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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배지유는 번호를 힐긋 쳐다보고 입을 삐죽거렸다. 이는 육하경이 예전에 사용하던 연락처로서 오래전에 이미 정지되었다.

육하경이 귀국하고 나서 여러 인맥을 통해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얼굴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오빠가 연락해주면 안 돼요? 하나뿐인 여동생 좀 도와 달란 말이에요.”

배지유가 곁으로 다가와 팔을 잡고 흔들자 자칫 담배를 떨어뜨릴 뻔한 탓에 배건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보다 5살이나 많아. 안 돼.”

“오빠도 도아린보다 5살 연상이잖아요!”

배지유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바람에 배건후는 분노가 폭발했고, 관자놀이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를 뿌리치고 살벌한 목소리로 다른 번호를 읊었다.

육하경이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을까 봐 걱정된 마음에 배지유는 서재에 있는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통화는 금세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육하경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경 오빠, 귀국했다면서 왜 연락도 없었어요?”

배지유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이어지더니 톤은 여전하지만 눈에 띄게 소원해진 말투가 울려 퍼졌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일이 좀 많았어. 건후가 대신 연락해달래?”

“아니요, 제가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 참! 오빠를 위해 환영회를 열어주고 싶은데 괜찮아요?”

“안 그래도 나중에 시간 나면 건후랑 밥 한 끼 하려고 했거든. 너도 같이 와.”

“그건 엄연히 다르죠. 오빠들끼리 잡은 약속에 전 꼽사리로 끼는 셈이잖아요. 이제 귀국했으니까 친구들이나 동창들 만나러 다닐 텐데 제가 같이 가줄게요. 혹시라도 술을 마시게 된다면 대신 운전해서 집에 데려다줄 수도 있고.”

사실 진짜 목적은 육하경의 여자 친구라는 신분으로 지인들 앞에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낼 심산이었다.

육하경이 재차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그녀는 일부러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결국 육하경은 두 손 두 발 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못을 박았다.

“미안하지만 최근에 공들이는 사람이 있어서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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