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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익숙한 목소리에 도아린은 표정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민재 씨? 민재 씨도 하경 씨 보러 왔나 보네...’

도아린은 고개를 들어 창문에 기댔다.

배건후 다리 위에 앉아있던 도아린은 그의 신체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정서도 경직된 근육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어두운 곳에 서있는 육민재는 훤칠한 것이 분위기가 넘쳤다.

육민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아린은 마침 가로등 때문에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아린은 급히 옷깃을 여미고 건조한 목으로 힘겹게 인사했다.

“민재 씨... 씁.”

또 한 번 가슴을 꽉 쥐길래 도아린은 욕할뻔하다가 배건후를 힘껏 꼬집었다.

‘일부러 망신 주려고 하고 있네.’

육민재는 차 안까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아린 씨 목소리 같긴 한데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

육민재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가로등이 비추는 공간에 도착한 그는 차와 떨어진 거리가 3미터도 되지 않았다.

온몸이 굳어져 버린 도아린은 무의식적으로 배건후의 팔을 꼬집었다.

“거, 거기서 말해요.”

도아린이 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이때 배건후가 그녀의 단추를 풀어 코끝으로 등을 느끼고 있었다.

입술은 차가웠지만 뿜어내는 뜨거운 콧김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시력이 안 좋은 육민재는 눈을 찡그렸다.

아까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도아린의 헝클어진 머리, 삐뚤어진 옷깃, 감출 수 없는 당혹스러움을 발견하고 더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할머니 생신날, 도아린이 배건후랑 결혼한 이후로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민재는 도아린이 배건후한테 버림받고 혼자 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이러는 줄 알고 온화하게 웃었다.

“저번에는 그냥 우연히 도와준 것뿐이야. 그런데 밥 사겠다는 말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내일 시간 되면...”

도아린은 듣자마자 그가 동영상 일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육민재가 우연히 도와줬다고 말했지만 도아린에게는 친구의 믿음을 얻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없었다.

사실 육민재가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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