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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마치 자신도 피해자라는 듯이 말하다니.

도정국이 그녀의 어머니와 기꺼이 결혼하기로 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연성 사람인 배우자 덕을 봐서 대도시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신혼 초에는 그나마 얌전하더니 나중에 디저트 가게가 잘 되기 시작하면서 접대를 핑계로 밖에서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 심지어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면 아들을 낳지 못한 탓에 본가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비난까지 했었다.

“저 여자랑 결혼할 거예요?”

도아린이 무심하게 말했다.

도정국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네가 진작 동의했으면 결혼하고도 남았겠지.”

말을 마치고 나서 실언했다는 생각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엠파이어 빌딩에 공실이 거의 없다고 하니 서둘러.”

도아린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도정국이 문을 덥석 잡았다.

“너도 얼른 남편이랑 애 낳고. 그 배는 어쩌면 네 엄마보다 못하냐?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라니. 만에 하나 밖에 있는 여자가 임신이라도 했으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늦을 거야.”

도아린은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딸의 결혼이 고작 본인이 재벌 가문에 발을 들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건가?

만약 배건후와 이혼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당장 그녀를 목을 졸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이내 차 문을 힘껏 당기자 도정국의 손이 자칫 끼일 뻔했다.

...

다음 날.

도아린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장수현의 연락을 받았고, 배건후가 보낸 대리인의 면담 신청이 있다고 했다.

이내 서둘러 씻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배건후 측 대리인은 무려 툭하면 억대 소송을 진행하는 모건 그룹의 법률 고문 남궁유민이다.

고작 이혼 분쟁 때문에 이렇게 대단한 변호사까지 출동시켜 으름장을 놓다니!

도아린은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두 변호사가 주고받는 말을 들었는데 재능 낭비는 아닌 듯싶었다.

“결혼하기 전에 대표님께서 240억이라는 빚을 대신 상환해주셨고, 지난 3년간 도아린 씨 남동생의 병원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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