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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도아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하려던 참인데 문나연이 차를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장님이 너 찾으셔. 이 차 들고 들어가 봐.”

“그래...”

“마침 잘 왔어.”

나형욱이 웃으며 도아린을 반겼다.

“이분은 송 감독 새 드라마 여주인공 손보미 씨야. 지금 한창 대역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

금방 퇴원한 손보미는 넉넉한 핏의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다이아로 S자가 박힌 화이트 캡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찻잔을 받다가 도아린을 보더니 흠칫 동작을 멈췄다.

“사장님, 아현 씨가 묵묵히 제 대역하길 원치 않는다고 해도 그렇죠. 최소한 업계에서 자수 실력이 되는 사람으로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디 한낱 차나 따르는 사람으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해요?”

나형욱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재빨리 도아린의 반응을 살폈다.

한편 도아린은 너무나도 차분했다.

“송 감독님 작품이 비록 대체역사물이긴 하나 극 중의 의상은 전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했어요. 아현 씨가 복원한 자수 예복을 보았는데 용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고 고귀함이 흘러넘쳤어요. 자수 수법은 딱 봐도 대가 수준인데 애석하게도 아현 씨가 너무 겸손하게 지내시다 보니 인맥을 아무리 동원해도 여태껏 얼굴 한 번 뵙지 못했죠.”

손보미가 거만을 떨며 말을 이었다.

“그런 분을 제 대역으로 쓰는 건 확실히 좀 서운할 만한 일이죠. 그 대신 제가 더 많은 소스를 제공해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 옆에 능력자 친구가 한 명 있거든요.”

‘아주 배건후의 이름을 대놓고 말하시지 왜?!’

옆에 있던 나형욱도 바로 알아들었다. 손보미는 한때 본인처럼 눈앞의 도아린이 바로 전설 속의 아현이란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미 씨.”

나형욱이 찻잔을 손보미 앞으로 내밀었다.

“실은...”

“사장님.”

이때 도아린이 그의 말을 잘랐다.

“비록 대역이긴 하나 여주인공 대역이라 스킬도 있고 교양도 있으며 허영심도 매우 강한 분으로 픽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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