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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입구를 지나 사라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지유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워낙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일이라 도아린은 절대 모를 것이다.

주현정을 보자마자 날이 잔뜩 서 있던 도아린도 금세 표정을 바꾸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 약이랑 주의사항은 민정 아줌마한테 전달했어요.”

주현정이 옆자리를 두드리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오늘 친구들이 내가 퇴원한다는 걸 알고 보러 오겠대. 지유는 약속이 있다고 나갔으니까 네가 남아서 같이 도와줘.”

비록 손님 접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주현정 혼자서 사람을 맞이하면 힘들기 마련이다.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어차피 재벌가 여사님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기에 기껏해야 과일을 자르고 차를 준비할 뿐이었다.

주현정은 일반 부잣집 사모님과 달리 본인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 비록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녀가 설립한 JS 픽처스는 연예계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따라서 어떤 일은 대놓고 부탁하기 어려웠고, 사적으로 찾아와서 해결하는 게 대다수였다.

과일이 준비되자 손님도 속속 도착했다. 그중에서 도아린은 성대호의 어머니 연장미만 알아보았다.

여사님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했지만 주현정 앞에서는 어딘가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도아린이 내린 차를 마시며 신기한 듯 훑어보았다.

“며느리가 참 예쁘게 생겼네요. 회사에서 새로 영입한 배우인 줄 알았어요.”

주현정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 사람도 어찌나 똑똑한지.”

겉모습만 그럴싸하고 머리는 텅 비었다고 비꼬려는 걸 마냥 지켜볼 그녀가 아니었다.

도아린이 주방에 간 틈을 타서 한 사람이 말했다.

“안색이 훨씬 좋아 보이는데 한약이 효과가 있었나 봐요?”

“그러게요.”

“아주 용한 한의사라고 하던데 왜 현정 씨 며느리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죠? 설마...”

“요즘 애들은 다 자기 생각이 있기 마련이에요.”

사실 주현정도 손주가 간절했지만, 외부인들이 도아린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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