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3화

Aвтор: 온유
...

실은 배건후가 식자재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다 보니 도아린이 일부러 대형 마트에 가서 엄선해왔다.

집에 돌아간 후 그녀는 먼저 함박스테이크를 굽고 이어서 콘 옥수수를 만들었다.

이제 막 계란찜을 하려고 인덕션에 불을 켜려던 참인데 소유정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린, SOS! 지금 아주 긴급해!!”

소유정은 업계에서 줄곧 인기가 미지근했다. 송민혁 감독의 OST를 부른 후에도 노래만 떴을 뿐 그녀는 인기 반열에 오르지 못해 평상시에 행사를 뛰면서 돈을 버는 수준이었다.

오늘 마침 도성에서 행사가 있는데 그녀의 파트너가 가족이 위독하다면서 펑크낸 바람에 당장 대타를 찾아야만 했다.

소유정은 단번에 도아린이 생각났다.

그해 [보이스]에 지원할 때도 그녀는 도아린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도아린은 애초에 데뷔 생각이 없어서 소유정이 20등으로 탈락할 때 함께 퇴출했다.

“나 이 소속사랑 협력이 잘 돼가고 있으니 절대 펑크내면 안 돼. 제발 부탁이야!”

소유정이 초조하게 말했다.

“넌 바로 오면 돼. 의상이랑 여기 다 있어...”

이때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도아린은 인덕션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정국이 바로 도지현의 치료를 멈출 건 아니니 저녁 먹을 때 다시 배건후랑 얘기를 나눠도 시간이 충분할 듯싶었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곧장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도통 받질 않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 간단하게 먹어요. 저녁에 풍성하게 차려줄 테니까.]

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차 키를 챙겨서 도성으로 향했다.

...

모건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김지민은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배건후가 나갈 때 개인 휴대폰을 안 챙긴 걸 알아채고 화면을 힐긋 봤는데 도아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밖에 나가 배건후를 찾으려 했지만 두어 걸음 만에 전화가 꺼지고 메시지가 곧바로 도착했다.

문 앞까지 걸어간 그녀는 배건후가 근처에 없는 걸 확인하고 신속하게 돌아와 휴대폰을 챙겼다.

배건후의 개인 휴대폰은 비밀번호를 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Заблокированная глава

Related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34화

    도아린은 도성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유정의 공연이 저녁 타임이란 걸 알았다. 이제 막 리허설을 마친 소유정은 그녀를 데리고 대기실로 향했다.“이 클럽 사장이 누군지 몰라도 오픈 이벤트가 엄청 화려하네! 여기 분명 재벌가 도련님들이 있을 거야. 내가 대신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으로 몇 명 물색해볼게.”“배건후가 너 이러는 거 알면 이 바닥에서 매장해버릴걸.”도아린이 농담 삼아 말했다.그도 그럴 것이 배건후의 권력과 그가 가진 인맥은 절대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소유정의 아빠가 사무관이 아니라 국장이라 해도 바로 끌어내릴 수 있다.“네가 나 까발릴 것도 아니잖아.”소유정이 대기실 문을 잠그고 공연복을 건네주었는데 이를 본 도아린은 화들짝 놀라서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이런 옷을 입고 무대에 서라고?”그녀에게도 조금 파격적인 드레스가 몇 벌 있고 레드카펫에서 화끈한 드레스를 수없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땐 다 공식 석상이라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어도 신분과 지위가 있다 보니 감탄을 자아낼 뿐 다른 방향으로 분위기가 와전되지는 않았다.한편 소유정이 지금 건넨 공연복은 질감이나 디자인이나 대놓고 선정적인 의상이었다.“돈 버는 게 다 힘들지 뭐.”그녀는 또 가발을 꺼내 도아린에게 건넸다.“여기선 아는 사람 안 마주칠 거야. 화장하고 어두운 곳에 앉아서 연주하고 노래 부르면 아무도 못 알아봐.”소유정은 그녀에게 얼른 옷을 갈아입으라고 부추겼다.“3년 동안 아줌마로 살았으니 내가 다 속 터지겠어. 몇 년 전 학교 축제 때 기억나? 네가 무대에 섰을 때 얼마나 많은 남학생들이 너한테 홀딱 반했는데? 네가 연예계 진출하면 무조건 날 뛰어넘을 테고 손보미 그년도 훌쩍 뛰어넘었을 거야!”대학교 때 도아린은 눈부신 존재였다. 한 선배가 그녀의 공연이 끝난 후 꽃을 선물했다가 다음 날 손이 부러질 지경이었다.이 사건은 도아린과 아무런 연관도 없지만 그날 이후로 그 선배는 도아린만 보면 피해 다녔다.또 누군가는 학교 게시판에서 도아린에게 고백했다가 얼마 안

  • 또 한 번의 거절   제35화

    배건후는 말문이 턱 막혔다.그의 짙은 눈동자에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한편 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배건후에게 도아린의 뒷모습을 사진 찍어서 보냈다.“대표님...”배건후가 온몸으로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자 사무실 분위기가 살얼음판이 될 것 같았다. 이를 눈치챈 우정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저녁 주문해 드릴까요?”“됐어.”배건후는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몇 번 튕기다가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을 나섰다.클럽에 도착했을 때 한창 공연 중이라 배건후는 몰래 뒷좌석에 가서 앉았다.무대 위에서 도아린은 조명 뒤의 키 높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옅은 스모키 메이크업에 웃을 때 매혹적인 눈빛을 더하니 꼭꼭 가린 그 옷을 당장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소유정은 그녀의 마이크를 조절해주더니 발을 툭툭 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왜 멍하니 있어? 긴장돼?”이에 도아린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배건후 본 것 같아서.”“장난치지 마!”소유정은 VIP석을 쭉 둘러보았는데 하나같이 그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라 배건후가 이런 곳에 올 리는 없었다.“배건후가 그렇게 보고 싶어? 아주 보고 싶어 미치겠어? 설사 클럽에 간다고 해도 네 남편 같은 신분이면 연성에 있는 골든 홀이나 다닐 거야.”도아린도 나름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자세를 다잡았다. 이때 소유정이 불쑥 손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옷깃을 푹 파일 정도로 찢어놨다.“이래야지.”도아린이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한발 늦었고 쇄골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소유정을 째려보며 다시 옷을 위로 올렸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소유정이 웃으며 말했다.“룸에서 기다릴게. 이 곡 다 부르면 우리 신나게 놀아!”한편 도아린은 오랜만에 서는 무대이지만 여전히 실력이 살아있어 감미로운 목소리로 웬만한 가수들보다 더 잘 불렀다.앞줄에 앉은 몇몇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공연이 끝난 후 도아린이 룸으로 걸어갈 때 갑자기 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앞길을 막았다.“이분은 해인 그룹 박규형 대표님입니다.”연예

  • 또 한 번의 거절   제36화

    “이거 놔!”도아린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다만 워낙 덩치 큰 박규형이다 보니 그녀의 등을 확 짓누르고 어깨를 다잡더니 곧게 룸으로 향했다.스쳐 지나가는 종업원이 이상한 눈길로 쳐다볼 때마다 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웃으며 해명했다.“좀 많이 취해서요. 괜찮아요, 아무 일 아니에요...”그 시각 도아린을 한참 기다리던 소유정이 그녀가 막 누군가에게 시달리는 걸 발견하곤 곧장 종업원의 손에서 술병을 건네받고 가차 없이 내던졌다.“그 손 안 놔?!”기획사 매니저가 그 술병을 잡고 소유정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너 미쳤어? 이분은 해인 그룹 대표님이란 말이야!”빨간 와인이 소유정의 손목을 타고 거꾸로 흘러서 옷소매와 치마까지 빨갛게 물들였다.그녀는 대충 닦으며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대표든 뭐든 다 집어치워! 누가 감히 우리 아린이 건드리래?! 죽고 싶어 환장했어?”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버럭하는 소유정을 잡아당겼고 박규형은 계속 도아린을 이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도아린은 두 손이 꽉 잡혀서 하는 수 없이 뒤통수로 그의 턱을 맞받아쳤다.마침 머리에 핀을 꽂고 있어서 박규형의 턱에 피가 줄줄이 흘렀다.분노가 극에 달한 박규형은 그녀의 손을 확 비틀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 팔을 확 부러트릴라!”그는 말하면서 룸 문을 걷어차고 도아린을 안에 밀쳐 넣었다.도아린은 그가 비튼 방향대로 빙그르르 돌아가면서 다른 손으로 재빨리 그의 귀싸대기를 내리쳤다.그의 뺨을 후려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박규형이 제자리에 넋 놓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배 대표님...”순간 도아린은 머리를 번쩍 들고 소파 한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는데 상대가 글쎄 배건후였다.그는 한없이 차갑고 예리한 눈빛으로 째려보며 입에 담배를 지그시 물고 있었다.도아린은 온몸이 싸늘하게 변해가고 손끝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그래도 부부의 연을 맺은 사이인데 제 사람이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니.박규형의 협력 파트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뜬금

  • 또 한 번의 거절   제37화

    “여기까지 왔는데 박 대표님이랑 한잔해야지.”그가 말을 마친 후 박규형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박규형은 힘겹게 침을 꼴깍 삼켰다. 배건후를 앞에 두고 한때 그의 가정부였던 여자와 술을 먹으라니, 그야말로 간이 배 밖에 튀어나올 노릇이었다.그날 에이트 맨션에 뇌물을 드리러 갔을 때 들은 바로 이웃 주민이 도아린을 채가려다가 회사 자금줄이 툭 끊기고 나중에는 집을 팔아서 겨우 빚을 갚고 종적을 감췄다고 했다.박규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배건후를 쳐다봤다. 방금 대화를 어디까지 엿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정말 이 가정부를 해고한 듯싶었다.“저기... 배 대표님, 저희가 룸을 잘못 들어온 것 같네요...”한편 배건후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도아린을 쳐다봤다.도아린이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덥석 낚아챘다.“경찰에 신고하려거든 밖에 나가서 해요. 괜히 여기 계신 손님들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말을 마친 후 심지어 도아린을 룸에서 끌어내려고 했다.도아린은 재빨리 돌아서며 휴대폰을 뺏어왔다.“저도 여기 손님이에요. 마땅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요!”이때 배건후가 담뱃재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룸에 잘못 들어왔나 보네.”이어서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강압적인 포스를 내뿜으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도아린은 바로 문 앞에 서 있어서 외면할 수가 없어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배건후가 담배를 지그시 물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빌어, 나한테.’다만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단호하게 대응했다.‘그럴 리 없어.’그녀는 얼른 휴대폰 연락처를 뒤지면서 배건후를 건너뛰고 도성에서 출근하는 대학교 선배를 찾아 이제 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대뜸 그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이 남자는 두말없이 그녀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도아린은 어깨가 문에 부딪혀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나왔다.“건후 씨, 이 손 놔요. 나 놓으란 말이야!”

  • 또 한 번의 거절   제38화

    “갑자기 일이 생겨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건후가 그녀의 턱을 확 잡아당겼다.그는 음침한 눈길로 도아린을 째려봤다.“무슨 일? 도성에 남자 만나러 오는 일? 넌 대체 왜 그렇게 욕구불만이야? 무대에서 꼭 그렇게 끼 부려야겠어? 아예 옷을 다 벗어버리지 왜?”배건후의 비꼬는 말투에 그녀는 너무 굴욕스러워서 안색이 다 창백해졌다. 오해를 당한 서러움과 분노가 여린 마음을 단숨에 짓눌러버렸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배건후에게 쏘아붙였다.“3년이나 굶었는데 당연히 허기지죠. 이제라도 남자를 찾아야지, 안 그러면 무슨 느낌인지조차 까먹게 생겼다고요.”“...”배건후가 손에 힘을 꽉 주었다.“그때 그 느낌으론 만족이 안 돼? 평생 못 잊을 텐데?”“그땐 건후 씨도 약 먹고 나도 술 마셨잖아요. 사실이 증명해주다시피 결혼 뒤엔 단 한 가지도 빠져선 안 돼요.”배건후가 턱을 너무 세게 짓누르다 보니 그녀의 이빨이 살에 긁혀 입안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평생 못 잊죠. 좋았던 추억이 아니라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그녀의 도발에 배건후는 분노 게이지가 한 레벨 더 올라갔다.남자는 이마에 실핏줄이 튀어 오르고 이를 꽉 악문 채 그녀에게 쏘아붙였다.“그럼 그 선배한테 도움 청하기 전에 미리 술 좀 마셔야겠네?”배건후는 그녀를 뿌리치고 와인 캐비닛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위기감을 느낀 도아린이 재빨리 일어나 문 앞으로 달려갔지만 문손잡이에 손도 닿기 전에 배건후에게 뒷덜미가 덥석 잡혔다.그는 도아린을 확 잡아당겨서 품에 짓누르고 술잔을 입가에 갖다 댔다.“건후 씨... 켁켁...”배건후는 그녀의 거부를 아예 무시한 채 독한 보드카 한 잔을 억지로 들이부었다. 도아린은 사레에 걸려서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고 이 모습을 본 배건후는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도아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다 젖은 티셔츠를 움켜쥐고 기침을 해댔다.한편 배건후는 거만한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넥타이를 풀어서 소파에 내던지고는 옷 단추를 풀고 완벽한 식스

  • 또 한 번의 거절   제39화

    물론 그 당시 도아린은 더 이상 갈 곳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희망을 배건후에게 거는 건 아니었다. 오늘날의 초라한 몰골에 이르기까지 전부 그녀가 잘난 척하며 자초한 일이다.이 남자에게 잘해주면 서서히 그의 마음을 녹여 내릴 줄 알았는데 모든 게 오산이었다.배건후의 숨결이 더 거칠어졌고 한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쳐다봤다.촤라락.너덜너덜해진 티셔츠가 휴지통에 버려졌다. 곧이어 배건후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세면대에 앉혔다.도아린은 비틀거리다가 그의 품에 기댔고 배건후의 손은 그녀의 쇄골을 타고 서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이에 그녀는 저도 몰래 몸을 움찔거렸다.“3년 동안 순하고 다정하게 내 의식주를 잘만 책임져주더니,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더니... 불만 한 마디 없던 애가 육민재가 돌아왔다고 이젠 저 자신이 바보 같아 보이는 거야?”도아린은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현혹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은밀한 부위가 터치 당하고 나서야 불현듯 두 눈을 부릅떴다.그랬다. 이건 환각이 아니었고 눈앞의 남자는 바로 배건후였다.그녀는 남자의 손목을 확 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배건후, 나 건드리지 마!”배건후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줄곧 참다가 그녀의 거절에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도아린의 목을 꽉 잡고 이마를 맞댔다.“그럼 누가 건드리길 바라는데? 육민재? 박규형? 그것도 아니면 너한테 꽃 선물하던 그 선배?!”도아린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한심하다는 눈길로 배건후를 째려봤다.“건후 씨가 선배 손가락 부러뜨렸어요? 대체 왜?”배건후는 한 손으로 벨트를 풀었다.“네 그 선배 진작 결혼했어. 박규형도 아들이 곧 초등학교 들어가. 넌 내연녀가 그렇게 싫다면서 정작 본인이 그 짓거리를 하고 있네? 참 포부가 큰 여자야, 그치?”도아린은 그를 밀치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달려나가다가 발이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졌다.무릎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잔뜩 꼬인 혀로 뭐라고 얼버무렸다.배건후

  • 또 한 번의 거절   제40화

    배건후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도아린이 글쎄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호텔 싫어. 호텔은 싫다고...”“침대 올라가 얼른.”배건후는 거만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이때 도아린이 침대를 짚으며 겨우 일어나더니 그의 바지를 잡아당겼다.“그쪽은 유정이가 보낸 서프라이즈 선물이에요?”서프라이즈?소유정은 그녀에게 술을 사줄 뿐만 아니라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해줬다고?!배건후는 기가 차서 말문이 턱 막혔다.“...”그는 도아린의 손등을 탁 내리쳤다.“역시 유정이밖에 없다니까. 내가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 거 완전 잘 알아. 근데 그쪽은 얼마예요? 너무 비싸면 나 감당 못 하는데?”“...”배건후의 눈 밑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몇 분 전까지만 해도 열녀 납셨더니 이젠 또 이토록 음탕하게 변해버린다고?“얼마 줄 수 있는데?”배건후의 음침한 목소리에 아찔함이 섞여 있었지만 도아린은 머리가 워낙 어지럽다 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녀는 배건후를 붙잡고 겨우 일어서서 발꿈치를 들더니 잘생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생긴 건... 나름... 나름 내 스타일이고, 돈도 좀 있어 보이네.”배건후는 비틀거리는 그녀의 몸을 확 잡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지그시 바라봤다.한편 도아린은 눈앞의 이 남자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듯 얼굴이 길쭉해졌다가 또 넓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머리를 휘젓다가 손을 번쩍 내밀었다.“40만 원 줄 테니 우리 한 번 해요!”배건후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섬뜩한 눈빛으로 되물었다.“확실하지?”“키 커서 20만 원, 근데 또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그쪽은 40만 원 할게요...”도아린은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엉덩이도 탱탱하네. 20만 원 추가! 더는 안 돼요.”배건후는 마음 같아선 그녀를 욕조의 찬물에 확 담가버리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도 계속 이렇게 음탕하게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었으니까.도아린은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꺼내 힘겹게 화면을 터치했다.“카... 카카오페이로 줄게요. 근데.

  • 또 한 번의 거절   제41화

    “건후 씨가 왜 여기 있어요?”그녀의 물음에 배건후가 피식 웃었다.“누가 60만 원 준다면서 나보고 한 번 하자던데?”“...”도아린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 돌아누우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냉큼 짓눌러버렸다.“어젠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더니 잠 깨자마자 모른 척 시치미 떼려고?”“무슨 잘못을 인정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배건후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유부녀가 낯선 남자랑 침대에서 뒹구는 게 잘못 아니야?”“단순히 뒹굴었을 뿐 건후 씨 나한테 뭐 한 것도 없잖아요.”도아린은 언짢은 듯 그의 손을 뿌리쳤다.“건후 씨도 유부남이면서 밖에서 실컷 즐기고 다녔잖아요! 왜 이렇게 내로남불이야 진짜.”“너 지금 대체 뭐라는 거야?”배건후는 잔뜩 화나서 미간을 찌푸렸다.도아린도 뒤질세라 그에게 삿대질했다.“나쁜 짓 했으면 했지 뭘 또 발뺌이에요? 건후 씨는 나한테 이런 말 할 자격 없어요!”배건후가 손보미의 신비주의 남친이란 걸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그가 대체 무슨 체면으로 도아린을 질책하는 걸까?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는데 시퍼렇게 멍든 무릎 때문에 선뜻 일어서지 못하고 또다시 배건후에게 허리를 휘감겨버렸다.배건후는 이번에 아예 그녀를 몸 아래에 깔아 눕혔다.“건후 씨 계속 발뺌할 거면 나 갈래요!”“으읍!”이때 배건후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꼭 깨물었다.쓰라린 고통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그의 등을 두드릴수록 더 세게 깨물더니 끝내 입술을 벌리게 했다.도아린은 거부하지 못한 채 이 남자의 거침없는 키스에 온몸이 나른해졌다.배건후는 그녀의 입술을 탐하다가 귓불로 넘어가더니 나중에는 목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마치 드라큘라처럼 그녀의 피를 빨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도아린은 끝내 몸부림을 포기했다.“건후 씨 지금 내 말에 정곡을 찔려서 이렇게 화내는 거죠?”순간 배건후가 동작을 멈추고 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이때 도아린이 머리를 들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Latest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912화

    “...누가 그래요?”강재민이 고개를 들었다.눈은 약간 충혈돼 있었지만 그 안엔 또렷한 이성이 빛나고 있었다.그는 말없이 와인 병을 따 다시 잔을 채웠다.자기 잔에 먼저, 그리고 신지훈의 잔에도 조용히 와인을 따랐다.“신 대표님의 사업장은 전부 항성에 있는 걸로 아는데요.”그가 비릿하게 웃었다.“그런 분이 굳이 연성까지 와서 배건후 뒷수습을 한다? 이렇게 자꾸 밖으로 나돌면 사모님이 딴 남자랑 바람이라도 피우면 어쩌시려고요?”신지훈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말은 없었지만 눈빛만으로도 경멸이 가득했다.“듣자 하니, 사모님한테 붙어 다니던 소꿉친구가 있다던데요?”강재민은 잔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지난달 동창회에서 우연히 재회했다더군요. 요즘은 매일 붙어 다닌다던데... 그거 알고는 계셨어요?”신지훈이 들고 있던 잔이 허공에 멈췄다.그의 표정이 서서히 식어가며 냉기 어린 침묵이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강재민 씨.”신지훈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배건후에게 쓰던 방식 나한테는 안 통해요. 난 내 아내와 모든 걸 공유하고 있거든요.”“그래요?”강재민이 비웃듯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사진 한 장을 꺼내 화면을 신지훈 쪽으로 내밀었다.그 사진 속엔 신지훈의 아내가 그 소꿉친구의 팔에 팔짱을 끼고 웃고 있었다.그리고 쇼케이스 너머 사파이어 커프스단추가 눈에 띄게 전시돼 있었다.“이 커프스단추...”강재민이 화면을 확대하며 말했다.“신 대표님은 받아보셨나요?”신지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탕!잔이 내려앉는 소리와 함께 와인잔 바닥이 깨졌다.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냅킨을 들고 천천히 입가를 닦았다.“아린 씨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전부 조사하는 게 내 원칙이에요.”강재민은 무심하게 말했다.“누가, 어떤 꿍꿍이로 다가오는지 모르니까. 게다가...”그가 시선을 치켜들었다.“신 대표가 굳이 항성의 가족과 사업 다 제쳐두고 연성까지 와서 배건후를 돕는 이유가 순수한 우정이라는 말, 난 죽어도 못 믿겠거든

  • 또 한 번의 거절   제911화

    도아린은 진심으로 기뻤다.처음 대기업 대표 자리에 앉았을 때 그녀는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기존 계획을 무난히 이어가기에도 벅찼다.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사업 기회를 읽고 판단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성장의 곁에는 늘 배건후가 있었다.그의 빠르고 날카로운 사업 감각은 언제나 도아린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차가 멈췄을 때도 도아린은 여전히 기분 좋은 여운에 젖어 있었다.배건후가 조심스럽게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도아린을 이끌어 차에서 내려 조용한 샤부샤부 가게로 향했다.배건후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주문했다.도아린은 익숙한 손길로 주문서를 다시 확인하며 그의 입맛에 맞는 메뉴도 꼼꼼히 포함시켰다.“오늘은 신 대표의 송별회였잖아요. 전화 한 통쯤은 해야겠어요.”도아린이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배건후가 슬쩍 그것을 가로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굳이 안 해도 돼. 알아서 챙길 테니까.”“...혹시 신 대표랑 짜고 날 불러낸 거예요?”도아린이 피식 웃었다.그녀는 이미 눈치챘다.그가 건넨 봉투 안엔 이미 준비 완료된 서류가 가득했고 내용상 급한 것도 아니었다.‘굳이 지금 불러낸 이유는 아마 강재민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배건후는 별다른 대꾸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 일, 마음에 들었다면... 나 보상 하나 받아도 돼?”도아린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휴대폰을 들어 톡톡 두드렸다.“이미 친구 수락했어요.”그는 그렇게 많은 친구 요청을 보내놓고도 정작 친구로 추가되자마자 딱 한 문장만 보냈다.‘잘 자.’그게 정말 단순한 인사였는지 아니면 그녀를 낚기 위한 계산된 한 수였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도아린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배건후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크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가락을 단단하게 감쌌다.음식이 나왔지만 그는 좀처럼 손을 놓지 않았다.그러다 도아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제야 아쉬운 듯 그녀

  • 또 한 번의 거절   제910화

    “결혼한다면 나한테도 청첩장 줄 거예요?”강재민이 다시 물었다.짙은 파란색 머리카락에, 몇 가닥 밝은색이 섞여 더욱 도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도아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먼저 입꼬리를 올렸다.“...근데, 만약 청첩장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신랑이라서 청첩장이 필요 없단 뜻이겠죠?”그의 자신만만한 미소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신지훈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강재민은 신지훈의 반응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도아린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아린 씨. 그날 이후로 많이 후회했어요.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도아린은 말없이 손을 들어 그를 밀어냈고 곧장 웨이터를 불렀다.“여기 수저 하나만 더 주세요.”신지훈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이건 제 송별식입니다.”그러나 강재민은 무심한 얼굴로 도아린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올렸다.“아린 씨는 술을 못 마시니까, 내가 대신 송별주를 한잔하죠.”“강재민 씨.”신지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해외에 오래 계셔서 그런가 봐요. 우리말 속뜻을 잘 이해 못 하시는 것 같은데요.”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흐르던 그때, 웨이터가 요청한 식기와 와인을 가져왔다. 그 순간, 도아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배건후의 메시지였다.[할 얘기 있어. 만나서 얘기해.]도아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신지훈에게 향했다.그는 ‘걱정 마요’라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나도 같이 갈게요.”강재민이 뒤따르려 하자 신지훈이 잔을 들어 말했다.“강재민 씨, 아까 송별주 같이 하기로 했잖아요?”강재민의 눈빛에 불쾌한 기색이 스치더니 그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좋아요. 한 잔 마셔보죠.”복도를 빠져나온 도아린은 바로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코이지 하우스에서 신 대표 송별회 중이에요. 건후 씨도 와요.”“나 아래서 기다리고 있을게.”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도아린은 길가에 정차한 차를 발견했다.차 안에서 내린 배건후가 경적을 울리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09화

    배건후의 숨결이 갑자기 거칠어지더니 날카로운 눈매에 번뜩이는 불꽃이 일었다.순간, 그는 마치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도아린을 힘껏 끌어안았다.그때 마침, 윤명희와 주현정이 서재 문을 열고 나왔다.“시간 되면 우리랑 같이 여행 갈래요?”윤명희가 환한 웃음과 함께 말을 건넸다.“여행이 정말 기분 전환에 좋더라고요!”주현정도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저야 좋죠. 다만 제가 방해되진 않을지 걱정이네요.”“무슨 말이에요. 우리 아린이의 대모잖아요.”윤명희가 단호하게 말했다.“우린 이제 한 가족이에요.”잠시 정적이 흐르자 윤명희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그러니 말인데요, 누가 우리 딸을 괴롭히면 우리 같이 혼내줘요.”주현정은 옆에 있는 아들을 슬쩍 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당연하죠. 아, 그리고...”무언가 떠오른 듯 그녀가 도아린을 바라봤다.“아린아. 너희 부모님도 연성에 오셨다면서? 킹캐슬에서 며칠 머무는 건 어때? 가을 단풍이 지금 제일 예쁘거든.”윤명희는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눈빛엔 기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사실 그녀 자신도 단풍을 보고 싶었지만 도아린의 일정을 방해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생각해 보니 1년 가까이 못 갔네. 부모님도 오셨고 오빠들도 함께라면 충분히 괜찮겠지.’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도아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럼 근처도 좀 구경하고, 단풍도 같이 보러 가요. 그 전에 청소 좀 시켜야겠네요. 어머님도 함께 가시죠.”그녀는 혼자 남을 주현정을 염려해 일부러 함께 가자고 했다.“좋지!”주현정이 기쁘게 대답했다.다음 날.도아린은 브레인 팀과 회의를 진행하던 중, 배건후가 아직 연남 신도시 프로텍트를 맡고 있다는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연남 신도시에 육원그룹 인수까지? 건후 씨가 그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고유리가 따뜻한 차를 건넸다.“대표님, 잠시 쉬실까요?”“괜찮아요.”도아린은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들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908화

    배건후의 뜨거운 시선이 도아린의 얼굴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흘렀고 그 뜻밖의 눈빛에 도아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순간, 그녀의 손끝이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닿았고 그곳에서 전해진 강한 심장 박동은 마치 전류처럼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배건후의 시선은 그녀의 입술에서 멈췄다.거친 숨결이 고요한 밤공기처럼 그녀를 감쌌다.“...키스해도 될까?”예전의 배건후였다면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늘 먼저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가져다 댔던 사람이다.그런 그가, 지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의 바른 말투가 낯설어 도아린은 순간 말을 잃었다.“...안 돼요.”거절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 배건후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익숙한 나무 향기와 담배 냄새에 휩싸였다.그 향기는 그의 존재 자체처럼 깊숙이 그녀 안으로 스며들었다.가슴속에서 거세게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가 터져 나왔다.급히 고개를 돌리는 그녀에게 배건후는 조용히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미안. 나도 모르게...”도아린의 심장은 격하게 뛰었다.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건후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육씨 가문 사업 일부가 한경 그룹과 겹쳐. 기회를 잡아서 인수하는 게 좋겠어.”그 한 마디에 도아린의 가슴 속 소용돌이가 조금씩 가라앉았다.공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감정을 뒤로 미루게 했다.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육민재가 회사를 지킬 수 없다면 우리가 뺏어야지. 실력으로.”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육원 그룹은 육하경의 고발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몇몇 프로젝트는 좌초됐고 고위층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며 실체가 하나둘 드러났다.홍보팀이 온 힘을 다해 수습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상업 전쟁은 언제나 무혈이었다.하지만 누군가 무너지면 그 자리를 다른 이가 채웠다.다만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907화

    게다가 도아린을 위해 회사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그의 결심에 소유정은 더욱 놀랐다.만약 윤명희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배건후가 이혼 후 도아린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과 회사를 넘겨줬다고 말했으면, 소유정은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도아린이 책상을 정리한 후에야, 소유정은 자리에 앉았다.“옛말에 개과천선이 있잖아. 그런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도 있지.”도아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모순되긴 하지만 말이야.”소유정이 턱을 만지며 대답했다.“마음 가는 대로 해.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항상 지지할 거야.”역시 가장 친한 친구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법이다.“진혁 씨랑은 어떻게 됐어?”도아린의 말에 소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CD 플레이어를 꺼내며 말했다.“내 데모 한번 들어봐.”유진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듯한 소유정의 태도에 도아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소유정이 만든 데모는 도아린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도아린은 바로 감독에게 연락했고, 감독도 OST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약속을 받았다.소유정은 그날 바로 해남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한편, 윤명희는 연성에 도착하자마자 주현정을 찾아갔다.다만, 윤명희는 남편을 데려가지 않았다.최근 진범준이 아내에게 더 집착을 보였기에 그를 데려가면 위로의 의미보다는 애정을 과시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윤명희와 주현정은 서재로 향했고 거실에는 도아린과 배건후만 남았다.“희망초등학교 일은 내가 오해한 거였어요.”도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도 당신한테 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그 틈을 파고들게 만든 거지.”배건후는 귤을 하나 집어 들고 껍질을 벗겨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이 힐긋 보고 말했다.“위에 흰 실.”배건후는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그녀는 그의 부속품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에게 말할

  • 또 한 번의 거절   제906화

    도아린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그날 아침,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마친 후, 배건후는 그녀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넸다.명함에는 에이트 맨션 출입을 위한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배건후는 출장이 있어 3일 후에 돌아온다고 했고 도아린은 생각끝에 소유정의 집으로 향했다.혼인 신고 소식에 소유정은 망고 케이크를 주문해 축하해 주었고 두 사람은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다음 날, 소유정은 중요한 녹음 테스트를 놓쳐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아가씨.”일북이 거실로 들어서며 말했다.“일남이 돌아왔습니다.”도아린이 세수하러 가던 중, 소유정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나가 보니, 일남도 단 며칠 만에 햇볕에 타서 까무잡잡한 피부가 되었다.다만 까무잡잡한 피부는 오히려 일남에게 더 강인한 남성미와 야성미를 더해주었다.“미안해요, 참을 수가 없었어요.”소유정은 키득키득 웃으며 안마의자에서 일어났다.그녀는 화장실로 향하다가 도아린을 발견하고 어깨동무하며 말했다.“미안, 저 갑자기 저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하하하!”도아린은 못 말린다는 듯 그녀를 한 번 쳐다보다 일남과 일북을 서재로 불렀다.일남은 몇 개의 봉투를 꺼내서 건넸다.“아린 희망학교의 자료예요. 이건 현재 계획 중인 자료입니다.”일남이 조사한 자료는 배건후가 가진 증거와 일치했다.배건후는 학교에 기부할 때 명예나 이익을 바라고 하지 않았고 학교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하지만 배건후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그가 기부한 학교는 모두 도아린을 위해 준비한 결혼기념일 선물이었다.학교에 그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무료로 지도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성과가 나오면 학교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마지막 학교는 구현성이 기부한 돈으로 세운 것이었으나 아직 위치도 정해지지 않았고 공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첫 번째 학교는 육하경이 도와서 세운 거라, 구현성은 그걸 따라 했을 거예요.”일남이 설명했다.“하지만 배 대표가 현장 조사를 갔다는 사실이나 전문 재단을

  • 또 한 번의 거절   제905화

    배건후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만든 건 마셔도 돼요.”소유정은 깜짝 놀라며 도아린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너, 건후 씨한테 무슨 짓 한 거야?”도아린은 웃으며 손에 든 밀크티를 반쯤 나눠 그녀에게 건넸다.소유정은 컵을 들고 배건후를 힐끔 보며 도발적인 눈빛을 날렸다.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한 모금 입에 댔다.‘청소 한번, 밥 한 끼 직접 해본 적 없는 재벌가 도련님이 무슨 대단한 밀크티를 만들 수 있겠어. 독만 안 들었으면 다행이지.’그런데 딱 한 모금만으로도 그녀의 눈이 커졌다.소유정은 다시 컵을 들어 꿀꺽꿀꺽 두세 모금 더 마셨다.입에 남는 잔향, 단맛은 과하지 않고 묘하게 쌉쌀한데 부드럽고 따뜻했다.“야, 너도 마셔봐!”소유정이 도아린에게 재촉하며 컵을 흔들었다.도아린은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갸웃했다.“여기... 자몽즙 넣었어요?”배건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눈빛엔 묘하게 따뜻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도아린은 평소 꿀자몽차를 즐겨 마셨던 걸 기억한 배건후가 수십 번의 실험 끝에 완성한 조합이었다.자몽의 향은 살리고 밀크티 특유의 부드러움은 해치지 않는 절묘한 밸런스였다.그 순간 윤명희가 흥미로운 듯 몸을 기울였다.“나도 한 모금만. 궁금해서 미치겠네.”남편 진범준이 말리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윤명희는 요즘 아무 생각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는 듯했지만 도아린과 배건후의 관계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일북이 바로 그녀의 정보원이었다.하지만 그래도 직접 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그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확인하고 싶어졌다.배건후는 조용히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고 잠시 후 큰 맥주잔에 밀크티가 가득 담겨 돌아왔다.그는 먼저 도아린의 잔을 가득 채워주고 그다음 윤명희에게 한 잔을 따라 건넸다.그 모습을 보며 소유정도 슬쩍 컵을 들었지만 배건후는 밀크티가 담긴 잔을 회전 테이블에 올려놓고 휙 돌렸다.잔은 진수혁의 앞에 멈췄고 그는 능숙하게 맥주잔을 들어 나머지 밀크티를 변슬기의 잔에 나

  • 또 한 번의 거절   제904화

    “소유정?”도아린의 눈이 놀라움과 의문으로 흔들렸다.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락을 끊었던 소유정이 눈앞에 서 있었다.햇볕에 까맣게 탄 피부와 살이 빠져 까마득히 변한 얼굴.도아린은 거의 못 알아볼 뻔했다.소유정은 한때 ‘곡은 뜨지만 사람은 안 뜨는’ 무명 싱어송라이터였다.햇빛에 탄 듯 거칠어진 볼, 그러나 그 눈은 여전히 맑고 마치 고요한 샘물처럼 맑았다.“너 영화 곧 개봉하잖아. 거기에 어울릴 노래 하나 만들었어.”소유정은 도아린 앞에 다가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낙하산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야. 그냥 한 번만, 내 무대를 보여줄 기회만 줘.”그녀의 눈빛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이제 더 이상 방황하는 예술가의 허영도 아닌, 세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꺾이지 않는 고집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좋아.”도아린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유정이 더 말하려던 찰나,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키 큰 남자를 보곤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물러섰다.“제가 들게요.”배건후가 진범준의 손에서 카트를 넘겨받았다.진범준은 도아린을 살짝 살폈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손을 놓았다.“수고 좀 해줘.”“별말씀을요.”배건후는 미리 준비해 둔 7인승 밴에 사람들을 태워 호텔로 향했다.한편, 진수혁은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대신 집이 더 편하겠다며 송 비서와 변슬기를 데리고 집 안을 정리하고 있었다.일을 마친 후, 모두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났다.도아린은 변슬기가 눈에 띄게 자신을 피하며 거리를 두는 걸 눈치채고 먼저 그녀를 불렀다.“슬기 씨, 우리랑 같이 식사해요.”“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송 비서님이랑 밖에서 간단히 먹을게요!”변슬기는 다급하게 눈짓을 보내며 송 비서를 향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송 비서도 눈치껏 거들었지만 소용없었다.“송 비서도 같이 앉아요. 오늘은 우리 가족 모임이니까 너무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직원에게 수저를 부탁했다.변슬기가 당황한 눈으로 진수혁을 바라보자 그는 조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