 같아서는 현장으로 날아가 연신 채찍질해서 경주마가 더 빨리 달리게 하고 싶었다.

마치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닿기라도 한 듯 2번 말은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결국 3위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해설자는 2번 말이 다크호스라고 극찬했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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