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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도아린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병실에 못 들어가게 해서 발끈한 나머지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벌인 짓이긴 했다.

그나마 대신 진료를 예약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정윤이 데리러 오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도아린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서 언제 이혼하러 갈 거예요?”

배건후는 긴 다리를 쭉 뻗어 도아린의 발목에 살짝 걸쳤고, 잘생긴 얼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그것도 아니면 네 입맛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나?”

도아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살림밖에 모르던 여자가 대신 진료를 예약할 정도로 굶주렸어?”

결국 다리에 걸려 소파에 넘어졌는데 벌떡 일어나서 그를 바라보았다.

“바다처럼 넓은 아량을 가진 분이 고작 오해로 인한 해프닝 때문에 말다툼을 시전하는 건 아니겠죠?”

배건후는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해를 풀어야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든 말든 하지.”

지금 손보미에게 사과를 안 했다고 일부러 트집 잡는 건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도아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싱긋 웃었다.

“차라리 내가 불감증 혹은 건강 때문에 3년 동안 한약을 마셨는데도 애 하나 낳지 못했다고 하지 그래요?”

배건후는 두 팔로 그녀를 품에 가두고 소파 등받이를 짚더니 허리를 숙여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불감증이라는 사람이 코스플레이 옷 입고 내 옆에 앉아 있었어?”

도아린은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었다.

배건후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다.

“심지어 대신 진료까지 예약해주고?”

그를 골탕 먹이려고 했던 모든 일이 자신의 외로움과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증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저기요, 그쪽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배건후도 물러서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터치했다.

“내 분신의 건강이 사뭇 궁금한 것 같은데 본인이 과연 이 거대한 물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검사해 보는 게 어때?”

도아린이 주먹을 불끈 쥐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분은 우선 건너뛰고 구청부터 갈까요?”

배건후는 한참 동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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