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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네, 금방 갈게요.”

도아린이 말하며 운전대를 틀었다.

육하경은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U턴하고 나서도 그녀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육하경을 발견하자 도아린은 차창을 내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알겠어요, 육하경 씨!”

육하경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한편, 배지유는 육하경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하경 오빠한테 대체 누구를 소개해 준 거예요?”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된 배건후는 머리가 지끈거려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왜 나한테 히스테리야!”

“오빠 말고 다른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동안 건후 오빠는 어머님이 소개한 여자는 단 한 번도 만나 적이 없었잖아요. 아니면 성대호가 주선했는지 물어봐 줘요. 상대방이 누군지! 나보다 더 예쁜지도!”

배건후는 이마에 얹은 팔을 내리며 버럭 화를 냈다.

“계속해서 떠들 거면 내 집에서 나가!”

배지유는 입을 꾹 닫고 자리에 앉았다. 비록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차마 표출할 수는 없었다.

이때, 손보미의 문자가 도착했다. 박물관 입구에서 도아린을 만나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배건후가 기분이 안 좋은 것도 도아린 때문에 열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빠, 혹시 도아린 때문에 화가 난 거예요?”

배건후가 그녀를 흘겨보았다.

“뭐라고?”

“새언니 말이에요! 새언니가 오빠 심기 건드렸죠?”

배지유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되물었다.

“어른 일에 참견하지 마.”

이내 배건후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으로 향했다.

보라색 비취 팔찌는 첫 결혼기념일에 도아린이 사달라고 했던 선물인데 당시 어머니 생신 연에 딱 한 번 착용했었다.

단지 팔찌를 아끼는 마음에 일부러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에게 줬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오빠의 표정을 보자 배지유는 서둘러 손목을 가렸다.

“나 먼저 가볼게요. 친구랑 밥 먹기로 해서.”

배건후가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려는 찰나 손보미의 문자가 도착했다.

[건후 씨, 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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