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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이내 엘리베이터 층수가 빠르게 변했다.

도아린이 버럭 외쳤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그냥 집에서 썩게 놔둬요. 어쩌면 백 년 뒤에 문화재 답사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배건후가 담배를 두 동강 냈다.

“다시 한번 얘기해 봐.”

말하라고 해서 고분고분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꿈도 참 야무지군.

도아린은 지금처럼 마음이 확고한 적이 없었다. 즉,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남자한테서 도망치는 것이다.

그리고 배건후가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잽싸게 비상구로 뛰어가 택시를 타고 집까지 갔다.

주얼리를 직접 처분하는 것쯤이야!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다시 이혼을 언급했을 때 무슨 핑계를 댈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밀번호를 바꾼 사실이 떠올라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다행히 가정부 아주머니가 계셨고, 안미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사모님, 오셨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동안 사장님 음식을 준비해주다가 계속 꾸중만 들어서 월급이 곧 바닥날 것 같아요.”

도아린이 까탈스럽지 않고 성격도 착한 편이라 가정부도 그녀를 편하게 대했다.

“부부는 항상 티격태격하기 마련이죠. 사실 사장님께서도 속으로는 사모님 생각을 많이 하세요...”

이때, 뒤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왔고 배건후가 집에 도착했다.

도아린은 신발을 갈아신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줌마는 자녀가 두 명이라고 했죠? 아들 하나 딸 하나?”

안미자는 어리둥절하더니 활짝 웃었다.

“맞아요.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인데 장난기가 어찌나 많은지. 아빠를 제일 무서워하죠.”

“이제 일하신 지도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가 왜 아이가 없는지 알아요? 왜냐하면 남편이 내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죠.”

입구에 서 있는 남자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정작 도아린은 당황한 표정의 안미자를 뒤로 하고 유유히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집에 있는 날이면 배건후는 늘 외박했고, 혹시라도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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