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너한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끼얹었다고?”

남자가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손보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난 뒤끝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불꽃놀이도 해주기로 약속했잖아? 도아린이 손찌검만 하지 않는 이상 욕한다고 한들 참을 수 있어.”

배건후는 무표정으로 일관했고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손보미가 위를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저녁에 뭐 먹지도 못한 것 같은데 나도 마침 배가 고프네. 근처에 비건 레스토랑이 있는데 같이 갈래?”

배건후는 담뱃재를 툭툭 털면서 조수현 앞으로 걸어갔다.

“집까지 데려다줘.”

손보미는 마지못해 차에 탔고, 문이 닫히자마자 못마땅한 듯 눈빛이 험악하게 번뜩였다.

이내 고개를 숙여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혹시 대역은 찾으셨나요?]

...

주현정을 부축해서 걸어가던 도아린의 등 뒤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운수가 사납기 마련이네.”

소매를 붙잡고 있는 함예진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했다.

문에 삐쭉 튀어나온 못 때문에 소매가 걸려서 찢어졌는데 몇백만 원이 넘는 옷을 버리게 생겼다.

도아린이 다가가 힐긋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서 쉬고 계시면 제가 수선해드릴게요.”

“옷 수선도 할 줄 알아?”

놀라움이 담긴 말투와 달리 그녀의 눈빛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병실로 돌아간 다음 주현정은 함예진이 갈아입을 만한 옷을 찾아주었고, 이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한편, 도아린은 휴게실에서 옷을 수선하고 있었다.

30분 뒤, 그녀는 옷을 들고나와서 말했다.

“제가 손재주가 별로 없어서 혹시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함예진이 건네받는 순간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찢어진 부분에는 같은 색상의 실로 장미꽃이 수 놓여 있었는데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게다가 티가 전혀 나지 않을뿐더러 화룡점정의 효과까지 추가되었다.

이내 주현정의 앞에 내밀며 말했다.

“요즘 바느질할 줄 아는 젊은이가 어디 있어? 이런 보물 같은 며느리를 얻다니.”

주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