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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도아린!”

이때, 싸늘한 호통 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배건후는 손보미의 곁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휴지를 건네주었다. 이내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미쳤어?”

손보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제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승률이 대폭 상승한 셈이다.

도아린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태연하게 말했다.

“입이 더러운 것 같아서 이참에 청소해주려고.”

“건후 씨...”

손보미는 울먹이며 다가가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새치기할 생각은 없었어. 단지 낯익은 사람을 발견해서 인사하고픈 마음에... 육민재를 언급했더니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지, 아니면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을 텐데.”

배건후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바지 주머니에 넣은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육민재를 의식하고 있다니.

“사과해.”

배건후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강압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그녀의 설명 따위 생략하고 섣불리 결론을 내린 게 벌써 몇 번째인가? 하지만 가시 돋친 말에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심장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도아린의 얼굴은 태연자약했고 심지어 건방지기까지 했다.

“내가 왜요?”

그녀를 골탕 먹이지 못해 안달이 난 내연녀에게 사과하라니?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한 절대로 불가능했다.

배건후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술을 한일자로 꾹 닫았다. 게다가 싸늘한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이내 살벌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두 눈은 마치 대학살을 앞둔 적진에 뛰어든 용사를 연상케 했다.

도아린이 배건후의 등 뒤로 다가갔다. 지금처럼 길길이 날뛰는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단지 내연녀 때문에 화가 난 줄 알았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백만 번 물어도 내 대답은 똑같아요.”

기분이 잡친 나머지 도아린은 박물관을 관람할 마음이 싹 사라져 뒤돌아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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