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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함예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으로 주현정의 접시에 반찬을 덜어주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어머님, 생선 드세요. 이 부분은 가시가 없거든요. 이모도 많이 드세요.”

“역시 날 챙겨주는 건 며느리뿐이네.”

함예진도 웃으면서 접시를 건넸다.

“고마워.”

아무도 입구에 있는 손보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더니 다시 배건후의 이름을 불렀다.

배건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외식하면 가장 먼저 냅킨을 깔고 필요 없는 식기를 치워주곤 했는데 오늘은 마치 공기 취급했다.

머릿속으로 어젯밤 그녀의 행세를 되뇌며 오늘 아침 결판을 내기도 전에 잽싸게 도망친 일이 떠올라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 같았다.

“이리 와서 앉아.”

배건후가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기자 손보미는 활짝 웃으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선생님. 아린 씨, 오랜만이야.”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긋한 말투로 인사하는 여자의 모습은 아까와 사뭇 달랐다.

“방금 화장실에서 보지 않았나?”

도아린은 반찬을 한 입 집어 먹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손보미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표정이 어찌나 억울한지 금세 눈물이라도 흘릴 듯싶었다.

함예진은 온갖 대상을 휩쓴 배우답게 진심인지 연기인지 한눈에 간파했다.

이내 배건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개 안 해줘?”

“저는 손보미라고 하고, 이번 송민혁 감독님의 새 작품에서 ‘예원’ 역을 맡았어요. 왕후 역할이 다름 아닌 함예진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건후 씨한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죠.”

손보미는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섰다.

함예진은 못 들은 척 배건후만 쳐다보았다.

이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보미라고 합니다.”

“아,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구급차를 부르는 바람에 결국 임산부를 유산하게 한 그 무명 배우?”

생글생글 웃는 얼굴과 달리 인정사정없는 말을 내뱉을 줄이야.

손보미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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