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에 도아린은 표정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민재 씨? 민재 씨도 하경 씨 보러 왔나 보네...’도아린은 고개를 들어 창문에 기댔다.배건후 다리 위에 앉아있던 도아린은 그의 신체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정서도 경직된 근육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어두운 곳에 서있는 육민재는 훤칠한 것이 분위기가 넘쳤다.육민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아린은 마침 가로등 때문에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도아린은 급히 옷깃을 여미고 건조한 목으로 힘겹게 인사했다.“민재 씨... 씁.”또 한 번 가슴을 꽉 쥐길래 도아린은 욕할뻔하다가 배건후를 힘껏 꼬집었다.‘일부러 망신 주려고 하고 있네.’육민재는 차 안까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아린 씨 목소리 같긴 한데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육민재가 웃으면서 다가왔다.가로등이 비추는 공간에 도착한 그는 차와 떨어진 거리가 3미터도 되지 않았다.온몸이 굳어져 버린 도아린은 무의식적으로 배건후의 팔을 꼬집었다.“거, 거기서 말해요.”도아린이 급한 마음에 소리쳤다.이때 배건후가 그녀의 단추를 풀어 코끝으로 등을 느끼고 있었다.입술은 차가웠지만 뿜어내는 뜨거운 콧김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시력이 안 좋은 육민재는 눈을 찡그렸다.아까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도아린의 헝클어진 머리, 삐뚤어진 옷깃, 감출 수 없는 당혹스러움을 발견하고 더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할머니 생신날, 도아린이 배건후랑 결혼한 이후로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육민재는 도아린이 배건후한테 버림받고 혼자 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이러는 줄 알고 온화하게 웃었다.“저번에는 그냥 우연히 도와준 것뿐이야. 그런데 밥 사겠다는 말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내일 시간 되면...”도아린은 듣자마자 그가 동영상 일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육민재가 우연히 도와줬다고 말했지만 도아린에게는 친구의 믿음을 얻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없었다.사실 육민재가 엄청
도아린은 상대방의 이름을 까먹을 정도로 뻘쭘했다.배건후가 도아린의 허리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었던 건 지퍼가 열려서였다.도아린은 스타킹도, 치마도 고장 난 상태로 차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고개를 돌려 배건후를 힘껏 째려볼 뿐이다.하지만 육민재 눈에는 앙탈처럼 보였다.“먼저 하경이 보러 갈게. 하던 거 마저 해.”육하경은 병원으로 들어가면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도아린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배건후를 힘껏 밀쳐내고 한쪽으로 가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건후 씨, 이제 만족해요?”등받이에 기대어 있던 배건후가 냉랭하게 말했다.“민재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하경이한테 향낭까지 선물하고. 내가 없었으면 진작에 차에 태웠을 거야.“배건후의 눈빛은 이글거리고 있었다.도아린은 그에게 눈빛도 주지않고 머리에 있던 핀으로 치마를 고정시켰다.이런 정신병자 같은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었다.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배건후가 또 품에 안더니 지긋이 쳐다보았다.“쟤가 뭘 도와줬는데?“도아린은 발버둥 치다 고개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알 필요 없어요.”배건후는 피식 웃더니 표정이 차가워졌다.“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야?”도아린은 배건후한테 그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나영옥 할머니 생신날, 보미 씨가 혼자서 넘어지고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영상을 찍은 사람이 있었어요.”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도아린은 피식 웃고 말았다.“건후 씨가 조사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민재 씨도 확보할 수 있는 동영상을 건후 씨는 확보하지 못했을까요? 제가 만약 정말 보미 씨를 밀었다면 절대로 저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와 반대라면 그냥 없었던 일로 했겠죠.“배건후는 동공이 흔들렸다.“보미 씨가 그러는데 네가 밀친 거 아니라고 했어.”도아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렇다. 손보미는 도아린이 밀었다고 하지 않았지만 태도나 말투를 들어보면 분명
도아린은 아파서 울먹이다 배건후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고, 배건후는 막으려다 한 손으로 도아린의 가슴을 치고 말았다.도아린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자 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은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은 만지게도 못하게 했다.티격태격하다 또 상처를 건드려 도아린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건후 씨, 그렇게 보미 씨를 도와주고 싶어요?”도아린은 부들부들 떨다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협박했다.“저를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계속 이렇게 찝쩍거리면 신분을 폭로해 버리고 보미 씨가 내연녀라는 걸 공개해 버릴 거예요! 네티즌들에게 온갖 욕을 먹게 해서 앞날을 망쳐버릴 거라고요!”배건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네가 이혼하고 싶어 했잖아.”“저는 이대로 눈뜨고 지켜볼 수 없어요!”배건후는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보미 씨한테 함부로 대했다간 평생 이혼하지 못할 줄 알아.”이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자기는 내연녀랑 신나게 놀면서 나는 남사친도 만나면 안 돼? 분명 자기가 귀책자면서 피해자더러 가만히 참고 있으라고? 돈 많으면 다야? 이기적인 놈!’“마침 병원 앞인데 의사 선생님께 보이는 거 어때?”배건후는 고통스러워하는 도아린을 보면서 물었다.“머리를 보이라고요?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그를 밀쳐내고 상처를 어루만졌다.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 조수현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도아린에게 경고했다.“다른 남자한테 또 함부로 선물을 주면 두 사람 모두 죽여버릴거야.”도아린은 그를 힘껏 째려보았다.“미친 새끼!”...온종일 피곤했는지 도아린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잠들어버렸다.한밤중에 몸에 이상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상처가 난 부위가 무언가에 덮인 것처럼, 혹은 누군가가 어루만지고 있는 것처럼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손발이 묶여있는 느낌이었다.그러다 아까보다는 그렇게 아프지 않은
도아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최근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때문에 오디션을 까먹은 것이다.“그 음악 프로그램 멘토가 예진 이모인 것 같던데?”도아린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내일 말해볼게. 너도 출연할 수 있는지.”“특수상황이 아니면 예진 이모한테...”소유정은 갑자기 입을 막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예진 이모 우리 시어머니랑 친한 친구셔.”“그런 관계였구나...”소유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시 모자와 마스크를 했다.“우리 룸으로 들어가자.”마침 누군가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최저 소비가 15만 원인 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레스토랑 직원이 메뉴판을 건넬 때 도아린은 옆으로 지나가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중의 한명인 성대호는 왠지 모르게 잔뜩 짜증이 나 있는 것 같았다.그의 뒤를 따르던 남자는 구멍 난 청바지를 입고 껄렁거리면서 지나갔고, 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도아린이 직원에게 물었다.“옆방에 다른 손님이 있어요?”“죄송하지만 개인정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저 성대호 씨랑 아는 사이에요.”도아린은 말하면서 테이블 위에 5만 원을 올려놓았다.“저 두 분만 계신다면 됐고, 여자 손님도 계시면 가서 인사 좀 하려고요.”직원은 메뉴판을 회수하는 김에 5만 원까지 챙겼다.“다음에 인사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암묵적인 대답이었다.“고마워요.”직원이 떠나고, 도아린은 특별히 옆방 움직임을 지켜보았다.이 시각, 성대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옆방에 앉았다.“이 카드에 2,000만 원이 있어. 이거 챙기고 연성에서 꺼져. 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절대 돌아오지 마.”어제저녁부터 금은방에 사람을 붙여 경찰보다 더 빨리 골드 시계를 팔려는 방우진을 잡은 것이다.“2,000만 원으로 나를 보내려고?”방우진은 카드를 힐끔 쳐다볼 뿐 챙기지 않았다.“누구를 거지 취급하나.”“내 친구는 아직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면 감옥에 처넣을
“아린 씨, 저를 미행한 거예요?”성대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끼리끼리 논다는 말처럼 배건후와 하는 말이 똑같았다.도아린은 그를 무시하고 방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하경 씨를 다치게 한 사람이죠? 경찰에 이미 신고했어요.”방우진은 눈빛이 확 변하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주전자로 도아린의 머리를 부수려고 했다.“그만해!”성대호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뒤돌아 창문을 열었다.이곳에서 밥을 먹자고 했던 이유도 도망가기 편하기 위함이었다.방우진은 그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할 수 없이 주전자를 내려놓고는 의자를 밟고 창문을 넘었다.그러고서 지붕을 지나 후다닥 도망쳤다.도아린이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성대호가 말렸다.“아린 씨, 저희 친구 사이의 일은 상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하경 씨는 당신 같은 친구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성대호는 표정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친구를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했던 그였다. 심지어 육하경이 전남시를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게 고가로 식품과 약품을 운송하다가 현지 보스를 건드려 세 날 동안 갇힌 적이 있었다.만약 육하경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무조건 감옥에 처넣고 죽기보다 못한 생활을 하게 했을 것이다.그런데 배지유의 행복이 더욱 중요했다.성대호는 이내 미안함이 말끔히 사라지고 예리한 눈빛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아린 씨, 저희는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에요. 제가 한 일은 제가 직접 하경이한테 설명할 거예요.”“만약 하경 씨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면요?”“그럴 리가 없어요!”성대호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가장 좋은 의사 선생님을 붙여서 꼭 깨어나게 할 거예요.”“하경 씨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면 대호 씨가 하경 씨 부모님 남은 생을 책임지실 거죠? 아가씨도 챙겨줄 거고요?”성대호는 첫 질문을 듣고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당연하죠.”그런데 두번째 질문을 듣고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아린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는 지유를 그저 동생
도아린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자 성대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오늘은 아무것도 못 본 거로 해주세요. 가게를 내놓는 사람이 없는지 잘 알아봐 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인테리어도 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에요.”성대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도아린은 그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가버렸다.문 앞에서 녹음하고 있던 소유정은 도아린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녹음을 끄고 따라서 룸으로 돌아갔다.“건후 씨가 네 가게를 손보미한테 준 거야?”“내 거 아니야.”도아린은 메뉴판을 보면서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내 물건은 아무도 뺏어가지 못해.’도아린은 가게를 원한 적도 없었다. 그저 욕심많은 도정국이 동생의 치료를 핑계로 협박했기 때문이다.도아린은 진수성찬에 맥주까지 세 병 마시게 되었다.술을 마실 수 없는 소유정은 옆에서 도아린의 기분을 맞춰주기로 했다.맥주 한잔을 마실 때마다 옆에서 생수를 따라 마셨다.똑같은 속도로 생수를 마시자니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워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돌아와서 계속 마셔.”속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도아린은 룸에 없었다.어질어질한 상태로 택시를 타고 에이트 맨션으로 돌아간 것이다.요 며칠 도아린이 운전해서 들락날락하자 경비 아저씨는 그녀가 로또에 당첨된 줄 알고 대놓고 비웃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택시 타고 돌아온 것을 보고 또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왜요. 대표님이 차를 몰수하셨나 봐요? 대표님 성격을 좀 맞춰주시지 그러셨어요.”도아린은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걸어 들어갔다.3년이나 바쳐서 배건후의 곁을 지켰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도아린은 잔디 위에 세워져있는 그레이색 마이바흐를 보고 발로 걷어찼다.“제기랄! 나쁜 자식!”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도아린, 미쳤어?”배건후는 비틀거리면서 술 냄새를 풍기고 있는 도아린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도아린은 뒤돌아 차에 기대어 앉
“보미 씨는 손님인데 맨발로 집에 들어올 순 없잖아.”배건후는 도아린이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몰랐다.“집에 손님용 슬리퍼가 따로 있어요.”“보미 씨가 발을 상해서 딱딱한 슬리퍼를 신지 못해.”배건후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사소한 일까지 따져야겠어?”손보미는 배건후가 보지 않는 틈을 타 무언의 협박을 보내고 있었다.오늘 주동적으로 배건후한테 잘못을 인정하러 온 것이다.계약서를 잠깐 빌리기로 했는데 성대호와 계약할 때 일부러 모호하게 말했고, 성대호도 배건후와 확인해 보지 않은 바람에 손보미가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손보미는 모든 책임을 철없는 부모님께 넘겼고, 부모님이 돌아가면 무조건 도아린에게 명의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사과하는 의미로 인테리어 비용을 대겠다고 했고, 또 도울 디저트더러 먼저 입주하라고 했다.그러면서 급히 달려오느라 발을 삐끗하여 딱딱한 슬리퍼를 신지 못하겠다고 했다.배건후는 도아린이 이렇게 일찍 돌아올지 모르고 그냥 도아린의 슬리퍼를 신으라고 했다.그런데 도아린이 고작 슬리퍼 하나로 난동 부릴 정도로 밴댕이 소갈딱지일 줄 몰랐다.“건후 씨는 저한테 가게를 줄 마음이 없었잖아요.”도아린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웃고 있었다.이와 반대로 배건후는 전혀 상냥하지 않은 눈빛에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네가 무능해서 드레스를 해결하지 못한 거잖아.”“제가 무능한 거예요. 아니면 어떤 사람이 멍청해서 드레스를 망가뜨린 거예요?”“건후 씨, 그런 말 하지 마. 다 내 잘못이야…“손보미는 이 복잡한 상황에서 끼어들려고 했다.“아린 씨, 저는 사실 그 드레스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판매하지 않는다길래요. 여자는 누구나 다 예뻐지기를 원하잖아요. 저는 그저 생일날 예뻐 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폭죽이 전부 다 안 터졌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손보미는 도아린이 인기 검색어를 봤다는 거에 한 표를 던졌다.배건후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생일날 몇억 원에 달하는 폭죽을 터뜨렸다는 기사가 인기 검색어에 6
‘왜지? 도아린을 되게 싫어하지 않았었나?’배건후는 몸을 살짝 틀어 도아린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말 거역하면 이혼할 생각은 평생 꿈도 꾸지 마.”“건후 씨가 날 놓아주지 않으면 나도 건후 씨 가슴을 아프게 만들 거예요.”‘누가 겁 낼 줄 알고?’도아린의 짙은 속눈썹은 마치 깃털처럼 배건후의 심장을 간지럽히는 듯했다.그는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그러자 도아린은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애써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배건후는 그녀의 입안에서 술 냄새를 느끼고 분노를 실어 더 진하게 키스했다.결국 더 참지 못한 도아린은 구역질이 날 것 같아 그를 세게 깨물었다.“쓰읍...”혀끝이 깨물려 피가 맺혔다.남자가 입술을 핥는 모습은 치명적이고 매혹적이었다.손보미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그녀가 기억하는 배건후는 언제나 신사적이고 차분하며 어느 자리에서나 존경받는 존재였다.손보미는 배건후가 일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믿었고 아무리 예쁘고 뛰어난 여자라도 그가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손보미가 배건후와 가장 가까웠던 순간은 그의 팔짱을 끼고 행사에 참석했던 것뿐이었다.온라인에 떠도는 친밀한 사진들은 모두 배건후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섭외해 찍은 것이었고 사진이 퍼져도 배건후는 아무 말이 없었다.덕분에 그녀는 점점 대담해졌다.‘건후 씨는 분명 나를 좋아할 텐데... 왜 도아린이랑 키스하는 거지?’손보미는 두 사람을 떼어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아린 씨! 정말 잠시 그냥 점포를 빌리려는 것뿐이야. 빼앗을 생각은 없어! 점포에 내 명의에 있긴 하지만 아린 씨네 아버지 디저트 가게가 먼저 입점할 수 있도록 할게!”도아린은 고개를 기울이며 손보미를 바라보았다.질투를 애써 감추며 순진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이 우스워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도아린은 배건후 품에 편안하게 기대었다.“난 보미 씨처럼 너그럽지 않아.”그러더니 배건후의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내 명의의