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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여기까지 왔는데 박 대표님이랑 한잔해야지.”

그가 말을 마친 후 박규형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박규형은 힘겹게 침을 꼴깍 삼켰다. 배건후를 앞에 두고 한때 그의 가정부였던 여자와 술을 먹으라니, 그야말로 간이 배 밖에 튀어나올 노릇이었다.

그날 에이트 맨션에 뇌물을 드리러 갔을 때 들은 바로 이웃 주민이 도아린을 채가려다가 회사 자금줄이 툭 끊기고 나중에는 집을 팔아서 겨우 빚을 갚고 종적을 감췄다고 했다.

박규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배건후를 쳐다봤다. 방금 대화를 어디까지 엿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정말 이 가정부를 해고한 듯싶었다.

“저기... 배 대표님, 저희가 룸을 잘못 들어온 것 같네요...”

한편 배건후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도아린을 쳐다봤다.

도아린이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덥석 낚아챘다.

“경찰에 신고하려거든 밖에 나가서 해요. 괜히 여기 계신 손님들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

말을 마친 후 심지어 도아린을 룸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도아린은 재빨리 돌아서며 휴대폰을 뺏어왔다.

“저도 여기 손님이에요. 마땅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요!”

이때 배건후가 담뱃재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룸에 잘못 들어왔나 보네.”

이어서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강압적인 포스를 내뿜으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도아린은 바로 문 앞에 서 있어서 외면할 수가 없어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배건후가 담배를 지그시 물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빌어, 나한테.’

다만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럴 리 없어.’

그녀는 얼른 휴대폰 연락처를 뒤지면서 배건후를 건너뛰고 도성에서 출근하는 대학교 선배를 찾아 이제 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대뜸 그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이 남자는 두말없이 그녀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도아린은 어깨가 문에 부딪혀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나왔다.

“건후 씨, 이 손 놔요. 나 놓으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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