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2화

혹시 어젯밤에 불꽃놀이 한 사람이 배건후는 아닐까?

머리에 불똥이라도 튀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나?

어떻게 앞뒤가 전혀 안 맞는 말도 뻔뻔스럽게 내뱉을 수 있지?

자기가 그까짓 물질적인 보상에 질투가 나서 이혼을 운운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공부도 잘했다는 사람이 이해력이 이렇게 떨어져서야 원.

도아린은 분노로 가득한 남자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어머님에게 비밀로 하고 거동이 불편하실 때 돌봐줄 수도 있지만 전제는 나랑 이혼한다는 것이죠.”

주현정이 그녀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최선을 다해 보답할 생각이다.

반면, 배건후는 국물도 없었다.

남자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그녀를 꽉 잡고 있었다.

도아린은 그의 소매를 붙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스토킹할 때 건후 씨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요. 정말 짜증 나는군.”

배건후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기에 모든 이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자존심이 워낙 강하고 매사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남자가 어찌 이런 조롱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내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쌀쌀맞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변호사한테 연락하라고 해. 그리고 넌 꺼져!”

도아린은 어리둥절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옷더미에서 휴대폰을 찾은 다음 그나마 무난하고 자주 입을 것 같은 옷을 몇 개 골라 짐을 쌌다.

캐리어를 끌고 1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또 번복하기만 해봐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안방 문이 닫혔다.

...

도아린이 서둘러 떠난 이유는 나리 병원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몸을 닦아주는데 손가락이 움직였어요.”

간호사가 도아린에게 말했고, 두 사람은 검사 중인 의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의사는 청진기를 목에 걸고 무덤덤한 얼굴로 설명했다.

“아직 뚜렷한 징후는 없네요. 식물인간이 손가락이나 눈동자를 움직이는 건 극히 드문 현상이지만 곧 깨어난다는 뜻은 아니에요. 어쩌면 신경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