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7화

작가: 온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휴대폰이 배터리가 없어서 대신 배건후 대표님께 연락해주실 수 있나요? 도아린이 병문안 왔다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호사는 예의 바르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걸었다. 이내 통화를 마치고 그녀에게 말했다.

“대표님께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젠장.

아침에 이혼을 승낙하자마자 오후에 바로 체면 불고할 줄이야.

물론 주현정에게 곧바로 연락할 수도 있었지만 유민정한테서 몸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굳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도아린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결국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 상대방이 매몰차게 구는 이상 그녀도 굳이 비위를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병실.

배건후는 어머니를 위해 과일을 깎아주고 있었다. 이때, 문득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휴대폰을 확인해보자 다름 아닌 진료 안내 문자였고, 비뇨기과라는 글자가 뜨는 순간 자칫 과도를 테이블에 떨어뜨릴 뻔했다.

“아린이 문자야?”

주현정이 물었다.

“아니요.”

배건후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우정윤은 자기가 산 과일이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서둘러 다가갔다. 배건후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자 이내 안색이 돌변하며 병실을 나섰다.

“혹시 아린이랑 싸웠니?”

주현정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부터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밤에는 여자를 부드럽게 다뤄야 해. 너무 거치면 다들 싫어한다고.”

“내가 그랬다고 하던가요?”

배건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주현정이 그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아린이가 널 다치게 할 수는 없잖아.”

배건후의 팔에 난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고, 눈에 띄지 않는 흰색 흉터만 남아 있었다. 그는 소매를 내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아린이 한 게 아니에요.”

퍽!

주현정이 대뜸 배건후를 향해 베개를 던졌다.

“이 썩을 놈아, 감히 아린이 몰래 바람이라도 피우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아들을 낳았을까? 이참에 내일 구청 가서 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천리향
이렇게 재밌는데... 담편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다음화 빨리 부탁드려요.^^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28화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자 우정윤이 설명을 보탰다.“대표님이 피곤하면 위가 안 좋으신데 그럴 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지거든요.”도아린은 할 말을 잃었다. 시차 적응과 위가 아픈 게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냐는 말이다.설마 배건후가 오늘 아침 느닷없이 화부터 낸 이유에 대해 변명이라도 하는 건가?물론 내연녀 때문이든 컨디션 난조이든 그녀에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미 이혼하기로 한 이상 번복하는 건 절대로 용납 불가했으니까.이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고, 옆에 병간호하는 가족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다. 얼핏 보기에 특급 호텔과 별반 다를 바 없고 맞은편이 바로 병실이다.“그동안 협상을 이어가면서 워낙 긴박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라 대표님께서 제대로 쉬지 못하셨어요. 어젯밤만 해도 비행기 타기 전까지 미팅을 진행했죠. 대표님뿐만 아니라 저도 밤새워 일했더니 어깨가 뻐근하네요.”우정윤은 말을 이어가면서 목 근육을 풀었다.이렇게 대놓고 암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그녀는 주현정을 보러 왔지, 빌어먹을 배건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온 건 아니었다.“병원에 정형외과도 있잖아요. 실력은 걱정 안 하셔도 되니까 의사 선생님께 진료 한 번 받아봐요.”“사모님도 알다시피 대표님은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서...”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배건후밖에 보이지 않던 그 시절, 도아린은 항상 밥을 차리고 그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마사지 솜씨를 한껏 뽐냈었다.배건후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뭐든지 배웠다. 섬섬옥수가 기름에 데어 만신창이가 되든 마사지해서 뼈마디가 쑤시든 안중에도 없었다.정작 쓰레기 같은 놈이 일말의 고마움도 모르고 되레 자신을 유혹하려고 몸을 더듬거린다고 착각까지 했었다.나중에는 마사지를 관두었고, 배건후도 집을 비우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한다는 자체가 그녀를 모욕하는 셈이지 않은가?“실장님, 저는 어머님을 뵈러 왔어요.”“네, 의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29화

    도아린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물론 병실에 못 들어가게 해서 발끈한 나머지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벌인 짓이긴 했다.그나마 대신 진료를 예약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정윤이 데리러 오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도아린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그래서 언제 이혼하러 갈 거예요?”배건후는 긴 다리를 쭉 뻗어 도아린의 발목에 살짝 걸쳤고, 잘생긴 얼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그것도 아니면 네 입맛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나?”도아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살림밖에 모르던 여자가 대신 진료를 예약할 정도로 굶주렸어?”결국 다리에 걸려 소파에 넘어졌는데 벌떡 일어나서 그를 바라보았다.“바다처럼 넓은 아량을 가진 분이 고작 오해로 인한 해프닝 때문에 말다툼을 시전하는 건 아니겠죠?”배건후는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를 빤히 쳐다보았다.“오해를 풀어야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든 말든 하지.”지금 손보미에게 사과를 안 했다고 일부러 트집 잡는 건가?‘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도아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싱긋 웃었다.“차라리 내가 불감증 혹은 건강 때문에 3년 동안 한약을 마셨는데도 애 하나 낳지 못했다고 하지 그래요?”배건후는 두 팔로 그녀를 품에 가두고 소파 등받이를 짚더니 허리를 숙여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불감증이라는 사람이 코스플레이 옷 입고 내 옆에 앉아 있었어?”도아린은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었다.배건후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다.“심지어 대신 진료까지 예약해주고?”그를 골탕 먹이려고 했던 모든 일이 자신의 외로움과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증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저기요, 그쪽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배건후도 물러서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터치했다.“내 분신의 건강이 사뭇 궁금한 것 같은데 본인이 과연 이 거대한 물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검사해 보는 게 어때?”도아린이 주먹을 불끈 쥐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이 부분은 우선 건너뛰고 구청부터 갈까요?”배건후는 한참 동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0화

    도아린은 괘씸해서 그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하지만 날짜를 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참아야만 했다.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에 마사지하는 거라 감을 좀 찾아야 해요.”남자의 미간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질세라 말을 보탰다.“이혼은 병 치료와 같은 맥락이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죠. 만약 큰 병이 아니라면 치료하기도 쉬울 테니까. 구청도 VIP 서비스가 있지 않을까요? 건후 씨 인맥으로 충분히 방문 요청이 가능하리라 믿는데 일하는 시간도 확보하고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출장비에 관해서는 반반 부담하면 되잖아요.”옆에서 조잘거리는 여자 때문에 배건후의 짜증 지수가 점점 상승했고, 이내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한 마디만 더 지껄여 봐.”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도아린은 배건후를 힘껏 밀쳤다.“아침에 소원 이뤄준다고 본인이 직접 얘기했잖아요. 이제 와서 번복하기 있어요? 다 큰 성인이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굴어요?!”순한 양이 다시 고슴도치로 변하자 배건후의 표정이 오히려 누그러졌다.이내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나랑 선을 긋기 급급하면서 모건 그룹의 리소스로 도정국을 살리려는 거야? 실속은 본인이 다 차리고, 대체 누가 유치한 건데?”도아린이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지금은 배건후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미래가 컴컴한 결혼 생활을 고수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소원을 이뤄준다는 둥 하는 말은 단지 거짓말에 불과했다.지금이 아니고서야 나중에 손보미의 배가 점점 커지고 배씨 집안에서 쫓겨나는 날에는 도정국이 그녀와 도지현을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따라서 반드시 사전에 준비를 마쳐야만 했다.도아린의 표정이 돌변했다.“건후 씨가 모건 그룹의 CEO로 임명받은 이후로 회사가 승승장구하던데 비록 이혼이라는 큰 문제에 직면할 테지만 건후 씨라면 손쉽게 처리할 거로 믿어요. 하지만 정성스럽게 가꾼 연약한 꽃이 거센 폭풍우를 견뎌낼지는 미지수네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1화

    “어머님, 이건 아버님께서 드린 선물이시잖아요. 제가 이걸 어떻게 받아요...”“그이가 날 줬으니 내 거고 이젠 내가 널 주면 네 거야.”주현정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얼른 챙겨 넣으라고 했다.“나쁜 놈의 자식이, 한 번만 더 널 건드리면 그땐 아무 말 말고 그냥 그리로 가서 며칠 푹 지내. 그놈도 안달 나서 초조해 봐야 알아. 남자들은 다 똑같아. 너무 오냐오냐하지 말고 항상 위기감 느끼게 해줘야 소중한 걸 깨닫는다고.”도아린은 끝내 주현정을 못 이기고 챙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주현정과 잠시 얘기를 더 나누다가 가정부 유민정이 오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도아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집문서를 에이트 맨션 금고에 넣어두고 나와서 배건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JK 클럽.성대호와 육하경이 한창 당구를 치고 있을 때 배건후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이를 본 성대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역시 희비가 교차하고 있어.”“당구나 쳐.”배건후는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꺼내 지그시 입에 물었다.육하경이 칠 순서가 되자 성대호가 배건후 곁으로 다가왔다.“왜? 아직도 화 못 풀어줬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아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배건후는 눈썹을 들썩거렸다. 그는 절대 먼저 다가갈 사람이 아니지.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하긴커녕 담배를 반쯤 다 피우고 나서야 느릿하게 휴대폰을 꺼냈다.[건후 씨 양심은 개나 줘버렸어요? 닭 염통이 비록 작지만 건후 씨 두 점이나 먹었으니 어느 정도 커버할 순 있을 거예요.]그 순간 배건후는 동공이 수축되고 속이 울렁거렸다.그는 부랴부랴 담뱃불을 끄고 화장실로 뛰쳐 가서 구역질을 해댔다.도아린은 동물 내장을 안 먹는 배건후에게 콩류인 척하며 일부러 염통을 집어줬다. 자꾸 번복하는 그의 태도에 복수하기 위해서...“얘가 왜 이래? 설마 네 마누라가 역겹게 만든 거야?”성대호가 선심 쓰듯 그에게 물 한 잔 건네다가 되레 발로 걷어차였다.“그 입 닥쳐!”...그 시각 소유정은 팩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2화

    도아린은 이 타이밍에 도정국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그녀는 미리 둘러댈 핑곗거리를 생각해둔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도정국은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쏘아붙였다.“왜 이제야 받아?”“샤워하느라고요. 그 빌...”“나 오늘 병원 다녀왔어.”이때 도정국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의사가 지현이 의식 돌아올 가망이 거의 없대.”도아린은 순간 휴대폰을 꽉 잡고 주먹만 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도정국은 그녀가 탐탁지 않으니 이젠 또 도지현을 겨냥하기 시작했다.한편 옆에 있던 소유정은 그녀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자 다급하게 손을 꼭 잡았는데 손가락이 차갑게 식고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그 기계들 지현이한테 2차 가해를 주는 거 몰라? 그 아이는 이미 충분히 많은 고통을 겪었어. 정말 걔가 망가진 몸으로 너희 엄마 보러 가길 원하는 거야?”도정국은 마치 낯선 이처럼 한없이 냉정한 말투로 쏘아붙였다.“병원에서 지금 남은 비용으로 이달 말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냥 날자 정해서...”“안돼요!”도아린이 언성을 높였다.“천분의 일의 희망이라도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너 이거 아집이야. 지난번에 응급처치로 지현이 갈비뼈가 부러질 뻔했어. 그 아이 고통은 전혀 안중에 없는 거니?”도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다.“건후 씨 요즘 해외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서 아빠 점포 골라줄 시간 없어요. 어디 봐둔 곳 있으면 나한테 보내요. 대신 전달해줄게요.”도정국은 잠시 침묵하다가 담뱃불을 지폈다.“너 이렇게 말하니까 꼭 내가 지현이 앞세워서 협박하는 것 같잖아.”그는 속셈을 다 차리고도 선심 쓰는 척하고 있었다.“입지 선정은 유준이더러 연락하라고 할게.”“그리고 지현이는 이젠 시달릴 만큼 충분히 고통에 시달렸어. 그만 놓아줄 때도 됐다는 말이야. 건후 그 아이도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잖니. 이제 그만 의미 없는 일엔 퍼 쓰지 말란 뜻이야. 한두 번은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3화

    ...실은 배건후가 식자재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다 보니 도아린이 일부러 대형 마트에 가서 엄선해왔다.집에 돌아간 후 그녀는 먼저 함박스테이크를 굽고 이어서 콘 옥수수를 만들었다.이제 막 계란찜을 하려고 인덕션에 불을 켜려던 참인데 소유정의 전화가 걸려왔다.“아린, SOS! 지금 아주 긴급해!!”소유정은 업계에서 줄곧 인기가 미지근했다. 송민혁 감독의 OST를 부른 후에도 노래만 떴을 뿐 그녀는 인기 반열에 오르지 못해 평상시에 행사를 뛰면서 돈을 버는 수준이었다.오늘 마침 도성에서 행사가 있는데 그녀의 파트너가 가족이 위독하다면서 펑크낸 바람에 당장 대타를 찾아야만 했다.소유정은 단번에 도아린이 생각났다.그해 [보이스]에 지원할 때도 그녀는 도아린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도아린은 애초에 데뷔 생각이 없어서 소유정이 20등으로 탈락할 때 함께 퇴출했다.“나 이 소속사랑 협력이 잘 돼가고 있으니 절대 펑크내면 안 돼. 제발 부탁이야!”소유정이 초조하게 말했다.“넌 바로 오면 돼. 의상이랑 여기 다 있어...”이때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도아린은 인덕션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정국이 바로 도지현의 치료를 멈출 건 아니니 저녁 먹을 때 다시 배건후랑 얘기를 나눠도 시간이 충분할 듯싶었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곧장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도통 받질 않았다.그녀는 마지못해 메시지를 보냈다.[점심 간단하게 먹어요. 저녁에 풍성하게 차려줄 테니까.]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차 키를 챙겨서 도성으로 향했다....모건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김지민은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배건후가 나갈 때 개인 휴대폰을 안 챙긴 걸 알아채고 화면을 힐긋 봤는데 도아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녀는 밖에 나가 배건후를 찾으려 했지만 두어 걸음 만에 전화가 꺼지고 메시지가 곧바로 도착했다.문 앞까지 걸어간 그녀는 배건후가 근처에 없는 걸 확인하고 신속하게 돌아와 휴대폰을 챙겼다.배건후의 개인 휴대폰은 비밀번호를 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4화

    도아린은 도성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유정의 공연이 저녁 타임이란 걸 알았다. 이제 막 리허설을 마친 소유정은 그녀를 데리고 대기실로 향했다.“이 클럽 사장이 누군지 몰라도 오픈 이벤트가 엄청 화려하네! 여기 분명 재벌가 도련님들이 있을 거야. 내가 대신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으로 몇 명 물색해볼게.”“배건후가 너 이러는 거 알면 이 바닥에서 매장해버릴걸.”도아린이 농담 삼아 말했다.그도 그럴 것이 배건후의 권력과 그가 가진 인맥은 절대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소유정의 아빠가 사무관이 아니라 국장이라 해도 바로 끌어내릴 수 있다.“네가 나 까발릴 것도 아니잖아.”소유정이 대기실 문을 잠그고 공연복을 건네주었는데 이를 본 도아린은 화들짝 놀라서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이런 옷을 입고 무대에 서라고?”그녀에게도 조금 파격적인 드레스가 몇 벌 있고 레드카펫에서 화끈한 드레스를 수없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땐 다 공식 석상이라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어도 신분과 지위가 있다 보니 감탄을 자아낼 뿐 다른 방향으로 분위기가 와전되지는 않았다.한편 소유정이 지금 건넨 공연복은 질감이나 디자인이나 대놓고 선정적인 의상이었다.“돈 버는 게 다 힘들지 뭐.”그녀는 또 가발을 꺼내 도아린에게 건넸다.“여기선 아는 사람 안 마주칠 거야. 화장하고 어두운 곳에 앉아서 연주하고 노래 부르면 아무도 못 알아봐.”소유정은 그녀에게 얼른 옷을 갈아입으라고 부추겼다.“3년 동안 아줌마로 살았으니 내가 다 속 터지겠어. 몇 년 전 학교 축제 때 기억나? 네가 무대에 섰을 때 얼마나 많은 남학생들이 너한테 홀딱 반했는데? 네가 연예계 진출하면 무조건 날 뛰어넘을 테고 손보미 그년도 훌쩍 뛰어넘었을 거야!”대학교 때 도아린은 눈부신 존재였다. 한 선배가 그녀의 공연이 끝난 후 꽃을 선물했다가 다음 날 손이 부러질 지경이었다.이 사건은 도아린과 아무런 연관도 없지만 그날 이후로 그 선배는 도아린만 보면 피해 다녔다.또 누군가는 학교 게시판에서 도아린에게 고백했다가 얼마 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또 한 번의 거절   제35화

    배건후는 말문이 턱 막혔다.그의 짙은 눈동자에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한편 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배건후에게 도아린의 뒷모습을 사진 찍어서 보냈다.“대표님...”배건후가 온몸으로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자 사무실 분위기가 살얼음판이 될 것 같았다. 이를 눈치챈 우정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저녁 주문해 드릴까요?”“됐어.”배건후는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몇 번 튕기다가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을 나섰다.클럽에 도착했을 때 한창 공연 중이라 배건후는 몰래 뒷좌석에 가서 앉았다.무대 위에서 도아린은 조명 뒤의 키 높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옅은 스모키 메이크업에 웃을 때 매혹적인 눈빛을 더하니 꼭꼭 가린 그 옷을 당장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소유정은 그녀의 마이크를 조절해주더니 발을 툭툭 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왜 멍하니 있어? 긴장돼?”이에 도아린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배건후 본 것 같아서.”“장난치지 마!”소유정은 VIP석을 쭉 둘러보았는데 하나같이 그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라 배건후가 이런 곳에 올 리는 없었다.“배건후가 그렇게 보고 싶어? 아주 보고 싶어 미치겠어? 설사 클럽에 간다고 해도 네 남편 같은 신분이면 연성에 있는 골든 홀이나 다닐 거야.”도아린도 나름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자세를 다잡았다. 이때 소유정이 불쑥 손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옷깃을 푹 파일 정도로 찢어놨다.“이래야지.”도아린이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한발 늦었고 쇄골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소유정을 째려보며 다시 옷을 위로 올렸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소유정이 웃으며 말했다.“룸에서 기다릴게. 이 곡 다 부르면 우리 신나게 놀아!”한편 도아린은 오랜만에 서는 무대이지만 여전히 실력이 살아있어 감미로운 목소리로 웬만한 가수들보다 더 잘 불렀다.앞줄에 앉은 몇몇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공연이 끝난 후 도아린이 룸으로 걸어갈 때 갑자기 연예 기획사 매니저가 앞길을 막았다.“이분은 해인 그룹 박규형 대표님입니다.”연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344화

    배석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지민이 찾아온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주현정은 피식하더니 새우 딤섬을 밀어내고 옆에 있는 곡물 전병을 집어 들었다.“마침 지민 씨도 왔으니 같이 이야기하죠.”“지민 씨는 내 비서일 뿐이야.”배석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더니 김지민을 한쪽으로 불렀다.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한테서 오랜 권력자의 위엄이 저절로 뿜어져 나왔다.“여기까지 왜 온 거야?”김지민은 그의 기에 눌린 채 조심스레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건넸다.“시계를 저희 집에 놓고 가셔서요. 사모님께서 오해하실까 봐 얼른 가져다드리려고요.”그녀가 이렇게 찾아오는 게 주현정에게는 더 큰 오해의 빌미가 될 터였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저택에 찾아오지 마.” 배석준은 시계를 건네받고 돌아서려 했다.김지민은 그의 팔을 급히 붙잡았다.“저랑 보미가 지유를 보러 가고 싶은데 가족이 아니라서 어려워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곧 나올 거라는 걸 알면 지유도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배석준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을 텐데 대회가 끝나면 도아린이 합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알려주면 배지유도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주현정을 달래는 일이라 손보미가 소식을 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배석준은 전화를 걸려다가 또다시 김지민에게 팔이 붙잡혔다.“옆에서 하세요. 사모님께서 지유가 보미랑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배석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걸었다. 김지민은 그런 배석준을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모든 일이 정리된 후, 김지민은 배석준과 함께 돌아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그의 품에 안기며 쓰러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순간 김지민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발을 헛디뎠을 뿐이에요.” 그녀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343화

    고개를 돌리자 배건후는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건후가 배씨 그룹을 맡고 나서부터 둘은 몇 번이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매번 배건후의 판단이 옳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석준은 때론 아들이 소름 돋기도 했다.“왜 그렇게 보는 거니?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만약 지유가 자기 대신 도아린이 대회에 나간 걸 알게 되면 널 얼마나 미워하겠어?”배건후가 말했다. “지유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어요.”배석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전공과 취미는 별개야.”“아버지, 많이 늙으셨네요.” 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빛에 차가운 비웃음을 번뜩이며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당하는 줄도 모르고.”배석준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아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주먹까지 떨려왔다. “이 망나니 녀석이 감히 아버지한테!”고개를 돌리자 주현정은 계단에 서서 똑같이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당신도 내가 노망났다고 생각해?”주현정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요.”배석준은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려 했지만 주현정은 그를 들여놓지 않았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당신은 이미 지유한테 깊은 상처를 주었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야. 아들은 도아린에게 홀려있는데 당신도 도아린을 따라다니며 헛소리나 하고 말이야.”주현정은 그의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 “지민 씨가 당신을 제대로 홀린 것 같네요.”“지민 씨는 무려 8억 원을 손해 보고도 당신한테 원망 한마디 안 했는데, 어떻게 되레 당신이 지민 씨를 원망할 수 있어?” 배석준은는 억울해하는 김지민의 모습을 떠올리며 불쾌해졌다.주현정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이혼해요.”“뭐라고?” 배석준은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미 쉬고 있던 유민정은 옷을 걸치고 나와 상황을 살폈다.배석준은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한 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주현정을 바라보았다.“이것도 도아린

  • 또 한 번의 거절   제342화

    육하경은 주먹을 날리려는 배건후를 말리며 성대호를 쏘아밨다.“입 닥쳐.”성대호는 고개를 들고 눈에 비웃음을 띄웠다.“건후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 네 아버지, 그리고 네 스캔들 상대에 네 절친까지 전부 지유를 구하기 위해 아린 씨를 해치고 있잖아. 그런데도 네가 이 일과 관계없다고 할 수 있겠어?”그의 눈동자에는 깊고 검은 파도가 일었다. 금방이라도 잠식될 듯 넘실거렸다.성대호는 입술에 묻은 피를 닦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하경은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려 애썼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배건후는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바 VIP룸.손보미는 술잔을 높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우리 잘해 봅시다!”김지민은 배석준의 품에 기댄 채 그의 가슴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걱정 마세요. 대회가 끝나면 지유도 풀려날 거예요.”배석준은 비꼬듯 술잔을 들었다.“대회에 나간다 한들 수상하겠어?”“사실 지유는 전부터 스타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도아린이 지유를 이렇게 만든 걸 생각하면 차마 도아린이 대회에 나가도록 둘 수 없었어요.”손보미는 배석준과 잔을 부딪치며 눈물을 글썽였다. “설령 건후가 절 미워하게 되더라도 지유를 위해서라면 참가자 명액을 반드시 빼앗아야 했어요.”배석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배건후가 손보미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반대했었다. 아무래도 배경도 능력도 없는 그녀는 배씨 가문의 며느리 자격이 없었다. 그녀가 자진해서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배씨 가문의 보복을 피할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 틈을 타서 배씨 가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배석준은 차라리 손보미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쨌든 손보미는 배지유를 위해서라면 진심을 다했기에 배씨 가문을 망가뜨리려는 도아린과 달랐다.“너와 건후 사이 문제는 내가 끼어들 수 없단다.”배석준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였다.”“전 대표님 마음속에 우리 보미가 어느

  • 또 한 번의 거절   제341화

    이 남자는 바로 어제 열린 경매에서 배건후와 토지를 두고 경쟁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경제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입찰서까지 완벽하게 갖춘 강력한 경쟁자였다. 배건후의 사업을 빼앗고 심지어 지금 그의 사람까지 빼앗으려 하니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참가자는 반드시 회사의 직원이어야 하는데 도아린이 지금 티파니 주얼리에 입사하기엔 늦었어요.”배건후가 냉정하게 말했다.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배 대표님 말이 맞아요.”배건후가 긴장한 마음을 조금 풀려는 순간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아린이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자 티파니 주얼리의 주주에요. 굳이 입사할 필요가 없죠.” 진경수는 배씨 그룹의 신청서를 병상에 던져버리더니 새로운 신청서를 꺼내 펜과 함께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손을 뻗어 신청서를 건네받았다.배건후는 그녀의 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도아린, 지금 외부인과 손을 잡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진 대표님은 아린이의 둘째 오빠예요. 진정한 외부인은 당신이죠.” 소유정은 펜 뚜껑을 열고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오른손으로 펜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지만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배건후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진경수가 그를 막아섰다.“배 대표님, 지금 제 여동생에게 손이라도 대려는 겁니까?”“...”배건후는 동공이 흔들리더니 잠시 멍해졌다.‘여동생?’진씨 가문과 혈연관계도 없는 도아린을 이렇게까지 아끼다니, 보기엔 은혜를 갚으려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녀를 이용해 배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었다.배건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씨 가문이 연성에서 한몫 챙기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세요. 그럼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쟁자라고 생각할게요. 근데 지금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진경수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제가 둘의 관계에 이간질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배 대표님은 보미 씨와 스캔들이 그렇게

  • 또 한 번의 거절   제340화

    성대호가 도아린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살을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건후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당근처럼 부어오른 도아린의 중지를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여기서 가식 떨지 마세요.” 소유정이 그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의 살벌한 눈빛조차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당신이 아린이보고 배씨 그룹을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어요.”“대회 참가 자격을 손보미에게 주고 싶었으면 당당하게 주면 되잖아요. 왜 비겁하게 아린이를 다치게 하는 거죠? 당신도 아린이한테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요.”배건후는 사늘한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도아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건후 씨, 배씨 그룹의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테니 참가 자격은 건후 씨가 원하는 사람한테 넘기세요. 다만 디자인은 넘길 수 없어요.”배건후는 소유정을 병실 밖으로 내쫓더니 그녀가 밖에서 아무리 울고불고 난시를 쳐도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도아린 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몇 번 반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손보미한테 널 찾아가라고 시킨 적 없어.”그 당시 배건후는 화가 나다 못해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회의가 끝난 뒤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만약 도아린이 참가하기를 거부했다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비서를 통해 전했을 리가 없었다.그는 아까 전화를 받은 비서를 사무실에 부르더니 통화 기록을 책상에 던지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그녀는 사실 회장님께서 시키신 것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배건후는 아버지를 찾아가 물어보려던 중 성대호가 목숨을 갖고 협박하다가 도아린의 손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에 곧장 방향을 틀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머리가 아파왔다.갑자기 나타난 경쟁자들이 배씨 그룹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339화

    “도아린, 엠파이어 빌딩 상가의 서류야. 지금 돌려줄게.”도아린은 서류를 건네받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손보미는 손으로 급히 막았다.“아직 할 말 남았어. 상가를 돌려줄 테니 보증금은 주지 않아도 돼. 대신 네가 가진 대회 참가 자격을 나한테 팔아.”“뭐라고?” 도아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며 가슴이 쿡쿡 쑤셔오는 듯 아파왔다.손보미는 마치 모르는 척하지 말라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스타 대회의 참가 자격을 건후가 나한테 넘겼어. 내가 네 동생을 위해 유명한 교수님을 찾아준 공도 있으니 나한테 양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도아린은 피식하더니 말했다.“남자? 그런 거면 네가 가져.”그리고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나 참가 자격은 안 돼.”“안 되든 말든 이미 내 손에 있어. 게다가 참가 자격만이 아니라...”손보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건후가 그러던데 네가 작업한 디자인도 나한테 넘기라고.”도아린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를 발로 차버렸다.손보미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옅은 신음을 흘렸다.“그만 나갈래 아니면 또 맞을래?” 일풍은 어느새 문밖에 서서 손보미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다리를 절며 엘리베이터에 탔다.그리고 곧장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건후야, 아린이를 설득해서 대회에 참가하게 하려 했는데 글쎄 나를 발로 차버렸어. 괜히 좋은 마음으로 일을 망쳤나 봐... 흑흑...”도아린은 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은 뒤 즉시 엠파이어 빌딩 운영부로 가서 명의를 변경했다. 단 자신의 명의가 아닌 도지현의 명의로 옮겼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성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아린 씨, 부탁이에요. 지유를 용서해 줘요.”성대호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일남은 상황을 보고 재빠르게 그녀 앞을 막아섰다.“지유는 잠시 실수한 것뿐이에요. 진심으로 아린 씨를 해치려던 게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그럼 방우진 때문

  • 또 한 번의 거절   제338화

    김지민은 도아린의 언급에 그제야 9억 원이 생각났다.배석준이 떠나고 뒤따르던 직원들이 뒤에 서 있었지만 김지민은 9억 원이라는 거액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손보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예상대로 모욕만 당하고 말았다. 결국 손보미는 돈을 빌려주기로 했고 앞으로 모든 건 자신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배씨 그룹 사장실.손보미는 눈썹을 찌푸린 채 난처해하며 입을 열었다.“난 지유가 걱정되는 마음에 지민이를 시켜 아저씨한테서 상황을 알아보라고 부탁한 건데, 아린이가 오해할 줄은 몰랐어.”“아린이는 워낙 모든 걸 민감하게 받아들이잖아. 분명 아주머니께 말씀드릴 거야. 아주머니의 건강도 좋지 않은데 네가 곁에서 잘 설명해 줘.”그녀는 한편으로 가만히 배건후의 표정을 살폈다. 배건후는 얼음장마냥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새까만 눈동자로 테이블을 응시했다.“할 말 끝났으면 그만 나가.”“...”손보미는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건후야, 그러지 마...”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어서 훌쩍거렸다.“아린이가 날 싫어하는 것도 알고 네가 날 챙겨주는 걸 질투하는 것도 알아. 불만이 있다면 나한테 풀어도 돼. 근데 지민이는 이제 내 비서도 아닌데 괜히 미움받으면 안 되잖아.”“이제 네 비서가 아닌데 왜 계속해서 네 일을 도와주는 거야?” 그는 손에 잡고 있던 펜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손보미는 멍하니 서 있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친구니까.”“널 배신한 사람과 친구 할 수 있어?”“...”손보미는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왜 가시가 돋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지유는 네 여동생이야. 배씨 가문에서 아무도 지유를 챙기지 않아서 아저씨께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지유를 걱정하는 게 잘못이야? 건후야, 너 예전에 나한테 이렇게 대하지 않았잖아...”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배건후의 얼굴에서 동정의 기색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의 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오히려 더 차갑게

  • 또 한 번의 거절   제337화

    배석준은 보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용패는 직원의 실수로 600만 원으로 표기된 거야.”주현정은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전 당신이 지민 씨에 대해 설명할 줄 알았는데.”배석준은 다시 한번 도아린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주현정이 오랫동안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난 게 어쩌면 도아린이 뒤에서 조종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주현정이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속으로 안도했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난리를 쳤다면 그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도아린, 지민 씨는 내 임시 비서일 뿐이야. 사실을 왜곡하지 말렴.”“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배씨 그룹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나 봐요. 회장님께서 비서를 위해 드레스와 액세서리까지 챙겨주시다니 놀랍네요.”도아린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님 비서가 가격을 표기하지 않아서 직원이 우리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가 수정해 준 거예요.”배석준은 안색이 굳어진 채 주현정을 향해 말을 꺼냈다. “지민 씨는 단지 내 비서일 뿐이야. 못 믿겠다면 당장 불러올게.”전화를 걸려는 순간 김지민이 눈앞에 찾아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딱 따라붙어 있었다.“회장님, 전 그분이 쉽게 포기할 줄 몰랐어요. 더 높은 가격을 유도하려다...”김지민은 도아린을 보자마자 반감을 드러냈다, 자세히 보니 앞에 서 있는 주현정이 바로 높은 가격을 부르던 사람이었다.“아린 씨가 사모님에게 입찰을 못 하게 한 거죠? 나한테 복수하려고.”주현정은 오랜만에 밖에서 얼굴을 드러낸 데다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기에 김지민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현정에 대한 인상은 전에 뉴스 인터뷰에서 봤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사모님, 아린 씨 말을 믿지 마세요. 보아하니 사모님께서도 비취 용패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8억 원에 넘기겠습니다.”이렇게 하면 손해는 1억 원에 그칠 수 있었다.김지민은 꽤 영리한 편이었다. 그녀는 배석준이 여기까지 따라 나온 걸

  • 또 한 번의 거절   제336화

    도아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채 주현정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살짝 줬다. 주현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직원이 건네준 등록부를 받아들었다.“미안해요. 또 번거롭게 했네요.”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종이에 600만 원을 적었다.생각지 못한 금액에 직원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사모님... 확실하신가요?”‘6억 원이 아니라 600만 원이라고?’구하기 힘든 비취라 6,000만 원도 모자랄 텐데 사모님은 300만 원을 시작가로 하다니 놀라웠다.“만약 인연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30억 원이라도 그 값어치를 하겠지요.” 주현정은 펜을 다시 직원에게 건네며 조용히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결국 누가 이 비취의 주인이 될지 엄마랑 함께 보고 나서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도 되겠어?”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도아린도 피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도아린은 주현정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어머님,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힘드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하세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지민이 그들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주현정은 눈을 내리깔며 그녀의 뜻을 이해한 듯 미소를 지었다.경매는 곧 시작되었고 누군가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을 자선 행사에 내놓았는데 솔직히 말해 초등학생의 그림보다 못했다. 하지만 위상이 높은 가문이라 인맥을 얻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거액을 지불하며 사 갔다.곧이어 비취 용패가 나오고 사회자가 600만 원이라는 시작가를 내놓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수준보다도 못한 그림을 1억 2천만 원에 내놓았는데 이렇게 좋은 비취 용패의 시작가가 600만 원이라니. 게다가 올해는 마침 용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시작가가 너무 낮았다.사회자도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재차 확인한 뒤 기증자의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배석준에게 쏠리더니 호기심과 의심 그리고 비웃음이 섞인 표정이 드러났다.배석준은 얼굴이 굳어진 채 옆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